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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의 귀향 조선의 상속

권내현 지음
너머북스

2024년 09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1년 07월 0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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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56.74MB)
ISBN 9788994606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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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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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비 가계 2백 년의 기록을 분석하여 『노비에서 양반으로, 그 머나먼 여정』이란 인상적인 책을 집필했던 권내현 교수(고려대)가 1556년 대구의 한 양반가의 가출 사건에 주목하면서 조선시대 상속의 역사를 담은 신간『유유의 귀향, 조선의 상속』을 냈다. 소재가 된 사건은 이항복이 「유연전」이란 기록으로 남겼는데, 16세기 프랑스의 마르탱 게르 사건과 흡사하다. 균분 상속에서 장자 우대 상속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벌어진 소설보다 극적인 이 실화에는 ‘상속’을 둘러싼 당대인의 욕망과 갈등, 관습과 제도가 응축되어 있었다. 장남 노룻을 해야 할 ‘유유’의 가출과 귀향, 실종은 남은 가족들의 일상에 큰 파문을 던졌다. 8년 만에 돌아온 유유의 진위는 명확하지 않았으며, 상속과 가계 계승을 둘러싸고 그의 부인인 백씨와 동생 유연 사이에는 묘한 긴장이 흐르고 있었다. 여기에 처가의 재산 상속에 관심이 있었던 왕족인 유유의 자형이 끼어들었다. 쉽게 해결될 것 같았던 사건은 인물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데다 훈척 대신이 재판을 편파적으로 이끌면서 뒤틀어진다.

상속 갈등과 결과가 뒤바뀐 재판을 통해 16세기의 일상과 욕망, 관행과 제도, 사법과 정치 현실까지 폭넓게 다루는 이 책은, 이 사건에 그치지 않고 17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 시기를 확장하여 균분 상속에서 장자 우대 상속으로의 전환 과정과 그 실상에 대해서도 자세히 살펴본다. 또한 조선시대 상속제도의 변화를 비교사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일찍 장자 상속제를 선택한 유럽과 조선을 비교하고 그것이 근대 사회로의 전환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탐색한다.

저자는 유럽이 장남에게 극단적으로 몰아준 장자 상속제로 인해 부가 집중되었고 경제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는 견해는 유럽 중심주의라 일축한다. 균분이란 오랜 상속 관행을 깨고 조선 사회가 장자 우대 상속으로 재편되었던 현실적 배경을 짚어내면서, 장남에게 가계 계승의 명분을 주면서도 나머지 아들들이 상속에서 배제되지 않고 장남 주변에 머물러 살았던 전략적 선택이 한국 사회의 근대 이행의 특징이라 강조한다. 이 책은 16세기 어느 양반의 가출에서 비롯된 비극적 종말이라는 비일상적인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그 과정에서 조선의 상속 전반에 관한 흥미로운 여행을 할 수 있게 쓴 독특한 수작이다. 2021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이다.
머리말
들어가며

