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 너머
2024년 09월 09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9월 0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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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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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대 초반 힙합에 빠져 반골 정신을 온몸으로 익힌 그에게는 피디가 되어서도 버리지 못한 야심이 있었다. 어쩌면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피디가 된 것일지도……. 바로 만들고 싶은 걸 만들겠다는 것. 그는 「그알」을 무사히 졸업한 피디들에게만 주어지는 프로그램 기획의 기회를 잡기 위해 기꺼이 「그알」 팀에 합류한다. 그러나 그는 자기에 관한 호언장담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증명하듯 탐사 보도 프로그램의 매력에 금세 감화된다. “두 발로 뛰어다니며 모르던 것을 알아내고, 닫혀 있던 누군가를 걸어 나오게 하고, 막막했던 사건의 밑그림을 조금씩 그려내면서 얻는 보람과 쾌감을 아주 살짝 알게 된” 것이다.
알아버린 그는 파고든다. 보이스 피싱 조직을 검거하기 위해 위장 잠입을 시도하기도, 경찰 협조가 어렵다는 이유로 동료들이 다루지 않았던 ‘신정동 사건’을 맡기도, 무모함과 실천력을 무기로 끝내 협조를 얻어내기도, 범죄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신정동 사건’과 ‘노들길 사건’의 연관성을 제기하기도, 배산 대학생 피살사건의 범인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알」의 오랜 시청자라면 기억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엽기토끼와 신발장-신정동 연쇄살인사건의 마지막 퍼즐〉 편, 〈토끼굴로 사라진 여인-신정동 연쇄살인사건의 또 다른 퍼즐인가〉 편이 탄생했는데, 그는 이처럼 사건 해결의 작은 실마리라도 건지기 위해 자료와 사람에 끈덕지게 매달리고, 떠오른 의심을 예리하게 인식하고, 떠도는 의혹으로부터 분명한 사실만을 추려낸다. 이 책은 그 파고듦의 기록이다.
솔직하게 털어놓는
범죄 콘텐츠 제작자의 두려움
「그알」 유튜브 채널에서 목격되는, 우리가 안다고 말할 수 있는 도준우는 대체로 쾌활하다. 책은 영상에서 드러나는 육성과 표정에서는 포착할 수 없는 그의 이면을 보여준다. 쓰는 사람이 읽고, 요리하는 사람이 먹는 것과 같은 이치로 범죄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인 그는 범죄 콘텐츠를 부지런히 본다. 그리고 그가 보고 만드는 콘텐츠의 장르가 그가 가진 고뇌의 원인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강력 범죄자의 이름과 그들의 범행을 다루고 또 다루는, 범죄자의 자극적인 언행만을 부각하는 방송들을 볼 때마다 “무섭다는 생각마저 든다”는 저자는 그 이유를 “내 뇌리에 줄곧 도사리고 있는 불온함에 대한 공포와 정면으로 마주한 기분이 들어서”라 설명한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불온이란 엄연히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을 높은 조회수나 시청률을 위해 ‘볼 만한’ 무언가로 만들어야 하는 일 그 자체다. 이 불온한 숙명을 의식하는 그가 소재를 정하고, 취재하고, 영상을 촬영해 편집ㆍ송출하는 전 과정에서 제작 명분을 끊임없이 되뇌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범죄 콘텐츠가 많은 이에게 닿되 가벼이 닿아선 안 된다고 믿는 그가 지키는 것이 있다. 흥미와 스릴이 콘텐츠 제일의 목적이 되면 안 된다는 것. 그가 말하는 ‘스릴 너머’에는 “경각심 제고, 예방법 공유, ‘증거는 반드시 찍히고 발각된다’는 경고의 전달”과 같은 목적이 있다. 그는 언제나 이런 목적을 염두에 두고 일하려 노력한다. 그의 고뇌를 통해 우리는 ‘교양 피디란 어떤 무게로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는가’ ‘교양 프로그램은 어때야 하는가’라는 비교적 먼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듣기에 앞서 ‘직업인의 책무란 무엇인가’ 그리고 ‘범죄 콘텐츠를 소비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은 어때야 하는가’라는 일상적인 물음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또 「그알」이 어떻게 지금의 「그알」이 되었는지, 피디들이 그간 어떤 싸움을 통해 지금의 「그알」을 만들었는지도 엿볼 수 있다.
