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을 떠난 철학
2024년 09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15년 06월 2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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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 언어 한국어
- 파일 정보 mp3 (286.00MB)
- ISBN 9791159258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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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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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들은 모두 학교 현장에서 철학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철학의 길을 안내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아이들의 체험에서 제기된 다양한 질문들, 이를 테면 “누군가를 ‘따’ 시키는 데 동참하지 않으면 내가 ‘따’를 당하는데 어떡하죠?”, “죽는다고 생각만 해도 무서워요!”, “왜 나한테만 이런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거죠?” 등과 같은 의문과 매일 마주하면서,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지금까지의 책들이 철학자의 사상을 소개하고 해설하는 데 치중했다면, 이 책은 청소년들이 실제로 일상에서 겪는 여러 가지 삶의 문제를 끄집어내어 해석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삶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엮은 것이다.
사랑과 실존 알 수 없어요
제가 왜 이럴까요?
「건축학개론」_첫사랑을 15년 만에 다시 만나다
자기 감정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참을 수 없는 선택의 무거움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어”라고 말할 때
일과 놀이 왜 우리는 늘 바쁘지?
내 시간이 필요하다고!
『모모』_빼앗긴 시간을 돌려준 아이의 이야기
시간은 왜 늘 부족할까
나는 이제부터 ‘모모’의 친구 ‘나나’이다!
우리는 ‘진짜 놀이’를 잃어버렸다
선과 악 착한데 싫어, 나쁜데 좋아. 어쩌지?
‘선’은 언제나 선이고, ‘악’은 언제나 악일까?
「다크 나이트」_선과 악, 배트맨과 조커의 숙명적 대결!
도대체 선과 악을 가르는 기준이 무엇일까?
선과 악, 그리고 나의 그림자
선악에 대한 판단은 절대적일 수 없다
논리만이 아니라 용기도 필요하다
삶과 죽음 나는 지금 살아 있을까?
죽음은 공포다!
『트리갭의 샘물』_영원히 살면 행복할까?
삶은 죽음과 함께 있다
죽음을 기억하라!
죽음은 삶의 힌트다
가상과 현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매트릭스 아닐까?
지금 이 순간은 꿈일까, 현실일까?
「매트릭스」_현실 같은 꿈, 꿈같은 현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가상현실 아닐까?
사이퍼는 바로 나였다
매트릭스를 벗어난 현실이 있을까?
남과 여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남자다움, 여성다움?
『이갈리아의 딸들』_남녀의 역할이 뒤바뀐 세상
남과 여, 다름을 인정하기
남녀가 평등한 사회는 가능할까?
사회적 기준 자체가 차별적이다!
행복과 불행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왜 자꾸만 불행한 일이 생길까?
왜 하필 ‘나’에게 ‘불행’이 찾아온 걸까?
「인생은 아름다워」_역경 속에서 행복 만들기
부조리한 세상에서 행복 찾기
스스로에게 묻다
지금은 나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시간!
철학쌤의 서랍
이미지 출처
철학쌤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고 주장한 사람은 사르트르라는 프랑스 철학자야. 그를 비롯한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이런 점 때문에 인간이 여타 사물과 다르다고 봤단다. 책상이나 시계, 칼 같은 사물들은 그것을 제작한 사람이 있잖니? 예를 들어 책상을 만드는 사람은 책상을 만들 때 그것이 어디에 쓰일지 용도를 생각하고 설계도부터 그린단 말이야. 여덟 살 남자 아이가 쓸 책상이라면 크기는 적당히, 높이는 낮게, 그리고 꾸밈보다는 내구성을 중시하겠지. 반면 대기업 CEO의 방에 들여놓을 책상이라면 사이즈도 커야 하고 외장에도 신경을 많이 쓸 거라고. 방문객이 적당히 주눅 들 수 있도록 말이야. 그러니까, 책상의 용도나 기능을 책상의 본질이라 부른다면, 책상이 현실에 존재하기 전에 제작자의 머릿속에 본질이 있는 거라 할 수 있지 않겠니? 인간도 출생하기 전에 그 본질을 머릿속에 미리 규정한 제작자가 있을까?
