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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부탄에 삽니다

낭독자 김태리 , 민아 , 김보나
공명

2024년 09월 10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08월 25일 출간

총 시간
7시간 22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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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 상품 정보
듣기 가능 오디오
제공 언어 한국어
파일 정보 mp3 (600.00MB)
ISBN 978899787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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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부탄에 삽니다 총 16회
1회. 추천사

4분 5.00MB

2회. 작가의 말

8분 11.00MB

3회. 1부_은경, 부탄에 삽니다(굿모닝, 팀푸!)

78분 107.00MB

4회. 1부_은경, 부탄에 삽니다(부탄 탐방기)

21분 29.00MB

5회. 1부_은경, 부탄에 삽니다(내가 만난 부탄 사람 이야기)

44분 61.00MB

6회. 2부_연지, 부탄에 삽니다(배낭여행으로 쏘아 올린 대학생활, 그곳에서 만난 사람)

33분 45.00MB

7회. 2부_연지, 부탄에 삽니다(왔다, 사랑하는 곳으로)

42분 59.00MB

8회. 2부_연지, 부탄에 삽니다(이렇게 산다, 그리고 이렇게 간다)

32분 44.00MB

9회. 2부_연지, 부탄에 삽니다(항상 가까이 있었구나)

22분 30.00MB

10회. 2부_연지, 부탄에 삽니다(Present)

32분 45.00MB

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부탄은 어떤 모습일까? 부탄에 잠시 다녀온 사람은 있어도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의 말을 직접 들어볼 기회는 좀처럼 없다. 총 10명도 되지 않는 부탄에 사는 한국인들 중 세 명의 여자가 함께 책을 썼다. 한국 공공기관, 자영업,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저자들이 짧게 2년, 길게는 10년씩 부탄에서 자리 잡고 살아가게 된 이야기, 부탄에 대한 삶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코로나 19 펜데믹의 고립 상황 속에서 더 여실히 드러난 부탄만의 특별한 점들. 과연 이들도 행복했을까. 2022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70년대에 태어난 은경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 코이카)에서 부탄 월드프렌즈코리아 사무실에 처음 파견된 여성으로 한국인 남편, 여섯 살 아들과 함께 부탄에 와서 살고 있다(책이 출간된 지금은 NGO 대표로서 부탄에 살고 있다). 17년 차 국제활동가인 그녀는 유네스코, 유엔개발계획 등 유엔기구 및 국제 NGO 활동을 해오다 2019년 코이카 활동을 계기로 가족과 함께 부탄에 들어와 아이를 키우며 국제활동을 했다. 이 책을 통해 부탄에서 일과 육아를 하면서 느꼈던 경험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의 부탄 생활상을 담았다. 부탄의 특별한 환경정책과 부탄 사람들의 독특한 생활철학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들과 함께 알려준다.
세 명 중 가장 오랫동안 부탄에서 살고 있는 80년대생 연지는 ‘부탄인 남자와 결혼하여 사는 유일한 한국인’이다. 지난 10년간 부탄에서 살면서 보고 느낀 부탄의 가족과 문화에 대한 모습, 부탄에서 유일한 한국 식당을 운영하며 경험한 일들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부탄에서 살며 보고, 듣고, 느낀, 주관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지구의 모든 존재에 대한 영혼과 삶을 존중하는 부탄인의 영적인 삶을 사랑하며 이 글을 썼다.
90대생인 휘래는 유엔(UN) 부탄 국가사무소에서 국가 단위의 개발조정분석가로 일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온 동료들, 그리고 부탄의 동료들과 부탄을 위해 일하며 느낀 특별함과 함께 ‘행복한 나라, 부탄’ 뒤에 숨어 있는 다양한 시각의 이야기들을 전해준다. 남아시아 지역전문가이며 농업과 기후변화를 연구한다. 유엔 부탄 국가사무소에서 국가 단위의 개발 조정분석가로 일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온 동료들, 부탄의 동료들과 함께 부탄을 위해 일하며 느낀 특별함, 부탄의 민낯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국제사회에서 개발정책 연구 대상으로 부탄을 주목하는 이유와 사람을 환대하는 최고의 나라, 나 자신을 더 아끼게 해주는 힘을 가진 부탄에 대해 이야기한다.
1부 은경, 부탄에 삽니다
〈굿모닝, 팀푸!〉
2022년 부탄, 팀푸에서의 출근길|인연이 있어야 올 수 있는 나라|팀푸에 한국해외봉사단 사무실의 문을 열다|전통을 지키는 나라의 국왕이 주는 선물|부탄에서 육아하기|코로나19 시대에 부탄에서 고립되다|코로나19와 부탄 국왕의 빛나는 리더십|평화수호단 데쑹|락다운 시대의 생존법
〈부탄 탐방기〉
벼가 익어가는 마을, 파로|철새 검은목두루미가 날아드는 곳-폽지카 강테 람사르 습지|빙하호 만나기 - 부탄에어
〈내가 만난 부탄 사람 이야기〉
나의 요가 선생님, 양첸의 이야기|부탄 생리대 스타트업 - 두 여성 이야기
〈클린 부탄!〉
히말라야 산속 마을에 부는 한류열풍|부탄을 향한 한국의 손길|사무실 문을 닫으며