진지함도 진실, 유쾌함도 진실
진지한 소개를 앞세웠지만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영상 속 그를 닮아 유쾌하다. 진지함도 도준우의 진실, 유쾌함도 도준우의 진실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언론 고시’라는 언론사 공개 채용을 통과해 피디가 된 그이지만 그 과정이 대단히 학구적이었던 건 아니다. 그는 랩이 좋아 랩을 했고, 격투기가 좋아 격투기에 파고들었으며, 연인의 도발(?)에 UCC를 만들었다가 잠시 UCC 스타가 됐다. 각 잡고 시사 상식을 외우거나 매주 스터디 룸에 삼삼오오 모여 쓴 글에 대한 합평을 나누진 않았지만 누가 시키지 않아도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서 선보인 끝에 비슷한 선상에 있는 직업을 얻었다는 뜻이다. 그가 그만큼 수용자의 반응에 꾸준히 반응해온 사람이란 뜻이다.
그는 책에 자신이 직접 쓴 랩의 가사를 실었다. 그리고 우리는 대학 시절 적은 그의 랩 가사와 교양 프로그램에까지 활용된 그의 랩 가사 사이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가 만드는 콘텐츠를 보면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형식상의 유쾌, 내용상의 진지眞摯! 책을 다 읽고 나면 우리는 도준우를 딱 이 맥락에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다. 이런 그의 정체성을 ‘범죄 전문 피디 도준우’라는 단 한 줄로 기술하는 건 태만이다. 이제는 우리가 아는, 또 모르는 범죄 전문 피디의 면면을 부지런히 발견할 시간이다.
TV에 나오고 싶었다 11
두 번의 학사 경고가 남긴 것 21
원래는 슈퍼액션 쪽이었습니다 34
네? 조회수 10만 회라고요? 38
2부 어쩌다 교양 피디
목표는 MBC, 어쩌다 보니 SBS 47
크리스마스이브의 사직서 57
제발 사표 좀 받아주세요 63
알고 보니 아주 교양적인 인간 70
예능국은 시끄럽고 교양국은 고요해 79
지금 제보 만나러 갑니다 84
사실 이게 더 재밌는데요 94
예능에서 사고 치고 온 놈, 접니다 98
해외 출장=수하물 전쟁 102
테…… 테이프가 사라졌다 107
쓰나미가 와도 찍어야 해 112
혹등고래 만나는 건 힘들어 116
누구나 한류 스타가 될 수 있는 섬 120
우리는 그들보다 행복할까 126
드디어 짝을 만나다 130
예고의 신이라 불린 사나이 137
방송에서 디스랩을 하라고요? 142
위협, 협박, 고소 147
딱 1년만 해볼게요, 「그알」 165
3부 그렇게 「그알」 피디가 된다
「그알」 피디의 취재 기술 169
내겐 너무 무거운 「그알」 184
보이스 피싱 조직에 잠입하라 190
「그알」 피디는 가끔 사기도 당한다 198
아무튼 첫방 207
범인, 제가 잡아볼게요 214
무식함이 나의 힘 219
……헬로키티가 아닌데요? 227
‘나 같은 애’ 231
그땐 정말 네가 범인인 줄…… 236
불방 1호가 될 순 없어 244
똥줄은 이렇게 타는 겁니다 260
유족이자 용의자였던 남자 269
선입견이 가리는 것 274
답은 늘 현장에 있다 289
「그알」의 대표적인 헛발질이라뇨 298
문전박대에는 익숙합니다만 305
캄보디아 연쇄 멘붕 사건 311
범죄 전문 피디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 317
4부 방송국에서 유튜브 하는 사람
「그알」 피디가 힙합을 아느냐 325
유튜브 시켜주세요! 331
왜 또…… 338
범죄와 예능 사이 347
방송국에서 유튜브 하는 사람의 비애 358
내가 공황장애라니! 364
시청에 불편을 드려 사과드립니다 372
기획은 알코올에서 나온다(?) 382
내겐 너무나 귀여운 쉰여덟 살 386
「그알」 유튜브 최대 주주 392
내 범죄 쪽(?) 가장 친한 친구 398
이순신 장군보다 더 403
‘대지없’ 그리고 ‘엿맘’ 407
저한테 감사하지 마세요 416
마치며 421
