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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탱볼

문학동네청소년 73
강이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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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19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8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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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1.65MB)
ISBN 9791141607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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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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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탱볼 던지는 초등학생 리라, 추리소설 좋아하는 중학생 하나, 까칠한 고등학생 동우는 날마다 향수문방구에 모인다. 이곳은 ‘미스 마플’이라 불리는 전직 형사 영욱의 가게다. 그리고 이들을 따라 엄마가 남긴 암호문, 뒤바뀐 쌍둥이의 운명, 출생의 비밀, 트라우마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강아지 등 각종 사건들이 드리운다.
아이들과 영욱은 사건을 하나씩 풀어 가면서 각자의 상실에 직면하게 되고, 이는 정체성을 뒤흔드는 위기로 다가온다. 그러나 향수문방구의 낡은 원탁에 모여 앉아 추리소설을 읽고, 꽈배기를 나누어 먹는 느슨하고 따뜻한 시간이 모두에게 다시 일어설 용기를 준다. 서로의 마음에 기대어, 아이들은 탱탱볼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삶에서 ‘나’의 중심을 찾아나간다. 2019년 현진건문학상에 단편 「스노볼」이 추천작으로 선정된 강이라 작가의 첫 장편소설로,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와 통통 튕기는 유머, 애틋한 미스터리가 청소년 독자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향수맨숀의 전설
백계단의 아이
세상이라는 암호문
수요일에는 추리소설을
탱탱볼과 도도마
맥도날드의 미스 마플
흔들리는 노란 스마일리
고릴라는 생각하지 마
원탁의 추리
이상한 사람과 씹던 껌
잠 못 드는 강아지
문방구에 모두 모이다
어떤 약속
범인의 흔적
클로즈드 서클
놓을 수 없기에
거꾸로 선 나무
두 개의 이름
쌍둥이의 방
엄마의 비밀 메시지
나는 나
언젠가 다시
제자리멀리뛰기
여름방학
모험의 시작
어제 던진 공

작가 노트
추리소설 더 읽기

아이는 영욱이 자신을 스캔 중이라는 걸 알고 협조라도 하듯 꼼짝하지 않았다. 한동안 가만히 있던 아이가 두 손을 허리에 척 올리며 턱을 치켜들었다. 가시를 바짝 세운 가시복을 닮았다고 영욱은 생각했다. 한껏 덩치를 키워 봤자 가시복에는 독이 없다. (11쪽)

“미스 마플…….”
영욱은 말없이 동우를 기다려 주었다.
“왜 그랬는지 궁금한 일이, 제게도 생겼어요……. 마음이 쓰이는 아이가 있어요. 도움이 되고 싶어요.” (40쪽)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이고 아이는 돌아섰다. 가방에 달린 노란 스마일리 키링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좌우로 흔들렸다.
‘저 아이도 크느라 흔들리는 거겠지.’
영욱은 흔들리는 아이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았다. (45쪽)

“사람들은 왜 쉬운 것도 어렵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쉬운 건 그냥 쉬운 건데 왜 쉬운 걸까를 계속 생각하니 어려워지는 거잖아요. 그냥 믿으면 되는데, 왜 믿어야 하냐고 물으면 믿어야 믿는 대로 된다고 말할 수밖에요.” (59쪽)

동우는 고등학생 서영지가 이상했다. 영지의 아주 사소한 행동들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첫 수업 시간, 영지는 새 교과서를 펼쳐 가운데를 꾹꾹 눌렀다. 항상 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책상에 팔꿈치를 얹고는 턱을 괴었다. 모두 중학생 서영지는 하지 않던 행동들이었다. (62쪽)

“동우야. 사건을 대할 때 추리력이나 집요함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뭔지 아니?”
“…….”
“바로 선의야. 좋은 뜻, 착한 마음, 바른 행동.”
동우는 잠자코 영욱의 말을 들었다.
“섣부른 너의 행동이 그 아이에겐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어. 그걸 잊지 마.” (69쪽)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뭐라고 불리든 결국 나는 나, 아닐까. 너희 셋은 나를 다 다르게 부르잖니. 리라, 네가 나를 부를 때는 도도마지만 하나는 외할, 동우는 미스 마플이지.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때마다 다른 사람이 되는 게 아니잖니. 신영욱이란 이름도 마찬가지. 이름이 바뀐다고 그림자까지 바뀌는 건 아니야.” (115쪽)

“탱탱볼을 잡으면 이렇게 주먹이 돼요. 주먹은 용기가 되고요.”
영욱은 자신의 주먹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러네. 용기가 나네.” (119쪽)

“이 소설에는 세 가지 폭력이 나와. 아이를 옥상에서 떠미는 신체적 폭력, 못된 말로 남을 괴롭히는 언어적 폭력. 마지막이 뭔지 아니?”
영욱이 이어 말했다.
“생각의 폭력. 미워하고 저주하는 거.”
영욱이 하나의 이마를 가리켰다.
“머리로.”
이번에는 하나의 왼쪽 가슴을 가리켰다.
“그리고 마음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가장 나쁜 거야. 결국 자기 자신을 해치거든.” (129~130쪽)

리라는 잠시 문방구를 바라보았다. 아주 오랜만인 것 같기도, 어제 왔던 것 같기도 했다. (155쪽)