사라진 유유
유유의 가출
아버지와 아들
아들과 딸
결혼과 상속

종친 이지
왕족인 자형
종친의 삶
이지의 편지
처가 재산에 대한 관심

유유의 귀향과 유연의 재판
돌아온 유유
유유의 진위
유연의 재판
유연은 형을 죽였나

상속, 그리고 각자의 이해
탈적, 형의 자리를 빼앗다
형망제급, 장남과 차남
총부, 큰며느리와 작은아들

사림의 세상, 이지의 재판
또 다른 유유의 출현
이지의 재판
상속의 정치적 활용
유연 집안의 상속 문제

유연과 이지를 기억하는 방식
유연의 억울함을 알리다
이지를 위한 변명
백씨는 악녀인가
족보에서 빼다
공정한 재판에 대한 기대

적장자의 시대
정약용의 비판
종법과 상속
재산 감소와 상속
상속의 실상
평민과 노비의 상속

유유와 마르탱 게르
두 명의 가출자
유럽의 상속
『오만과 편견』
조선의 적장자 우대 강화
유럽과 조선

마치며
참고문헌
미주

왕조의 통치자인 국왕을 생각하면 이는 쉽게 이해가 간다. 국왕의 권력은 결코 분할 상속되지 않는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그 권력은 보통 장남인 세자에게로 상속된다. 나머지 자녀에게는 경제적 지원을 통해 생활의 방편을 마련해 줄 뿐이다. 권력과 경제력이 분할되면 왕조 자체도 분할되어 오래 유지될 수 없다. 중세 유럽 프랑크 왕국의 카롤루스(카롤링거) 왕조는 분할 상속의 전통에 따라 여러 자식들이 영토를 나누어 가지고 대립하면서 쇠락했다. 반면 뒤이어 등장한 카페 왕조는 장남을 미리 후임자로 정하여 왕위 계승과 왕조의 안정을 꾀하였다.
우리는 왕권의 장자 단독 상속 전통을 일찍이 확립하였지만 조선시대 일반 양반가의 상속 양상은 이와 달랐다. 조선의 양반들에게는 자식들에게 상속할 정치 권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양반이란 신분은 세습되었지만 정치 권력은 과거라는 경쟁을 뚫고 난 뒤에 서서히 획득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때 획득된 관직이나 권력은 자식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공신전 같은 특수한 토지가 있기는 했지만 관료나 일반 양반들에게 국가가 영구하게 제공한 토지도 없었다. 양반들은 상속받았거나 개별적으로 확보한 경제력을 다시 자녀들에게 물려주었을 뿐이다.
조선의 양반들은 자신의 경제력을 장남에게 집중시키는 대신 분할 상속을 선택하였다. 분할 상속을 통해 가계의 영속보다는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여러 가계와 공유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결혼으로 서로 얽힌 가계들은 가깝게는 친족 의식을 멀게는 혈연적 유대감을 공유하였다. 한 개인은 부계, 모계 친족은 물론 배우자의 부계, 모계 친족과 결합되었다. 이러한 결합을 가능하게 했던 물질적 토대는 균분 상속이었다. 균분 상속은 한편으로 자녀들에게 분할된 재산이 결혼을 통해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 것이기도 했다. _본문 51~52쪽

다시 유유의 집안으로 돌아오자. 유유와 유연의 어머니는 일찍 사망하고 아버지 유예원은 1561년에 죽었다. 가출한 유유가 첩, 서자와 함께 서울에 나타난 것은 1563년이고 동생 유연을 만나 대구로 돌아온 것은 1564년 초였다. 1554년에 규정된 총부의 범주를 따르면 유유는 부모 사후 생존해 있었으므로 부인 백씨는 총부가 될 수 있는 일차적 자격이 있었다. 문제는 1561년 유예원 사후 이 집안의 제사를 누가 주관하여 지냈는가 하는 점이다.
가출한 유유는 부모의 상과 제사를 돌보지 않았다. 만일 남편 유유의 부재 상황에서 백씨가 제사를 주관해 왔고 유유가 자식 없이 죽었다면 백씨의 총부권은 한층 명확해질 것이다. 그런데 유예원의 죽음 이후 1564년 유연이 처형당했던 시점까지 이 집안의 제사를 누가 주관했는지는 자료를 통해 확인하기 어렵다. 유연이 이를 주관하였고 유유가 사망했다면 유연이 형망제급에 의해 가계를 이을 가능성이 더 크다.
여러 정황상 유연이 집안의 제사를 주관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이 살아 돌아온 이상 그 권한을 형에게로 넘겨야 했다. 사람들이 유유가 동생 유연에 의해 살해되었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반면 백씨는 집과 승중 재산을 시동생에게 넘기지 않기 위해서는 총부가 되어야 했다. 백씨가 시동생 유연을 살인자로 고발한 이면에는 이러한 재산권의 문제가 있었다. _본문 155~156쪽

권위와 특권, 경제력을 장남에게 집중시킨 유럽의 장자 상속제와는 달리 부계 공동체의 안정적인 존속을 기대했던 조선의 상속 방식은 장남을 우대하면서도 나머지 아들들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농민들은 신분 상승을 기대하며 양반의 삶을 모방하였다. 그들 역시 부계 공동체에 관심을 가지고 동성촌락을 형성해 나갔으며 장자 우대 상속을 수용하였다. 근대 이후 장남의 상속 몫은 더 늘어났는데 이는 지역과 계층을 불문하고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균분 상속은 부계 공동체와 그것의 장기 지속에 대한 염원이 아직 절실하지 않았을 때, 처가살이의 관행이 지속되고 딸에 대한 차별이 필요하지 않았을 때, 개별 가계의 경제력이 유지되거나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을 때 조선이 선택한 방식이었다. 장자 우대 상속은 이러한 조건이나 기대가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나타난 방식이었다. 상속 관행이 사회 변화에 적응해 간 것이라면 그 새로운 전환은 부계 공동체의 이완과 평등 의식의 성장, 경제력의 확대라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_본문 317~318쪽