2부 연지, 부탄에 삽니다
〈배낭여행으로 쏘아 올린 대학생활, 그곳에서 만난 사람〉
인연의 시작, 인도|3,000킬로미터를 거슬러 올라간 겨울방학|이제 졸업인데, 우리 어떡하니?
〈왔다, 사랑하는 곳으로〉
히말라야의 작은 카페|눌러앉아버린 이방인|타시, 한국에 오다
〈이렇게 산다, 그리고 이렇게 간다〉
부탄 아버지, 어머니 이야기|한 집에 돼지 셋|어느 겨울, 죽음을 배우러 가셨다
〈항상 가까이 있었구나〉
하늘과 구름, 땅과 흙|여름 수행의 가르침|안녕, 곰아
〈Present〉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3부 휘래, 부탄에 삽니다
〈세상에 우연은 없고, 모든 것이 인연이라고 믿는 나라에서〉
공항명이 검색되지 않는 나라|조금 다르고, 많이 비슷한
〈We are meant to be here〉
〈환대를 느끼기에 가장 완벽한 곳, 부탄〉
해발 3,000미터의 캠핑부터 오래된 전통가옥 홈스테이, 그리고 독특한 호텔까지|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부탄의 관광 정책 - High Value, Low Volume(지속 가능한 여행을 위하여)
〈부탄을 위해 일합니다〉
부탄에서 만난 나의 동료들 - 소남, 셔링, 티티, 그리고 타시|부탄에서 만난 친구, 멘토 그리고 롤모델|Gross National Happiness Index, 국민총행복지수를 가지고 있는 나라
〈세계에서 가장 젊은 민주주의 국가의 도전을 응원하며〉
자발적으로 민주주의를 도입한 최초의 군주|14살이 된 부탄의 민주주의|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해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히말라야〉
계획하는 게 제일 좋은 서른 살|국경 봉쇄, 락다운, 그리고 기약 없는 코로나|히말라야가 전해준 위로|안녕, 부탄