같이 놀던 친구들이 하나둘 내일을 기약하며 집으로 돌아가고, 놀이하는 데에 정신이 온통 팔렸던 애들마저 엄마 손에 이끌려 떠난 뒤에야 나는 집에 돌아왔다. 어스름한 그 시각에도 한창이었던 솨아아아 지기징지기징 소리와 함께 들어간 집 안은 어쩐지 딴 세상 같았고 그 작은 소요를 잇는 유일한 소리가 텔레비전 소리였다. 맞벌이하는 부모님은 늘 저녁 늦게 귀가했고, 내겐 형제도 없었기에 자연스레 집에서 혼자 TV를 보는 시간이 많았다. (…) 정확히 내가 언제부터 피디가 되고 싶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피디라는 직업이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시절 TV 방송 내용을 받아 적고 흉내 내던 그 마음에서 네모 속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이 자라난 건 분명하다. (12)
거꾸로 돌려 비뚤게 쓴 선 캡과 얼굴을 압도하는 큼지막한 선글라스, 가슴이 보일락 말락 하는 헐렁한 농구 저지……. 무엇보다 자유롭고 열정 넘쳐 보이는, 아니 열정이 넘치는 걸 넘어서 신이 들린 듯한 무대 매너. 난 랩 하는 타이거 JK에 홀딱 반해버렸다. 그렇게 우연히 힙합에 빠졌고, 무대 위에서 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온통 뒤덮었다. 학교로 돌아간 나는 무작정 힙합 동아리를 만들었다. 처음엔 과 동아리로 만들어볼 생각이었으나, 우리 과는 한 해 정원이 35명에 불과했고 대부분이 힙합보다 사회운동에 더 관심이 있었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아예 중앙 동아리를 만들면 되는 거였다. 나는 그때부터 전공 서적과 필기구 대신 붐박스를 들고 등교했다. (25)
다큐멘터리 촬영 경험을 랩 가사에 담고, 탐사 보도 프로그램에서 디스랩을 선보이며 기존 방식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놀아본 경험은 내게 멀게만 느껴지던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좀더 친근하게 느끼도록 만들어주었다. 늘 가던 길에서 잠깐 벗어났을 때 내가 걷던 길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그로 인한 용기도 얻을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벗어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즐기려 한다. 내가 사는 망원동에서도 늘 가던 길을 벗어나 낯선 골목으로 걷다 보면 생각지 못한 맛집을 종종 발견한다. 횡재란 이럴 때 만나게 되는 것 같다. (146)
딱히 엉덩이가 무겁거나 가볍지도, 두괄식도 미괄식도 아닌 그저 ‘단순무식 스타일’이었던 나였지만 피디로서의 욕심과 자신감은 누구 못지않았기에 머릿속으로는 보란 듯이 「그알」 첫방을 대박 내는 호기로운 상상을 늘 했다. 그러던 중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경찰에서 최근보이스 피싱 조직원을 검거했다는, 이들에게서 알아낸 정보로 그 조직을 일망타진할 거라는. (191)
사건 현장 사진과 피해자 시신사진을 토대로 범인의 신체 정보를 유추해볼 수 있을지 분석을 의뢰했었는데, 그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이었다. 사실 의뢰를 할 때까지만 해도 큰 기대는 없었다. 16년 전 찍힌 저화질 사진 몇 장 분석한다고 유의미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단서가 없어도 너무 없다 보니 이거라도 분석해보자는 마음이었다. (284)
물론 「그알」이 미제 사건을 자주 다루긴 하지만 그 외에도 현시대가 다뤄주길 요구하는 다양한 사회 이슈에도 기민하게 반응하려고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디지털 성범죄, 디지털 사기, 딥페이크 등 온라인 범죄로까지 소재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 「그알」을 연출하던 시절, 오래된 미제 사건도 종종 취재했지만 실제로는 사회를 실시간으로 뒤흔드는 의제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알」 피디로서 나를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은 호기심이었는데, 과거의 사건보다는 지금 살고 있는 시대와 공간에서 공명하는 사건이 내게 더 많은 물음표를 던졌기 때문일 것이다. (289)