소설보다 더 극적인 실화

책의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이 사건은 같은 시기 유명한 프랑스의 마르탱 게르 사건과 비슷하다. 유유의 가출과 귀향, 이를 둘러싼 재판이라는 큰 흐름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사건이지만 결말은 완전히 달라지는데 여기에 상속 재산의 향방이 결정적이었다. 사건으로 들어가 보자.
유유가 가출한 후 아버지 유예원이 사망하였다. 동생 유연이 형 대신 집안의 대소사를 주관하며 살던 중 1562년 자형 이지에 의해 해주에 사는 채응규가 유유라는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이듬해 유유는 가출한 지 7년 만에 춘수라는 첩, 정백이라는 아들과 함께 돌아왔다. 문제는 유유의 진위였다. 얼굴과 몸매가 달랐기 때문이다. 이지는 틀림없다고 했고, 유연은 의심했다. 친척과 주위 사람 다수가 가짜라 했지만 진짜라 확신하는 의견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채응규는 백씨 부인과의 첫날밤 비밀스런 부위까지 증언하며 진짜라 항변했고, 진위를 가릴 수 주인공 백씨 부인은 침묵하는 대신 정백을 자신의 아들로 거둬들였다. 그런데 진위를 가리는 대구부의 재판이 갑자기 살인사건으로 전환되었다. 보석으로 재판을 받던 채응규가 실종되었고 첩 춘수는 탈적, 즉 형의 자리를 뺏기 위한 친형 살해로 유연을 고발했다. 백씨 부인 또한 유연을 원망했다. 결국 유연은 살인사건 그것도 강상죄를 적용받아 의금부로 이송되었고 고문과 자백 속에 능지처참란 비극적 종말을 맞았다. 유연이 탈적을 노리고 형을 죽였을까? 백씨 부인은 왜 시동생 유연을 살인자로 내몰았을까? 자형 이지는 무슨 이유로 채응규를 유유라 확정했으며 또한 유연 재판에 영향을 행사했을까? 해소되지 않은 의구심을 남긴 채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형망제급과 총부권, 16세기 상속의 관습과 제도가 충돌하다

권내현 교수는 종법이 일상에서 뿌리내리기 시작한 17세기, 늦어도 18세기 이후라면 이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 했다. 이 집안의 장남 유치가 아들 없이 죽었지만 아마도 양자를 들여 가계를 이어나갔을 것이고 이때 유유, 유연 혹은 유유의 부인 백씨는 가계 계승과는 관련 없는 인물이 되기 때문이다. 즉 가계 계승자에게 더 주어지는 상속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위 이지 또한 상속에서 딸의 몫이 줄어들다 점차 사라지므로 처가 재산에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16세기 조선 사회의 일반 양반가에서 종법이 아직 정착되어 있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당시 관습은 장남이 자식 없이 죽었을 때 그의 부인이 총부로서 제사를 관리하고 가계 계승자를 선택할 수 있었다(총부권). 반면 법전의 규정은 그 권리를 장남의 남동생에게 부여했다(형망제급). 관습과 제도의 모순이 충돌한 데다 이 시기에 가계 계승자에게 돌아가는 상속 몫이 점차 늘어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유연이 형을 죽인 이유로 사람들이 생각한 탈적(奪嫡)이란 ‘적통을 빼앗다’, 구체적으로는 집안을 이어 나갈 적장자의 지위를 빼앗아 차지한다는 의미다. 저자는 당시의 탈적과 재산 분쟁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그런데 여기서 백씨 부인의 처사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백씨가 채응규의 진위를 적극적으로 가리지 않았고 그의 아들(정백)까지 데려다 키운 것은 상속과 가계 계승에서 불안한 위치에 있었던 자신의 처지를 고려한 행위였다. 더 나아가 그녀는 불확실했지만 하나의 안전판이었던 남편(채응규)이 사라지자 시동생 유연을 살인자로 고발하여 마침내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 자형 이지는 처가의 재산 상속에 관심이 많았다. 균분 상속의 관행에 따라 죽은 부인의 몫이 처가로부터 올 것이지만 그는 그 이상을 탐냈다. 결국 이지의 욕망과 유연의 죽음은 균분 상속의 틀이 유지되는 가운데 가계 계승자의 몫이 늘어나고 있었던, 하지만 아직 종법은 뿌리내리지 않았던 시대의 소산물이었던 것이다.

