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서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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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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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서클 7
감사의 말 467
옮긴이의 말 473
원들은 끝이 없기에 경이롭다. 끝이 없는 건 모두 경이롭다. 하지만 끝없음은 고통이기도 하다. 나는 수평선이 영원히 잡히지 않으리라는 걸 알면서도 수평선을 쫓아갔다. 어리석은 일이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 되지는 않았다. 이제 원은 거의 완성되고, 시작과 끝 사이엔 마지막으로 무시무시한 물 하나만이 남아 있다. 나는 세상을 보았노라고 믿게 되리라 생각했지만, 세상은 너무 넓고 삶은 너무 짧다. 무언가를 완성했노라고 믿게 되리라 생각했지만, 무엇 하나 완성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나는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더 나은 존재가 되리라 여겼지만, 지금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못한 존재임을 안다.
아무도 이걸 읽어선 안 된다. 내 삶은 내 유일한 소유물이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렇지만. 1권 16쪽
우리란 그 안에 있을 때는 나보다 안전하지만, 사실은 불안정하고 믿을 수 없는 것이다. 1권 99쪽
“가끔은 바람에 몸을 숙여야 해. 우리의 통제 밖에 있는 것이 너무 많거든.” 1권 399쪽
세상은 펼쳐지고 또 펼쳐지며, 언제나 끝이 없다. 하나의 선, 하나의 원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앞을 바라본다. 수평선이 있다. 뒤를 본다. 수평선. 지나간 것은 잃어버린 것이다. 지금의 나는 미래에 이미 잃어버린 것이다. 1권 434쪽
우리는 새 연인을 만나 새로운 로맨스를 시작할 때마다 그걸 새 출발로 여기지만 사실은 그저 바람 부는 대로 나아가는 것일 뿐이며, 새 궤도는 늘 직전의 궤도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 식으로 평생 들쭉날쭉하지만 단절되지 않는 연쇄작용이 이어지는 것이다. 내가 늘 반응만 하는 것, 목적지를 정해놓지 않고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나아가는 것, 그것도 한 가지 문제였다. 2권 11쪽
도망치고 싶은 충동은 여전하고, 지평선이 손짓해 부른다. 더 멀리 갈 수 있다면, 아무데서도 살지 않고 비행기 한 대만 소유한다면, 그 비행기가 영원히 착륙할 필요가 없다면, 그렇다면 자유를 느낄지도 모른다. 2권 46쪽
나는 메리언에게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꼭 이유가 있어야만 뭔가를 하는 걸까? 그냥 하는 거지. 2권 65쪽
나의 비행은 명시된 목적으로서 명백하고 도달 가능한 목표를 지니지만, 그 목적은 지구의 규모를 알고서 볼 수 있는 걸 다 보고 싶은 나 자신의 근본적으로 도달 불가능한 갈망에서 생겨났다. 나는 지구의 차원에서 내 삶을 평가하고 싶다. 2권 103쪽
사람들은 늘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자신이 죽을 거란-사실을 일깨우는 상황에서 오히려 더 살아 있기 위해 애쓰는 것 같아요. 2권 237쪽~238쪽
나는 메리언 그레이브스를 연기하게 되면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중요한 건 두려움을 신처럼 떠받들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2권 303쪽
그녀가 가고 싶은 곳은 오직 앞쪽, 먼 곳뿐이다. 그녀는 지금 이곳, 생명 없는 광활한 땅이 죽음 그 자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안다. 2권 403쪽
나중에 그녀는 자신이 상반되는 바람들을 지녔다는 결론에 이를 것이다. 살고 싶은 동시에 죽고 싶고, 세상으로 돌아가 새 삶을 살면서 모든 걸 바꾸고 싶은 동시에 과거의 삶으로 돌아가 아무것도 바꾸고 싶지 않기도 한 바람. 2권 441쪽
★ 부커상, 여성소설상 최종후보
★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 아마존, 〈타임〉 〈워싱턴 포스트〉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보스턴 글로브〉 등 올해의 책
★ 리드위드제나 북클럽 선정
★ TV 시리즈 제작 예정
내게는 오직 비행기, 바람
