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미스터리 사건 수첩
2024년 09월 13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8월 25일 출간
- 오디오북 상품 정보
- 듣기 가능 오디오
- 제공 언어 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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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59067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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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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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의 『대한민국 미스터리 사건 수첩』에는 과거 한국에서 벌어진 사건 중에 그 시대에는 상당히 화제가 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모은 이상한 사건이었지만, 지금은 어느새 잊혀 거의 언급되지 않는 15가지 사건이 수록되어 있다. 이 사건들은 정치적인 의미가 있는 몇몇 사건을 제외하고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이하면서도 괴상하고, 그 진실이 무엇인지 미스터리한 것도 많다. 저자는 이 사건들을 개인의 사생활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사건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사회에 두고 있다. 과거의 사건 기록 속에는 그런 범죄가 일어날 수 있었던 그 시대의 배경이 녹아 있고, 동시에 그 사건에 대처하기 위한 당시 사회의 반응도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001 불타는 한국 최초의 방송국
텔레비전의 마력에 빠지다 ㆍ 15 | 한국 최초의 텔레비전 방송을 시작하다 ㆍ 19 | 방송국이 불에 타다 ㆍ 22 | KBS-1 채널 번호는 9번 ㆍ 27
002 소매치기 전성시대
검은 손의 세계 ㆍ 33 | 헌병으로 변장한 소매치기 ㆍ 37 | 서커스단, 만주국, 좀도둑거리 ㆍ 40 | 서울과 부산에서 소매치기를 하다 ㆍ 45 | 백식구파와 김 형사 ㆍ 48
003 어린이를 죽인 괴물
두 아이가 실종되었다 ㆍ 53 | 호랑이가 어린이들을 습격했다 ㆍ 57 | 호랑이를 구경한 적도 없다 ㆍ 61 | 솥에 있던 고기의 정체 ㆍ 66
004 남대문 금은방 권총 강도와 영어 학원
서울의 티파니 ㆍ 71 | 권총으로 위협하다 ㆍ 74 |무허가 여관, 퇴폐업소, 탈영병을 수사하다 ㆍ 78 | 영어 학원에 등록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 ㆍ 82
005 경찰서에서 사기를 치다
50만 환 사취 사건 ㆍ 87 | 남대문경찰서의 김 형사 ㆍ 90 | 형사가 아니라 사기꾼 ㆍ 94 | “서울지방경찰청입니다” ㆍ 97
006 도둑맞은 금관을 찾아라
국보 제138호 금관의 비밀 ㆍ 101 | 현풍 지역의 도굴꾼들 ㆍ 106 | 금관을 어디에 숨겼을까? ㆍ 109 | 금관이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되다 ㆍ 112
007 쓰레기를 실은 워싱턴 메일호
나일론 백 사건 ㆍ 117 | ‘수출 보국’이 나라에 대한 충성의 길 ㆍ 121 | 사건의 배후에 권력층이 있다 ㆍ 125 | 중앙정보부와 육군 방첩대의 갈등 ㆍ 130
008 보호받지 못한 피해자
소나무밭에서 발견된 여성의 시신 ㆍ 134 | 범인이 편지를 보내다 ㆍ 137 | 진술을 번복하다 ㆍ 142 | 사형이 확정되다 ㆍ 147 | 한국 재판 사상 희대의 오판 ㆍ 150
009 명동의 보물을 찾아라
4개국의 공동선언을 수락하다 ㆍ 153 | 일본인들이 숨겨둔 금괴 ㆍ 157 | 1961년 가을의 보물찾기 ㆍ 160 | 보물 지도를 손에 쥐다 ㆍ 165 | 보물 상자는 없었다 ㆍ 170
010 을지로의 폴터가이스트
도깨비 혹은 도깨비집 사건 ㆍ 174 | 집 안에 돌멩이가 날아들다 ㆍ 177 | 누가 돌팔매질을 했을까? ㆍ 181 | “이 부락은 불바다로 변해버릴 것이다” ㆍ 183 | 돌은 집 안에서 던졌다 ㆍ 187
011 우라늄과 이중간첩
의문의 남자가 호텔에서 자살하다 ㆍ 193 | 남한에 침투한 북한의 첩보원 ㆍ 196 | 유서에 남겨진 우라늄에 대한 정보 ㆍ 200 | 서울대학교 라듐 도난 사건 ㆍ 204 | 한국 최초의 원자로, 트리가 마크-2 ㆍ 208
012 일지매와 해당화단
매화 꽃나무 가지를 남기다 ㆍ 212 | 일지매보다 유명한 해당화 ㆍ 216 | 부산 제일은행 강도 사건 ㆍ 219 | 해당화 강도단 ㆍ 223 | 서울 대한여행사 강도 사건 ㆍ 227
013 풍마동을 훔치다
