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슬러
2024년 08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7월 1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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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68479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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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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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에디 펠슨은 캘리포니아에서 알아주는 젊은 당구 허슬러, 즉 당구 도박으로 사람을 등쳐 먹고 사는 인간이다. 유난히 빠른 경기 방식 때문에 ‘패스트(fast)’ 에디라 불리는 그는 사업 파트너인 찰리와 함께 미국 전역의 당구장을 돌아다니며 속임수로 큰돈을 따낸다. 연이은 승리와 두둑해지는 지갑에 그의 자신감은 부풀어오르지만, 시카고에서 만난 일류 허슬러 ‘미네소타 뚱보’와의 시합이 그의 모든 것을 바꿔 놓는다. 무려 40시간 동안의 기나긴 시합을 벌인 끝에 처절하게 패배하고 만 것이다. 자존심에 치명상을 입은 치기 어린 젊은이 에디는 혼란에 휩싸여 혼자 짐을 챙기고 새벽같이 호텔방을 나선다. 이제 그는 새로운 시작을 할 때다. 어디서, 어떻게, 무얼 할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에디가 아주 천천히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을 진하게 음미하며 말했다. “나는 당신이 본 중 최고입니다, 뚱보 양반.” 그게 다였다. 아주 간단했다. “그러니까 내가 최고라고.” 지난 몇 년간 그도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너무 명백하고 간결해져서 아무도, 심지어 찰리도 모를 리 없었다. “내가 최고라고. 당신이 날 이길지라도, 내가 최고야.” 눈가의 흐릿함이 다시 선명해졌고, 뚱보가 당구대 옆에 서서 초록색 표면 위로 손을 내린 채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당신이 날 이길지라도…….
-자네는 핑곗거리를 찾으면서 그 짐도 같이 내려놓은 거야. 그런 다음 자기 연민을 배우게 되지. 많은 사람들이 그런 방식으로 쾌감을 느끼는 방법을 배운다네. 그게 바로 최고의 실내 스포츠라고 할 수 있는 거지. 자기 연민.” 버트의 얼굴에 활기찬 미소가 번졌다. “모두가 그 스포츠를 즐겨 해. 특히 태생적으로 패배자인 인간들은.”
-“좋아, 에디.”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이 이겼어. 그러니까 큐대나 올려. 당신은 항상 이기잖아.”
그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더 쓸데없는 소리군.” 그러나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그 상황에서 벗어났다.
“날 보고 있는 당신의 눈은,” 상처받고 화가 난 그녀가 눈을 크게 뜨고서, 그러나 목소리에는 평정을 유지하고서 말했다. “당구 게임에서 당신한테 진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잖아. 방금 돈을 땄으니까 이제 자존심까지 원하는 건가?”
“내가 원하는 건 돈뿐이야.”
“그렇겠지.” 그녀가 말했다. “아무렴 돈뿐이지. 그리고 인간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는 우아한 즐거움도.”
-“나는 에디에게 당신을 이길 수 있냐고 물어본 게 아닙니다.” 버트가 말했다. “에디가 당신을 이길 거란 걸 나도 이미 알고 있어요. 에디에게 물어본 건 당신을 이길 거냐는 질문이었죠. 에디에게는 이 두 가지가 다르거든요.”
2020년 넷플릭스 최고의 화제작 『퀸스 갬빗』 원작 작가 월터 테비스의 눈부신 데뷔작!
1961년 폴 뉴먼 주연 동명 영화로 아카데미상 수상
치기 어린 젊은 당구 허슬러가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구르고 깨지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
에디 펠슨은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출신의 젊은 당구 허슬러다. 당구 도박꾼 선수인 허슬러는 내기 당구 시합에서 처음에는 실력이 좋지 않은 것처럼 상대를 속였다가 뒤통수를 치는 수법으로 돈을 따내 생활한다. 어릴 때부터 함께해 온 스승 찰리와 함께 각 지역의 유명 당구 허슬러들을 제패해 온 에디는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상태였다. 그의 재능은 그의 젊음처럼 빛나고, 그 누구도 그를 꺾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시카고에 도착하자마자 맞닥뜨린 일류 허슬러, ‘미네소타 뚱보'와 치른 장장 40여 시간의 게임에서 그는 참패를 당한다. 이 사실을 인정하기 힘든 그는 찰리를 떠나 방황하고,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난 새라라는 이름의 대학생과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새라는 에디와 안정적인 애정을 주고받길 원하지만, 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격지심과 뚱보에게 패배한 기억에 사로잡혀 진지한 관계를 맺길 회피한다. 벌어 놨던 돈도 떨어져 가고 패배의 상처는 불쑥불쑥 떠오르는 와중, 설상가상으로 경기 중 속임수가 들통나 동네 당구장의 불량배들에게 두들겨 맞고 손가락 부상까지 입은 에디. 궁지에 몰린 그에게 버트라는 한 수상한 남자가 다가오고, 버트와의 운명적인 조우는 그의 인생에 큰 변화를 일으키게 되는데…….
