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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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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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 푸주한의 딸
2 과학에 대한 아주 짧은 막간 이야기
3 목적의식
4 시스템의 아웃사이더
5 수전의 엄마
6 달라진 세상
에필로그
감사의 글
역자 후기
전후 공산주의 헝가리에서 태어나 과학자를 꿈꾸던 소녀가
생물학과에 입학하여 진짜 과학자가 되기까지
“푸주한의 딸”은 공산주의 헝가리의 소도시에서 푸주한의 딸로 태어난 커털린 커리코의 어린 시절을 담아낸다. 전기도 수도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흙집에서 자란 커리코는 할머니가 키우던 꽃, 텃밭에서 기르던 채소 등 주변 모든 곳에서 과학을 배웠다. 또한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님에도 학교에서 최선을 다해서 모든 것을 배우고자 했으며, 그 결과 헝가리 생물 경시대회에 출전하여 수상하기도 했다. 책도 그녀의 훌륭한 스승이었다. 특히 한스 셀리에의 「생명의 스트레스」는 그녀 자신만을 위해 쓰인 책이라고 느낄 정도로 과학자로서의 그녀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반 친구들과 헝가리 출신의 과학자 얼베르트 센트죄르지에게 무모하게 “얼베르트 센트죄르지, USA”라고만 주소를 적어서 보낸 편지가 응답을 받으면서 과학자가 되겠다는 커리코의 소망은 더욱 확고해졌다. 게다가 커리코는 불의에 맞설 줄도 아는 학생이었다. 러시아어 선생님의 부당한 요구와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협박에도 그녀는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입학시험을 치러 원하던 세게드 대학교 생물학과에 합격한다.
“과학에 대한 아주 짧은 막간 이야기”에서는 커리코를 사로잡은 RNA를 간략하게 소개한다. DNA가 우리의 유전정보를 간직하고 있는 영원불변의 저장고라면, RNA는 우리 몸에 필요한 것들을 만들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찰나의 분자이다. 그리고 이런 차이는 커리코에게 엄청난 매력과 무궁한 가능성으로 다가왔고, 그녀는 30년이 넘게 RNA 연구에 매진한다. 그러기 전에 먼저 대학교를 졸업해야 한다.
세게드 대학교 생물학과에 입학한 커리코는 공부에 몰두한다. 공부를 위해서 먹고 자는 생활, 쏟아지는 잠을 쫓기 위해서 한겨울에도 기숙사 창문을 열고 찬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고, 부족했던 실험실 경험을 쌓아가며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 자신을 내던진 시기였다. 누군가는 공부가 행복과 반대에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커리코에게는 “세게드에서 보낸 이 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대학교 졸업을 1년 앞둔 커리코가 한 수산연구소에서 잠시 일을 할 때의 일화는 그녀의 집념과 연구를 향한 열정을 잘 보여준다. 출근 첫날 그녀는 직속 상사도 없고, 업무에 필요한 재료들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핑계는 일을 할 생각이 없을 때나 찾는 것”이고 커리코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연구에 필요한 재료들을 구하고 없는 재료는 처음 만들어보는 것일지라도 직접 만들어서 업무를 시작했다. 수산연구소에서 했던 연구는 몇 년 뒤인 1981년에 출간된 커리코의 첫 논문의 주제가 되었다. 1977년 겨울 큰 키에 어려서부터 몸이 좋지 않아 비쩍 마르기도 했고 공부를 하느라 연애에는 관심도 없었던 커리코는 학과에서 주최한 송년 파티에서 자신보다 키가 큰 남자와 눈이 마주쳤고, 그는 적극적으로 커리코에게 관심을 나타냈다. 커리코가 지내던 기숙사까지 찾아온 남자는 당시 고등학생이었지만, 커리코를 웃게 해주는 좋은 사람이었고, 결국 둘은 결혼에 이른다. 그리고 딸을 출산하며 엄마가 된다. 커리코는 과학자로서의 삶도 충실하게 이어나간다. 생물학 연구소(BRC)의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커리코와 동료 연구자들은 도축장에서 가져온 소의 뇌에서 추출한 인지질로 우리의 세포막과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진 리포솜을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이어 리포솜에 DNA를 넣어서 포유류의 세포에 들여보내 세포가 DNA에 새겨진 단백질을 만들게 했다. 이후에는 세포가 RNA 감염원을 식별하여 공격하는 인터페론 시스템을 연구하면서 “약물로 사용될 수 있는 RNA”의 가능성에 눈을 뜨게 된다. BRC에서 한창 인터페론을 연구하던 중 커리코는 식욕 부진, 고열과 온몸의 통증 등 어린 시절 그녀를 괴롭혔던 증상들을 다시금 겪는다. 일을 쉬면서 병원을 오가던 어느 날 커리코는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녀가 “아직 해내지 못한 일을 기다려줄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잠재력을 현실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후 그녀는 “일터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때부터 내 페이스를 유지했다. 몸이 부서질 것처럼 아파도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RNA는 실험실에서 다루기가 어렵기로 악명 높았고, 동료 과학자들도 RNA는 골칫덩어리, 연구할 수 없고, 게다가 그렇게 번거로움을 무릅쓸 가치조차 없는 물질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커리코는 결코 겁을 먹거나 RNA의 가능성을 의심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눈에 띄는 연구 성과가 나오지 않자, BRC의 연구를 지원하던 회사가 지원을 중단했고, 커리코의 연구원 계약이 종료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서 커리코는 수많은 지원서를 보냈고 결국 헝가리를 떠나 미국으로 향하게 된다.
