낯선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다
2024년 09월 06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8월 1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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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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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다』는 이런 접점에 착안해 ‘인류학의 렌즈로 SF 읽고 다시 쓰기’를 시도한 책이다. SF는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현실에 잠재된 가능성을 담아내는 장르이며, 인류학은 낯선 문화를 관찰하고 기록함으로써 익숙한 자문화를 성찰할 수 있게 돕는 분야다. 그럼으로써 SF와 인류학은 당연시해온 현실에 의문을 제기하며, 세계의 대안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상상력을 자극한다.
인류학자 정헌목과 황의진은 『어둠의 왼손』, 『시녀 이야기』, 『솔라리스』 등 고전 SF뿐 아니라 김초엽과 배명훈 같은 오늘날 한국 SF를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까지, 열한 편의 SF를 다양한 인류학 논의와 연결 지어 읽으며 한국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와도 긴밀하게 잇는다. 이처럼 인류학과 SF를 접목한 곳에서 피어난 사유들은 미래로 건너가기 위한 징검돌이 된다. 정복하고 개척하기 위한 미래가 아닌, 가장 변두리에 귀 기울이며 나와 타자를 세심하게 보살피고 ‘우리’의 영역을 넓혀가기 위한 미래 말이다.
이 책은 당대의 주요한 인류학 논의를 포괄하는 잘 쓰인 입문서이기도 하다. 책은 인류학의 전통적 주제인 차별과 불평등, 의례, 젠더 등을 비롯해 최근 주목받는 생식·출산 연구와 생태·환경이라는 주제까지 다룬다. 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마거릿 미드, 피에르 클라스트르 등 인류학의 고전을 쓴 학자뿐만 아니라 인류세 논의가 활발해지며 주목받고 있는 도나 해러웨이, 애나 칭 같은 학자까지도 두루 다룬다. 여기에 더해 ‘가상 민족지’라는 독특한 글쓰기는 독자들을 ‘인류학자의 관점’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보도록 이끈다. 민족지는 인류학자가 자신이 연구할 문화권에 직접 머물며 그들의 삶과 문화를 분석한 결과물이다. 황의진은 SF 속 세계가 실재한다고 가정하며 인류학 민족지의 관점과 형식으로 그 세계와 인물들을 기록한다. 단순히 인류학 논의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류학자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인류학자처럼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직접 체험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이다.
[인식] 우리는 타자를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가
-『솔라리스』와 타자에 관한 인류학
[의문] 돌아와야 할 순례자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와 통과의례
[전환] 남자도 아이를 낳게 된다면
-「블러드차일드」와 생물학적 재생산의 인류학
가상 민족지 ① 인류학 민족지로 다시 써보는 『시녀 이야기』
2010년대 중반 이후 길리어드 ‘시녀’들의 일상적 대응: 몸을 매개로 발현되는 출산 이데올로기의 폭력
[인지] 당신이 익힌 언어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형성한다면
-「네 인생의 이야기」와 사피어-워프 가설
[상상] 성별을 제거한 사고실험에서 우리가 알게 되는 것
-『어둠의 왼손』과 젠더 인류학
가상 민족지 ② 『어둠의 왼손』의 이야기, 그 후 5년 뒤 다시 방문한 게센
21. 다시, 성(性)에 관한 의문
[연대] 차가운 마천루 속의 따뜻한 시선과 날카로운 현실 풍자
-『타워』와 도시인류학
가상 민족지 ③ 『킨』의 주인공이 민족지를 쓴다면
와일린가(家)의 여자들에 대한 인물 노트
[모색] 사변적 아나키즘 실험과 현실의 국가 없는 사회
-『빼앗긴 자들』과 아나키스트 인류학
[공생]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괴물이자 유령으로 살아가기
-『파견자들』과 ‘인간 너머’의 인류학
에필로그: 세상은 더 많은 ‘착한 이야기’를 필요로 한다
주
참고 문헌
인용 출처
세상의 변화를 모색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책은 특히 두 가지에 주목한다. 그건 바로 ‘인류학’과 ‘과학소설(SF)’이다. 타자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를 추구하는 인류학과 과학적 사실 혹은 가설을 배경으로 한 SF는 생각 외로 공통점이 많다. 두 분야 모두 우리가 당연시하는 현실에 의문을 제기하고 대안적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그렇다.(9~10쪽)