이항복의「유연전」은 소설이 아닌 사실의 기록

그런데 사건은 끝이 아니었다. 유연이 처형된 지 16년이 흐른 1579년 진짜 유유가 나타난 것이다. 이내 유연이 억울하게 능지처참되었음이 입증되었고, 잘못된 재판을 바로잡기 위해 사건의 단초를 만든 가짜 유유, 즉 채응규를 찾아 잡아들이는 일이 우선이었다. 다음으로 채응규가 왜 가짜 유유 행세를 했는지, 그 배후에는 다른 인물은 없는지로 초점이 이동했다. 채응규는 압송 도중 자결했다. 이지는 채응규를 사주한 혐의를 결코 인정하지 않았지만 춘수가 이지를 지목하는 자백을 했고, 이지는 결국 신문 과정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유유의 가출에서 시작하여 이지, 채응규, 춘수의 공모를 거쳐 부실한 수사와 재판으로 만들어진 유연 사건은 억울한 죽음과 한 집안의 붕괴라는 파국으로 끝이 났다. 한편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평안도에서 서당 훈장을 하면서 천유용으로 살았던 진짜 유유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버지의 상장례에 참여하지 않아 인륜을 저버린 죄로 100대의 장형과 3년의 도형을 모두 채운 뒤 고향 대구로 귀향했고 2년 만에 죽었다.

이 사건은 어디에 어떻게 기록되어 전해왔을까? 이항복의 「유연전」, 권득기의 「이생송원록」, 사건의 신문 기록인 공초, 실록의 처리 기사, 그리고 많은 관료와 지식인이 관련 기록을 남겼다. 특히 이항복의 「유연전」은 풍부한 문장력을 바탕으로 흥미롭게 그려져 오늘날 국문학계는 소설로 간주한다. 저자는 「유연전」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실존 인물이었으며, 사건의 전반적인 흐름도 사실과 부합한다며 역사가의 눈으로 읽어낸다. 이항복의 관점은 유연의 억울함에 가 있었던 반면, 권득기의 「이생송원록」은 이지의 관점에서 쓴 기록이다. 작자의 의도와 관점에 따라 범죄의 주체를 다르게 볼 뿐만 아니라 재구성한 사건의 내용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권내현은 이러한 자료들을 다양한 분재기와 다른 사건 자료와 비교하고 당대의 사회상을 최대한 고려하여 사실을 재구성한다. 『유유의 귀향, 조선의 상속』은 유연 재판 사건을 통해 16세기 당대의 상속과 가족 갈등에 얽힌 사회 현상, 정치 세력 변동에 따른 판결의 번복이라는 정치 현실까지 다루는데, 신중한 재판을 통해 억울한 처분을 받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점 또한 저자가 중시하는 독법이다.