그리고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것,
그 경이로운 원에 대한 생각뿐이다
두 주인공 메리언 그레이브스와 해들리 백스터의 삶이 교차 진행되는 소설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영화배우 해들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경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뒤 할리우드를 맴돌며 감독으로 일하는 삼촌 손에서 자란 해들리는 배우로 데뷔해 활동하다 〈대천사〉라는 로맨스판타지 영화 시리즈에 캐스팅되어 스타로 떠오른다. 하지만 인기의 정점에서 스캔들에 휩싸여 시리즈에서 해고되고 배우로서의 커리어도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런 해들리에게 이웃에 사는 배우 겸 영화제작자 휴고가 비행사 메리언 그레이브스의 생애를 토대로 한 영화 〈페리그린〉에서 메리언의 역할을 맡아달라고 제안하고, 어린 시절 도서관에서 『바다, 하늘, 그 사이의 새들: 메리언 그레이브스의 잃어버린 비행일지』를 탐독했던 기억을 떠올린 해들리는 이 역할을 맡기로 한다. 그리고 이 영화로 재기할 수 있기를,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메리언 그레이브스는 1914년 제이미 그레이브스와 쌍둥이로 태어났다. 태어나고 몇 달 지나지 않았을 때 아버지가 선장으로 있는 배에 온 가족이 승선했다가 침몰 사고를 당하고, 이 사고로 인해 어머니는 실종되고 아버지는 감옥에 들어가 화가인 삼촌 월리스에게 맡겨진다. 온화하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제이미와 달리 몬태나주 미줄라의 자연을 자유롭게 떠돌며 모험을 즐기는 메리언은 열두 살이 되던 해 운명적인 순간을 마주한다. 말을 타고 산을 오르던 중 손을 뻗으면 바퀴에 닿을 수 있을 만큼 아주 낮게 날아가는 복엽기 한 대를 맞닥뜨린 것이다. 그리고 그 비행기에 직접 타본 뒤 비행 자체에 완전히 매료된 메리언은 무슨 일이 있어도 비행사가 되고 말겠다는 결심을 한다.
메리언은 비행 교습비를 모으기 위해 배달 일을 하다가 밀주업자이자 대농장을 소유하고 있는 바클리를 알게 되고, 메리언에게 한눈에 반한 바클리는 비행 교습을 주선해주며 후원이라는 명목으로 그녀를 소유하려 한다. 메리언은 덫에 걸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으면서도 비행을 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바클리와 결혼까지 하게 되지만, 결국 바클리의 구속과 속박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쳐 새로운 삶으로-알래스카로, 2차대전이 발발한 뒤에는 영국으로-날아간다. 그리고 마침내, 지구를 크게 한 바퀴 도는 세계일주 비행을 시작하며 일생의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에 나선다.
더 멀리 갈 수 있다면,
하늘로 날아올라 영원히 착륙할 필요가 없다면,
그렇다면 자유로워질지도 모른다
소설의 제목인 ‘그레이트 서클(Great Circle)’은 구 위에서 그을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원을 의미하며, 지구를 기준으로는 북극과 남극을 지나는 경도선과 적도를 말한다. 이는 지구 전체를 한 바퀴 도는 메리언의 비행과 관련이 있는 제목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메리언의 삶이 한 세기를 빙 돌아 해들리의 연기를 통해 되살아나게 된 것과도 연관 지을 수 있다. 일인칭으로 서술되는 해들리 파트와 삼인칭으로 전개되는 메리언 파트는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평행선을 그리며 결코 만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메리언의 비행일지를 통해 연결되는 주인공들의 유사성은 두 줄기의 이야기를 아름답고도 놀라운 방식으로 아우른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삼촌 손에서 자랐다는 삶의 궤적뿐 아니라 각자 자신만의 한계에 갇힌 채 자유를 열망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두 사람은 “외로움을 모험으로 바꾸고 싶다는 모호한 갈망”을 품고 단 한 번뿐인 안생에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자문한다. 메리언은 1920~1940년대에 성별에 따른 규범에서 벗어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엄청난 희생과 대가를 치른 끝에 자유와 독립을 쟁취하고, 해들리는 2010년대 할리우드에서 끝없는 경쟁과 억압적인 대중의 시선, 그로 인한 자기파괴적 행동에서 벗어나고자 지금과는 다른 존재 방식을 찾아 헤맨다.