현대 인류학 연구 중 다수는 우리가 살아가는 국민국가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에 관한 비평과 더불어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모색하도록 돕는다. 비록 사용하는 언어와 피부색은 다를지언정 인류는 생물학적으로 동일한 종이다. 같은 종으로서 공통점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문화적·역사적 맥락에 따라 서로 다른 다양한 삶의 방식이 가능하다는 방증이다. 이런 문화적 다양성에 관한 연구, 즉 인간 집단의 과거와 현재에 관한 고찰을 통해 인류학은 우리가 또 다른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실천적 지식을 제공한다. 결국 SF와 인류학은 미래를 향한 상상이라는 공통적인 지향점을 지니고 있다. SF가 미래에 관한 픽션이라면, 인류학은 미래를 위한 논픽션이다.(12~13쪽)
『솔라리스』가 보여주듯이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재한 상태에서 절대적으로 낯선 타자를 향한 선물은 적절한 유대 형성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애초에 무엇을 선물로 여길 수 있는지에 대해 사전 이해가 전제되지 않은 채로는 주는 이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운 것이 선물이다. 선물교환의 바탕이 되는 호혜성, 즉 내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었을 때 상대가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하리라는 논리는 결국 타자를 자신의 거울로 삼아 대하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낯선 타자를 온전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타자와의 소통을 위한 첫걸음인 셈이다.(36~37쪽)
현대 한국 사회에서 장애는 단순히 ‘정상’의 범주 바깥으로 배치되는 것을 넘어, ‘정상인’의 세계에 마치 존재조차 하지 않는 것처럼 은폐되기 일쑤이다. 이런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만연한 비장애중심주의를 넘어 실제 현실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한 신체를 지녔는지 그 스펙트럼을 인식하는 것 자체가 선행되어야 한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의 성년식 순례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의 통과의례처럼 고통받는 타자의 현실에 눈을 뜨게 만드는 최소한의 사회적 의례인지도 모른다. 기존의 사회구조를 재생산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의례가 아니라, 의례에 내재한 전복적 에너지를 현실에서 실천에 옮길 수 있게끔 균열을 일으키는 그런 사회적 의례 말이다.(58~59쪽)
타문화에 관한 연구를 통해 낯선 것을 익숙하게 하고, 자문화를 향한 성찰을 통해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어 우리 자신에 대한 통찰을 얻는 작업은 인류학 연구의 핵심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블러드차일드」는 인류학적 텍스트라 할 수 있다. 작품 속 사건이 다루는 모든 묘사가 바로 인간의 출산에 대한 은유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출산의 주체를 여성이 아닌 남성으로 바꾼 채 말이다. 작가는 아이를 낳는 주체를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꾼 뒤, 출산에 해당하는 은유를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임신·출산을 신비화하는 문화적 인식과 선입견을 비틀어 드러낸다.(66~67쪽)
인류학적 논의들이 현실에서 당연시되어온 사실을 새롭게 고찰함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낯설게 볼 수 있도록 만든다면, 낯설게 보기의 또 다른 통로인 SF는 상상을 이야기로 구현함으로써 세상을 낯설게 보도록 한다.(74쪽)
그러나 시녀들의 존재는 자체로 위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상당히 다양한 방식과 규모로 발현되고 있다. 구시대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게 남아 있는 현재에는 더욱 그렇다. 이 기억들을 토대 삼아 시녀들이 더욱 다채로운 위반들을 꿈꾸고 발견하기를 기대한다.(115쪽)
미래가 이미 결정되어 있고, 그 미래를 알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어떨까? 여기서 중요한 전제는 정해진 미래를 개인의 선택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은 미래에 아무리 나쁜 일이 예정되어 있어도 그걸 바꿀 순 없고, 자신은 그저 그 미래를 알게 되는 게 전부임을 뜻한다. 그렇기에 결코 축복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미래를 아는 능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119쪽)
