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천 검색어

실시간 인기 검색어

커다란 모과나무를 맨 처음 심은 이는 누구였을까

오경아 지음
몽스북

2024년 08월 29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4월 12일 출간

(개의 리뷰)
( 0% 의 구매자)
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8.37MB)
ISBN 9791191401967
지원기기 교보eBook App, PC e서재, 리더기, 웹뷰어
교보eBook App 듣기(TTS) 가능
TTS 란?
텍스트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술입니다.
  • 전자책의 편집 상태에 따라 본문의 흐름과 다르게 텍스트를​ 읽을 수 있습니다.
  • 이미지 형태로 제작된 전자책 (예 : ZIP 파일)은 TTS 기능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소득공제
소장
정가 : 14,200원

쿠폰적용가 12,780

10% 할인 | 5%P 적립

이 상품은 배송되지 않는 디지털 상품이며,
교보eBook앱이나 웹뷰어에서 바로 이용가능합니다.

카드&결제 혜택

  • 5만원 이상 구매 시 추가 2,000P
  • 3만원 이상 구매 시, 등급별 2~4% 추가 최대 416P
  •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추가 최대 200원

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위로의 정원〉 〈정원생활자의 열두 달〉 〈정원의 발견〉 등
정원 생활 관련 다수의 책을 집필한 작가이자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의 5년만의 신작 에세이

작가가 직접 그린 사계절 정원 생활 일러스트와
정원 식물 사실화 수록

“큰 나무, 오래된 나무를 옮겨 와 심어보니 참 다르다.
굵은 가지를 만지다 보면 이 나무를 맨 처음 심었던 이는 누구였을까,
그는 어떤 마음으로 이 나무를 어디에 심었을까,
그리고 주인은 몇 번이나 바뀌었을까,
이 모과나무는 지금의 주인이 된 나와 우리 가족을 사랑해 줄까……
많은 생각이 든다. 그냥 나무 한 그루를 심은 것이 아니라
백 년도 넘게 살아온 생명체의 시간을 함께 들여놓은 느낌이다.”

인간이 휘두를 수 없는, 식물들의 강력한 자생력
복잡한 생태계의 균형과 질서에 대하여

우주의 어느 한 지점, 흘러가는 시간의 어느 한 순간에
나와 공존하는 것들에 대한 담담한 애정

누군가의 위대한 말보다 작은 정원이 주는
삶의 평화와 위로에 대하여
들어가는 말 정원은 늘 그 자리에서 나를 07

1 찬란하고 아름답고 아픈 정원
난 매일, 정원에서 안부를 묻는다 15 ㆍ 내 등을 떠미는 누군가도 나의 편이다 20 ㆍ 나를 찾아오는 계절의 소리들 23 ㆍ 자욱한 안개가 낀 날에는 27 ㆍ 지금의 나를 위해 미래를 꿈꾼다 31 ㆍ 갈대를 자르며 34 ㆍ 가을비가 교향곡처럼 내리고 37 ㆍ 힘 빠진 정원에서 41 ㆍ 여름의 고단함을 위로해주는 오포라의 시간 45 ㆍ 오래된 모과나무를 심다 50 ㆍ 미혹보단 평범함을 위하여 57 ㆍ 다 괜찮다고 말해 준다 61 ㆍ 라벤더이거나 쑥이거나 64

2 식물에도 MBTI가 있다
식물에도 MBTI가 있다 71 ㆍ 식물을 건강하게 키우는 집 74 ㆍ ‘때’를 놓친 튤립에게 78 ㆍ 예쁜 풀정원의 탄생 81 ㆍ 봄이 아닌 가을에 씨앗을 뿌리는 이유 87 ㆍ 올리브나무의 추억 90 ㆍ 송화는 바람에 날리고 95 ㆍ 밤꽃이 피었습니다 101 ㆍ 정원 일은 계절을 앞서가는 일이다 103 ㆍ 겨울 정원에도 꽃은 핀다 105 ㆍ 생과 소멸의 양면성, 식물의 비밀 109 ㆍ 공중에 매달려 사는 식물의 삶 113 ㆍ 장미꽃 속에 담긴 우주 116