17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 장자 우대 상속으로의 전환 과정과 그 실상

자녀 균분 상속의 관행, 총부권과 형망제급 규정이 부딪친 유연 사건의 배경은 17세기 이후의 현실에서는 점차 낯선 일이 되고 있었다. 『유유의 귀향, 조선의 상속』은 20세기까지 시기를 확장하여 자녀 균분에서 장자 우대 상속으로의 전환 과정, 상속의 실상, 그리고 평민과 노비의 상속까지 기술한다.
장자 우대 상속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던 배경에는 상속 재산의 축소(경제력)와 종법(이념)의 확산 두 가지가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흐름 속에서 아들 사이의 차별, 딸에 대한 차별이 커짐에도 상속 갈등과 송사는 외려 줄어든다는 것이다. 즉 줄어드는 재산과 적장자 우대라는 현실에 직면하여 움츠러들었던 것이다.
또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18세기에도 균분의 유제는 뿌리깊게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일례로 1703년 광주의 전의 이씨 이집의 4남매는 봉사조를 제외하고 부모의 토지와 노비를 균등하게 나눠 가졌다. 분할 상속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19세기 조선 사회에도 적장자가 대부분의 재산을 독차치하지는 않았다. 조선과는 달리 일찍부터 장남 단독(중심) 상속이 확립된 유럽에서 장남이 아닌 귀족의 자제들은 새로운 생활 방편을 찾아 떠나야 했는데 반해, 조선에서는 차남들도 일정 부분 상속을 받고 장남 주변에 머물며 함께 살았다. 적장자 우대 상속은 현실적으로는 장남에 의한 가계 계승을 보장하면서 나머지 아들들의 경제적 몰락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권내현 교수는 딸들에 대한 차별과 아들들에 대한 우대를 거처 장남 우대로 상속 관행이 바뀐 것은 경제력 하락을 경험한 당대인들의 전략적 선택에 따른 것으로, 조선시대가 근대로 이행하는 방법으로 해석했다.
장남을 우대하는 관행은 근대 이후에도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아버지의 권위는 장남에게 이어졌고 그는 상속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오늘날에는 개별 가계의 경제력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외피가 얇아지면서 다시 균분 상속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물론 장남 우대라는 오랜 상속 전통과 균분의 부활 속에서 결등을 겪는 집들도 있겠지만 장남 우대 상속은 조만간 역사의 뒤꼍으로 사라질 것이다.

유럽의 장자 상속제와 조선의 차이

『유유의 귀향, 조선의 상속』의 마지막 장에서 거의 같은 시기 조선과 프랑스의 가출자인 유유와 마르탱 게르를 대비한 것은 조선시대 상속제의 변화를 비교사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다. 유럽의 가족 유형과 상속 방식은 지역이나 계층에 따라 다양했지만 유럽의 귀족들은 대체로 11~12세기를 거치며 장자 상속제를 채택했다. 국왕의 권력이 장남을 통해 계승되는 것은 유럽이나 조선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유럽의 귀족들은 처가살이의 전통이 없었고, 여성에 대한 차별도 훨씬 강고했다. 그들은 세습되는 영지와 작위, 농민에 대한 지배권을 가지고 있었으나 조선 양반들은 대개 그렇지 못했다. 유럽의 귀족들이 택한 장자 상속제는 장남이 아닌 아들들에게는 매우 가혹한 것이었다. 성직자, 군인, 상인 등으로 새로운 삶을 찾아야 했다. 조선에서는 균분에서건 장자 우대에서건 차남들의 생활 방식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동시대 유럽과 조선의 차이는 유유와 마르탱 게르의 간격, 그 이상이었다.
일부 경제사가는 영국을 포함한 유럽의 장자 상속제가 부의 집중을 통해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게 한 발판이었다고 이해한다. 반면 이슬람 사회와 같이 공평한 분할 상속을 실시했던 지역은 재산의 파편화로 자본 축적과 근대적 경제 성장이 어려웠다고 보기도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견해가 유럽 중심주의나 결과론적 해석이라 비판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권내현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역사연구회 연구위원장, 동아시아문화교류연구소 소장,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집행위원장 등 여러 학회와 단체의 임원을 역임했거나 맡고 있다. 현재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선후기 사회경제사를 전공하였고, 특히 호적대장을 활용한 가족·친족·신분연구, 조선·청 간 교류와 은 유통에 관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모두의 한국사』(예경, 2019, 공저), 『노비에서 양반으로,그 머나먼 여정-어느 노비 가계 2백 년의 기록』(역사비평사, 2014),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웅진지식하우스, 2011,공저), 『The Northern Region of Korea-History, Identity, and Culture』(University of Washington Press, 2010, 공저), 『조선 후기 평안도 재정 연구』(지식산업사, 2004) 등이 있다.

작가의 말

지금 한국 사회는 조선시대처럼 가문의 영속을 염원하지도, 아들 특히 장남을 통해 그것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조상들이 기대했던 영속에 대한 갈망은 줄어들었지만 부와 권력, 그리고 문화 자본까지 자녀들에게 상속하려는 욕망은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의 상속 갈등을 조선 상속제의 변화 양상과 유럽의 상속 현상을 통해 반추할 기회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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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유의 귀향 조선의 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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