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 하는 사이
2024년 09월 0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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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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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인연 이야기
책울림 사랑담 5
사랑만, 하는 사이
읽기만 해도 달곰씁쓸한 사랑의 언어를 맛보는 어른 로맨스 소설
내 서러움에 취해 울었다.
우는데 빤히 쳐다보는 남자는…,
쇠똥이다.
차 문을 열고 그에게 물었다.
“여기 괜찮은 식당 있어요?”
남자는 한참을 빤히 쳐다보았다.
묻는데 빤히 쳐다보는 남자는…,
개똥이다.
주위를 둘러보던 남자는 말했다.
“스스로 찾아보세요.”
“좋은 마음은 냥 좋게만 생각하다가 묻는 게 좋아요.
솔직히 지유 씨가 쏙 마음에 들긴 하지만, 그걸로 방방 뛰기엔…
이젠 힘들어. 안 할래.”
“길게 말하지 맙시다. 내가 사귀어줄게요.
코인지 입인지 하는 여자는 이미 결혼해서 잘살걸.
왜 동하 씨만 미련하게 그 여자를 생각해요?”
나는 너로 정했다. 왜냐고? 나도 네가 쏙 마음에 들었거든!
#2_시시한 연애라도 할 걸 그랬어
#3_사랑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4_내가 심심했나? 왜 껴들었지?
#5_이 주인장, 참으로 여유롭네
#6_징징대세요! 내가 받아줄게요
#7_처음 해보는 육체적 노동, 나쁘지 않아
#8_싫다더니, 올라가 있었다
#9_이왕이면 메이드풍 앞치마를 두르고 싶었다
#10_너 기분 좋아지라고 한 말이니, 힘껏 웃어
#11_여자 좋아, 지유 씨 좋아
#12_좋은 마음은 그냥 좋게만 묻어
#13_벨을 누르려고 하면 내 손 꼭 잡아줘
#14_지유만 내 마음에 쏙 들었어
#15_알코올중독자를 만나다
#16_2단계의 남자의 실체
#17_놀고먹어도 좋아했을 거야
#18_노골적이지는 않지만 등한시하지 않는 것
#19_선배는 아팠어, 동하는 안 아파
#20_동양화녀를 만나다
#21_이쯤에서 헤어질까?
#22_사회에 쓸모 있으려고 노력하지 마
#23_그만하라고 했는데 계속 좋아하려고
#24_세 치 혀를 함부로 놀리다가는…
#25_허락할 테니, 내 머리 꼭대기에 앉아
#26_왜 나를 싫어하지?
#27_왜 진주알은 달랑달랑거릴까
#28_사랑만 하는 사이로, 평생
하지만 그다음 상대가 지긋하게도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3학년으로 복학한 그는, 내가 결이 맞는다고 생각한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부류였고, 세상이나 동기들에 대한 반골 정신이 강한 그의 말에 흠뻑 빠져 창피한지도 모르고 열심히 쫓아다녔다.
“내가 가는 곳마다 왜 네가 있냐?”
선배는 내가 자신의 발길을 쫓는 줄을 생각도 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때 나는 두 번의 연애 경험으로 꽤 자신감이
붙었는지 앞뒤 다 자르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우리 사귀어요.”
‘#3_사랑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중에서
34살이 되던 해부터 엄마와 아빠는 이대로는 안 되겠는지 결혼업체와 중매쟁이를 통해 선 자리를 알아보고 다녔고, 조건에 맞는 상대가 나올 때마다 나는 분홍색 투피스를 입고 나를 요모조모 살피는 남자들을 만났다. 나도 이대로 가다가는 비혼주의도 아닌데 강제적 비혼주의자가 될 것만 같은 두려움이 앞서서 부모 말을 고분이 따랐다. 대개 나보다 네다섯 위였고,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벤처 기업 등의 과장이나 부장, 실장이라는 지위가 박혀 있는 명함을 가지고 있는 남자들이었다.
쓸만한 놈은 진즉에 낚아채 간다는 이야기에는 늘 예외가 존재하는데, 내가 만난 남자들은 예외 중에 돌연변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연애 기술이 서투르거나 성격이 좋지 못하거나 외양이 그리 단정치 못하거나 자기 소신이 너무 투철하거나, 일 중독이라서 제 몸 하나도 건사하지 못하거나. 그래서 마흔이 다 되도록 누군가가 낚아채지 않았던 모양이다.
‘#3_사랑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중에서
내가 자리에 앉자 주인장은 메뉴판과 물수건을 챙겨 내 앞에 놓았다. 물수건에는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납품받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세탁해서 온장고에 넣었다는 건가. 이런 서비스를 받은 적이 오랜만이라서, 살짝 감동이 일었다. 내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드니, 주인장이 정면에 서 있었다. 이런 건… 싫다. 멀찍이 떨어져 있지. 더욱이 미소까지 짓고 있다. 이런 건… 더더욱 싫다. 무표정하게 있지.
‘#4_내가 심심했나? 왜 껴들었지?’ 중에서
“사장님이라고 부를까요? 아니면 셰프?”
“그냥 이름 불러요. 셰프는 무슨….”
“우리는 주종 관계, 지배와 피지배 사이 아니에요? 이름으로 부르긴 조금 그렇지 않나….”
“품앗이니 주종 관계 아니에요. 그러니 ‘피’도 빼요. 서로를 지배하는 사람으로 편하게 일하죠.”
서로를 지배, 그건 좀… 야릇하지 않나. 상태 안 좋은 여자 대하는 걸 보면 분명 마조인데 서로를 지배하자니, 취
향이 애매하다.
