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램프
2024년 09월 1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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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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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가지 글감으로 쓰인 18명 작가님의 글을 모은 작품집입니다.
김미리
김서희
김은지
김지혜
모예보
문정연
박세은
박윤천
손상우
알파
이나현
이은영
이정배
전희주
한빛
HSH
sum
아직 안 해본게 너무 많다. 그런데 함께여서 할 수 있고, 함께해야 재밌는 게 있는 거 같다. 앞으로 좋아하는 거, 좋아하지 않는 거, 싫어하는 거, 싫어하지 않는 거를 찾는 데에 몰입해 볼 생각이다. 어디로든 흐르는 물 위에서 어디든지 갈 수 있는 튜브를 함께 탄 친구와.
- ‘집중과 몰입 | 김동섭’ 중에서
나의 청소 시간은 고장 나거나 오래된 물건을 치우며 공간을 정리하는 시간이 아닌, ‘혹시나 다시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그 물건에 대한 쓰임을 부여하는 시간으로 바뀐다. 이때 쓰임을 부여받은 물건은 다음 청소 시간이 돌아오기 전까지 나의 공간에 머무를 기회를 획득하게 된다.
반복되는 쓰임 부여 시간에서 오랜 기간 살아남은 물건은 ‘전공책’이다.
- ‘고장난 물건 | 김리리’ 중에서
이미 난 요술 램프를 손에 넣은 거나 마찬가지다. 살아가며 잘 문질러보자. 문지르고 문지르다 이 소원이 다 이뤄졌을 때쯤 램프 속을 빼꼼 들여다보자.
램프 속은 텅 비어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 지니는 없으니.
반딱거리는 램프 위로 비치는 ‘나’. 그 실루엣이 램프 위를 아른거린다. 마침내 나는 나의 지니를 만났다. 세 가지 소원은 모두 ‘나’에게 달려있던 것이다.
- ‘요술램프 | 김서희’ 중에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물인 ‘쿼카’로 태어나고 싶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행복을 찾아 떠나는 사람이지만,
요즘 들어 바쁘다 바른 현대사회에서 웃음을 잃어버린 게 느껴진다. 새삼 행복하게 웃으며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쿼카로 태어나 사람들과 웃는 사진들을 많이 찍고 싶다.
- ‘동물로 태어난다면 | 김은지’ 중에서
사회 초년생일 때 상사가 사준 점심 메뉴는 청국장이었습니다. 식당 입구에서부터 꼬릿꼬릿한 냄새에 제가 먹을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한입 먹어 본 순간 그동안 먹어왔던 청국장인가 싶을 정도로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창을 만난 느낌처럼 익숙한 반가움이 느껴졌습니다. 20년 만에 만나는 동창생과 어색하지는 않을지 꼬릿꼬릿한 기분이 들면 어쩌나 라는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 둘만의 아지트에서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이제 어른이 되어 알 수 있는 맛이었는지, 열심히 발로 뛰고 사회에 치여야만 알 수 있었던 맛이었는지, 쿰쿰한 내 아지트에서 어릴 적 찾고 싶었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이제 주말만 되면 청국장을 끓입니다. 원룸에서 청국장을 끓이면 꼬릿꼬릿한 냄새가 어느새 방 안 가득해집니다. 그렇게 나의 원룸은 어린 시절 친구랑 만난 비밀의 아지트가 되어버립니다. 오늘도 나의 아지트에서 청국장을 맛봅니다.
- ‘자신 있는 요리 | 김지혜’ 중에서
한동안은 우울해 있을 것 같다. 많은 글에서 실명한 후에 다른 감각들이 더 선명해지는 묘사를 읽었지만 나는 생각보다 눈을 떠도 깜깜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도 볼 수 없을 테고 아름답고 많은 색도 볼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이제껏 봤던 세계에 시각의 한계가 멈추고 자면서 꾸는 꿈도 천천히 어둠으로 바뀔 것이다. 더 이상 입력되는 이미지가 없으니까.
