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전쟁
2024년 08월 31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8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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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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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연구의 대가 리처드 오버리는 1985년 소련의 ‘개방(glasnost)’ 이후 공개된 새로운 자료들을 바탕으로 독소전쟁의 전모를 파헤친다. 특히 전략, 전투뿐만 아니라 스탈린과 그가 만들어낸 공산당 체제의 특징, 제정 러시아 때부터 형성된 소련의 심성 등 소련 내부의 승리 요인을 균형 잡힌 시각에서 다각도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소련의 승리가 순전히 자연환경과 막대한 인적자원 덕분이었다는 편견을 부수는 동시에, 스탈린 체제와 소련의 양면적 실체를 드러낸다. 2003년에 나온 한국어판에서 번역 오류와 외래어표기를 바로잡고 문장을 다듬어 새롭게 출간했다.
프롤로그
1장 어둠이 내려앉다: 1917-1937
2장 한밤이 되기 전 그 시간: 1937-1941
3장 동방을 유린하는 고트족: 바르바로사 작전, 1941
4장 삶과 죽음 사이에서: 레닌그라드와 모스크바
5장 내부로부터의 싸움: 부역, 테러, 그리고 저항
6장 부글부글 끓는 솥: 스탈린그라드 전투, 1942-1943
7장 성채 작전: 쿠르스크 전투, 1943
8장 거짓 새벽: 1943-1944
9장 스바스티카의 추락: 1945
10장 개인숭배: 스탈린과 독소전쟁의 유산
에필로그: 러시아의 전쟁, 신화와 실상
부록 1 독소전쟁 기간, 독일과 소련 육군의 주요 사령부 규모 비교
부록 2 주요 인물 약력
옮긴이의 말
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프롤로그, 22~23쪽
1917년의 혁명가들은 꽤 복잡한 유산을 물려받았으며, 그들이 차리즘의 폐허 위에 세운 국가는 그들이 바란 것보다 그 유산에 더 많이 빚을 지고 있었다. 현대화는 1920년대와 1930년대 동안 계속되었다. 사실, 현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면 독일과의 전쟁은 사뭇 달리 진행되었을 것이다. 1941년과 1945년 사이에 벌어진 러시아의 전쟁은 현대와 고대의 풍부한 혼합체다. 스탈린이 택한 전쟁은 사회주의적 애국심의 단순한 표현으로서의 전쟁이 아니었다.
1장 어둠이 내려앉다, 71쪽
내전의 유산은 왜 민이든 군이든 소련 사회 전체가 1941년에 동원되어 독일의 공격에 맞서 싸웠는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그것은 또한 왜 초기에 벌어진 싸움이 그토록 무능하고 비싼 대가를 치렀는지 설명해준다.
2장 한밤이 되기 전 그 시간, 127쪽
스탈린은 왜 그렇게 눈이 멀었을까? 소련은 세계 최대의 첩보망을 가지고 있었다. 스탈린은 왜 그것을 완전히 무시했을까? 그는 거의 선천적으로 다른 사람을 믿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왜 정치가들 가운데 가장 교활한 히틀러를 눈에 띄게 신뢰했을까?
3장 동방을 유린하는 고트족, 134쪽
소련군에게는 적국과 동맹국이 가정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능력이 있었다. 소련군은 볼셰비키 원시성의 희생물이 아니라 기습의 희생물이었다. 스탈린이 독일은 여름에 공격하지 않으리라고 고집하는 통에 가장 기본적인 경계 조치조차 없었다. 항공기는 주요 공군 기지에 위장도 하지 않은 채로 먹음직스럽게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3장 동방을 유린하는 고트족, 146쪽
소련과 벌이는 전쟁을 히틀러는 페어니히퉁스크리크(Vernichtungskrieg), 즉 절멸전으로 규정했다. 그가 볼 때 소련은 독일 문명과 유럽 문명의 주적인 유대인, 볼셰비키, 슬라브인의 순수 집약체였다. 이 전쟁은 다른 두 세계 체제 사이에서 죽을 때까지 벌어지는 전쟁이었지, 그저 세력이나 영토를 얻으려는 싸움이 아니었다. 1941년 침공의 실질적인 전략적 논거가 무엇이든, 히틀러는 그 싸움이 이념적 동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았다.