매기 십스테드는 2012년 오클랜드공항에서, 세계 최초로 영국에서 뉴질랜드까지 단독비행에 성공한 여자 조종사 진 배튼의 동상을 마주한 뒤 이 소설을 구상했고 자연히 메리언의 이야기를 먼저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작가가 이 대형 프로젝트에 완전히 몰입하게 된 건 해들리의 이야기를 떠올리면서부터였다. 메리언이라는 독보적인 캐릭터에 해들리라는 날카로우면서도 현대적인 목소리가 더해지며 비로소 『그레이트 서클』이라는 소설이 궤도에 오르게 된 것이다.
금주법 시대의 미국 서부부터 2차대전 시기의 영국, 21세기의 할리우드뿐 아니라 남극과 북극, 뉴질랜드의 섬까지 광범위한 시대와 여러 대륙을 종횡무진 오가며 펼쳐지는 이 소설은 스케일이 장대할 뿐 아니라 세세한 디테일로 가득하다. 메리언이 태어나기도 전 부모 세대에서 이야기가 시작하는 만큼 수많은 조연들이 등장하고, 이들 한 명 한 명이 생생히 살아 있어 지금 읽고 있는 장면이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인물들의 표정과 목소리까지 눈앞에 펼쳐진다. 이들은 대체로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이지만 종종 실존했던 조종사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만드는데, 그래서인지 책을 다 읽고 나면 메리언 그레이브스라는 조종사가 정말로 존재했던 것처럼, 꿈을 좇아 지구를 한 바퀴 돌다 실종되어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메리언은 비행하는 법을 배우고 처음 공중회전에 성공한 뒤 쌍둥이인 제이미에게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 된 것 같았다고 말한다. “마치 내가 하나의 고정점이고, 조종장치를 이용해서 세상이 내 주위를 돌게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세상이 나의 주위를 도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틱과 방향타를 움직여 세상을 내 주위로 돌게 만드는 이 기분은, 아무데도 아닌 지금 이곳에서 어디로도 가지 못할 것 같다는 막막함으로부터 메리언과 해들리를 해방시켜주고, 삶에서 자신의 길을 스스로 조종해나갈 수 있도록 북돋아준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메리언과 해들리가 직접 조종간을 잡고 그리는 ‘그레이트 서클’을 따라가다보면 마치 이들의 경이로운 여정에 동행해 함께 날아오른 것 같은 황홀함과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추천사 이어서
올해 읽은 최고의 책. 독립적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과거를 뒤로하고 꿈을 좇아 스스로를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작. 어린 나이에 비행에 푹 빠진 메리언 그레이브스는 하늘을 날아 지구를 일주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려 한다. 꿈을 이루는 데는 대가가 따르지만 메리언은 포기할 생각이 없다. 백 년 후 영화배우 해들리 백스터는 메리언 그레이브스 역을 맡아 할리우드에서 재기를 꿈꾼다. 모험과 자유를 갈망하고 비행을 사랑하는 두 여성을 따라, 세기를 넘어 펼쳐지는 황홀한 대작. 아마존 북 리뷰
작가정보
Maggie Shipstead
198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하고 아이오와 작가 워크숍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스테그너 펠로십 수여자로 선정되었고, 펠로십 과정을 마친 뒤 2012년 첫 장편소설인 『좌석 배치Seating Arrangements』를 출간했다. 뉴잉글랜드 가상의 섬에서 주말 동안 펼쳐지는 결혼식을 배경으로 한 이 데뷔작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도서상과 딜런 토머스 상을 수상했다.
세번째 장편소설 『그레이트 서클』(2021)은 20세기 초에 태어나 비행사가 되어 세계일주 비행을 꿈꾸는 메리언 그레이브스의 삶과, 21세기에 메리언을 연기하는 할리우드 영화배우 해들리 백스터의 삶을 통해 꿈을 이루고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자신만의 길을 걸어나간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소설은 부커상과 여성소설상 최종후보에 올랐으며, 〈타임〉 〈워싱턴 포스트〉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보스턴 글로브〉 〈릿허브〉, NPR, 아마존 등 수많은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2021년 『켈리 갱의 진짜 이야기』로 제15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마지막 이야기들』 『북과 남』 『지복의 성자』 『시핑 뉴스』 『나 같은 기계들』 『넛셸』 『솔라』 『데어 데어』 『바퀴벌레』 『스위트 투스』 『사실들』 『빌리 린의 전쟁 같은 휴가』 『상승』 『사이더 하우스』 『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 『별의 시간』 『서쪽 바람』 『죽음이 물었다』 『한낮의 우울』 『천 개의 아침』 『밤으로의 긴 여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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