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애플 스트리트
2024년 07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7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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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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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샤는 결혼 후 몇 달 동안 파인애플 스트리트의 새집에 적응하려 애썼다. 남편의 식구들이라는 고대 문명을 연구하는 고고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녀가 발견한 것은 투탕카멘의 무덤이 아니라 달리가 6학년 때 만들었다는 기형 버섯을 닮은 재떨이였다. 사해문서가 아니라 코드가 초등학교 때 솔방울의 종류에 관해 쓴 과학 에세이였다. 병마용이 아니라 애틀랜틱 애비뉴의 한 치과에서 받아온 공짜 칫솔이 한가득 들어 있는 서랍이었다. [1ㆍ사샤]에서
아미나가 온 주말에 조지애나는 브래디와 함께 있을 수 없었고, 비참해서 온몸이 뜯겨나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크리스틴, 리나와 함께 밖에서 저녁을 먹으며 크리스틴의 상관이 회의를 할 때마다 꼭 에어팟을 낀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려 애썼다. 카지노에서 어머니와 테니스를 친 후 아파트에서 점심을 함께 먹을 땐, 코드의 예일대 동문회지를 읽으며 사교 모임으로 알게 된 지인들의 자식을 찾고 있는 어머니 옆에 말없이 앉아 있었다. 달리가 브래디에 관해 묻자 조지애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흐지부지될 것 같다고 중얼거렸다. 브래디가 유부남이라고, 누군가의 남편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와 동침하고 있다고 언니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11ㆍ조지애나]에서
달리는 여섯 달을 버텼다. 전국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비행기 화장실에서 젖을 짰다. 파피는 순자에게 맡기고, 짜낸 젖을 호텔의 발레 서비스 데스크 뒤에 두었다가 집으로 부쳤다. 달리는 파피를 재우는 시간과 목욕시키는 시간, 그리고 파피가 처음으로 기어가기 시작한 날을 놓쳤다. 회의가 오래 이어질 경우 실크 블라우스가 얼룩지지 않도록 브래지어 안에 동그란 면 패드를 넣어두었고, 젖 짜는 시간을 자꾸 놓쳤다. 솔직히 말하자면, 다시 임신하고 싶었다. 직장에서 그녀는 무너지고 있었다. 그건 삶이 아니었다.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었다. 망가진 그녀에게 또 다른 아기는 탈출구가 되어주었다. 그녀가 그만두는 이유를 이해 못할 사람은 없을 터였다. [12ㆍ달리]에서
사샤는 생각하면 할수록 열불이 났다. 그녀에게는 승산이 없었다. 가족의 일원이지만 목소리도 낼 수 없고 의사 표시도 할 수 없다니. 그 가족은 문을 꼭꼭 닫은 채 열어주지도 않고, 돈이라는 줄에 한데 결박당하고 재갈이 물려 있었다. 사샤는 스톡턴 가족이 왜 수년 전 브루클린 하이츠의 과일 이름 거리에 정착했는지, 왜 역사보존협회의 보호를 받는 집들에 살기로 했는지 갑자기 이해될 것 같았다. 그들은 변화가 싫은 것이다.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머물고 싶은 것이다. [16ㆍ사샤]에서
그녀를 이렇게 형편없는 인간으로 만든 건 돈이었다. 돈 때문에 버릇없는 응석받이로 망가져버렸는데, 해결 방법을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그때 별안간 전날 밤의 일이 떠올랐다. 신발을 벗고 부모님의 침대로 기어 들어갔다. 너무 화가 났다. 모두에게 화가 났다. 좌절감과 상실감이 너무 컸고, 다른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그런데 침대 옆 탁자에 신문 기사 조각이 하나 보였다. 물론, 커티스의 인터뷰 기사였다. [17ㆍ조지애나]에서
부자들끼리 결속이 잘되는 또 다른 이유는, 입에 올리기 싫은 사실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이용당할지 모른다는 은밀한 걱정 때문이었다. 그들의 주말 별장, 좋은 술, 큰 아파트, 파티, 인턴직, 벽장, 그리고 돈을 이용해먹으려는 인간들이 두려운 것이다. 달리는 이런 행태를 다양하게 목격했다. 여자친구에게 보석과 노트북을 사주고 거액의 휴가비를 대주는 남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여자들은 이 남자들이 연애를 하려고 뇌물을 먹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뿐이다. 또 어떤 남자들은 보틀 서비스 비용을 대주거나 햄튼스에 있는 저택을 사주면서 식객을 그러모았다. 큰 재산을 나눠 쓰는 것과 이용당하는 것은 다르고, 그 차이를 알아차리는 것이 가끔은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나를 좋아하지만 내 신용카드로 재미를 볼 마음은 없는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는 편이 어떤 면에서는 더 편했다. [21ㆍ달리]에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 「굿모닝 아메리카」 북클럽 픽 / 아마존, 편집자의 선택
뉴욕 상위 1퍼센트 집안의 서로 다른 비밀을 담다!
“가족이라고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어요.”
「파인애플 스트리트」는 케빈 콴, 코맥 매카시 같은 유명 작가들을 담당했던 베테랑 편집자 제니 잭슨의 데뷔 소설이다. 그 배경은 뉴욕 브루클린 하이츠에 있는 과일 이름의 거리 중 하나인 파인애플 스트리트로, 현재 제니 잭슨이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뉴욕의 거리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다단한 일상생활이 생동감 넘치면서도 세밀하게 그려진다. 책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 소설은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실린 자본주의와 세대 간 자산 이동에 대한 밀레니얼 세대의 인식을 다룬 기사가 그 출발점이 되었다.