그래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는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보이지 않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되고 세상에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게 더 많다는 것도 알게 되고. 옆에 앉은 사람의 작은 한숨 소리를 크게 듣고 지나가는 웃음소리에 마음이 간질거리는 것을 느끼고, 머리카락의 냄새도 선명해지는 그런 삶도 살아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 ‘볼 수 없다면 | 모예보’ 중에서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이제는 겉모습만으로는 나이를 알 수 없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본인이 스스로에게 얼마나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지에 따라 나이는 숫자에 불가하다는 것을 느낀다.
단순히 외모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년퇴직을 했지만 웬만한 20대보다 빠르게 등산을 하는 어르신도 만나봤고 손자를 봤지만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는 사람도 만난 적이 있다. 그래서 내가 되고 싶은 60대의 삶이라는 게 굉장히 철학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내가 되고 싶은 삶보다 내가 멋있다, 부럽다는 생각을 했던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열정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아직 20대이긴 하지만 솔직히 ‘열정’이라는 단어는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노화라는 장애물을 뛰어넘고 절대 구부러지지 않는 열정으로 하고 싶은 거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삶을 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체력과 돈이 필요할 것 같으니 지금부터라도 아름다운 노년을 위하여 초석을 잘 다지도록 노력해야겠다.
- ‘나의 60대 | 문정연’ 중에서
윤하의 ‘기도’이다. 나는 가사와 멜로디의 조화가 좋은 음악을 선호한다. ‘기도’는 가사와 멜로디 둘 다 좋아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다. 드라마 <후아유>의 OST인데, 청소년 시절에 잘 봤던 드라마라서 더 기억에 남는다.
나는 가수 윤하의 음색을 좋아한다.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 힘이 있을 때도 있다. 그리고 그런 음색에서 주는 힘이 있다. 평소에 글쓰기를 할 때 배경음악을 틀어놓는데, 윤하 노래는 거의 항상 포함되어 있다. 그만큼 윤하의 음악을 좋아한다.
그대를 위해 기도합니다
지켜달라고 기도합니다
나의 바램이 닿을 수 있게
닫혀진 문이 서서히 열려
상처에 울고 때론 지쳐서
절망에 갇혀 아프지 않길
마음을 다해 그대의 위로가 되길
오늘도 나는 기도합니다
뭔가 절망적인 상황에서 희망이라는 빛 한 줄기를 비춰주는 노래다.
- ‘노래방 18번 | 박세은’ 중에서
두 딸이다. 덩치가 이제 나보다 큰데도 너무나 귀엽고,사랑스럽고, 봐도봐도 안질린다. 아무리 잘생긴 연예인도 계속 덕질하다 보면 질리던데, 얘네는 왜 봐도봐도 질리지가 않는걸까? 심지어는 화를 내도 귀여울때가 있다. 내 눈에는 이렇게나 이쁜데, 화이트데이날 사탕도 못 받아와서 정말 짜증이 났다. 우리 동네 남자아이들 안목 수준이 정말 후졌다. 나는 우리 딸래미들 시집 안보내고 평생 끼고 살 수도 있을것 같다. 남자친구 덷고 오면 경고할거다. 내 딸 힘들게 하면 너는 죽는 줄 알라고.
- ‘가장 사랑하는 사람 | 박윤천’ 중에서
외모로 판단하지는 않지만 처음 보게 되는 부분입니다. 첫인상이 좋아야 서로에게 호감이 생기고 대화 가능합니다. 서로 첫인상이 맞지 않는다면 대화를 시작하는 데 망설여지고 힘들어지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이성을 바라보는 것은 처음 느낌을 중요하게 여기는 편입니다. 좋은 느낌을 가지고 있어야 서로가 대화를 하는데 편안해주시고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이성을 볼 때 먼저 저 자신을 최대한 잘 꾸며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저의 매력을 올리려고 합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이성을 볼 때 처음 바라는 보는 부분이고 이유입니다.