송이 너는 커서 연예인이 될 운명이야, 너는 커서 작가가 될 운명이야, 너는 커서 골드미스로 살다가 잘나가는 회사 CEO를 만나 결혼할 거야……, 이렇게 태어나기 전 우리의 운명을 정해주는 분 말인가요? 그건 신이나 할 수 있는 일 아니에요? 하지만 신이 있다고 믿을 근거는 없는 것 같아요._〈사랑과 실존〉 중에서
유림 맞아! 우선 마을에 문제가 생기기 전, 그러니까 평화롭던 시절의 아이들 놀이와 회색신사들이 지배할 때를 비교해보면 크게 달라진 게 보여. 왜 그런 장면 있잖아, 모모와 아이들이 아르고 호를 타고 모험놀이 하는 거. 어떤 아이는 너무 몰입한 나머지 이야기가 끝났는데도 진짜인 양 무척이나 아쉬워했잖아? 아이들은 그때까지만 해도 모모랑 같이 신 나고 재미있게 놀았지. 모모가 뭐 특별하거나 멋진 걸 제안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모모만 있으면 이상하게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새록새록 떠올렸고. 그래서 매일 새로운 놀이를 생각해내고 점점 더 멋진 놀이로 만들어갔지.
아저씨 그래, 그런데 회색신사들이 나타나 어른들의 마음을 움직인 다음부터 아이들의 놀이도 바뀌었지. 이름은 놀이시간인데 노는 게 아닌……. 혹시 어떻게 바뀌었는지 말해줄 수 있니?
창현 ‘펀치카드놀이’란 걸 했어요. 재미는 없지만 그건 상관없고, “유익한 게 중요하다”고 아이들이 말하죠. 그런데 이 놀이는 가장 빨리하는 아이가 이기는 게임이에요. 앞서 모모랑 놀 때와는 너무 다르죠._〈일과 놀이〉 중에서
철학쌤 윤리학의 가장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기 시작했구나. 바야흐로 ‘철학함’을 시작했다는 징후일세. 흠, 어디 한번 같이 이야기해볼까? 도덕적 원리나 법칙의 기원을 인간의 경험에서 찾는 철학자들이 있어. 이들을 경험주의자라 부르는데, 그중 대표적 사상가인 흄은 선과 악을 객관적 실재가 아니라 인간의 주관적 느낌의 문제라 보았어. 다시 말해 선하다, 악하다는 판단은 우리가 어떤 행위를 바라볼 때 느끼는 쾌감이나 불쾌감을 표현한
데 불과하다는 거지. 흄에 따르면, 우리는 대체로 사회적으로 유용한 행위에 대해 쾌감을 느끼는데, 그 이유는 우리가 타인의 행복이나 불행을 마음속으로 함께 느끼는 공감(sympathy)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래.
수하 흄은 그럼, 우리의 경험을 떠나 그 자체로 선하거나 악한 행위 는 존재할 수 없다고 본 건가요? 그렇다면 배트맨이 조커의 행 방을 찾기 위해 고담 시민들을 도청한다거나 라우를 중국에 서 납치한 일도 꼭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겠네요.
철학쌤 그래. 흄의 주장은 오늘날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공리주의 윤리의 모태가 되었는데, 공리주의에 따르면 네가 말 한 배트맨의 행위도 옳은 거야._〈선과 악〉 중에서
삼촌 이야기 속 터크 가족은 늙지 않을뿐더러 심지어 총에 맞거나 칼에 베어도 상처가 금세 아물어버려. 당연히 죽지도 않고. 만약 이들처럼 영원히 죽지 않을 수 있다면 어떨까? 넌 샘물을 마실 거야?
재희 죽지 않는다……, 영원히 산다……. 우선 굉장히 좋을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저는 아직 제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거든요. 그런데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이것저것 다양한 일들을 해볼 수 있을 거 아니에요? 여러 가지 하다 보면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도 찾게 되겠지요. 세계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여행도 하고요.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처럼 다양한 직업도 갖고 부자로도 살 수 있을 거예요.