인간에게 가능한 건 주어진 현재를 최대한 충실히 살아가고, 그렇게 켜켜이 쌓여가는 현재의 순간들이 모여 자신과 사회 전체를 더 나은 쪽으로 만들어가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그것이 원인과 결과가 자연스레 이어지는 인과론적 세계관을 가진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이점도 있다. 지금의 어떤 행위가 미래에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현재의 노력을 통해 다가오는 파국과 비극을 피하게끔 노력할 수 있다. 인간이 주어진 미래를 실연해나가는 존재가 아닌 이상, 미래를 모르기에 미지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과 노력은 인간이 지닌 유리한 조건이기도 하다.(135쪽)
『어둠의 왼손』은 소설 자체의 서사적 재미보다는 독특한 설정이 빚어내는 성찰적 고찰이 강점을 발휘하는 작품이다. 등장인물의 갈등과 고난을 그려내는 서술뿐만 아니라, 외계에서 온 일종의 인류학자 역할도 수행하는 겐리 아이가 기록한 각종 보고서가 이야기 중간마다 삽입되는 형식을 취해 게센 사회에 관한 이해를 돕는다. 관찰자 시점에서 작성된 보고서나 겐리 아이가 수집한 구술 기록과 신화, 전설 등 마치 인류학 연구의 결과물처럼 보이는 부분은 소설을 구성하는 전체 20개의 장 가운데 총 7개의 장에 달한다. 이렇듯 『어둠의 왼손』은 설정과 형식 모두에서 상당히 인류학적인 성격을 지닌 작품이다.(145쪽)
여타 사회과학과 달리 인류학은 연구자의 주관적 입장과 위치를 드러내는 글쓰기가 상대적으로 용인되는 편이다. 그 바탕에는 연구자와 연구 대상 사이의 권력관계와 인류학적 지식 생산의 객관성이라는 문제를 성찰해온 인류학계 내부의 자기비판적 흐름이 놓여 있다. 1970년대 중후반 이후 인류학 내부에서는 20세기 전반 식민주의 시기에 서구 백인 인류학자가 비서구 유색인 집단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식민-피식민 관계가 놓여 있었음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연구자의 주관이 개입하지 않는 ‘객관적인’ 연구가 가능한지 자문해왔다. 이를 비롯한 여러 자기 성찰의 결과, 1990년대 이후 인류학 민족지에서는 다른 학문 분야에서라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자유로운 글쓰기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166~167쪽)
흔히 인류학은 비서구 지역의 이른바 ‘원시 부족’을 연구하는 학문, 혹은 낯선 타문화를 다루는 학문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사실 현대의 인류학자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회문제를 연구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 배경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이 서구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 신생 국가를 수립하고 각각의 맥락에서 현대화를 추진했다는 사실이 놓여 있다. 이들 지역이 겪은 정치적·사회문화적 변화에 직면하여 인류학도 전통적인 연구 대상이었던 소규모 원시 부족 연구를 넘어 비서구 지역은 물론 서구 지역에 관한 연구로 관심의 폭을 넓히기 시작했고, 각국의 현실적인 사회문제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201쪽)
무수히 많은 익명의 개인들이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를 돕기 위해 나서는 이 이야기가 뻔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국가가 자신의 역할을 최소화하며 공적 영역에서 물러나고, 여러 정체성을 기준으로 사람들을 가른 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자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작금의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의 기적 같은 이야기가 주는 울림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정식 시민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국가가 움직임을 완전히 멈춘 동안” 보통의 사람들이 힘을 합쳐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는 감동을 주는 동시에, 국가의 역할과 의무에 관한 질문을 끌어낸다.(214쪽)
나는 과거로 돌아가 익힌 전략들을 생각한다. 노예를 사고팔며 채찍질을 일삼던 시기처럼 노골적인 방식은 아닐지 모르지만, 나는 흑인 여성으로서 여전히 견고한 차별의 굴레를 체화한 채로 살고 있다. 차별에 대한 감각은 앨리스로부터 나를 잇는 선이기도 하다. 그것은 일직선상으로서가 아니라, 지난한 역사를 겪으며 부단히 변화해온 굴곡진 선으로 존재한다. 차별의 구조 속에서 흑인 여성이라는 타자의 위치를 점한 채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나와 비슷한 다른 타자를 만남으로써 비로소 인식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앨리스와 동시대인으로서 맺은 관계, 그리고 그 시대의 유산을 이어받은 후손으로서 그녀와 맺은 관계는 바로 그 점을 깨닫게 해주었다.(244~245쪽)