3 야단법석, 나의 정원생활
왜 내 풀들은 잡초에게 지는 걸까 123 ㆍ 산딸나무와 직박구리 127 ㆍ 겨울, 눈과의 전쟁 133 ㆍ 고달픈 정원 생활이지만 그래도 좋아서 138 ㆍ 백봉 오골계와 고양이가 사는 곳 144 ㆍ 요란한 비바람 속 나의 정원은 150 ㆍ 가을꽃, 들국화가 피어날 때 154 ㆍ 목단이 필 무렵 160 ㆍ 식물, 돈 주고 삽시다 163 ㆍ 나를 미치게 하는 풀들 167 ㆍ 여름을 이겨내는 식물들 170 ㆍ 짱짱하고 꼿꼿하게 173

4 우리들의 협업
지금은 우리들의 협업이 필요할 때 179 ㆍ 도시를 떠나올 때 먹어야 할 마음 182 ㆍ 식물이 단풍을 만드는 이유 186 ㆍ 약을 쳐야 할까요 188 ㆍ 아직은 돌아와 주는 계절의 고마움 193 ㆍ 수선화와 튤립의 시간 197 ㆍ 나의 가성비 200 ㆍ 삶과 죽음, 기다림의 순환 204 ㆍ 다시 찾아올 벌들을 위해 210 ㆍ 요동치는 지구, 우린 안전할 수 있을까 215 ㆍ 경쟁이 아닌 선택도 있음을 219 ㆍ 우린 모두 환경을 이기며 살아간다 222 ㆍ 창문을 열자 소리 없던 자연이 나에게 들어온다 227

오늘은 해가 좀 나서 오후의 기온이 따뜻해지면 미뤄두었던 튤립, 수선화, 알리움의 알뿌리를 심어볼 참이다. 정원 일은 단순하다. 대부분 쪼그려 앉아 뭘 심고, 뽑고, 자른다. 이 단순한 일 속에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는 일이다. - 15p 난 매일, 정원에서 안부를 묻는다

정원에 식물을 심을 때 내 마음은 한결같다. 이 식물이 여기에서 잘 지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종종 내가 심은 자리에서 식물이 힘들어하는 일도 생긴다. 이럴 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둘 중 하나다. 그 자리에서 잘 자라도록 더욱 관심을 갖고 도와주는 것도 있지만, 아예 뿌리를 들어내는 위험과 아픔이 있어도 좀 더 나은 자리로 옮겨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22p 내 등을 떠미는 누군가도 나의 편이다

그 시절의 나는 겉으로는 나이 서른 후반에 뒤늦게 유학길에 오른 보기 드문 용감한 아줌마였지만, 내면 깊숙한 곳에서는 수도 없이 ‘나는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나의 삶에 대한 질문과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그 깊숙한 숲속에서 만나는 자욱한 안개가 꼭 내 현실인 듯 묘한 동질감을 느끼곤 했다. - 27p 자욱한 안개가 낀 날에는

정원 일은 생각보다 단순한 작업이고,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쪼그려 앉아 쓱싹거리면서 갈대를 낫으로 자르다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문다. 갈대가 비바람에도 꺾이지 않고, 이렇게 질긴 이유는 속이 비어 있기 때문이다. 그 빈 공간에 채워진 공기로 인해 휘어져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탄성이 좋다. - 35p 갈대를 자르며

마당이 있는 시골집에 살게 된 후, 비 오는 날의 일과는 매우 달라졌다. “정원사의 휴식을 위해 신이 비 오는 날을 만들었다” 라는 서양 격언처럼 일단 비가 오면 모든 일을 접는다. 집에 있어도 빗소리는 여전히 들린다. 자세히 들으면 빗소리가 여기저기 다르게 울린다는 걸 알게 된다. - 38p 가을비가 교향곡처럼 내리고

