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건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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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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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보다도 더욱 강력해진 미스터리가 한시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드는 이번 수사 기록은 프라이스라는 잘나가는 이혼 전문 변호사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그는 이혼 소송의 상대측으로부터 와인병으로 치겠다는 협박을 받고 며칠 뒤, 실제로 와인병에 가격당해 살해된 채 발견된다. 사건 현장에는 초록색 페인트로 〈182〉라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가 적혀 있다.
수수께끼의 사건을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골치가 아픈데, 이번에는 한 가지 난관이 더 있다. 호손을 지독하게 싫어하는 경찰들이 호손 몰래 수사 내용을 죄다 전달하라고 호로위츠를 협박한 것이다. 호로위츠는 드라마 촬영이 경찰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호손을 배반하고 경찰들에게 협조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호손과 호로위츠는 과연 경찰들의 방해 공작을 무사히 이겨 내고 범인을 밝혀낼 수 있을까?
「그녀가 프라이스의 머리에 와인을 부었죠.」 나는 말했다. SNS를 도배한 사건이라 선명하게 기억했다.
「어이, 그 정도가 아니라 병으로 치겠다고 협박까지 했어요. 손님으로 가득한 식당 한복판에서. 그 말을 들은 사람이 많아요.」
「그럼 그녀가 범인이겠네요!」
호손은 어깨를 으쓱했고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았다. 물론 현실에서는 답이 빤했을 것이다. 하지만 호손이 사는 세상에서는, 그가 나와 공유하고 싶어 하는 세상에서는 자백이라는 말의 뜻이 정반대일지 몰랐다.
─ 26면
한편 호손은 벽에 적힌 초록색 숫자를 보고 있었다. 「저건 뭘까요?」
「182요? 전혀 모르겠어요.」 그룬쇼 경위는 코웃음을 쳤다. 「호손, 당신은 그 숫자에 고마워해야 해요. 그것 때문에 여기로 호출됐으니까. 범인은 이게 재밌는 장난인 줄 아는 교활한 놈이에요.」
─ 42~43면
「책을요? 자기 책에 나를 등장시킨다고요? 나는 저 인간이 쓰는 빌어먹을 책에 등장하고 싶지 않아요! 변호사 불러 줘요. 저 인간이 나를 책에 등장시키면 고소하겠어요.」
「그쪽은 이만 나가 보는 게 좋겠네요.」 그룬쇼가 내게 말했다.
「염병할, 말도 안 돼! 나는 허락한 적 없어요. 내 말 들려요? 나에 대해 쓰기만 해봐, 죽여 버릴 거야!」
─ 93면
「토니, 전에도 말했잖아요. 당신이 질문하는 거 싫다고. 그러려고 여기 있는 거 아니잖아요.」
「나 원 참! 내가 수사를 방해한 것도 아닌데 뭘 그래요 .」
「아직은 모르죠. 하지만 지난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어버리지 말자고요. 당신이 바보 같은 질문을 던지는 바람에 하마터면 수사를 망칠 뻔했잖아요!」
「설마하니 데이비나 리처드슨이 살인 사건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어이, 괜히 넘겨짚지 말고 그냥 방해나 하지 말아요.」
─ 133면
「마지막으로 봤을 때 그레그는 꼭 죽은 사람처럼 창밖을 멍하니 내다보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날 죽은 사람은 그레그가 아니었죠.」
「이제는 죽은 사람이 됐지만.」 갤리번이 중얼거렸다.
「아, 소식 들었어요. 어쩌면 심판을 받은 걸지도요. 누가 알겠어요? 결국에는 우리 모두 심판을 받게 되어 있어요.」
─ 177면
아키라가 쓴 시를 훑어보았다. 영어지만 붓으로 쓴 일본어처럼 까맣고 구불구불한 서체가 쓰였다. 174번에서 181번 작품이 수록된 면이 펼쳐져 있었다(작품마다 제목은 없고 번호가 달려 있었다). 충동적으로 페이지를 넘겼는데 맨 위에 실린 182번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내 귓전에 속삭이는 그대
그 모든 단어가 재판
내려진 판결은 사형
─ 197면
「어처구니가 없네요!」 호손이 외쳤다. 「당신이 아는 게 뭐가 있다고!」
「아니, 이봐요…….」 나도 모르게 잔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내가 리처드 프라이스를 살해한 범인이 누군지는 모를지언정 그 점에 있어서는 당신도 마찬가지잖아요.」
「두 명의 용의자 중에서 한 명으로 좁혀 놨어요.」 호손은 커피 잔 너머로 나를 보며 눈을 깜빡였다.