4장 삶과 죽음 사이에서, 177쪽
레닌그라드 전체가 먹을 것을 더 많이 찾으려고 미친 듯이 노력했다. 심지어 배급표를 훔치거나 거래했다. 가장 허약한 사람의 손에서 빵을 낚아채고는 그 사람 앞에서 꾸역꾸역 먹는 자도 있었다. 사람들은 새, 개, 고양이를 잡고, 의약품을 먹고, 아교와 가죽으로 수프를 만들었다. 굶주림은 사람들 사이에서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을 가려냈다. 어머니는 자식을 구하려고 스스로를 희생했다. 어머니가 죽으면 자식들은 그 곁에서 추위에 떨고 먹지 못하다가 죽어갔고, 자포자기한 이웃이 그들의 배급표를 훔쳤다. 배고픔은 새로운 도덕률을 만들어냈다. 죽느냐 사느냐라는.
5장 내부로부터의 싸움, 225쪽
그중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범죄는 키예프 외곽의 바비야르 BabiYar[오늘날 우크라이나 바빈야르Babyn Yar]에 있는 한 골짜기에서 단 이틀 만에 유대인 3만 3771명을 학살한 것이다. 독일이 점령한 뒤 얼마 되지 않아 파르티잔이 시 중심부에서 독일군 제6군 사령부로 쓰이는 콘티넨탈 호텔을 폭파했다. 당국은 ‘앙갚음’하기로 결정했다. 1941년 9월 26일에 유대인은 모두 사흘 안에 재거주 신고를 하라는 고지문이 도시에 나붙었다. 3만 명이 넘는 유대인이 나타났으며, 그들은 대부분 독일 당국의 목적이 재거주 신고 접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시 교외의 골짜기로 끌려갔다. 그 골짜기는 모래 둔덕 사이에 파낸 1마일 길이의 대전차호였다. 거기서 그들은 작은 무리로 나뉘어 짐을 들고 골짜기 벼랑으로 갔다. 골짜기 바닥에는 길이 약 60야드, 깊이 8피트의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희생자들은 발가벗겨졌고 귀중품을 빼앗겼다. 그다음 그들은 골짜기 벼랑에 놓인 널빤지 위에 세워졌고, 목덜미에 총을 맞았다.
6장 부글부글 끓는 솥, 273~274쪽
붉은군대가 스탈린그라드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가는 군사적으로 설명하기가 불가능하다. 추이코프는 부하들에게 기운을 불어넣었다. 9월에 그의 본부에 폭탄 공격이 한 차례 가해지고 10월에는 불붙은 석유가 밀려와 그의 벙커로 흘러들었는데도 추이코프는 자기가 있는 곳, 부하들 사이에서 전선에 남았다. 그의 결연함은 다른 이들에게도 퍼져 나갔다. 다른 사령관이었다면 부하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추이코프는 스탈린그라드의 혹독한 도전을 견뎌내지 못하는 이들을 용서하지 않았다. 전투 동안, 비록 그들 모두가 정규 군인은 아니기는 했어도, 1만 3500명이 용기 부족이라는 죄로 처형되었다고 주장되어왔다. 거의 틀림없이 그들 모두 겁쟁이였던 것은 아니다. 추이코프는 결연한 숙명론을 보여주었고, 이것은 그의 지휘를 받는 이들의 사기에 반영되었다.
7장 성채 작전, 309쪽
양측은 앞으로 벌어질 결정적인 싸움이 되리라고 느꼈다. 붉은군대는 인력의 40퍼센트와 기갑 부대의 75퍼센트를 전투 지역에 밀어넣었다. 이 전력을 잃어버리면 재앙이 닥쳐왔을 것이다. 히틀러 측으로서는 성채 작전의 성공이 결정적이었으며, 이것이 그가 독일군의 힘에 더 큰 자신감을 가질 때까지 작전 개시일을 미룬 까닭이었다.
8장 거짓 새벽, 339쪽
‘총력전’이라는 용어가 어떤 실질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 그 용어는 틀림없이 독일과의 전쟁이 한창일 때 소련을 묘사하는 말일 것이다. 그토록 많은 국민을 전쟁 수행 노력을 위한 작업으로 내몬 국가는 없었으며, 사람들에게 그토록 힘겹고 기나긴 희생을 요구한 국가도 없었다. 후방 국민의 삶은 전쟁이 벌어지는 전선의 고통스러운 싸움을 빼닮은 분투였다. 1943년 이후의 여러 승리는 크나큰 대가를 치른 결과였다. 소련을 단일 전시 병영으로 바꾸겠다는 스탈린의 약속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다. 전쟁은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을 지배했다.