삼촌 막내아들 제시의 생각과 비슷하구나. 제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시간을 맘껏 누리고 싶어 했지. 그래서 “이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온갖 것을 구경하고 다니는 거야. 어머니, 아버지는 우리가 가진 이 시간을 즐길 줄 몰라. 인생이란 즐기기 위한 거잖아. 만약 그렇지 않으면 이 많은 시간이 다 무슨 소용이야?”라고 말했지._〈삶과 죽음〉 중에서
<b>〈푸른들녘 인문교양〉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b>
인문교양의 다양한 주제들을 폭넓고 섬세하게 바라보는 〈푸른들녘 인문교양〉 시리즈. 오랜 시간이 흘러도 우리 옆을 지키며 삶과 발맞춰 호흡하는 생활 속의 다양한 주제들을 통해 사람의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앎이 녹아든 삶’을 지향하는 이 시리즈는 주변의 구체적인 사물과 현상에서 출발하여 문화·정치·경제·철학·사회·예술·역사 등 다방면의 영역으로 생각을 확대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선택한 흥미로운 소재를 통해 독특하고 풍미 넘치는 ‘인문교양 요리’를 선보이는 〈푸른들녘 인문교양〉의 세 번째 주제는 ‘일상에서 만난 철학’이다. 철학은 거창한 게 아니다. 책 속에서 만나는 철학가의 박제된 사상도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부딪힐 수 있는 다양한 고민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철학이다. 일상에 녹아든 철학적 질문을 만나고 그 답을 탐색하는 가운데 청소년들은 사유하는 힘을 얻고, 보다 견고한 삶의 지표를 세우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그 여정에 함께할 믿음직한 나침반이다.
<b>어느 날, 철학이 나를 찾아왔다!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의문과 고민에서 출발하여
그들 스스로 자기만의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생각의 물꼬’를 터주는 책 </b>
“지금 하고 있는 공부만으로도 벅차요. 그런데 철학책까지 읽으라고요?”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나 교사가 건네는 ‘철학책’을 보면 이렇게 되묻는다. 그러고는 으레 “에이, 철학은 머리 아파요!” 하고 일갈해버린다. 철학을 교과과정과 동떨어진 고리타분한 학문, 〈사회〉나 〈윤리와 사상〉을 배우면서 각인된 외울 것만 많은 분야라는 생각, 혹은 두꺼운 볼륨만 자랑할 뿐 쓸모라곤 찾아볼 수 없는 박제된 학문으로 여기는 탓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이미 어렸을 적부터 철학을 ‘했’다. 온몸으로 ‘철학하며’ 자라왔다. 다만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말을 배운 순간 양육자에게 묻기 시작하는 “이건 뭐야?”로부터 시작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왜?”라는 질문의 본질도 사실 철학하기 아닌가? 그런 행위 자체에ㅡ언어학자들의 표현을 빌자면ㅡ 철학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 뿐이다. 철학의 어원인 ‘지혜’로 다가서는 과정도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데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 풍토는 질문하고 답을 탐색하는 험난한 여정을 반기지 않는다. 정형화된 지식을 빠른 시간 안에 많이 습득하도록 부추기는 탓이다. 교사나 학생은 물론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광장에서 만나던 철학이 소수 배운 자들의 ‘책상 위 학문’으로 남거나 인문학 열풍을 타고 ‘책상 위의 철학사’로 남게 된 배경이다. 청소년을 위한 〈푸른들녘 인문교양〉 시리즈의 세 번째 타이틀 『책상을 떠난 철학』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언제인가부터 청소년을 위한 철학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것들 역시 큰 발자취를 남긴 철학 사상을 알기 쉽게 해설하는 데 머물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모두 학교 현장에서 철학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철학의 길을 안내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아이들의 체험에서 제기된 다양한 질문들, 이를 테면 “누군가를 ‘따’ 시키는 데 동참하지 않으면 내가 ‘따’를 당하는데 어떡하죠?”, “저런 애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쪽팔릴 거 같아서……”, “죽는다고 생각만 해도 무서워요!”, “왜 나한테만 이런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거죠?” 