힘 빠진 정원은 그 어느 때보다 고요해지고 차분하다. 난 그게 식물의 욕심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식물도 욕심을 부린다. 더 커지고, 더 피우고, 더 많이 맺기 위해. 그 욕심이 절정을 이루는 게 여름이다. 그러다 욕심이 뚝 멈추는 시기가 찾아온다. 바로 가을이다. - 43p 힘 빠진 정원에서

지나친 아름다움으로 사람의 정신을 빼앗고 홀리게 하는 것을 ‘미혹迷惑’이라 한다. 그런데 이 미혹의 반대어가 나는 ‘평범함’이라고 생각한다. 정원을 디자인하면서 남의 집에든, 우리 집에든 특이하고 희귀한 식물을 거의 심지 않는다. 지극히 평범해 누구라도 살 수 있고 심을 수 있는 수종을 선호하며, 관리하기 어렵고 까탈스러운 식물 보다는 쉽고 편하게 키울 수 있는 종을 선택한다. - 59p 미혹보단 평범함을 위하여

식물을 키우려면 당연히 집이 밝고 쾌적해야 한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으로 식물은 광합성을 하기 때문이다. 환기도 잘 시켜야 한다. 둔탁한 공기는 화분 속을 벌레의 온상지로 만들 수 있다. 또 화장실에도 물속에서 키우는 식물 하나쯤 두라고 권한다. 아이비나 고사리가 적당한데 이 식물들이 쾌쾌한 화장실의 환경을 신선하게 만들어주는 데 일조를 한다. - 77p 식물을 건강하게 키우는 집

때를 놓친 나의 튤립 알뿌리에겐 그래도 마지막 기회가 한 번 더 있다. 겨울 지나, 땅이 녹는 날 보드러워진 땅에 얼른 알뿌리를 넣어줄 참이다. 세상에 단 한 번밖에 없는 기회는 드물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몇 번의 기회를 다시 준다는 것을 경험상 잘 안다. 그 모든 때를 놓치지 않고 잘 눈치챌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 80p ‘때’를 놓친 튤립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면, 아테나 여신이 그리스인들에게 준 선물이 바로 올리브나무다. 어느 나라든 그곳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덕을 베푸는 자생 식물들이 꼭 있다. 우리에겐 콩이 그렇다. 잎과 열매는 먹을 양식이 되고, 껍질은 퇴비가 되고, 말린 몸체는 불을 붙이는 땔감으로 쓰인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구석이 없다. - 92p 올리브나무의 추억

고질적으로 찾아오는 불안증이 있다.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막연한 불안함은 매번 어지러운 꿈자리로도 이어진다. 이럴 때면 잠옷 차림으로라도 성큼 마당으로 나가 정원 일을 시작한다. 그렇게 한두 시간 몰두하다 보면 어느새 불안함이 낮아지는 걸 경험한다. 그게 베치 박사가 말하는 식물 치유 효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삶이 무겁게 나를 누를 때 식물에라도 기대보면 어떨까 싶다. - 102p 밤꽃이 피었습니다

식물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식물의 삶이 제각각 이리 다를 수도 있구나, 그 근본적인 ‘다름’에 대해서 깨닫게 된다. 모든 식물이 매일 아침의 규칙적인 물 주기를 좋아하지도 않고, 창가로 쏟아지는 볕을 하루 종일 쬐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각자의 다름을 존중해 줘야 식물들도 제자리에서 잘 자라준다. - 115p 공중에 매달려 사는 식물의 삶