부탄. 은둔의 나라, 신비의 나라, 그리고 행복의 나라!
이렇듯 부탄을 표현하는 말들은 모두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와는 동떨어진 별개의 세계 같은 느낌을 준다. 부탄은 개별여행이 허락되지 않고 부탄에 사는 한국 사람도 많지 않다. 그래서 부탄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무척 어렵다 보니 그런 표현들이 더욱더 많은 이들에게 와닿는 것 같다.
그렇다면, 부탄의 실제 일상은 어떤 것이고 부탄에서 일하며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이러한 물음에 대해 답하기 위해 잠시 스쳐 가는 부탄의 모습이 아닌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씩 부탄에서 자리 잡고 살아가며 느끼는 부탄의 현실적인 모습에 대해 보여주려고 한다.
우리는 부탄에서 일하며 부탄에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한국 여성들이다. 부탄에서 일하면서 부탄 사람들과 밀접한 관계 속에 살아가는 외국인은 그리 많지 않지만, 그중에서도 한국인은 유독 적다. 이 책이 출간된 2022년 현재는 10명이 채 안 되는 한국인이 부탄에서 살고 있다. 그중 우리는 한국 공공기관(2022년 8월 현재 NGO 단체), 자영업, 국제기구라는 각기 성격이 다른 곳에서 일하며 부탄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부탄에 삽니다》는 70년대생, 80년대생, 90년대생의 세 여자가 부탄에서 친구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책이다. 각자 부탄에서 살게 된 계기도 모두 달랐고, 부탄에 오기까지 경험했던 삶도 사뭇 달랐다. 그랬기 때문에 ‘여행지’로서의 부탄이 아닌 ‘일상’으로서 부탄의 모습을 각자 다른 시각과 관점으로 풀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듯 가지고 있는 삶의 모습과 환경이 모두 제각각인 우리가 경험하는 부탄에서의 삶은 어떤 것인지, 그 특별한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썼다.

이 책을 쓰는 우리는 각자의 경험과 관점으로 부탄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렇기에 책에는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섞여 있다. 평범한 일상에서 얻은 깨달음이 담겨 있기도 하고, 부탄의 사회·경제에 대한 분석이 담긴 글도 있으며, 부탄에서 부탄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현실적인 경험이 담겨 있기도 하다. 바로 이런 점이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아무쪼록 부탄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부탄에 대해 좀 더 다양하고 깊게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말〉 중에서
부탄에서는 대부분의 생필품과 공산품을 전적으로 인도나 태국 등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다. 생리대도 거의 인도산 아니면 태국산이 주류를 이룬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국경이 차단되어 생리대는 더욱 구하기 어려워지고, 산간벽지의 여성들은 마켓에 접근이 어려워서 생리대를 쉽게 살 수도 없다. 부탄에서도 빈곤층 학생들은 생리대가 없어서, 또는 심리적인 이유로 생리 중학교에 ‘못 가는’, 또는 ‘안 가는’ 소녀들이 45퍼센트에 이른다고 한다.
2021년 5월 28일, ‘월경 위생의 날(Menstrual Hygiene Day)’을 겸해 우리 사무실에서는 부탄 교육부와 함께 시골 지역 여학생들을 위한 생리대 지원사업을 했다. 월경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인식개선 캠페인도 함께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인상 깊은 두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부탄 내 생리대 시장은 100퍼센트 수입산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 틈새에서도 토종 국산 브랜드가 있었다! 부탄에서 제조한 ‘메이드 인 부탄(Made in Bhutan)’ 생리대를 판매하는 스타트업 2곳이 있었던 것이다. 둘 다 젊은 여성 대표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창업한 지 2~3년 정도밖에 안 된 신생기업들이었다. 일회용 생리대 제조업체 ‘체체이 생리대(Chechey Sanitary Pad)’의 페마 대표, 그리고 면 생리대 제조업체인 ‘자민 프렌즈 포에버(Zamin Firends Forever)’의 카르마 대표를 만났다.
페마 대표는 로컬 생리대 브랜드와 여성 창업의 주제로 강의도 많이 다니고, 제품 홍보와 판촉을 위해 오지 마을도 찾아다니며 수입품 틈새에서 로컬 상품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일하고 있었다. 친구들에게 면 생리대를 사용하라고 적극 권하고는 있지만 사실 세탁하고 말리는 번거로운 과정은 바쁜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자궁 건강을 지키기 위해 어쩌면 생명과도 관련된 절실하고 중요한 상황을 계기로 면 생리대를 사용하고 있지만, 친구들에게 그저 ‘무조건 사용하라’고만 하면 귀찮아서 잘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편의성을 위해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해야 한다면, 이왕이면 탄소발자국을 덜 내는 지역생산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낫다.
오늘도 로컬 제품 생리대를 이고 지고 산간 오지 마을을 다니며 자신의 제품을 소개하는 페마 대표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더 놀랍고 대견한 사실이 있다. 페마 대표는 이제 한발 더 나아가 일회용 생리대의 폐기물 처리에 대한 부분까지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건을 생산하고 팔아 돈을 버는 제조업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진정한 사 회적 기업가인 페마 대표. 그녀는 어느 날 나에게 “나는 부탄 국민으로서 쓰레기 문제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 이 팔고 있는 제품이 부탄 환경에 쓰레기를 더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사실 페마 대표가 팔고 있는 생리대는 점유율이 부탄 생리대 시장의 1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 99퍼센트는 인도, 태국 등지에서 수입하는 수입 생리대니까 결국 생리대 쓰레기 배출의 대다수는 수입품에 의한 것이다. 아마도 인도나 태국의 제조업자들은 이 제품들이 부탄의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까지 고민하며 생산하지는 않을 것이다. 페마 대표는 1퍼센트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부탄 생리대만이라도 사용 후 다시 모아 친환경적으로 소각할 수 있는 소각로 건립을 알아보고 싶어 했다. 그래서 한국의 우 수 사례를 알고 싶어 나에게 연락해온 것이다. 한국에서는 종량제 봉 투에 가연성 생활 쓰레기를 모아 대규모 폐기시설에서 한꺼번에 처리하므로 생리대만 따로 모아 처리하지는 않는다고 대답해주었다. 그래서 부탄 상황에 맞는 소규모의 적정 기술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제 부탄의 일회용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숙제가 더해져 나도 여기저기 알아볼 것이 많아졌다!