인류학의 연구 성과는 단순히 독특하고 이국적인 사례 소개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지금과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261쪽)
르 귄 자신이 다른 에세이에서 직접 강조한 것처럼 앞으로 똑바로 나아가기만 해서는 유토피아에 도달할 수 없다. 차별과 불평등을 양산하는 성장주의 일변의 이데올로기만이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건 아니다. 인간의 이성과 의지에 대한 믿음 아래, 진보를 전제하며 미래형으로만 제시된 유토피아 운동 역시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대신 르 귄은 자신의 소설이 펼쳐 보인 것처럼 “애매하고 의심스럽고 신뢰가 가지 않으며 최대한 모호한 방식”의 유토피아를 제안한다. 설령 그것이 유토피아답게 보이지 않을지라도 말이다.(262~263쪽)
2020년대의 인류는 자연을 마르지 않는 자원의 공급처로 여기며 살아온 기존 삶의 방식이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려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손상된 지구에 적합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것 역시 지금의 우리에게는 낯선, 괴물이자 유령의 몫이 아닐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유령’으로 드리운 과거를 충분히 이해하면서, ‘괴물’로서의 현재에 등을 돌리지 않는 그런 삶의 태도다.(290쪽)
어쩌면 이 책에서 제기한 논점들이 보기에 따라서는 진부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각각의 이야기가 담은 메시지가 그저 ‘착하기만 한’, 당위적 주장 아니냐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혹시 그렇게 보인다면 그것 역시 글의 의도라고 답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대안적 상상의 출발점은 그런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우리를 옭아매고, 불평등의 경계로 우리를 나누고,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환경을 파괴하는 기존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넘어 지금과는 다른 형태의 삶도 가능하다는 상상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그 상상을 위한 원천을 인류학과 SF에서 찾고자 했다. 설령 그것이 진부하게 보이더라도, 세상은 더 많은 ‘착한 이야기’를 필요로 한다.(293~294쪽)
조한혜정·천선란 추천!
“다양한 비인간, AI와 소통하며 살아갈 신인류를 위한 가이드북”-조한혜정(문화인류학자)
“SF를 인류학적으로 읽고 쓴다는 건 세상의 빈틈을 꿰매
완벽한, 혹은 그럴듯한 행성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 아닐까”-천선란(소설가)
손상된 행성의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인류학의 독법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신인류를 위한 가이드북
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은 이 책을 “다양한 비인간, AI와 소통하며 살아갈 신인류를 위한 가이드북”이라 부른다. 권력과 계급 격차는 커지고, 소수자를 향한 혐오는 극심해져간다. 전쟁은 끊이지 않으며, 기후 위기로 인해 지구라는 손상된 행성에서 인간은 비인간 존재와 공생할 방도를 모색해야 한다. 팬데믹 이후 인류에게 위협적인 요소임을 다시금 증명한 바이러스, 과학 발전이 불러온 AI 등 인류에게 새로운 ‘타자’는 끊임없이 출현한다. 그런데도 자본주의와 식민주의, 성장주의는 서로 결탁하여 연결보다는 고립을 택하기를, 현실을 냉소하고 절망하기를 강요한다. 위기에 직면한 인류에게 『낯선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다』는 시의적절하게 도착한, 현실을 냉소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안내서다.
그 어느 때보다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에, 인류는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한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인류학의 앎과 SF의 대안적 허구를 함께 고찰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상상을 자극한다. 이를테면 어슐러 K. 르 귄의 『빼앗긴 자들』에는 사적 소유와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 아나키즘 사회가 등장한다. 저자는 이 책을 인류학자 피에르 클라스트르의 남아메리카 선주민 공동체 연구 사례와 함께 읽으며, ‘국가 없는 사회’가 소설에만 존재하는 허구가 아님을 방증한다. “단순히 독특하고 이국적인 사례 소개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다를 수 있음”(261쪽)을 보여주는 인류학의 독법이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이유다. 