“가드닝을 잘할 수 있는 노하우가 뭔가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속으로 이런 대답도 한다. ‘그런 거 없습니다. 저 역시 아무리 배워도 매번 풀한테 이겨본 적이 없는데요.’ 그런데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때론 지지고 볶고, 때론 구질구질하게, 때론 맘먹고 깨끗하게 그냥 정원 생활을 하시면 됩니다” 라고 대답한다. 필요한 건 특별한 노하우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 142p 고달픈 정원 생활이지만 그래도 좋아서

어느 계절도 쉽고 다정하지 않다. 그중에서도 여름은 모든 식물이 걷잡을 수 없이 나의 통제를 벗어나는 힘겨움의 시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식물이든, 저절로 자리를 잡은 식물이든 가리지 않고 최고의 성장을 이루는 계절 또한 여름이다. 비발디의 ‘여름’처럼 때론 참을 수 없게 사람을 늘어지게 하고, 그러다 폭풍우처럼 휘몰아치고, 통제를 벗어난 식물들은 하루에도 몇 센티미터의 키를 키워 나를 무섭게도 하지만, 여름의 매력도 많다. - 152p 요란한 비바람 속 나의 정원은

상대적으로 농사가 근간이었던 우리나라는 정복의 역사가 거의 없다. 그러니 원래 있던 자생 식물 이외에 새로운 식물이 들어오는 경우가 드물었고, 설령 들어왔다 해도 우리나라의 강력한 사계를 견디기도 버거웠다. 그러니 영국처럼 신품종에 열광하기보다는 스스로 살아주는 식물을 더 존중하는 문화가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는 왜 서양과 같은 원예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을까에 대해 수년간 생각해 내린 답이다. - 165p 식물, 돈 주고 삽시다

부족함 없이 온실 속에서 자란 히아신스보다 스스로 날씨를 이겨내는 바깥 히아신스의 삶은 절대 더 편할 수 없다. 하지만 스스로 자란 히아신스는 더 짱짱하고 꼿꼿하게 꽃을 피우고 더 오랫동안 지속된다. 과학적으로 우리가 느끼는 ‘행복’은 고통이 지난 후에 드러나는 편안함이라는데, 참 야속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 - 174p 짱짱하고 꼿꼿하게

3월 말에서 4월 중순까지의 시간을 나의 정원의 관점에서 본다면 ‘수선화와 튤립 사이’이다. 붓을 세운 듯, 도톰한 수선화가 드디어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반면 튤립은 수선화보다 크고 토끼의 귀처럼 생긴 잎을 열심히 키워낸다. 수선화가 피고 2주쯤 지나 튤립이 피어나니 딱 2주 정도의 시간인 셈이다. - 197p 수선화와 튤립의 시간

가끔 식물의 흔적이 사라진 겨울 정원을 서성이다 보면 ‘기다림’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모든 기다림은 오지 않을 불안함을 안고도 있지만, 다시 올 것이라는 설렘이 더 크기에 추위와 빈곤함도 잘 참아 넘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209p 삶과 죽음, 기다림의 순환

벌은 식물의 수분을 돕는 가장 큰 그룹의 생명체다. 이 생명체가 이대로 사라지면 곧 식물들의 3분의 2가 열매를 맺지 못할 일이 생기는데, 이런 상황에 이르면 벌들에게만 미래가 없을까. 우리 삶도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다. - 211p 다시 찾아올 벌들을 위해

이걸 원예에 적용해 보면 가지치기의 시기도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왜냐하면 여름 나무는 이른 봄에 가지를 쳐내도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나무의 가지를 이른 봄에 잘라버리면 그해에는 꽃을 피우지 못하거나 빈약해지기 때문이다. - 220p 경쟁이 아닌 선택도 있음을

하지만 이 자연과의 몸살이 나와 남편의 몸에 변화를 준 것도 사실이다. 추운 날, 더운 날 할 것 없이 자연에 노출이 되다 보니 늘 달고 다녔던 두통과 코막힘 증상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과학적인 분석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몸이 자연에 부대끼며 생겨난 일종의 탄력임을 넌지시 깨닫는다. - 230p 창문을 열자 소리 없던 자연이 나에게 들어온다