본문 〈1부 은경, 부탄에 삽니다〉 중에서

가게를 오픈하고 선생님과 나눈 포와에 대한 대화의 기억이 점점 희미해져 갈 때쯤, 아버님과 어머님은 짐을 꾸리셨다. 작은 나라지만 남쪽의 열대기후와 밀림을 가진 지역에서 해발 6,000~7,000미터의 고산 지대까지 다양한 기후를 지닌 부탄에서는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을 한다. 특히 많은 스님들도 방학을 맞이하여 큰스님을 따라 겔레푸(Gelephu), 푸나카 지역으로 많이 이동하는데, 이 시기에 큰스님들께서는 머무는 지역에서 1~3달 간 많은 강연을 하신다.
매해 겨울이 다가오면 부모님도 가르침을 받기 위해 떠날 준비를 하신다. 차 한 대에 매트리스, 가스, 냄비 등 거의 모든 집기를 다 챙기신다. 언제나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만 챙겼다고 해도 이미 짐은 한가득이었다. 그런데 2017 겨울, 그해 부모님의 짐은 딱 배낭 하나씩이었다.
“어? 올해는 다른 곳으로 가세요? 짐이 너무 단출해요.”
“이번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그리고 가진 것을 최대한 간소화하는 것이 좋지.”
“어디 가까운 곳으로 가세요?”
“그리 멀진 않아” 하시고는 길을 떠나셨다.
시부모님은 약 3주 후에 돌아오셨다. 그리고 아버지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주셨다.
“포와 수행을 배우고 왔단다.”
“아, 포와! 켐포 스님께서 말씀해주셨는데 잊고 있었어요!”
아버지의 설명에 의하면, 처음 3일 동안은 스승님께 구전으로 포와에 대한 경전을 전수받는다. 그 후 남은 기간 동안 자신만의 수련 을 혼자서 해야 한다. 두 분은 이 기간 동안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대해 배우셨다고 했다. 아버지, 어머니는 아흉 림포체(Ahyung Rimpoche) 님께 부탁드렸는데, 이분은 연세가 많은 환생 스님으로 유명한 분이라고 하셨다.
“와, 그럼 아버지, 어머니의 정수리도 열렸나요?”
“아니, 우리는 이번에 성공하지 못했어. 굉장히 어려운 수행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단다.”
잊고 지냈던 포와의 기억을 떠올린 나는 이것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은 마음에 관련 서적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포와라는 것이 구루 린포체께서 남겨주신 위대한 경전 《바르도 퇴돌(Bardo Thedol, 《티베트 사자의 서》)》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포와는 부탄 불교에서 매우 중시되는 구루 린포체(파드마삼바바) 님 의 가르침으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가, 죽음 후 49일간의 여정’에 대한 가르침을 일컫는다.
구루 린포체께서 남겨두신 책 《바르도 퇴돌》에 따르면 이 수행을 배우기 위해서는 먼저 포와에 대한 깊은 지식이 있고 견문이 있는 스승님을 선택하여 찾아가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한다. 물론 자신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의 가르침으로 인해 올바른 포와를 실현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달려 있을 만큼 스승님은 아주 중요하다. 구루 린포체 님이 남겨주신 책의 해석조차도 저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깊은 내공이 있는 스승을 선택하여 찾아가는 것이 첫 관문이다.

