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떨어진 남자
2024년 08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7월 1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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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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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당도한 외계인이 겪게 되는 성공과 실패, 타락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로애락은 보는 이의 카타르시스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외계인 토마스 뉴턴은 핵전쟁으로 황폐화된 고향 행성 안테아를 구하기 위해 인간으로 변장하고 미국 켄터키 시골 마을에 내려온다. 뉴턴은 인간보다 높은 지능과 안테아에서의 기술을 이용해 필름 개발 및 기술 관련 특허를 내며 막대한 재산을 축적한다. 최후의 안테아인 300명을 지구에 데려올 우주선을 짓기 위한 그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하다. 그러나 뉴턴은 목표를 완수하는 대신 알코올 중독에 빠지며 스스로를 파괴하게 되는데….
-1988년 룸펠슈틸츠헨 130
-1990년 이카로스, 익사하다 296
-오, 맙소사. 그는 정말 특이했다. 큰 키와 깡마른 몸, 새처럼 부리부리한 눈. 다리가 부러졌는데도 그는 고양이처럼 주위를 돌아다녔다. 항상 약을 찾아다녔으며 면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 잠도 자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는 전날 마신 진 때문에 목이 마르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간혹 저녁에 일어나곤 했는데, 아주 가까이에서 본 건 아니었지만, 그는 거실에서 다리를 받치고 앉아 독서를 하거나 뉴욕에서 온 뚱뚱한 남자가 가져온 자그마한 금색 전축에서 나오는 노래를 듣거나 두 손을 턱 아래에 둔 채 의자에 앉아 입술을 앙다물고 우두커니 벽만 응시하곤 했다. 그의 마음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는 오직 신만 알 것이다.
-고요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가슴이 아렸다. 그러다 불현듯 호텔 방을 다시 둘러보았다. 회색 벽과 천박한 가구들. 혐오스러웠다. 지구인이라는 외계 생명체의 이런 싸구려 공간, 정처 없이 소란스레 돌아다니며 쾌락만 좇는 그들의 문화, 자기들의 조잡한 문명이 런던 브리지를 비롯한 다른 모든 다리들처럼 무너지고 또 무너지는 동안 남의 것에 탐을 내느라 안달하고 자기 자신에만 몰두하는 이 영리한 유인원들에 진절머리가 났다.
예전에 이따금씩 느껴졌던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무거운 노곤함과 염세적 세계관, 바쁘고 바쁜 파괴적인 세상과 넌더리가 나는 소음으로 인한 지독한 피로감. 전부 다 포기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20년도 더 전부터 시작한 이 어리석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일을 다 던져 버릴 수 있을 듯한 기분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아름답고 비옥한 세상에서 당신들이 하려는 짓들을 보고 있으면 무척 경악스럽습니다. 우리는 아주 오래전에 우리의 세상을 파괴했지만, 그때 우리에겐 자원이 여기 당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보다 훨씬 적었어요.” 그의 목소리는 어느새 흥분되었고, 태도 역시 격앙된 상태였다. “당신들이 지구의 문명을 망가뜨릴 뿐만 아니라 마찬가지로 인간들까지 죽음으로 내몰 거란 걸 이제 알아듣겠습니까? 강의 물고기들과 나무의 다람쥐들, 수많은 새와 토양, 물까지 전부를요. 가끔 당신들을 보면, 박물관에서 풀려난 유인원이 칼을 들고서 캔버스를 쫙쫙 그어 버리고 망치로 조각상을 부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네이선. 네이선. 그때 나는 당신이 두려웠어요. 지금도 두려워요. 이 말도 안 되게 거대하고 아름답고 끔찍한 행성에서 모든 기묘한 생명체와 흘러넘치는 물과 모든 인간들과 지내는 동안 매 순간, 온갖 것들이 다 두려웠습니다. 지금도 두려워요. 여기에서 죽을까 봐 두렵습니다.”
-“인간이 꼭 멸종되는 건 아닐 겁니다. 핵무기 축소가 이미 협상 중이니까요. 우리 인간들 모두가 미친 건 아니거든요.”
“허나 대개는 그렇죠. 꽤 많은 인간들이 그렇습니다. 미친 사람은 적절한 장소에 몇 명만 있어도 될 뿐인데도 말이죠.(후략)”
2020년 넷플릭스 최고의 화제작 《퀸스 갬빗》 원작 작가 월터 테비스의 SF소설 《지구에 떨어진 남자》
1976년 데이비드 보위 주연 동명 영화, 2022년 미국 Showtime TV 시리즈 원작!
혈혈단신으로 지구에 내려온 외계인
그는 지구의 미래를 책임질 구원자일까, 지구를 지배하러 온 악당일까?
한때는 번성했던 행성 안테아. 핵전쟁으로 황폐화되어 현재는 극소수의 안테아인만이 생존해 절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 안테아인 뉴턴은 그의 행성인들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을 안고 지구에 당도한다. 그는 인간보다 우월한 지능과 안테아의 기술을 이용해서 필름 개발 및 기술 관련 특허를 내며, 안테아인들을 지구에 데려올 우주선을 만들기 위한 막대한 재산을 축적한다.