황금보다도 더 귀한 금속 ㆍ 230 | 마곡사 5층 석탑의 비밀 ㆍ 232 | 풍마동 도난 사건 ㆍ 236 | 동제 은입사 향로가 발견되다 ㆍ 240
014 유령이 탄 자동차
자동차 안에는 사람이 없었다 ㆍ 244 | 시신으로 돌아온 ‘찦차’의 운전기사 ㆍ 247 | 일본 메이지대학을 나온 ‘인테리’이자 공학도 ㆍ 255 | 강요된 자백 ㆍ 258
015 충무로에 울려 퍼진 총소리
범인은 왜 강 사장을 쏘았을까? ㆍ 265 | 청부 살인 ㆍ 268 | 태흥영화사의 이태원과 군납업자 친목회 ㆍ 271 | 스트롱과 ‘돈 나무’ ㆍ 277 | 배후는 공공기관과 정부 고위층 ㆍ 282
『한국일보』로서는 다행스럽게도, 보험회사는 결국 보험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최창봉의 회고에 따르면, 장기영 사장은 화재 직후 잿더미가 된 방송국을 쳐다보면서 “다시 시작하는 거야”라고 읊조렸다고 한다. HLKZ 방송국 직원 중 몇몇은 정말로 얼마 후면 다시 방송국이 재건될 것으로 생각하고 미군의 AFKN 방송 시간을 빌려 한국어 방송을 얼마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간 기업의 도전으로 시작한 한국 최초의 텔레비전 방송국 HLKZ는 영영 이어지지 못했다. HLKZ 방송은 그대로 사업을 종료했고, 시간이 흘러 1961년 12월 정부 주도의 방송국인 KBS가 텔레비전 방송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그 옛날, 라디오 장비 해커 출신의 무역상이었던 한 젊은이가 한국 최초의 텔레비전 방송에 도전하기 위해 사업을 벌였을 때 HLKZ가 택한 채널 번호는 9번이었다. 이 채널 번호는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KBS-1이 계승해서 이어오고 있다. 「불타는 한국 최초의 방송국」(본문 30~32쪽)
남대문 금은방 권총 강도 사건의 범인은 결국 사건 177일 만인 10월 14일에서야 체포되었다. 그는 24세의 최씨였는데, 귀중품 절도 사건의 기본대로 훔친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 현금화하려 시도하다 발각되었다. 동두천에서 팔찌 하나를 팔아보려 했지만, 금은방 상인이 수상하게 여겨 신고한 것이 단서가 되었다. 최초의 예상과 달리 최씨는 서울이 아니라 충남 당진에서 검거되었다. 제대 군인 출신일 것이라는 추리도 맞지 않았다. 최씨는 미군 부대 내 식당에서 일하다가 우연히 권총을 습득했다고 했다. 약혼이나 연애 등이 동기일 것이라는 추리도 틀렸다. 최씨가 밝힌 범행 동기는, 취직에 도움될 수 있도록 영어 학원에 다닐 돈을 구하려는 목적이었다. 그가 체포되어 남대문 금은방에서 현장 검증을 할 때 너무 많은 사람이 와글거리며 모여드는 바람에, 그 와중에 또 날치기들이 다른 범행을 저질렀다는 코미디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남대문 금은방 권총 강도와 영어 학원」(본문 83~84쪽)
이상했던 점은 배 자체가 아니라 배에 실린 화물이었다. 국내 무역회사의 주문으로 실어놓은 상자들이 잔뜩 있었다. 『경향신문』 1월 9일 기사에 따르면, 상자는 총 233개였다. 전체 무게는 148톤이었다고 하니 상자 하나의 무게는 대략 635킬로그램이 된다. 배가 실을 수 있는 무게를 고려해서 상자를 일부러 크게 만들었을 이유는 없다고 가정하면, 상자 하나의 크기는 대략 10킬로그램짜리 쌀자루를 63~64개 정도 쌓아놓은 크기였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다. 635킬로그램 단위로 나누어 상자에 따로 담아서 실을 정도라면, 그 화물이 고가의 제품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값싼 제품이라면 더 커다란 상자에 마구 담아놓았을 것이고, 또 무게당 가격이 낮은 제품이라면 포장의 크기가 더 클 것이다. 나중에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이때 233개 상자 속에 담겨 있다고 서류에 기재되어 있던 내용물은 나일론 백(bag)이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 사건은 흔히 ‘나일론 백 사건’이라고 불리게 된다. 「쓰레기를 실은 워싱턴 메일호」(본문 118쪽)
오후 2시경, 작업자들은 지하에서 방공호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 근처에서 일본 청주병을 발견했다. 일행은 이제 곧 금과 다이아몬드가 들어찬 보물 상자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었다. 작업은 그날 밤 11시까지 계속되었지만, 보물을 찾을 수는 없었다. 깨진 그릇 조각 몇 개가 더 나올 뿐이었다고 한다. 그때까지 땅을 파고 들어간 깊이는 3미터 60센티미터였다. 『경향신문』 9월 27일 기사에서는 강씨가 작업 포기를 결심한 후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습니다. 이런 망신이 어디 있죠?”라고 말했다고 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지난 7년 동안의 궁금증은 사라지게 되어 후련하다고도 했다. 신기한 소문에 관심을 가졌던 구경꾼들은 아쉬웠던지 “기왕 파보는 것 좀더 파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참견하며 좀체 떠나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명동의 보물을 찾아라」(본문 171~172쪽)