본문 〈2부 연지, 부탄에 삽니다〉 중에서
부탄의 국제개발 혹은 원조정책은 다른 나라와 다르다. 예를 들어, 한국이 농업에 관한 원조를 제공한다고 하면 한국의 원조기관이 그 나라의 수원기관인 농업부와 직접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하지만 부탄은 모든 개발정책과 그에 관한 의사소통이 국민총행복위원회를 통해서 이루어져야만 한다. 또한 추후에 원조자금들이나 원조 기구들 또한 국민총행복위원회를 통해서만 이전이 가능하다.
이러한 부탄의 특별한 정책은 분절화되어 있는 원조를 통일시키고, 세계의 다양한 원조 기관들의 어젠다가 부탄의 국가개발 정책과 일치되게 도와주는 시스템적인 역할을 한다. 원칙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부탄에서 일하면서 국민총행복위원회에서 일하는 부탄의 정부 공무원들이 얼마나 많은 업무에 시달리는지 직접 보아왔다. 모든 외국의 원조나 개발협력 일들이 국민총행복위원회를 통해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확정되고 진행되는 터라 국민총행복위원회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을 해나간다. 예를 들면 유엔 국제기구를 담당하고 있는 국민총행복위원회의 동료는 둘인데, 그 두 명이 유엔의 9개 상주 국제기구들과 28개의 비상주 국제기구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오롯이 담당하고 있다. 거기에다 유엔이 아닌 다른 국제금융기구, 예를 들면 아시아개발은행이나 세계은행까지 합치면 그들의 업무량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상대방인 우리 사무소의 입장에서 보자면, 가끔은 힘이 들 때도 있다. 정부 상대기관에서 빨리빨리 피드백을 받아서 일을 진행시켜야 하는데, 그쪽 상황을 보아 하니 밀려 있는 일이 한가득인 것 같으니. 빨리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바르게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가 받는 펀딩이 가지고 있는 각종 제약(이번 분기까지는 써야 한다, 혹은 이 일에 꼭 써야 한다 등등) 때문에 가끔은 정부와 껄끄러운 분위기가 생겨나기도 한다.
늘 느끼는 거지만, 자국의 개발정책과 결을 같이 하는 개발 원조만을 수용하고, 그 예산이 얼마든, 그 상대가 누구든, 자기 나라의 개발정책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단호히 ‘노!’를 외치는 그들. 부탄 정부에서 일하는 능력 있는 공무원 동료들을 보면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해발 2,400미터. 산속 깊숙이 위치하고 있는 미세먼지 하나 없는 동네. 그 동네가 바로 팀푸다. 부탄의 수도이자 내가 살고 있는 곳. 팀푸를 ‘동네’라고 표현한 이유는 사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팀푸는 인구로나 크기로나 서울의 동네만 하기 때문이다. 인구 11만의 조그마한 동네. 팀푸의 인구는 서울의 관악구 신림동보다도 적다. 팀푸 시내 의 메인도로인 노르지 람은 연세대학교 정문에서 신촌역 6번 출구까지보다 약간 더 짧은 거리다.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직메 도르지 왕축 국립병원은 팀푸의 유일한 병원이다. 그동안 내가 경험해본 많은 나라의 수도 중, 팀푸는 가장 작은 수도다.
팀푸 시내에서는 동서남북 어디를 바라보아도, 높은 산들이 눈앞 에 있는 듯 가깝게 보인다. 사실 동네 자체가 산속에 위치하고 있다 고 하는 말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동네 뒷산들이 사실은 모두 3,000미터 혹은 4,000미터 이상의 높은 봉우리들이다. 그래서 아침저녁으로 산 중턱에서부터 뭉게뭉게 구름들이 피어오르는 풍경을 볼 수 있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피어오르는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를 일렁이는 아지랑이를 보고 있자면 내가 꼭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
가끔 일에 치이고, 기약 없는 상황에 지칠 때면 점심시간 1시간을 이용해서 사무실 근처의 산으로 짧은 산책을 다녀오기도 했다. 사무실에서 10분만 차를 타고 나가면 팀푸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가 나온다. 울창한 산속 조그마한 오솔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시시각각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동네 뒷산에서 ‘눈이 시리게 맑은 하 늘’이라는 표현을 이제야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왕복 8킬로미터 남짓한 그 길을 걸으며 바람에 부딪히는 나뭇잎 소리들을 듣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과 잡음이 오가던 머릿속도 약간은 정리가 되었다. 주말에는 동네 친구들과 함께 팀푸를 둘러싸고 있는 이 산 저 산을 함께 트레킹 다녔다. 차를 타고 30분만 동네 밖으로 나가면 왕복 2시간짜리부터 왕복 3박 4일까지 다양한 트레킹 코스들이 있다. 팀푸에 사는 우리는 새로운 동료의 환영회도 등산으로, 떠나가는 동료의 송별회도 등산으로 한다. 등산의 민족, 중장년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근무 환경이다.