“내가 최고라고. 당신이 날 이길지라도, 내가 최고야.”_본문에서
당구대 위에 인생이 있다
“그게 바로 최고의 실내 스포츠라고 할 수 있는 거지. 자기 연민.
모두가 그 스포츠를 즐겨 해. 특히 태생적으로 패배자인 인간들은.” _본문에서
최초의 당구 소설로 출간 당시 화제가 됐던 『허슬러』는 긴박하고도 치밀한 당구 게임의 세계를 묘사하는 오락 스포츠 소설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에고(ego)가 뒤흔들어지고 짓이겨진 후에야 그가 인간으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 주는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연약한 영혼이 단단함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경험이 필요할까? 불완전한 청춘에 처음 겪는 실패는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입힌다. 그리고 결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랑과 이별, 믿음과 배신 등 여러 사건 속에서 청춘은 연거푸 패배한다. 하지만 처음만큼은 아프지 않을 것이다. 치명상은 생채기가 되고, 이윽고 옅은 흉터로 자리 잡아 성장의 거름이 될 테니 말이다. 젊은이의 길 잃은 비대한 자아는 당구대의 초록색 펠트 천 위를 떠도는 먼지처럼 오래도록 세상을 부유했지만, 곧 그는 용기 있게 큐대를 고쳐 잡고 브레이크 샷(가지런히 모여 있는 공들의 형태를 처음으로 흩뜨리는 샷)을 칠 것이다. 공들만 깨트리는 것이 아닌, 과거의 자신에게 안녕을 고하고 한 단계 위로 올라서겠다는 포부와도 같은 브레이크 샷이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다 알죠? 내가 당구를 칠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당신이 어떻게 아냐고요.”
“나도 겪어 봤으니까, 에디. 우리 모두 겪어 본 일이니까…….” _본문에서
생전에 당구 내기를 즐기고 당구장에서 근무하기도 하며 늘 큐대와 큐볼을 가까이했던 작가 월터 테비스는 이러한 경험을 자신의 데뷔 소설 『허슬러』에 풍부하게 담아냈다. 공들이 경쾌하게 맞부딪칠 때 나는 딸깍거리는 소리들 자욱한 담배 연기가 가득한 당구장의 풍경은 오늘날 독자들에게 다소 생경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예리한 묘사는 허슬러들의 날카로운 눈빛처럼 읽는 이의 마음을 꿰뚫고, 서툴기만 한 주인공의 철없는 몸부림은 퀘퀘한 초크 가루 속 한 줄기의 순수한 매력으로 다가간다. 독자들은 지나온 자신의 어린 시절, 혹은 현재 겪고 있는 성장통을 당구대 너머로 비추어 보며 비정하지만 스릴 넘치는 허슬러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작가정보
미국 소설 작가. 켄터키 대학 재학 중에 당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을 살려 훗날 그의 소설 《허슬러』와 《컬러 오브 머니》에서 정든 당구장을 다시 소환하기도 했다. 두 작품은 영화로도 각색되었는데, 배우 폴 뉴먼이 주연을 맡았고 여러 가지 영화상을 휩쓸며 인기를 끌었다. 체스 천재의 성장소설인 《퀸스 갬빗(The Queen’s Gambit)》은 2020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각색되어 큰 화제가 되었으며 《지구에 떨어진 남자(The man who fell to earth)》와 《앵무새(Mockingbird)》는 공상 과학 소설의 걸작으로 불린다. 월터 테비스는 1984년에 세상을 떠났다.
한양대학교에서 독문학과 경제학을 공부했다. 독일어와 영어 서적을 번역하며, 작가와 독자를 이어 주는 징검다리 역할에 즐거움을 느낀다. 옮긴 책으로는 《퀸스 갬빗》, 《지구에 떨어진 남자》, 《허슬러》, 《컬러 오브 머니》, 《모킹 버드》, 《디 앱》, 《네이비씰 균형의 기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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