- ‘이성을 볼 때 | 손상우’ 중에서
지난 사회생활을 돌아보면 경력 대비 속성으로 많은 경험을 쌓은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리더 역할을 하고 있고, 이제 내 일을 잘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이 일을 잘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해진 시기다. 나는 과연 좋은 리더일까. 아직 내 업무에만 더 집중하는 것 같고, 다른 동료들의 성장에 대해서 책임감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고, 때로는 멘탈 케어도 해주며 나를 성장시켜 주었던 리더분들처럼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걱정도 되는 한편, 보고 배울 사람들이 가까이 있음에 감사하다.
- ‘칭찬 | 이은영’ 중에서
5분만더. 강력하며 중독성 있는 거짓말이다. 아침 독서도, 런닝도 다 5분만에 쓰러졌다. 일어나겠단 다짐은 헛소리다. 5분만이라는 우로보로스 속에서 서서히 사라질 뿐이다.
무한히 연장되는 시간 속, 나는 놓치기만 한다. 더 건강해질, 더 박식해질, 더 부유해질 기회를. 피곤함을 핑계로 무의미하게 보낸 시간들. 그렇게 쌓인 손해가 쌓여 지금의 나를 구성한다.
- ‘거짓말 | 이정배’ 중에서
무인도에서 52일째.
오늘의 기록을 남긴다. 처음 여기 도착했을 때는 모두 당황스럽고 혼란 그 자체였다. 나도 오랜만에 휴가를 받아 혼자 여행을 떠나온 건데 이렇게 될 줄이야.
처음에는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이냐고 울부짖는 사람, 울 때가 아니라며 당장 구조 요청을 해야 한다는 사람, 먹을 것이 중요하니 빨리 식재료를 구해야 한다는 사람 등 다양한 인간군상이 있었다. 그중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었냐고? 난 여길 탈출하면 TV에 나오려나 생각했다.
곧 한 분이 모든 사람을 모아 대화를 요청했고, 그가 곧 리더가 되었다. 리더님의 지시로 각자 역할을 배분했다. 사냥, 집 짓기, 요리, 기술자, 음유시인, 창고 관리자, 의사 등 많은 역할이 있었고, 나는 의사 선생님을 돕는 보조 역할을 하기로 결정했다.
난파된 배로 인해 다친 사람이 많았고, 진료는 밤까지 끊임이 없었다. 나는 매일 환자들을 돌보며 의사 선생님과 함께 치료에 힘썼다. 부족한 의료 도구와 약품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사람들을 도왔다.
지금은 각자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아 서로 도우면서 살고 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지만, 이제는 한 팀처럼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우리 모두는 서로를 돕고 의지하며 이 어려운 상황을 견뎌내고 있다.
내일은 탈출할 수 있기를 기도하며, 글을 마친다.
우리의 희망과 용기가 우릴 집으로 인도할 날을 기다리며.
- ‘무인도 | 전희주’ 중에서
애드 아스트라.
아무 생각 없이 우주와 관련된 SF물일거라 생각했다가,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를 보여주는 영화, 나로서는 나의 아버지를 바라보는 영화였다.
(...)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특히나, 아버지는 바뀌지 않는다. 아버지는 본인 자신의 삶을 살아왔다. 가정을 위한 삶, 자식을 위한 삶이 아니다. 그냥 자기의 삶을 살아왔다. 자기의 삶을 살아왔는데, 아들은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데려가려고 하였다. 아버지는 바뀌지 않는다.
아버지는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이 ‘로프를 끊는 장면’에서 내 머릿속에 각인이 되었다.
아버지만 그러하랴? 나도, 내 주변의 다른 가족도, 또 그 이외의 다른 사람들도. 자신만의 삶을 살고 있다. 남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면서 우리 아버지와 겹치면서 나의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는 동안에도 우리 아버지는 바뀌시지 않을 거라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글을 쓰고 있다.
- ‘감명 깊었던 | 한빛’ 중에서
운동을 좋아하진 않지만
마스터할 수 있다면
무에타이.
실용적으로 호신술로도
쓸 수도 있고
영화 극한 직업에서
이하늬가 무에타이를
선보이는데 멋있었다.
나도 그렇게 한방 먹이고 싶다….
(.응.?)
빌런은 어디서나 존재하고
내 몸 지키기에 좋을 듯.
- ‘스포츠 마스터 | HSH’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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