손님은 없지만 사건은 넘치는 향수문방구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향수문방구는 손님이 하루에 한두 명밖에 오지 않는 한가한 가게다. 문방구 주인 영욱은 천직이라던 형사를 그만두고, 낡은 문방구에서 추리소설을 읽으며 고요하게 보낸다. 그런 영욱 앞에 대뜸 ‘어제 던진 공’을 찾으러 왔다는 당돌한 초등학생 리라가 등장하면서 고여 있던 영욱의 날들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거기에다 문방구에서 스티커를 훔치다 리라에게 붙잡힌 중학생 하나, 똑똑하지만 의심 많고 툭툭대서 오해받기 십상인 고등학생 동우까지. 영욱의 후배 형사가 떠맡긴 강도 목격견 무무의 불면증쯤은 사소한 문제로 보일 정도다! 과연 향수문방구 아이들은 무무를 재울 수 있을까? 리라의 뒤를 쫓는 검은 그림자는 누구일까? 남에게 무심한 동우가 처음으로 관심을 가진 아이는 누구일까? 하나의 엄마가 남긴 암호의 뜻은? 뜻밖의 사건들로 향수문방구는 오늘도 떠들썩하다.

뭐라고 불리든, 결국 나는 나야
이름이 바뀐다고 그림자까지 바뀌는 건 아니야

리라와 하나, 동우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이름, 내가 원했던 것이 아닌 운명과 정면으로 부딪치며 흔들린다. 리라는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가족과 일상이 한순간 뒤집히면서 혼란에 빠진다. 어딘가로 굴러가 사라져 버린 탱탱볼처럼, ‘나’를 순식간에 잃어버린 것이다. 엄마 아빠도, 사는 곳도, 심지어 이름조차도 내가 알던 것이 아니었다면, 과연 ‘나’라는 사람은 누구일까?
하나는 친구 같던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호된 사춘기를 겪는다. 아빠에게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 마음속에 쌓아만 둔 감정들은 어느덧 커다란 심연으로 자라나 하나를 집어삼킨다. 내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 쌓아 올린 벽이 나 자신을 가두어 버렸을 때, 그곳에선 어떻게 빠져나와야 하는가.
동우는 어려운 가정환경에 억눌려 자기 자신을 모른 척하던 아이다. “나는 김동우가 아니다. 나는 김동우가 아니다.” 되뇌다 보니 불행은 물론 행복까지도 ‘나’를 비껴가 버렸다. 그런 동우에게 같은 반 영지는 결코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책을 꾹꾹 눌러 펴고, 머리를 귀 뒤로 넘기고, 도서관에서 마주쳐도 모른 척하는 사람은 동우가 알던 영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동우는 자기 자신을 속여 본 사람만이 눈치챌 수 있는, 이 어려운 문제를 풀어 보고 싶다.
『탱탱볼』은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가 버거운 모든 십 대들을 위한 이야기이다. 리라, 하나, 동우는 누군가 지어 준 이름, 나에게 주어진 환경을 넘어 고유한 나 자신은 누구인지 치열하게 묻는다.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은 어떤 운명이 닥쳐와도 단단히 버티고 설 수 있다. 그렇기에 커다란 상실과 아픔 속에서도 ‘나’를 받아들이고 ‘나’로서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된다.

땅으로 던져도 하늘로 솟아오르는 탱탱볼처럼, 결코 꺾이지 않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가만히 지켜봐 주는 믿음직한 시선

“탱탱볼을 잡으면 이렇게 주먹이 돼요. 주먹은 용기가 되고요.”라는 리라의 말처럼, 『탱탱볼』의 리라와 하나, 동우는 넘어져도 주먹을 꼭 쥐고 다시 일어선다. 그리고 이들 곁에는 항상 향수문방구와 영욱이 있다. 영욱은 오랜 형사 생활 동안 훈련된 감으로 아이들의 속사정을 예리하게 알아챈다. 그러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 무심하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준다. 영욱이 아이들에게 건네는 사려 깊고 은근한 위로는 독자들의 마음에도 온기를 전한다.
『탱탱볼』에서는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미스터리의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동우는 추리의 세 가지 관점인 누가, 왜, 어떻게 했는가에 기반하여 쌍둥이 문제를 풀어 나간다. 하나는 엄마가 남긴 암호문을 추리소설 속 힌트를 사용해 알아낸다. 그리고 별명이 ‘미스 마플’인 전직 형사 영욱은 아이들이 사건의 벽 앞에서 막막해할 때마다 “질문은 한 번에 하나씩. 궁금해 죽겠다는 걸 들키는 순간 게임 끝이야.” “증거 수집에는 예외도 별개도 없어.” 같은 맞춤한 조언을 건넨다.
책의 맨 뒤에 실린 ‘추리소설 더 읽기’ 코너에서는 영욱과 하나, 동우가 읽던 추리소설을 모아 소개한다. 에드거 앨런 포, 애거사 크리스티 등 추리소설 거장의 고전부터 숨겨진 보석 같은 작품까지, 폭넓은 라인업이 추리소설의 매력 속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이제 탱탱볼은 제 손을 떠납니다. 누구의 마음에도 생채기 내지 않는 이야기였으면 좋겠어요. 통, 통, 통. 세상에서 가장 멋진 우주, 여러분을 향해 잘 튕겨 가기를 바라요._작가의 말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강이라

추리소설과 여행을 좋아한다. 요가 수련을 하며, 대학원에서 불교를 공부하고 있다. 그리고 소설을 쓴다. 제24회 신라문학대상에 단편 「볼리비아 우표」가, 201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쥐」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9년 현진건문학상에 단편 「스노볼」이 추천작으로 선정되었다. 소설집 『볼리비아 우표』 『웰컴, 문래』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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