정원에서는 다른 시간이 흐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부대낌이 결국 우리의 삶이듯 식물들에게도 저마다의 치열한 세계가 있다. 소리 없이 자리를 지키는 식물들이지만 그들끼리의 경쟁 그리고 배려와 공존이 존재한다. 이 책은 오랜 기간 식물들 곁에서 정원 생활자로 살아온 작가의 식물의 고유한 세계에 대한 예찬이자 존중이다.
오경아 작가는 최근 집 정원을 수리하면서 모과나무 한 그루를 옮겨 심게 되었는데 3톤이 넘는 나무가 크레인에 실려 들어올 때 묘한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아름드리 모과나무를 보며 ‘백 년도 넘게 살아온 생명체의 시간’에 대해 생각한 것이다. 이 나무를 맨 처음 심은 이는 누구였을까, 이 나무는 자신이 이렇게 커질 줄, 이렇게 오랜 시간을 살아가게 될 줄 알았을까. 지금 나의 정원에 자리잡은 이 나무는 또 얼마만큼의 시간을 나와 보내게 될까. 모과나무가 살아온 그 오랜 시간까지 작가의 정원에 들인 듯하여 여러 생각이 맴돌았다.

나의 존재 유무와 관계없이 묵묵히 살아온 나무의 시간을 생각하며 시간의 상대성을 생각하게 된다. 과학자들은 시간이 일직선으로,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다시 미래로 흐르는 게 아니라고 하는데 그 오묘한 물리적 법칙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해도 정원에서는 뭔가 다른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을 작가는 알고 있다. 적어도 작가의 정원에선 3월, 4월, 5월이 아닌 크로코스 수선화가 피어나는 시간, 튤립의 꽃봉오리가 열리는 시간, 뻐꾸기가 우는 시간이 흘러간다. 하루가 누구에게나 스물 네 시간이 아니듯 정원에서의 시간은 어떤 날은 천천히 또 어떤 날은 휘몰아치듯 그렇게 흘러간다.

정원에서 시간을 보내며 나 자신도 소독되고 표백되는 느낌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맑아지면 차분히 무엇인가가 정리되기 시작한다. 막연히 나를 어지럽히는 것의 정체성을 찾아내기도 하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게 된다. 살다 보니 삶에서 생기는 문제의 대부분은 악착같이 챙길 때는 절대 와주지 않고, 모른 척 내려놓아야 슬며시 와주곤 했다. - 본문 중

커다란 나무의 위엄을 보며 위로를 덤으로 얻기도 하고 마당에서 자라고 있는 100종이 넘는 식물들을 보며 이 식물들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함께 살아가는 풀과 나무들에게도 그들의 삶이 따로 있다는 걸 저자는 잘 알고 있다. 우주의 어느 한 지점, 흘러가는 시간의 어느 한 순간에 나와 공존하는 것들에 대한 담담한 애정이 책 속에 묻어난다. 이 글들은 지난 10년간 작가가 속초의 정원에서 보낸 시간들 속에서 담고 싶던 순간들을 사진을 찍어 보관하듯 모아둔 글들이다. 소박하고 소소한 정원 이야기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식물들과 동물들, 그리고 급변하고 있는 생태 환경에 대한 정원가로서의 고민이 담겨 있다.