등과 같은 의문과 매일 마주하면서,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지금까지의 책들이 철학자의 사상을 소개하고 해설하는 데 치중했다면, 이 책은 청소년들이 실제로 일상에서 겪는 여러 가지 삶의 문제를 끄집어내어 해석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삶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엮은 것이다. ‘내 앞에 놓인’ 다양한 질문을 들고 인생의 선배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독자들은 “맞아, 내 고민이 바로 그거야!” 하고 공감하는 동시에 스스로 답을 찾아갈 힘을 얻게 될 터다. 인생길에서 종종 만나는 근원적인 질문의 답이 궁금한 청소년들, 자신의 삶에 깊이를 더하고 싶은 사람들, 자녀의 고민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부모님들, 그리고 토론과 글쓰기 수업에 활용할 자료를 찾고 있는 교사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B>나는 궁금하다, 고로 철학한다 </b>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궁금한 게 많다. 자기 자신에 대한 질문, 타인과 사회에 대한 질문, 보다 궁극적인 문제들에 대한 질문으로 머리가 복잡하다. 남자와 여자는 왜 서로 다른지, 특별한 이유 없이 누군가에게 끌리는 현상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부모님은 서로 사랑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왜 같이 사는 것인지, 부자들만 좋은 의료 혜택을 누리면서 오래 살 수 있다면 그야말로 불공평한 일 아닌지, 누가 봐도 불행해 보이는 사람이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인지, 내가 느끼고 만지고 경험하는 이 세상이 진짜 존재하는 것인지, 다른 사람도 죽음을 생각하면서 가슴 답답함을 느끼는 것인지……. 아주 어렸을 적 부모에게 “왜?”라 묻고, 그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던 아이들은 이처럼 10대 중반에 이르러 한층 깊은 질문을 품게 된다. 명료한 답을 찾느라 정신의 방황을 겪는다. 사실 우리 모두,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철학하기’를 시작한 게 아니었을까?
<b>누구나 ‘아무나’가 되다</b>
물론 요즘 아이들은 예전보다 넓고 다양해진 채널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기 쉬워졌다. 그러나 본격적인 궁금증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대놓고 교과목 외의 책을 읽거나 토론을 할 수도 없다.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선 중고등학교나 학교 밖 배움의 터전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제도권 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정규과목으로 ‘철학’을 접하기 쉽지 않고, 학교 밖 배움터에 있는 아이들도 결국은 졸업자격을 따는 공부에 올인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자기 삶에, 혹은 세상에 의문이 생겨도 대충 알아서 해결하거나 몇 마디 질의응답으로 마무리한다. 나만의 인생철학이라든가 삶의 신념을 정립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학교교육이 제공하는 정답만을 몸에 익히면서 그저 그런 평균적 시민으로 자란다. 특별하게 태어난 모든 아이들이 교육을 거쳐 누구나 ‘ONE OF THEM’이 되는 슬픈 풍경이다. 아이들의 치열한 고민을 인정하지 않거나 “그런 고민일랑 나중에 대학에 들어가서 해도 늦지 않아……”라고 조언하는 어른들이 이에 기여한 바 크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떨어진다고 아우성이다.
<b>철학하기 좋은 나이, 10대 </b>
결과적으로 보면 그렇다. 어렸을 적부터 서로 묻고 답하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그 내용을 근거로 글 쓰는 경험을 축적한 환경에서 자란 뭇 나라 아이들과 간극이 벌어지는 건 당연하다. 이 모두 기성세대의 패착이다. 그런데 여기 좀 특별한 교사들이 있다. 아이들과 묻거니 답하거니 함께 고민하면서 과정을 공유하는 사람들이다. “청소년들과 철학 수업을 하면서 그들이 품고 있는 의문과 고민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고, 이들이 ‘철학함’을 실천하기에 좋은 자질을 갖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많은 10대들은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겪는 일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데 주저함이 없었고, 여러 사상가들의 견해를 배우는 걸 감내(?)했으며, 친구들 및 교사와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걸 즐거워했습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세상사에 대해 나름의 주관을 갖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힘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아이들이 훌쩍 성장했다는 뜻이다. 『책상을 떠난 철학』은 그 결과물을 정리한 첫 번째 진솔한 기록이다.