본문 〈3부 휘래, 부탄에 삽니다〉 중에서

사랑해’라는 말 대신 ‘당신과 함께할 수 있어 내 마음은 빛납니다’, ‘미안해’라는 말 대신 ‘나에게 화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그곳

‘첫눈이 내리는 날은 휴일이 되는’ 동화 같은 나라, 부탄. 그곳에는 ‘사랑해’라는 말이 없다. 대신 부탄 사람들은 ‘당신과 함께할 수 있어 내 마음은 빛납니다’라는 말을 쓴다. 부탄에는 ‘미안해’라는 말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종카어로 ‘나에게 화나지 마세요’라는 말을 쓴다. 인도와 부탄 서남부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푼촐링에는 커다란 게이트가 있다. 이 게이트를 넘어 부탄으로 들어서는 순간, 세 명의 저자들은 모두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연지는 그것을 ‘마음 놓임’이라고 표현했다. 부탄에서의 삶은 ‘마음 놓임’의 삶이라고 저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은경은 수도 팀푸의 번화가 한복판에 자리 잡고 앉아 여유를 부리는 소를 지나치며 신호등도 없는 팀푸의 건널목을 여섯 살 아들의 손을 잡고 마음 편히 건넌다. 중국의 베이징이나 베트남 하노이에서 도로 가득한 오토바이 때문에 길 한번 건너는 것이 목숨을 내놓을 듯 큰 고비였던 것과는 전혀 다른 삶이다.
‘불행에도 순위를 매기는’ 한국에서 온 휘래는 말한다. 부탄 사람들은 행복에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고. “한국 사회에서 부탄에, 그리고 부탄의 행복에 열광하는 것을 보면서 사실 나는 조금 불편했다. 나에게는 한국의 행복 열풍도, 부탄을 향한 열광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앞다투어 행복을 찬양하고, 행복을 전시하고, 행복에 점수를 매기는 사회. 그리고 쉽사리 정답을 원하는 사회. 이곳에선 사람들이 자신의 행복에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행복을 내세우지도, 그렇다고 자신의 불행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행복한 나라, 부탄’은 부탄의 전부가 아닙니다