정원에서 안부를 묻다
정원 생활자로 살며 정원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리고 정원 생활 관련 많은 도서를 출간한 오경아 작가가 5년만에 본격 에세이를 소개한다. 정원 안에서 작가는 자신이 심은 식물들이 때론 경쟁하기도 하고 때론 힘겨움을 이겨내며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곤충과 동물들의 삶도 가까이에서 보게 된다. 그리고 작가 자신 또한 정원이란 공간 속에서는 그 많은 생명체 중에 하나임을 깨닫는다. 순하고 조용한 식물들이지만, 내가 심은 풀 한포기도 내 손을 떠나면 내맘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 작가는 자연에서 배웠다. 가장 힘든 시간 나를 위로해준 정원이지만 마냥 아름답고 찬란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아픔’까지도 안겨줄 수 있다는 것도 이제 알게 되었다. 때로 황폐하고 앙상하고 실망과 아픔을 주는 정원이지만 그 안에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다 같이 건강하게 살아가면 그걸로 족한다는 안분지족의 마음이다. 사람이 아니어도,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정원 속 생명체들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다.

“세상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지구에 사는 동안 우리가 갖게 될 평온함임을. 그 어려운 숙제를 정원에서 누군가에게, 다른 생명체에게 안부를 물으며 되새겨 본다.” - 본문 중

‘반려식물’은 없다
작가는 현대인들이 흔히 말하는 ‘반려식물’ 이라는 말에도 반기를 든다. 가까이에서 식물을 두고 보살피며 사는 삶을 사람의 입장에서 ‘반려’로 표현하지만 식물의 입장에서는 인간과 함께할 맘이 없다는 것이다. 식물의 강력한 힘은 저항이 아니라 순응하며 진화하는 데 있으며 식물들은 우리가 심어준 그 자리에서 살아갈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고 강하고 집요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고 한다. 처음엔 만만했던 정원이 나무, 화초, 잡초 할 것 없이 어느 것 하나 내맘대로 되는 것이 없다는 걸 결국 깨닫게 된다고 한다.
그들의 집단 생활은 우리의 예측 가능 범위 안에도 있지 않다. 식물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같은 씨를 뿌려도 싹을 동시에 틔우지 않는다. 앞선 씨앗들이 싹을 틔우면 후발대는 다른 상황이 오기를 차분히 기다린다. 어떤 상황이 유리할지 알 수가 없고 그래서 선택과 결과 사이에 정확한 예측 값이 나오지 않는 무의미한 인과 관계이기도 하다. 과학적으로 ‘위험 분산’이라고 하는 이 현상은 우리보다 더 오랜 시간 이 지구에서 살아온 식물들의 지혜이기도 한다. 해거리도 식물들 스스로의 결정이며 대부분의 식물들은 꽃을 피울지 말지에 대해서도 스스로 선택을 한다.

식물들이 단풍을 만드는 이유는 사실 우리가 놀이를 갈 만큼 낭만적이진 않다. 만약 잎이 지지 않고 겨울철에도 물을 빨아올리면 나무 전체가 얼게 된다. 그래서 잎을 없앨 수밖에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광합성 작용을 멈추는 것인데, 그러면 잎에서 초록색이 사라지고 남은 색인 노랑, 주황, 빨강이 나타난다. 이게 우리 눈에 보이는 단풍의 색이다. - 본문 중