─ 236면
「알려 드릴 수가 없어요…….」
「어째서요?」
「몰라서 그러시나 본데, 마크는 절대 ─」
바로 그때 사무실 한편에서 고요한 세 마디의 말이 들려 왔다. 「저 사람은 알아요.」 아키라였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가 뭘 안다는 걸까? 그리고 나는 왜 모르는 걸까?
「그냥 속 시원하게 털어놓으시죠.」 호손이 외쳤다. 「누굴 바보로 알아요? 내가 알아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 299면
흥분과 두려움이 교차했다. 호손과 나눈 대화가 아직까지도 머릿속에 맴돌았다.
「내가 제대로 맞혔죠?」
「어이, 알아냈네요. 거의…….」
「호손……!」
「제대로 맞혔어요.」
─ 320면
★ 2023년 에드거상 수상 작가
★ 『더 타임스』 올해의 책
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비밀은 죽음을 불러온다
마지막 순간까지 눈을 뗄 수 없는 흡입력과 몰입감
만약 당신이 살인 사건으로 신문을 받게 된다면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은 혹시라도 사실을 정확하게 말하지 않으면 범인으로 몰릴 것을 걱정해 전전긍긍할 것이다. 그러나 호손과 호로위츠가 수사를 위해 찾아간 증인들은 어째서인지 모두들 새빨간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무언가 비밀을 숨기려 든다. 그러나 경이로운 관찰력과 추리력을 지닌 호손은 그들의 거짓말을 꿰뚫어 보고, 이 신뢰할 수 없는 증인들은 순식간에 수상쩍은 살인 용의자로 변모한다.
먼저, 살해당한 변호사 프라이스를 와인병으로 치겠다고 말했던 가장 강력한 용의자인 아키라는 자기가 그런 협박을 한 이유는 프라이스가 이혼 합의금 문제로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라면서, 살인이 벌어진 시각에 알리바이가 있다고 당당하게 나온다. 또 다른 용의자인 프라이스의 남편 스펜서는 사건 당시 어머니를 만나러 바닷가 양로원에 다녀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차에는 새똥이나 날벌레 시체 하나 없이 깨끗한 것이 절대 바닷가를 갔을 리 없다.
그 외에 아키라와의 소송 건에서 프라이스가 변호했던 부동산 개발업자 록우드, 프라이스에게 거액의 유산을 받기로 한 리처드슨, 프라이스와 동창인 남편을 둔 테일러가 차례로 등장하는데, 그들 사이에는 돈과 사랑, 과거의 추억이 얽히고설켜 사건을 더욱 미궁 속으로 빠뜨린다. 이 각각의 사연들 속에는 결말에 이르러서만 알 수 있는 충격적인 반전이 겹겹으로 도사리고 있다.
무심한 몸짓과 말 한마디에 숨겨진 치명적 단서들
순수한 추리의 즐거움을 누려라!
〈작가는 살인자의 정체가 밝혀질 때까지 독자와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룬다〉라는 이 소설에 대한 언론의 평처럼, 『숨겨진 건 죽음』에서 독자는 모든 증언과 단서를 등장인물들과 동일하게 제공받으며 자신의 추리력을 마음껏 시험할 수 있다. 소설 속에서 범인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작가와 독자의 일대일 추리 대결이 펼쳐지는 것이다.