9장 스바스티카의 추락, 410쪽
히틀러는 이튿날 점심때, 비록 음식을 먹을 이유가 없음이 거의 틀림없기는 했지만, 비서 두 사람과 전속 요리사와 함께 마지막 식사를 했다. 그런 다음 그는 벙커에 있는 사람들과 진지하게 악수하고는 신부와 함께 자기 방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오후 3시 30분에, 소련 군인들이 국회의사당 건물의 상층을 차지하려고 싸우고 소련군 전차가 제국 청사 주위 도로를 내달리는 동안, 에바 브라운은 독약을 먹고 히틀러는 자기 머리에 총을 쏘았다.
10장 개인숭배, 476쪽
스탈린을 역사의 괴물로 만들어버린 후대의 평가는 당시에는 그의 직접적인 그림자 속에서 살면서 목숨을 부지한 사람에게만 가능했다. 스탈린은 말 그대로 우상이 되었으며, 이것을 서방인이 이해하기는 힘들다. 러시아의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에게 스탈린은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적에 맞서서 그들을 러시아 역사상 견줄 예가 없는 승리로 이끈 사람이었다. 거기에는 진실이 존재하지만, 부분적 진실일 뿐이었다. 승리는 승자와 패자에게 터무니없이 심한, 막대한 희생을 안겨주고 얻은 것이었다. 희생은 스탈린의 인민이 그가 죽을 때까지 계속 치러야 했다. 1914~1918년의 전쟁에서 자라난 내전과 마찬가지로 소련의 전쟁은 1945년에 정적이 전쟁터를 감싼 뒤에도 오랫동안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에필로그, 484쪽
독일이 전쟁에 졌지 소련이 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견해는 사실과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1941년에 독일 장군들은 ‘무식한 반(半) 아시아’ 전사인 러시아인, 그리고 ‘제정 러시아 장군 … 보다 훨씬 덜 위협적인’ 소련 지휘관을 상대로 한 승리는 (기껏해야 8주 내지 10주가 걸릴) 시간문제라는 자신감에 차서 출전했다. 이런 판단은 일어난 사건들로 거의 입증되었다. 독일군이 패하려면 독일 지도자들이 전혀 예기치 못한 그 어떤 것이 필요했다. 바로 소련이 경제력을 회복하고 군대를 개혁하고 출중한 자질을 지닌 지도자를 키워내는 것이었다. 이런 것이 없었다면 독일은 질 수 없었을 것이다. 소련은 전쟁에서 승리해야 했다. 이제는 소련 시민의 내부 깊숙한 곳에서 답을 찾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에필로그, 487쪽
소련의 성공은 이 모든 요인에 무엇인가를 빚지고 있다. 그 요인이란 대중의 애국심과 타고난 인내심, 스탈린의 역할, 계획 수립 및 동원의 정치환경, 그리고 창의성과 노력의 일시적 만개 등이다. 마지막 요인은 매우 강력해서 대숙청 이후 사회를 괴롭혀온, 복종할 팔자를 타고났다는 암울한 풍조를 극복하기에 충분했다. 전쟁 수행 노력은 단지 자기가 속해 사는 체제에 반항하는 사람들의 노력으로만 지탱되지 않았으나 소비에트 국가, 그 지도자, 당의 산물도 아니었다. 두 요소가 상대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으면서도 독일의 공세가 부과한 상호 필요성으로 말미암아 한데 결합되어 불안정하게 공생하면서 작동했다. 대가를 더 적게 치르고 더 인간적으로 덜 억압하고 무수한 사람이 죽지 않고도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는 데 의심을 품는 이는 없다. 그러나 바로 그것이 소련이 치른 전쟁의 비극이었다. 고통받은 한 민족의 희생이 승리는 가져왔지만 노예 상태의 해방은 가져오지 못했던 것이다. 상실의 기나긴 역사 속에서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승전의 순간에.
미궁에 빠져 있던 독소전쟁사의 전말을
명쾌하게 보여주는 개설서
《러시아의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연구의 대가 리처드 오버리가 제목처럼 소련(러시아)를 중심으로 독소전쟁(1941년 6월~1945년 5월)의 역사를 쓴 것이다. 그동안 나치 독일의 팽창, 일본 대 미국의 태평양 전쟁,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시작된 연합국의 반격 등에 익숙한 한국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줄 수 있는 책이다. 소련 대통령 자료보존소와 KGB(국가안전위원회) 소장 자료 등 1985년 소련의 ‘개방(glasnost)’ 이후 공개된 새로운 자료를 활용해 영국-러시아가 공동제작한 동명의 TV 다큐멘터리를 기초로 했다. 전략, 전술뿐 아니라 소련의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문화, 심성 등 관련 주제를 총망라하며 독소전쟁을 분석했다.