복잡한 생태계의 질서와 균형에 대하여
자연을 예측가능한 것, 인간의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찾아올 재앙에 대해서도 말하도 있다. 작은 화초라도 햇살과 바람과 땅속 미생물이 돕지 않으면 잘 자라주지 않는다. 늘 병충해의 공격을 받는 버드나무도 그대로 죽지 않고 혹독한 시간을 겪은 후 여전히 싹을 틔운다. 식물도 동물만큼이나 자기 방어와 공격에 강하다.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생태계의 귀결점은 하나, 생명체는 서로를 공격하고 때로 방어하며 질서와 균형을 맞춰 살아간다는 것. 작가는 영국 유학 시절 배웠던 ‘자연의 복원력’ 개념을 설명한다. 자연의 복원력을 수치로 환산해 탄성값을 내는 매우 어려운 학문인데 어려운 숫자와의 싸움이 아니라면 이는 매우 간단한 개념이다. ‘자연에는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의 복원력에도 한계가 있어서 마냥 계속 복원시켜주지 않는다. 과학자들이 말하는 복원의 한계점을 12시 정각으로 본다면 우린 이미 11시 55분을 넘어섰다고 한다.
작가도 주변 환경이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다는 걸 정원에서 실감한다. 벌의 개체 수가 반 이상 줄고 식물의 개화 시기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봄과 가을이 짧아지는 것도 해마다 느껴지는 변화다. 이런 변화를 자연 가까이에서 지켜보자니 더욱, 햇살과 가뭄 끝의 비와 무더위를 날리는 바람까지도 고마울 뿐이다. 정원가의 깊은 사색을 따라가다보면 이 대자연의 질서와 균형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지구의 날씨가 점점 요동치고 있다. 사막이었던 곳에 폭우가 내리고, 물이 넘치던 곳에서는 물이 말라 600년 전 유물이 새롭게 발견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50년 만의 폭우로 도시가 물에 잠기는 일도 벌어지고, 이제 그쳐야 할 비가 처서 이후에도 여러 곳에 비를 내린다. 지구가 한계점을 넘어서고 있다고,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많은 이들이 힘주어 외치고 또 외쳐도 외면했던 결과가 이제 슬슬 그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닌가 싶다. 자연이 주는 수많은 경고를 계속 무시하며 우린 정말 무사히 잘 살아갈 수 있을까? - 본문 중

작가정보

저자(글) 오경아

이 상품의 총서

Klover리뷰 (0)

Klover리뷰 안내
Klover(Kyobo-lover)는 교보를 애용해 주시는 고객님들이 남겨주신 평점과 감상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교보문고의 리뷰 서비스입니다.
1. 리워드 안내
구매 후 90일 이내에 평점 작성 시 e교환권 100원을 적립해 드립니다.
  • - e교환권은 적립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 - 리워드는 1,000원 이상 eBook, 오디오북, 동영상에 한해 다운로드 완료 후 리뷰 작성 시 익일 제공됩니다. (5,000원 이상 상품으로 변경 예정, 2024년 9월 30일부터 적용)
  • -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 - sam 이용권 구매 상품 / 선물받은 eBook은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2. 운영 원칙 안내
Klover리뷰를 통한 리뷰를 작성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유로운 의사 표현의 공간인 만큼 타인에 대한 배려를 부탁합니다. 일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불편을 끼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래에 해당하는 Klover 리뷰는 별도의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도서나 타인에 대해 근거 없이 비방을 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리뷰
  • 도서와 무관한 내용의 리뷰
  • 인신공격이나 욕설, 비속어, 혐오 발언이 개재된 리뷰
  • 의성어나 의태어 등 내용의 의미가 없는 리뷰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문장수집

문장수집 안내
문장수집은 고객님들이 직접 선정한 책의 좋은 문장을 보여 주는 교보문고의 새로운 서비스 입니다. 교보eBook 앱에서 도서 열람 후 문장 하이라이트 하시면 직접 타이핑 하실 필요 없이 보다 편하게 남길 수 있습니다. 마음을 두드린 문장들을 기록하고 좋은 글귀들은 ‘좋아요’ 하여 모아보세요. 도서 문장과 무관한 내용 등록 시 별도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리워드 안내
  • 구매 후 90일 이내에 문장 수집 등록 시 e교환권 100원을 적립해 드립니다.
  • e교환권은 적립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 리워드는 1,000원 이상 eBook에 한해 다운로드 완료 후 문장수집 등록 시 제공됩니다. (5,000원 이상 eBook으로 변경 예정, 2024년 9월 30일부터 적용)
  •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 sam 이용권 구매 상품 / 선물받은 eBook / 오디오북·동영상 상품/주문취소/환불 시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구매 후 문장수집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교보eBook 첫 방문을 환영 합니다!

    신규가입 혜택 지급이 완료 되었습니다.