김씨가 남긴 유서 6통 중 3통의 중심 내용은 기사에 공개되었다. 그의 죽음을 처음부터 살인이 아닌 자살로 단정하고 보도가 나온 것을 보면, 6통의 유서 중 어딘가에는 그가 어떤 처지에 이르렀으며 사망 직전 무슨 생각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기록된 게 아닌가 싶다. 우선 3통 중 1통은 친구에게 남긴 편지다. 일본 도쿄에 머물고 있는 어느 외국인에게 귀중한 우라늄을 맡겨두었으며 그에게 연락하면 그 우라늄을 찾을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우라늄이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 있다는 점, 또한 김씨가 첩보 활동 중 알게 된 동료가 문제의 우라늄 사건과 연결되었을 수 있다는 점 등이 첩보 소설을 읽는 듯 호기심을 강력하게 자극한다. 다른 1통의 유서는 문제의 그 외국인에게 남긴 편지였다. 누군가 우라늄을 찾으러 오면 내어주라는 당부였다. 도쿄의 외국인이 우라늄을 찾으러 온 사람을 믿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보증할 수 있는 방편을 제시하기 위한 글로 보인다. 「우라늄과 이중간첩」(본문 200~201쪽)
자동차의 왼쪽 문에는 칠이 벗겨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자동차가 전봇대와 옆으로 충돌한 게 아니다 보니, 이것은 충돌 당시의 자국이 아닐 터였다.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경찰은 자동차 전면이 찌그러진 모양에도 주목했다고 한다. 이 자동차가 그전에 다른 자동차와 충돌하며 사고를 일으킨 흔적일 가능성이 제기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동차는 전봇대와 충돌하며 멈추기 전, 이미 다른 사고를 일으켰다는 뜻이다. 경찰은 당연히 사건 당일 이 차와 충돌했던 상대방 차량을 찾고자 했다. 그 운전자를 찾아낸다면, 주인 없는 피투성이 차량이 무슨 일을 겪은 것인지에 대한 단서도 나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1959년은 차량 사고 목격자(신고자)를 찾거나, 목격과 신고 진술 내용에 따라 특정 차를 찾아내는 작업이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다. 우선 전화 보급률이 대단히 낮았기 때문에 뭔가를 목격했다고 한들 즉시 신고하는 게 쉽지 않았다. 「유령이 탄 자동차」(본문 246~247쪽)
일본인들은 명동에 보물을 숨겨놓았을까?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미치노미야 히로히토가 “미국, 영국, 중국, 소련 4개국의 공동선언을 수락한다”며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 당시 한반도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은 부랴부랴 짐과 재산을 싸들고 일본으로 떠났다. 그러나 미군의 법령에 따라 대부분 재산을 한반도에 두고 떠나는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16년 만인 1961년 가을, 일제강점기에 번화가로 성장한 ‘명동’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가 퍼졌고, 이씨ㆍ김씨ㆍ강씨 세 사람은 보물찾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누구나 한 번쯤 지나쳤던, 너무나 친숙한 명동 어딘가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9월 26일, 20여 명의 작업자가 땅을 파기 시작했고, 만약의 혼란을 대비해서 경찰관 10여 명도 배치되었고, 무슨 이유인지 중앙정보부 직원이 와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 청주병만 발견되었을 뿐 보물 상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세 사람은 보물이 묻혀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굳게 믿고 있었을까? 아니면 정말로 아주 약간의 차이로 빗나간 위치에 보물이 여전히 묻혀 있고, 수십만 명의 시민이 오가는 명동 거리 아래에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을까?