일찍이 19세기 소설가 로널드 녹스는 추리 소설이 지켜야 할 열 가지 규칙을 내놓은 적이 있다. 〈탐정의 근거 없는 직감이 적중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탐정이 발견한 단서는 모두 독자에게 알려야 한다〉 등의 내용을 담은 이 공식들은 현대까지도 작가와 독자가 제대로 승부를 펼치기 위해 꼭 필요한 규칙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를 충실하게 지키기는 까다로운 일이라, 대신 자극적인 잔인함이나 선정성을 양념 삼아 독자의 눈을 은근슬쩍 빠져나가는 추리 소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앤서니 호로위츠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추리 소설을 예술의 경지로까지 끌어올리는 솜씨를 발휘한다. 추리 소설의 작법 공식을 모두 올곧게 지켜 추리에 필요한 모든 단서를 보여 주면서도 범인을 쉽사리 예측할 수 없게 만들며, 동시에 곳곳에 복선을 숨기고 함정을 파서 살인 사건이 주는 긴장감 또한 끝까지 유지한다. 『숨겨진 건 죽음』은 순수한 추리의 즐거움을 원하는 독자에게 더없이 탁월한 선택이 되어 줄 단 한 권의 정통 추리 소설이다.
〉〉 옮긴이의 한마디
흥미진진한 몇 명의 용의자, 도처에서 등장하는 단서 그리고 독자를 낚는 데 쓰이는 다수의 미끼……. 내가 생각하기에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셜록 홈스와 에르퀼 푸아로의 계보를 잇는 정통 탐정물이라는 것이다. 호손은 홈스나
푸아로에 비하면 개인적인 매력은 좀 떨어질지 모르지만 탐정으로서의 매력은 넘쳐 난다. 중간에 호로위츠가 모든 사태를 간파하는 실마리가 될 단서를 하나만 알려 달라고 하자 그가 소설을 쓸 때 그러듯 살인 사건을 해결할 때도 먼저
패턴을 찾으라고 일갈하는 대목에서 언뜻 홈스의 영민함과 재수 없음을 동시에 느낀 사람이 나 혼자였을까?
작가정보
Anthony Horowitz
전형을 탈피해 색다른 구상을 선보이는 베스트셀러 추리 소설가이자 각본가. 1955년 영국 미들섹스주에서 태어나 요크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예술사를 전공했다. 극사실주의적인 디테일과 인간 심리에 대한 치밀한 묘사가 특징이다. 2007년 영국 출판업계 시상식에서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으며, 2014년 대영 제국 4등 훈장을 수훈한 데 이어 2022년 3등 훈장을 수훈했고, 2023년에는 추리 소설 분야의 가장 영예로운 상인 에드거상을 수상했다.
아서 코넌 도일 재단에서 새로운 〈셜록 홈스〉 시리즈의 소설을 쓸 작가로 지정되어 『셜록 홈스: 실크 하우스의 비밀』과 『셜록 홈스: 모리어티의 죽음』을 집필했다. 또한 「미드소머 살인 사건」, 「푸아로」 등 10여 개의 드라마 제작에 참여했으며 그중 「포일의 전쟁」은 영국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그 외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중요한 건 살인』과 『맥파이 살인 사건』, 아동서인 〈다이아몬드 브러더스〉, 〈펜터그램〉, 〈다섯의 힘〉 시리즈, 그리고 제임스 본드 소설인 〈제임스 본드〉 시리즈 등이 있다.
『숨겨진 건 죽음』은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인 호손과 호로위츠 시리즈 두 번째 권이다. 천재적인 추리 능력의 소유자인 괴팍한 전직 형사 호손과 그의 수사 과정을 소설로 집필하는 작가 호로위츠는 한층 더 강력해진 미스터리에 맞서서 변호사 살인 사건의 진실을 추적한다. 붉은 와인과 그보다 더 붉은 핏물, 초록색 페인트로 벽에 적힌 〈182〉라는 숫자, 그리고 죽음을 부르는 비밀…… 이 잔혹한 수수께끼의 현장으로 독자들을 지금 초대한다!
연세대학교에서 중어중문학을, 국제학대학원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했다. 편집자, 저작권 담당자를 거쳐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중요한 건 살인』, 『맥파이 살인 사건』, 『셜록 홈스: 실크 하우스의 비밀』, 『셜록 홈스: 모리어티의 죽음』을 비롯해 『미스터 메르세데스』, 『파인더스 키퍼스』, 『엔드 오브 왓치』, 『베어타운』 등 다양한 소설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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