<b>흔한 고민에 깊이를 더해주는 『책상을 떠난 철학』 </b>
『책상을 떠난 철학』은 총 일곱 개의 주제를 다룬다. 각각의 주제는 ‘사랑과 실존’, ‘일과 놀이’, ‘선과 악’, ‘삶과 죽음’, ‘가상과 현실’, ‘남과 여’, ‘행복과 불행’으로서 서로 대조적인 단어들로 쌍을 이룬다. 애초 기획 단계에서는 ‘옳음과 그름’, ‘삶과 교육’이 포함되었으나 양이 넘치는 바람에 두 개의 주제를 다음 책으로 넘기게 되었다. 이 책은 독자들이 자기 고민을 들고 상담자(교사)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먼저 자신의 고민을 꺼내놓는 “고민 있어요”, 상담자(교사)가 아이들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생각 거리를 던져주는 워밍업 섹션인 “이 영화(책)를 보렴”, 그리고 학생과 상담자(교사)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얘기해보자”, 학생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지금 내 생각은”이다. 마지막 섹션 “나도 한마디”는 각각의 글을 읽은 최초 독자인 실제 학생들(고1~2)이 자신의 경험에 비춰 소감을 정리한 리뷰이다. 철학이 생소한 독자들을 위해 주요 인명이나 사상 중 본문에서 미처 설명하지 못한 내용들은 “철학쌤의 서랍”이라는 별도의 꼭지에 정리했다. 본문과 연관된 영화 포스터나 책 이미지, 사상가의 얼굴 등 각종 자료들을 함께 보면서 ‘자금, 여기서 발생한 나의 고민’을 함께 녹여내는 여정을 통해 독자들은 철학이 고리타분하거나 쓸모없는 학문이 아니라 일상에 깊이를 더해주고 사유의 힘을 강화해주는 고마운 분야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b>● 책속으로 추가</b>
중근 저도 요즘 수학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는 있지만, 그래도 수학이 정밀한 학문이란 생각은 하고 있어요. 수학과 같은 철학이라~, 야심이 대단한데요? 그렇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가상현실이 아니라는 것도 증명했겠네요. 네오가 자신을 비롯한 인간들이 인큐베이터 속에 갇힌 고치 같은 존재였다는 것을 확인하고 놀라는 장면을 보면서 저도 등골이 오싹했거든요.
철학쌤 당근이지. 명확한 철학을 세우기 위해 데카르트는 우선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의심하기 시작했어. 토머스 앤더슨이 ‘매트릭스란 뭔가?’에 대해 의구심을 품으면서 밤마다 컴퓨터 앞아 앉아 각종 프로그램을 해킹하던 것과 비슷해. 데카르트처럼 ‘자명한 철학’을 세우기 위한 방편으로 일부러 하는 의심을 ‘방법적 회의’라고 일컫는단다. 중근이 너라면 우리가 지닌 지식들 중 어떤 것부터 의심할 것 같니?
중근 음……, 저라면 감각을 통해 얻은 지식들을 의심할 것 같아요. 감각이 우리를 속일 때가 종종 있거든요. 팔을 물속에 집어넣으면 굽어 보이고, 또 어떤 경우엔 길이가 같은 선분인데도 어느 한쪽이 더 짧아 보이기도 하잖아요? 똑같은 음식인데 먹는 사람에 따라 맛있다, 짜다, 싱겁다 등등 평가도 다양하고요._〈가상과 현실〉 중에서
민수 예. 저희 할아버지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남자는 평생에 세 번만 우는 거라고 항상 못 박듯 이야기하셨거든요. 저희 정도만 되도 남자, 여자 구별이 잘 없는데 어른들은 만날 그렇게 말하잖아요. “남자라면 이래야 한다, 여자라면 이래야 한다”라고요.