    바로 사용 가능한 교보e캐시 1,000원 (유효기간 7일)
    지금 바로 교보eBook의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해 보세요!

    교보e캐시 1,000원
    TOP
    신간 알림 안내
    커다란 모과나무를 맨 처음 심은 이는 누구였을까 웹툰 신간 알림이 신청되었습니다.
    신간 알림 안내
    커다란 모과나무를 맨 처음 심은 이는 누구였을까 웹툰 신간 알림이 취소되었습니다.
    리뷰작성
    • 구매 후 90일 이내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최초1회)
    • 리워드 제외 상품 : 마이 > 라이브러리 > Klover리뷰 > 리워드 안내 참고
    • 콘텐츠 다운로드 또는 바로보기 완료 후 리뷰 작성 시 익일 제공
    감성 태그

    가장 와 닿는 하나의 키워드를 선택해주세요.

    사진 첨부(선택) 0 / 5

    총 5MB 이하로 jpg,jpeg,png 파일만 업로드 가능합니다.

    신고/차단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신고 내용은 이용약관 및 정책에 의해 처리됩니다.

    허위 신고일 경우, 신고자의 서비스 활동이 제한될 수
    있으니 유의하시어 신중하게 신고해주세요.


    이 글을 작성한 작성자의 모든 글은 블라인드 처리 됩니다.

    문장수집 작성

    구매 후 90일 이내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eBook 문장수집은 웹에서 직접 타이핑 가능하나, 모바일 앱에서 도서를 열람하여 문장을 드래그하시면 직접 타이핑 하실 필요 없이 보다 편하게 남길 수 있습니다.

    P.
    커다란 모과나무를 맨 처음 심은 이는 누구였을까
    저자 모두보기
    저자(글)
    낭독자 모두보기
    sam 이용권 선택
    님이 보유하신 이용권입니다.
    차감하실 sam이용권을 선택하세요.
    sam 이용권 선택
    님이 보유하신 이용권입니다.
    차감하실 sam이용권을 선택하세요.
    sam 이용권 선택
    님이 보유하신 프리미엄 이용권입니다.
    선물하실 sam이용권을 선택하세요.
    결제완료
    e캐시 원 결제 계속 하시겠습니까?
    교보 e캐시 간편 결제
    sam 열람권 선물하기
    • 보유 권수 / 선물할 권수
      0권 / 1
    • 받는사람 이름
      받는사람 휴대전화
    • 구매한 이용권의 대한 잔여권수를 선물할 수 있습니다.
    • 열람권은 1인당 1권씩 선물 가능합니다.
    • 선물한 열람권이 ‘미등록’ 상태일 경우에만 ‘열람권 선물내역’화면에서 선물취소 가능합니다.
    • 선물한 열람권의 등록유효기간은 14일 입니다.
      (상대방이 기한내에 등록하지 않을 경우 소멸됩니다.)
    • 무제한 이용권일 경우 열람권 선물이 불가합니다.
    이 상품의 총서 전체보기
    네이버 책을 통해서 교보eBook 첫 구매 시
    교보e캐시 지급해 드립니다.
    교보e캐시 1,000원
    • 첫 구매 후 3일 이내 다운로드 시 익일 자동 지급
    • 한 ID당 최초 1회 지급 / sam 이용권 제외
    • 네이버 책을 통해 교보eBook 구매 이력이 없는 회원 대상
    • 교보e캐시 1,000원 지급 (유효기간 지급일로부터 7일)
    구글바이액션을 통해서 교보eBook
    첫 구매 시 교보e캐시 지급해 드립니다.
    교보e캐시 1,000원
    • 첫 구매 후 3일 이내 다운로드 시 익일 자동 지급
    • 한 ID당 최초 1회 지급 / sam 이용권 제외
    • 구글바이액션을 통해 교보eBook 구매 이력이 없는 회원 대상
    • 교보e캐시 1,000원 지급 (유효기간 지급일로부터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