고국을 떠나 낯선 타국에서 학계의 주목도, 연구비 지원도 못 받는
이방인이자 외톨이 RNA 연구자로서 자신만의 돌파구를 찾아가는 여정
딸 수전의 곰 인형에 가족의 전 재산인 1,200달러를 넣어서 헝가리를 떠나 미국에 도착한 커리코는 미국의 유명한 생화학자 로버트 수하돌닉의 연구실에서 일을 하게 된다. 수직적이고 경직된 수하돌닉의 연구실에서 자신의 연구를 이어가던 커리코는 이직 제안을 받고 이를 수락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수하돌닉은 커리코에게 저주를 퍼붓고 그녀를 미국에서 추방하겠다고 협박하면서 그녀가 자신의 연구실에 남기를 종용했으나, 이런 일들은 수하돌닉의 연구실을 떠나겠다는 그녀의 의지를 더욱 굳히기만 할 뿐이었다. 결국 커리코는 미국 군의관 양성기관에서 자리를 얻어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후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유펜)로 이직하면서 커리코는 연구 경력이 전환점을 맞이한다. 커리코가 유펜에서 보낸 20여 년은 크게 세 시기로 나뉘며, 두 개의 과와 세 명의 의사 동료들이 등장한다. 먼저 커리코를 유펜에 채용한 심장전문의 엘리엇 바네이선이다. 엘리엇은 혈전 용해를 돕는 분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커리코가 mRNA를 이용한 방안을 제안하여 둘은 함께 연구를 시작한다. 둘은 수많은 논문을 공저했고 혈전 용해에 관여하는 우로키나아제를 실험하여 mRNA로 세포가 우로키나아제 수용기를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이런 성공의 순간에도 커리코는 샴페인을 터뜨리기보다는 연구를 발전시켜나갔다. 그러나 엘리엇이 생명공학 기업으로 스카우트되면서 커리코는 옛 제자였던 데이비드의 도움으로 두 번째 시기인 신경외과 전문의들과의 협동 연구를 이어간다. 그러던 중 마지막 세 번째 시기를 함께하며 앞으로의 중요한 연구업적을 쌓아가게 될 동반자, “앞으로 평생 내 이름과 함께 언급될” 노벨상 공동 수상자인 드루 와이스먼과 교내 복사기 앞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면역학자인 와이스먼과의 우연한 만남으로 커리코는 mRNA 백신의 가능성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mRNA를 이용하면 항원을 세포에 직접 집어넣는 대신에 세포가 자체적으로 항원을 생산할 수 있게 지침을 제공하므로 기존 백신보다 저렴하고 빠르게 백신을 만들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몸이 항원 제조 공장이자 그 항원에 반응하는 면역계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를 시작한 두 사람은 곧 난관에 봉착한다. mRNA 자체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뭔가가 있는 듯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커리코는 한 번에 하나씩 실험을 거듭해가며 염증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RNA를 찾아냈다. 30년간 이어진 연구가 수많은 실험들이 마침내 연결된 것이다. 실험실에서 mRNA를 만들고, mRNA를 세포에 전달하고, mRNA가 파괴되지 않게 보호하고, 슈도유리딘을 mRNA에 통합하여 mRNA가 염증성 반응을 일으키지 않게 막았을 뿐만 아니라 훨씬 더 많은 단백질을 번역했다. 이 둘의 연구는 면역학 학술지 「이뮤니티(Immunity)」에 게재되었으나, 당시에는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했고, 커리코는 2013년 대학교를 떠나 독일의 생명기업인 바이온텍으로 이직한다.
“달라진 세상”
그리고 커리코가 전하고픈 메시지
커리코의 연구는 코로나19 백신으로 인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다. 2020년 초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팬데믹을 종식시키려면 한시라도 빨리 백신이 필요했다. 커리코가 몸담고 있던 바이온텍과 손잡은 화이자는 전례 없는 속도로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커리코는 이 과정을 회사의 본사가 있는 독일이 아니라 미국의 집에서 지휘했다. 그녀 역시 팬데믹으로 미국에 발이 묶인 상태였기 때문이다. 백신이 효과가 있다는 전화를 받던 날도 그녀는 차분하게 남편에게 “효과가 있대”라고만 말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러니까 자기가 좋아하는 초콜릿 한 상자를 뜯어 몽땅 먹는 것으로 결과를 축하했다. 이후에는 수많은 스포트라이트가 그녀를 따라다녔다. 수많은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고, 수많은 상들을 받고 강연을 하며 커리코는 전 세계를 누볐다. 그리고 셀 수 없는 사람들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성공이 수많은 가능성들 가운데 일부일 뿐이라고 말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연구를 이어갈 수 있기를 희망하며, 앞으로 mRNA를 이용한 치료제와 백신이 폭발하기를 기대한다.
작가정보
어려운 과학책은 쉽게, 쉬운 과학책은 재미있게 옮기려는 과학 도서 전문 번역가. 서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천연물과학대학원과 미국 조지아 대학교 식물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새들의 방식』, 『문명의 자연사』, 『생물의 이름에는 이야기가 있다』, 『나무의 세계』, 『오해의 동물원』, 『언더랜드』, 『세상을 연결한 여성들』, 『코드 브레이커』, 『10퍼센트 인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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