‘#9_이왕이면 메이드풍 앞치마를 두르고 싶었다’ 중에서
“내가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 멈춤 벨을 눌러요. 그러면 멈출 거고, 지유 씨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바로 내려요.”
싫다, 그런 것은 싫다. 사귀기 전에 내릴 생각부터 하는 것은 정말 싫다.
“그건 싫은데…. 내가 섣부르게 벨을 누르려고 하면 내 손 꼭 잡아줘요.”
‘#13_벨을 누르려고 하면 내 손 꼭 잡아줘’ 중에서
공부라면 자신 있었던, 한때 전도유망했던 4급 서기관,
어느 날 반백수가 되다
낯을 많이 가리고, 성격도 좋지 않고, 친화력도 부족하고, 대화 솜씨도 부족하지만, 공부는 누구보다 잘했던 36살의 박지유는 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으로 세종시에서 10년 동안 숨죽여 살면서 혼기를 놓쳤다. 뒤늦게 결혼이라는 노선을 올라타기 위해 노력하지만, 나이와 함께 나날이 향상되는 것은 세 치 혀로 나불거리는 깐족거림이다. 더욱이 허리 디스크를 아작낸 누군가의 만남으로 허리 병까지 얻어 1년 무급 휴직을 신청하고 잠시 쉬면서 허리 병을 고치려고 후암동으로 이사한다. 그리고 ‘장동하’라는 남자를 만난다.
[주인장은 환한 미소로 “일 년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하기에, 나도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건넸다. 주인
집 아들이지만 하는 짓을 보니 딱 호구라서 굳이 멀리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요리라면 자신 있었던, 한때 전도유망했던 쉐프,
어느 날 후미진 자락에 식당을 열다
일본에서 10년 동안 요리사로서 일했지만, 사랑의 시련을 겪고 한국으로 돌아와 후암동 한 자락에서 ‘무미(茂味)’를 연 37살의 장동하. 꽃잎이 두세 장 겹쳐 놓은 듯한 화사한 미소가 특기인 그는 아픈 사람에게 한없이 관대하고 자상하다. 진상 손님도 자신의 밥을 맛있게 먹어준다면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그는, 자신의 매서운 눈매를 활용할 생각이 없다. 그리고 ‘박지유’라는 여자를 만난다.
[“나도 아파요! 허리를 끊어내고 싶을 정도로 아파요! 그렇다고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화풀이하지 않아요! 정
화풀이하고 싶으면 가족한테 하면 되지, 왜 여기 와서 징징대요? 그럼 나도 여기 와서 징징댈까요?”
그때 주인장이 멍하니 있다 갑자기 외쳤다.
“징징대세요! 내가 다 받아줄게요!”]
노골적이지만 등한시하지 않는 것,
그것은 바로…
이런저런 사정으로 동하의 형 동규의 제안으로 반백수인 지유는 점심과 저녁을 해결해주는 조건으로 무미에서 서빙 알바를 시작한다. 모든 게 정반대인 두 사람, 고작 36살인 지유와 기껏해야 37살인 동하는 함께 일하게 되는데…. 다만 동하는 토요일에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 그, 그녀는 누구고, 이 둘은 어떤 결실을 볼까. 동하의 지유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4쌍의 커플은 어떤 사랑을 이어 나갈까.
[꼭 만나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 여자친구는 없다고 했지만 그건 ‘현재’를 말하는 것일 뿐, 시간이 지나면 애인 사이
가 되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전초전일 수 있다. 그리고 그 말을 한 게 석 달 전이다.
어제는 없다고 하더니, 오늘은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되니, 사람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 어
제는 없었지만, 오늘은 있고, 내일은 없을 수 있는 것이 남녀관계다.]
사랑, 60억의 사람들에게
60억 종류의 모습으로 그 색과 냄새가 달리하며 다가간다
사랑은, 60억 사람에게 60억 종류의 모습으로 그 색과 냄새를 달리하며 다가가니, 그만큼 오묘한 게 있을까? 책울림 사랑담은 그 오묘한 인연에 사랑을 엮는 시리즈다. 사랑의 농밀한 즐거움과 애틋한 통증을 찾아내는 시절인연에 대한 작가의 집착력은 스쳐 지나갔던 행간마저 되돌려 붙들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사랑이 서툰 사람들에게, 사랑이 끝나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사랑을 하고 싶다면, 사랑을 하고 있다면, 사랑을 끝내려면 책울림의 사랑담을 읽어보자. “우리 손 잡고 걸을까요?”라고 말하고 싶어질 것이고, “우리 헤어질까요?”라고 말하기 전 다시 한번 그 인연의 행간을 더듬어보고 “우리 헤어지지 맙시다”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사랑 없이 살아보는 게 아니라 사랑, 그것이 없으면 나도 없다는 마음으로, 사랑의 힘이 무엇인지, 사람의 힘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사랑을 주고 떠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책울림 사랑담은 60억 종류의 사랑 모습을 그리면서 시리즈를 이어갈 예정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연주홍
연주홍
험하디험한 이 세상에 태어나 수중에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채 죽기에 너무 억울해서 사랑이나 듬뿍 퍼주고 싶다는 염원으로 사랑에 대한 글을 썼다. 풀어가는 이야기는 무조건 해피엔딩이어야 한다고, 악한 사람도 결코 악해선 안 된다고,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이 빛이 나는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는 나름의 지조를 가지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썼고, 쓰려고 한다. 이 글을 읽고 사랑을 듬뿍 받지 못했거나 사랑을 듬뿍 받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잠깐 행복한 상상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지은 책으로는, 책울림 사랑담 시리즈 《사랑을 듬뿍 받고 싶어, 미련이 남지 않게》, 《생각지 못한 사랑》, 《다시 그가 왔다》, 《고작해야,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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