지난 16년간의 피디 생활을 돌아보면 나를 기쁘게 한 것도, 나를 힘들게 한 것도 결국은 사람이었다. 그토록 만들고 싶었던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예능국을 1년 만에 박차고 나온 것도 사람 때문이었고, 전혀 관심 없던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즐겁게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사람 때문이었다. 예능 피디에서 교양 피디가 되고, 교양 피디 중에서도 범죄 전문 피디가 되어온 과정은 내게 ‘어떤 일을 하느냐’ 이상으로 ‘어떤 사람과 일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리지만 꽤 분명하게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408)
「그것이 알고싶다」 본방부터
「그알저알」 「스모킹권」 「지선씨네마인드」까지……
예능국을 박차고 나와 교양국에 자리 잡은
범죄 전문 피디의 신랄한 생존기
흥미와 스릴만을 탐하는 이 세계에서
더 나은 것, 더 진실된 것, 더 유의미한 것이 무엇인지를
재고 따지는 그의 정신세계로 지금 바로 입장!
훌륭한 피디란 어떤 사람일까?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시류를 파악하는 눈으로 팀을 이끌어 방송을 잘 만드는 사람?‘천재’ 도준우 피디는 이런 능력을 다 갖췄지만 이 모두를 합친 것보다 ‘모르는 것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사람에 대한 관심’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예능에 더해 교양 프로그램까지 섭렵한 그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고 있는 이 책은 방송국에서 일하고 싶거나 피디로 성공하고 싶은 사람은 물론,“내가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것의 의미, 그것이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민해봐야 할 우리 모두를 위한 책이기도 하다. _박지선(범죄심리학자)
제목만 보고서는 살짝 긴장했는데 첫 장을 넘기자마자 ‘아 그렇지, 도준우 피디님 책이지’ 하고 무릎을 탁 쳤다. 랩을 좋아하고 남 웃기는 걸 좋아하던 예능 피디 지망생이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춘 「그알」 피디가 되는, 그 후에도 일련의 우당탕과 좌충우돌을 겪는 흥미로운 성장기다.한 편의 영화를 보듯 몰입해서 우리의 주인공을 응원하게 된다. 글도 위트 있게 쓰시네요……. _ 배두나(배우)
작가정보
SBS 교양국 피디.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이십 대 초반에 랩에 빠져 교내 힙합 동아리 ‘바운스 팩토리’를 창설했으며 직접 만든 〈훈민정음랩〉 〈용비어천가랩〉을 포털 사이트에 올려 큰 호응을 얻었다. 2008년 예능국으로 입사했지만 얼마 안 가 사직서를 냈고, 동료들의 만류로 교양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SBS 스페셜」 「짝」 「궁금한 이야기 Y」 등 교양 프로그램을 거쳐 2015년 「그것이 알고싶다」 팀에 합류했다. ‘신정동 엽기토끼 살인사건’‘노들길 살인사건’‘배산 대학생 피살사건’ 등 미제 사건을 다뤘으며 제28회, 제29회 한국PD대상 올해의 PD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는 「그것이 알고싶다」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팀원들과 「그알저알」「스모킹권」 「지선씨네마인드」 등 다양한 범죄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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