또한 인류학과 SF 읽기는 당연시되어온 인식과 통념을 깨는 ‘낯설게 보기’의 통로가 된다. ‘남성 임신’을 다룬 옥타비아 버틀러의 「블러드차일드」와 임신·출산에 관한 인류학의 논의들을 함께 읽음으로써, 새로운 과학적 발견에도 여성의 몸을 둘러싼 사회적·문화적 인식이 얼마나 선입견에 얽혀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SF적 상상력과 인류학의 ‘실천적 지식’을 접목시키는 읽기를 통해 우리는 현실을 뒤틀어 보며 또 다른 세계로 향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팬데믹과 전쟁, 기후 위기 등을 동시에 맞닥뜨린 인류에게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질서를 세울 필요가 대두되고 있다. 이 책에서 인류학과 SF가 만나 자아내는 통찰들은 우리를 “진보를 전제하며 미래형으로만 제시된 유토피아”가 아니라, 어슐러 K. 르 귄의 말처럼 “애매하고 의심스럽고 신뢰가 가지 않으며 최대한 모호한 방식”의 유토피아로 이끄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262~263쪽)
어슐러 K. 르 귄, 마거릿 애트우드, 옥타비아 버틀러, 테드 창……
두 명의 인류학자가 읽고 쓴 SF
인류학이 ‘타자’를 탐구하는 데에서 출발하였듯이, ‘타자’와의 마주침은 SF에서도 오래도록 다뤄온 고전적인 주제였다. 그렇다면 SF 속 ‘타자’와의 마주침을 인류학적 관점으로 더 깊이 통찰할 수 있을까. 책의 저자 정헌목은 불가해한 타자인 ‘바다’와 인간과의 만남을 다루는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로부터 출발해, 인류학에서 타자를 다뤄온 흐름을 소개한다. 더 나아가 한국 사회가 타자를 다뤄온 방식을 성찰한다. 또한 김초엽의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와 인류학의 통과의례 논의를 연결함으로써, 장애를 지닌 사람들과 진정으로 연대하기 위해 한국 사회에 필요한 ‘의례’에 대해 고찰한다.
픽션과 논픽션을 연결하고, 현실과 상상을 엮어나가는 읽기는 인류학의 고전적 주제인 ‘타자’에 그치지 않는다. 배명훈의 『타워』를 도시인류학의 관점에서 읽으며 차별과 불평등에 대해 논하고, 어슐러 K. 르 귄의 대표작『어둠의 왼손』을 젠더 인류학과 결부시키며, ‘남성성’과 전쟁에 대해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식과 출산에 관한 인류학의 연구 사례를 옥타비아 버틀러의 「블러드차일드」와, 생태와 환경에 관한 인류학적 논의를 김초엽의 『파견자들』과 연결한다. 이렇게 여덟 편의 SF를 인류학의 논의와 연결시킴으로써, 정헌목은 지금까지 당연시해온 세계에 문제를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지금과 다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읽어낸다. ‘읽기’라는 행위를 통해 우리의 공상이 현실을 어디까지 뒤집을 수 있는지 고찰하는 사고실험인 셈이다.
반면 황의진은 페미니즘의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세 편의 SF를 ‘가상 민족지’라는 형식으로 다시 쓴다. 『시녀 이야기』, 『어둠의 왼손』, 『킨』의 설정과 줄거리를 마치 인류학자의 연구 사례인 것처럼 가정해 세 편의 SF를 인류학 보고서로 새롭게 쓴 것이다.
『시녀 이야기』 속 배경인 ‘길리어드’로 잠입해 ‘시녀’의 삶을 그들의 목소리로 재구성하고, 1969년 발표된 『어둠의 왼손』을 2020년대의 시각에서 다시 쓴다. 전 세계적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가 가중되는 지금 가상 민족지에 실린 시녀들의 증언은 우리 곁에서 생생하게 길어 올린 목소리가 되어 현실과의 공명을 자아내고, 어슐러 K. 르 귄 자신도 인정했던 『어둠의 왼손』의 시대적 한계를 보완한다. 이러한 다시-쓰기는 SF를 동시대 한국 여성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하며, 낯설게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를 지금 우리의 경험으로 읽히게끔 하는 흥미로운 작업이다. 또한 황의진은 옥타비아 버틀러의 『킨』을 특정 개인의 삶을 깊이 파고들어 쓰는 ‘생애사 연구'의 형태로 쓴다. 작품에 등장하는 네 여성의 생애를 써 내려간 이 글은 한 여성의 삶, 특히나 ‘흑인 노예 여성’의 삶이 얼마나 교차적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밝힌다. 더 나아가 어느 개인을 재현하고 그리는 윤리에 대해서도 고찰한다.
두 인류학자는 인류학의 관점으로 SF를 읽고 다시 씀으로써, ‘타자’의 삶에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 그리고 이를 통해 수많은 ‘타자’로 이루어진 세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이는 세계에서 누락된 존재들을 마주하는 독법인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새로운 윤리로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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