소설의 중심에는 세 명의 여성이 있다. 한 집안 사람인 이들은 서로 다른 입장과 시선으로 가족, 사랑, 돈, 그리고 관계의 문제 등을 바라보면서 고민하고 갈등하고 화해한다. 그 이야기는 곧 많은 이들이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일상으로,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시시때때로 느끼는 감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해준다.
손만 내밀면 가족으로 품을 수 있다고요?
“꽃뱀. 두 사람은 내가 남편 잘 만나 땡잡았다고 생각하죠.”
부동산 투자로 엄청난 부를 쌓은 스톡턴 가의 아들과 결혼한 사샤는 파인애플 스트리트의 대저택에 들어가 살고 있다. 모두가 부러워할 만하지만 그녀는 남편의 식구들이 사용한 온갖 물건이 여전히 남아 있는 집 안에서 타임캡슐에 갇힌 듯한 기분이 든다. 게다가 무엇 하나 자기 마음대로 바꿀 수가 없다. 시댁 사람들의 추억이 깃들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남편의 여형제들에게 꽃뱀’이라 불리며 자신이 외부인 취급을 받는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다. 그들은 왜 사샤를 진정한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못할까? 상대적으로 소박한 집안 때문에? 아니면 부자들끼리만 결속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그 답은 결국 사샤 자신의 이야기에 있었다. 그녀 또한 누군가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밀어내기만 했음을…….
20대가 왜 샤넬 선글라스를 갖고 있을까요?
“평화를 위해 1억 달러를 기부하는 인간 말종. 대단한 개자식인데.”
스톡턴 가의 막내딸인 조지애나는 비영리 단체에서 일한다. 밀레니얼 세대인 그녀는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고, 파티에 입고 갈 옷을 신중하게 고르고, 가끔 어머니와 테니스도 친다. 그런데 그녀는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다. 프로젝트 매니저와의 불륜, 그리고 갑작스런 비행기 추락 사고. 조지애나는 슬픔과 죄책감에 시달리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고, 물려받은 신탁재산 전액을 기부하기로 결심한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재단을 설립하고 새로운 출발점에 선 그녀의 행보는 향후 10년간 수십 조 달러가 세대 간에 이동할 것이라는 〈뉴욕 타임스〉의 기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 이러한 조지애나의 이야기는 개인의 행복이 자신에게 주어진 맹목적인 조건이 아닌 타인과의 나눔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잠깐 후회되기도 하지만 돌이킬 순 없어!
“가족들한테 기회를 줘봐, 깜짝 놀랄 결과가 나올 거야.”
스톡턴 가의 맏딸이자 두 아이를 키우는 달리는 한국계 이민자 2세인 남편이 실직하자 후회가 밀려든다. 막대한 유산을 포기하고 사랑에 모든 것을 걸기로 한 것부터 인종차별적이고 족벌주의적인 시스템에 휘둘려 결국 자신의 경력이 끝나버린 것까지. 이전에는 몰랐던 돈의 위력이 현실로 다가오고 가족에게도 남편의 실직 사실을 말하지 못한 채 깊은 고민에 휩싸인다. 그러면서 화려하고 흥미진진한 인생을 꿈꾸었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남편을 원망하지만 그 역시 많은 것을 희생했음을 깨닫는다. 그녀가 돈을 벌어야만 스톡턴 가 사람으로 환영받을 수 있다고 은연중에 말해온 것은 아니었는지…….
환영받고 싶지만, 솔직하고 싶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파인애플은 부자들만 가질 수 있는 신분의 상징,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의 상징이야.”
「파인애플 스트리트」의 기저에는 차별 또는 불평등이라는 현대 사회가 풀지 못한 숙제가 광범위하게 깔려 있다. 속물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뉴욕의 근성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으면서 각각의 캐릭터가 은밀하게 속삭이는, 때론 내면에서 강렬하게 폭발하는 감정의 선율이 소설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언뜻 무게감이 느껴질지도 모르는 메시지는 경쾌하고 유쾌하게 전해진다.
소설 속 스톡턴 가가 흔히 졸부로 지칭되는 이들처럼 속물적으로 묘사되지는 않는다. 부를 상속받은 뉴욕 상위 1퍼센트 가문이지만 부정한 이득에 신중한 편인데다 장거리 비행이 아니면 이코노미석을 이용하고, 철커덕거리는 소리를 참을 수 없을 때까지 직접 차를 몰고, 절대 집을 개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들은 매일 엄청난 생활비를 쓰고 있다. 대저택과 별장에 드는 관리비와 세금, 각종 클럽의 회원비, 아이들의 학비, 가정부의 급료 등등. 부자들은 이를 알고나 있을까? 이러한 특권이 자신들에게 원래부터(대를 이어) 당연하게 주어진다고 여기는 건 아닐까? 어쩌면 그들은 이제껏 한 번도 가난한 생활을 해본 적이 없기에 자신이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사회적 차별 또는 불평등은 분명 누군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된다.
소설에 등장하는 세 여성은 나이도, 상황도 다르지만 가족을 매개로 이어지면서 각자가 생각하고 느끼는 돈, 사랑, 그리고 관계의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짚어낸다. 이 소설은 가족의 의미를 한 번쯤 깊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어줄 뿐만 아니라 뉴욕의 상류사회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슬그머니 들춰보는 흥미진진한 읽기가 될 것이다.
작가정보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사회교육원 전문 번역가 양성 과정을 이수한 뒤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걸 온 더 트레인」, 「익명의 소녀」, 「나의 친절하고 위험한 친구들」, 「우주를 삼킨 소년」, 「익명 작가」, 「상황과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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