철학쌤 우리 주변에서 그런 경우를 조금 더 찾아볼까?
민수 제 여자 사촌동생이 아직 어린데요. 입은 옷을 보면 다 노란색이나 분홍색 계열이에요. 반대로 남자애들 색은 파란색이나 검은색이고요. 장난감도 남자애들에게는 총이나 칼을 선물하는데 여자애들에게는 인형이나 주방놀이를 선물하잖아요? CF에서도 여자는 화장품 같은 것을, 남자는 자동차 같은 것을 선전하고요. 예전에는 그런 것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런 게 다 성역할을 결정짓는 데 한몫하는 거 같아요. 주인공 페트로니우스가 자신의 비밀을 들키지 않으려고 여동생이 제일 갖고 싶어 하는 것을 고르는데, 그때 주저하지 않고 칼을 고르잖아요. 대신 자기는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팔랑거리는 치마나 화려한 가방을 고르고요. 어떤 사회든지 만들어진 문명과 만들어진 성역할이 있는 거죠!
철학쌤 ‘만들어졌다!’, 와 유레카! 점점 철학자가 되어가는구나. 너처럼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던 학자가 있어. 「제2의 성」이라는 논문을 써서 유명해진 보부아르가 바로 그 사람이야. 그녀는 여성해방운동에 관심이 많은 작가이자 여성운동가였어. 보부아르는 여성성이라는 것이 남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고, 그 때문에 여성은 억압받고 있다고 생각했지. 여성은 여성대로 살라고 끊임없이 교육받는다는 거야. 그리고 그 유명한 말을 남겼단다.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다!”_〈남과 여〉 중에서
신부님 그렇지? 그래도 우리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인 셈이구나. 흔히 행복은 인생의 궁극적 목표라고 하는데……. 이건 또 무슨 뜻일까?
영민 혹시 이런 게 아닐까요? 사람들은 대개 공부해서 성공하고, 성 공해서 돈 벌고, 돈 벌어서 비싼 아파트 사고……. 이런 식으로 인생을 이어가요. 뭔가 좀 더 나은 상태로 가는 걸 행복이라고 여기니까요. 하지만 정작 자신이 그리던 ‘행복’에 도달한 다음의 질문, 그러니까 “행복해져서 뭐 할 것인가?”라고는 더 이상 묻 지 않죠. 물어봐야 답을 알 수 없으니까요. 이런 걸 두고 궁극 적 목표라 하는 게 아닐까요?
신부님 그래, 맞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한 삶이란 즐거움을 추구한다거나 자기 기분대로 행동하는 무절제한 삶이 아니라 고 했어. 행복한 삶은 쾌락과 도덕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아 야 하는데 이런 태도를 일컬어 그는 ‘중용’이라고 했어.
영민 중용이요? 그게 뭐죠? 저는 처음 들어보는데요._〈행복과 불행〉 중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이현영
저자 이현영은 20대~30대 초반엔 사회의 그늘진 곳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30대 중반부터 교육이 우리 사회의 희망이라 믿어 이우학교를 설립하는 일에 힘을 보탰고, 2003년부터 이우학교에서 철학으로 아이들과 만나고 있다. 아이들이 주어진 질서와 규범에 의문을 던지며 새로운 것들을 상상할 때, 그리고 벗과 함께 일을 저지르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시민을 위한 통일론』(새길)을 썼고, 중학교 교과서『더불어 사는 철학』(경기도교육청), 고등학교 교과서 『철학』(경기도교육청)을 함께 썼다.
저자(글) 장기혁
저자 장기혁은 철학교사 자격을 받은 1999년부터 교직을 시작해 이우학교에서 11년째 교사 생활을 하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기성세대로 인해 불안해지고 위험에 빠져드는 아이들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며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실행하고 싶어 한다. 그동안 함께 쓴 책으로 중학교 교과서 『더불어 사는 철학』(경기도교육청), 고등학교 교과서 『철학』(경기도 교육청), 초등학교 교과서 『더불어 나누는 철학 5~6학년』(경기도교 육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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