마곡사 5층 석탑의 비밀
충남 공주 마곡사 5층 석탑은 한국식 5층 석탑 위에 다시 티베트식 금속 탑을 올린 기묘한 구조다. 그런데 석탑 꼭대기의 동탑은 풍마동으로 되어 있었다. 풍마동은 바람에 연마되는 구리 같은 금속이라는 뜻으로, “황금보다도 더 귀한 금속”이었다. 그 가치는 수백억 원 정도의 가치를 가진 보물이었다. 그런데 1956년 5월, 풍마동으로 제작된 탑이 도난당했다. 동탑의 크기는 1~2미터 정도고, 무게는 상당했다. 풍마동은 도난당한 지 2개월이 지난 후에 마곡사 인근의 풀밭에서 발견되었다. 도둑이 운반 과정에서 동탑을 버린 채 도망쳤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고 나서 약 1년이 지난 1957년 9월, 동탑이 또 사라졌다. 다행히 두 번째 사건은 사건 발생 후 100일 정도가 지난 1958년 1월 절도단 3인조 중 2명이 강원도에서 체포되면서 이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두 번이나 도둑맞은 풍마동은 그렇게 제자리로 돌아왔다. 1972년에는 마곡사 5층 석탑이 해체 복원될 때, 동제 은입사 향로가 발견되기도 했다. 그러나 풍마동 동탑이 어디서 만들어져 언제부터 왜 석탑 위에 놓였는지, 또 첫 번째 도난 사건의 진상이 무엇이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나일론 백 사건
1967년 12월 30일, 인천에서 굉장히 이상한 배 한 척이 발견되었다. 이 배는 ‘워싱턴 메일호’로, 동남아시아 방면으로 정기 운항하는 화물선이었다. 그런데 이 화물선에 있는 233개 상자 속에 ‘나일론 백’이 들어 있다고 서류에 기재되었지만, 사실은 쓰레기 148톤이 정성스럽게 포장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서류상 화물과 실제로 배 안에 실려 있던 화물이 전혀 달랐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주 보는 보통의 밀수나 밀매 범죄와는 거리가 멀다. 밀매 범죄는 별 가치가 없어 보이는 물건 속에 원래 목표인 물건을 숨겨두기 때문이다.
이 ‘나일론 백 사건’은 중앙정보부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 사건을 처음 조사해 발견한 주체가 경찰이나 세관이 아니라 육군 방첩대(현재 국군방첩사령부)였다. 육군 방첩대는 적의 스파이 행위를 막기 위한 활동을 지휘하던 부대였고, 다양한 정보 수집과 기밀 활동을 담당했으며, 군대 조직 내에서 중앙정보부와 비슷한 업무를 수행할 때도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육군 방첩대가 ‘쓰레기 수출 작전’을 알아낼 수 있었을까? 이 무렵 육군 방첩대와 중앙정보부가 어느 정도 갈등 관계나 경쟁 관계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육군 방첩대가 중앙정보부를 공격하기 위해 사건을 터뜨린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
의문의 남자가 호텔에서 자살하다
1953년 9월 23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남자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독약을 먹고 사망한 남자는 6통의 유서를 남겼다. 그 유서 중 하나에는 우라늄의 행방에 관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이는 남자가 핵무기 개발의 중요 열쇠인 물질을 구할 수 있었다거나 적어도 원자력 연구나 방사능 실험에 큰 가치를 지닌 정보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는 한국어 본명과 가명을 쓰고 있었고, 미국의 정보기관에서 근무하던 첩보원이었다. 즉, 미국 첩보 당국의 요원으로서 냉전의 절정기에 냉전의 최전선인 한반도에서 일하는 인물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개월 정도가 지난 10월, 수사 결과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고 밝혀졌다. 남자는 1952년 7월 미군 수사기관에서 파면되었으며 이후 밀항선으로 한국으로 돌아왔고, 다시 일본에 갔다가 생활고와 빚에 시달렸으며, 다음 해 8월 초순 일본에서 강제송환 당해 귀국했다. 이때 과거 내연의 관계였던 여성을 부산에서 만났는데, 그 여성은 생활고를 못 이겨 화류계에서 일하고 있었다. 남자는 부산을 떠나 서울로 왔으며 그 후에도 생계를 이을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다. 어쩌면, 빚에 시달리던 중 돈을 갚을 귀중품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우라늄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과연 그의 삶이 전부 거짓이었을까?
작가정보
공학박사이자 작가로,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06년 단편소설 「토끼의 아리아」가 MBC 〈베스트극장〉에서 영상화된 이후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과학적 상상력과 방대한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곽재식과 힘의 용사들』, 『곽재식의 유령 잡는 화학자』,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곽재식의 아파트 생물학』,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 등 다수의 논픽션을 집필했다. 또한 『곽재식의 역설 사전』, 『곽재식의 도시 탐구』, 『곽재식의 고전 유람』,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한국 괴물 백과』 등의 인문 교양서를 집필하기도 했다. EBS 〈인물사담회〉, KBS 라디오 〈주말 생방송 정보쇼〉, SBS 라디오 〈김영철의 파워FM〉 등 대중매체에서도 과학 입담꾼으로 활약하고 있다.
낭독 이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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