이 책은《행복한 나라 부탄의 지혜》, 《마음을 멈추고 부탄을 걷다》를 펴내며 부탄의 가치를 살펴 온 공명출판사가 부탄을 사랑하고, 부탄에 대한 끝없는 궁금증을 품으며 소통해온 독자들의 궁금증과 호응에 화답하기 위해 기획한 세 번째 부탄 관련서다. 에세이《우리는 부탄에 삽니다》는 부탄에 대한 독자들의 다양한 질문에 답하고 2022년 지금의 부탄 현실에 대해 3인 3색의 다양한 시각과 깊이로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어느 존재에게도 가치를 매기지 않는 곳, 모든 존재들이 동등하게 소중히 여겨지는 곳, 내 존재의 의미를 매일 물어보게 하는 이곳, 삶이라는 여행을 하기 좋은 이곳, 부탄.” 2부의 저자 연지 씨가 말하는 부탄이다. 흔히 ‘부탄’을 ‘행복한 나라’라는 별명으로만 떠올리는 이들이 많지만, 이 책은 나태주 시인의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시구처럼 깊게 들여다볼수록 특별한 가치를 발견하게 되는 나라에서, 매일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거주자로서의 시각으로 어디서도 들려주지 않는 현실 속 부탄을 만나게 한다.
부탄에 사는 세 명의 여성은 부탄에 대한 선입견 없이 각자에게 주어진 다양한 업무와 생활 속에서 직접 부탄을 만났다. ‘부탄은 행복의 나라’라고만 알기에는 너무 아쉬운, 특별한 가치가 많았기 때문에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이 책은 그들이 부탄에서 살며 발견한 무겁고 가벼운 주제들의 다양한 가치들을 담고 있다. 며칠, 몇 달간의 관광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본 사람들이 바라본 부탄에 대한 것들로 가득하다. 지금까지 출간된 부탄 관련서가 대부분 부탄의 높은 행복지수에만 초점을 맞춰 소개되어 왔다면, 이 책에서는 에세이 본연의 맛을 살린 재미있고 흥미로운 글과, 보다 진지한 주제인 환경, 종교, 경제, 관광, 역사, 교육 부분에도 전문가다운 통찰력과 설명을 덧붙여 부탄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깊이 있는 주제가 조화롭게 소개되어 있다.
은경의 글을 보면 국제사회 속에서 부탄의 환경이 왜 주목받고 있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런 환경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 그런 환경 속에서 아이가 자란다는 것에 대해 깊은 깨달음을 준다.
연지의 글은 부탄에서 가장 오래 살고 있는 한국인답게 부탄인의 일상 곳곳에 깃든 그들만의 신앙과 정신적인 것들을 알 수 있게 한다. 시부모님이 매해 겨울 떠나는 ‘죽음을 준비하는 포와 수련’에 대한 파트도 지금, 우리에게 주는 생각거리가 많다. 죽음 수업에 대해 그렇게나 진지하고 자연스럽게 세계의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앞서 있는 그들의 삶은 행복이 단순한 기쁨과 만족만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발견하게 한다. 그들은 소박한 삶 속에서 태어남과 죽음, 생명과 우주에 대해 진지하며 일상과 분리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들에게 “행복한가요?”라고 섣불리 묻는 그 행복과 그들이 생각하는 행복은 얼마나 다를 것인가 하는 깨달음을 준다.
휘래는 국제기구에서 부탄에 대해 집중하는 여러 가치와, 부탄 사람들과 일하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책 여기저기에서 ‘처음 발견하는 부탄의 새로운 모습’도 보여준다. ‘환대’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게 되었다는 부탄 여행의 다양한 매력으로 독자를 이끈다. 전통 홈스테이 체험은 물론 최근 부탄의 핫플레이스, 해발 3,000미터에 위치한 탁상사원을 바라보면서 따뜻한 목욕을 할 수 있는 글램핑 캠핑장을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부탄의 유명한 관광 정책으로 책정된 외국인에 대한 여행 세금이 2022년 6월, 1인 1박 65달러에서 200달러로 인상되었다는 최신 정보도 알려준다. 그녀의 글은 ‘젊은 여성이 부탄에서 살면 어떨까?’라는 질문에 멋진 답을 준다.
책에는 부탄 왕실에서 특별히 제공한 최근 왕실 사진 두 컷과 부탄 화가 도르지 겔트센의 그림들, 코로나 락다운에 개들을 보살펴주는 국왕의 모습을 담아 널리 알려진 케장 왕모의 그림도 실려 있다.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공식 후보에 오른 부탄 영화 〈교실 안의 야크〉의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을 맡은 파우 초이닝 도르지가 이 책의 추천사를 썼다.