뉴턴은 안테아에서부터 준비한 오랜 훈련과 변장을 통해 겨우 인간처럼 보이게 되는 데는 성공했으나 눈은 태양광에 극도로 민감한 데다 몸은 지구의 높은 온도와 중력에 익숙하지 않아 종종 불편함을 겪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빠르게 상승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넘어지는 사고를 당한다. 이 사고에서 그는 베티 조라는 여자를 만나고, 다친 자신을 정성껏 보살핀 그녀를 가정부로 고용해 집 관리를 맡긴다. 뉴턴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그에게 애정을 쏟는 베티 조는 순박하고 다정한 성품의 사람이지만 알코올 중독으로 술을 달고 살며 뉴턴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한편, 매너리즘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내던 화학 교수 브라이스는 이제껏 세상에 나오지 않았던 방법으로 제작된, 뉴턴의 특허 기술로 만든 종이 화약과 필름을 우연히 발견하고 ‘이 제작 방법을 개발한 사람은 외계인일 것이다'라는 의심과 경이감을 동시에 품는다. 화학자로서 뉴턴에게 매료된 그는 학교를 그만둔 후 뉴턴의 우주선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지만 어딘가 기묘한 뉴턴을 보며 그의 정체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데….
무정한 지구를 향해 날았던
외계인 이카로스의 느리고도 슬픈 추락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아름답고 비옥한 세상에서 당신들이 하려는 짓을 보고 있으면 무척 경악스럽습니다.”
뉴턴이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모두 각기 다른 종류의 욕망과 추악함을 드러내고, 상처 입은 뉴턴은 술에 빠져 흐리멍덩한 정신으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다. 멸망을 눈앞에 둔 동족들을 지구에 이주시키겠다는 그의 원대한 계획이 욕심이었을까? 마음을 터놓을 상대를 찾아 안심해 버린 찰나의 시간도 그에게는 사치였던 걸까? 지나치게 높이 날다 태양열에 밀랍 날개가 녹아 바다에 빠지고 만 이카로스처럼 뉴턴은 낯선 행성에서 서서히 스러져간다.
국내에 먼저 소개된 《퀸스 갬빗》이 시련과 역경에 굴하지 않고 빛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성장을 그렸다면, 《지구에 떨어진 남자》에서는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아무리 똑똑하고 강인한 개체라 해도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존재인지를 보여 준다. 물론 이는 종국에는 거울 속 자신에게 “너는 누구야?”라고 외치며 눈물을 흘렸던 안테아인 뉴턴에게도 해당된다. 지구인 독자들은 어느새 이곳을 점령하러 온 외계인 뉴턴에게 자기를 투영하여 그에게 공감하고 그를 연민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인간을 경멸하면서도 인간에게 동화된 뉴턴처럼 말이다.
절망과 자기파괴에서 읽히는 삶을 향한 응원
삶 속에서 소외되고 방황하는 이방인들을 위해 쓰인 위로
외계인의 발랄하고 엉뚱한 지구 적응기를 기대하고 책을 집어 든 독자라면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은 전개에 다소 당황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구에 떨어진 남자》는 단지 외계인의 무능과 부적응, 그리고 실패만을 그려 낸 이야기가 아니다. “남의 것에 탐을 내느라 안달하고 자기 자신에만 몰두하는 이 영리한 유인원들(74p)”인 우리는 뉴턴의 시선을 통한 날카로운 묘사에 인간의 욕망의 본질, 무정함, 그리고 존재 자체에서 비롯되는 근본적인 외로움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욕심을 품고, 실패하고, 좌절하고, 삶으로부터 모진 타격을 받고 망가져 가는 이방인의 희극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이 이야기는 1960년대에 쓰였음에도 지금을 사는 우리 한 명 한 명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등장인물들과 마찬가지로 알코올 중독으로 고통받았던 작가 월터 테비스의 자조적인 목소리 뒤에는 그의 인간을 향한 애정과 삶에 대한 의지가 느껴진다.
‘Feel like an alien’이라는 영어 표현처럼, 익숙하지 않은 장소와 사람들 속에서 외계인이나 다름없는 완전한 이방인이 된 듯한 느낌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뉴턴이 느끼는 고독 또한 이해할 것이다. 나만이 툭 튀어나온 규격 외의 돌부리 같은 존재이며 누구에게도 이해받거나 환대받지 못한다는 감각은 사람을 절망에 빠뜨린다. 그러나 고독과 고통, 그리고 실패를 맛보면서 이방인은 성장한다. 주변에 완전히 동화되기란 끝내 불가능하더라도 돌부리만의 길을 찾아 살아간다. 뉴턴의 이야기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끝이 나지만, 낯설고 척박한 자아의 행성들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든 외계인이 우주선을 씩씩하게 고쳐 짓고 항해를 계속하길 바랄 뿐이다.
작가정보
미국 소설 작가. 켄터키 대학 재학 중에 당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을 살려 훗날 그의 소설 《허슬러》와 《컬러 오브 머니》에서 정든 당구장을 다시 소환하기도 했다. 두 작품은 영화로도 각색되었는데, 배우 폴 뉴먼이 주연을 맡았고 여러 가지 영화상을 휩쓸며 인기를 끌었다. 체스 천재의 성장소설인 《퀸스 갬빗(Queen’s Gambit)》은 2020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각색되어 큰 화제가 되었으며 《지구에 떨어진 남자(The man who fell to earth)》와 『앵무새(Mockingbird)》는 공상 과학 소설의 걸작으로 불린다. 월터 테비스는 1984년에 세상을 떠났다.
한양대학교에서 독문학과 경제학을 공부했다. 독일어와 영어 서적을 번역하며, 작가와 독자를 이어 주는 징검다리 역할에 즐거움을 느낀다. 옮긴 책으로는 《퀸스 갬빗》, 《지구에 떨어진 남자》, 《허슬러》, 《컬러 오브 머니》, 《모킹 버드》, 《디 앱》, 《네이비씰 균형의 기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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