북 트레일러

작가정보

저자(글) 고은경

제주 섬에서 나고 자라 세계를 누비며 활동하는 17년 차 국제활동가로 지리학을 전공하여 세계 여러 지역을 답사하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봉사단원을 시작으로 유네스코, 유엔개발계획 등 유엔기구 및 국제 NGO 활동을 해오다 2019년 코이카 활동을 계기로 가족과 함께 부탄에 들어와 아이를 키우며 국제활동을 하고 있다(2022년 현재는 NGO 대표로서 부탄에 살고 있다). 부탄에서 일과 육아를 하면서 느꼈던 경험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의 부탄 생활상을 생생하게 담았다. 부탄의 특별한 환경정책과 부탄 사람들의 독특한 생활철학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저자(글) 이연지

여행이 좋아 한국에서 관광학을 공부하다, 사람의 마음이 궁금해 인도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후, 마음이 예쁜 동반자와 인생이라는 여행을 부탄에서 함께하고 있다. 부탄에서 결혼하여 정착한 첫 한국인으로, 이곳에 살며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를 담았다. 10여 년간 부탄에 살면서 경험한 부탄 가족과 문화, 그리고 가게를 운영하며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썼다. 동식물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모든 존재를 소중히 여기고, 모든 이들의 삶을 존중하는 부탄 사람들의 수준 높고 영적인 마음을 가장 좋아한다.

저자(글) 김휘래

스리랑카, 영국, 인도를 거쳐 부탄에 왔다(책이 출간된 현재는 네팔에 있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헬렌, 스콧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 남아시아 지역전문가이며 농업과 기후변화를 연구한다. 부탄 내 유엔 활동을 총괄하는 유엔 부탄 상주조정관실에서 개발 조정분석가로 일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온 동료들, 부탄의 동료들과 함께 부탄을 위해 일하며 느낀 특별함, 그리고 ‘행복한 나라, 부탄’ 뒤에 숨어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해준다. 국제사회에서 부탄을 주목하는 정책적 이유에 대해 그리고 사람을 가장 환대하는 곳, 나 자신을 더 아끼게 해주는 곳인 부탄에 대해 이야기한다.

KBS 35기. 다수의 방송 및 애니메이션, 라디오, 오디오북 참여. MBC 파워매거진, SBS 생활경제, KBS 생생정보통, 채널 해피독소상공인 닥터 시즌2, 베스트 셀러, 청사진(소상공인 방송 yes tv)종가를 찾아서, 비행기 시즌2, 첫키스만 50번째, 클로저 등

낭독 민아

KBS 40기. 다수의 방송 및 라디오, 애니메이션, 게임, 오디오북 등에 참여.
TV 유치원 - 빵야(스페이스 레이서, 호기심쟁이 밀리)자동공부책상 위키 2
라디오 드라마_통화, 어느 쨍한 날, 금혼식, 별일 없이 산다, 사랑을 연결합니다.연극이 끝난 후, 그녀의 마지막 로맨스, 황혼연가 등 약 50여편

대원 7기.
다수의 방송 및 애니메이션, 게임, 오디오북 등에 참여.
주요 애니메이션 경력_ 대원방송 <원피스><호빵맨>, Go! 프린세스 프리큐어, 마징가Z 재더빙판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던전 앤 파이터 숙명의 문, 신 도라에몽 12기유희왕 , 호기심대장 쥬 2기, 플랜더스의 개퍼즐 앤 드래곤 크로스, 해피니스 프리큐어!, 스타크로스, 톰 소여의 모험오소마츠 6쌍둥이 2기, 100% 파스칼 선생님, 루팡 3세 PART4,5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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