《러시아의 전쟁》은 개설서가 마땅히 지녀야 할 미덕을 고루 갖췄다. 우선 기본적인 사실을 충실하게 서술하고, 지도로 복잡한 전황과 전략, 전술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해 독소전쟁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도 전쟁의 전말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수많은 학자의 노력으로 축적되어온 기존의 연구성과는 물론이고 여러 쟁점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은 치밀한 논증 덕에 전문가들에게서도 호평을 받았지만, 박진감 넘치는 서술에 힘입어 영미권 일반인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독소전쟁이라는 엄청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성의 다양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인간군상을 생생하게 그려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독일-소련 전쟁에 붙어 있는 편견이
우리와 무관하지 않은 이유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독소전쟁의 통념은 극심한 편견에 차 있다. 그동안 소련의 승리 요인이 아닌 독일이 이기지 못한 요인에 더 주목해온 탓이다. 독일군은 ‘무식한 반(半)아시아’ 전사인 러시아인들에게 쉽게 승리하리라 예상했지만, 패배 후에 변명거리를 찾기에 바빴다. 나폴레옹처럼 소련의 혹독한 겨울 추위에 좌절했다거나, 독일이 인력과 장비는 더 우수했으나 소련의 막대한 물량공세에 무너졌다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통념은 문명화된 독일이, 문명화에 뒤처져서 오히려 강점을 지녔던 소련에게 패배했다는, 차라리 신화라고나 할 잘못된 인식이다.
이러한 편견은 우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바로 아시아를 향한 인종주의적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즉 서유럽 이외의 문화는 문명과는 거리가 먼 문화라고 깔보는 편견, 더 자극적으로 말한다면 아시아에 사는 인간은 문명의 세례를 받지 못한 열등인간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패배자들의 변명이 아닌, 진정한 승리의 요인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스탈린 지도 체제와 소련 시민의
‘불안정한’ 결합이 승리를 가져오다
저자 리처드 오버리는 소련의 승리가 다양한 요인이 ‘불안정하게’ 결합된 결과라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여러 요인 가운데에서 체제와 그 체제에 완전히는 길들여지지 않은 세력의 일시적인 공존과 협조라는 요인을 부각하며, 스탈린과 그가 구축한 공산당 체제에서부터 일반 시민까지를 시야에 놓고 그들의 대응 방식에서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나간다.
스탈린 체제는 그 잠재력을 어느 정도 끌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동시에 그 억압적 성격은 그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하는 데 심각한 제동을 걸기도 했다. 소련 사회를 짓눌러왔던 스탈린 체제가 전쟁으로 말미암아 느슨해졌고, 소련 지도부도 경직된 체제로는 소련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음을 깨닫고 변화를 허용했다. 소련 시민은 전쟁은 지극히 고통스럽지만 전쟁을 통해 체제가 바뀔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고, 이런 희망 속에서 유례없는 고통을 견뎌낼 힘을 얻었다. 이런 설명틀은 공산당의 지도 아래 일치단결한 소련 시민의 영웅적 애국심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거나 무수한 사람을 사지에 뛰어들도록 강요한 스탈린 체제의 테러가 승리의 비결이었다는 양극단의 단선적 설명 방식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소련의 승리라는 수수께끼를 풀어준다.
이러한 소련의 승리 요인과 그 안을 들여다보면, 자연스레 스탈린 공산당 체제의 실체를 발견하게 된다. 비극적이게도, 큰 희생을 가져온 전쟁 뒤에 다시 스탈린주의 체제는 오히려 더더욱 강고해졌다. 그 궁극적인 결과는 융성하는 서방과 대조되는 파산한 소련이었다. 독소전쟁의 진정한 비극은 바로 여기에 있다. 소련 시민은 전쟁에서 엄청난 피를 흘리고 승리했으나, 그 승리가 자유와 해방을 가져다주지는 못했던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막연히 인간을 무자비하게 몰아대는 야만적인 소련의 모습을 넘어서 소련이란 체제가 그러한 모습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인 경로와 그 의미를 깨닫게 될 것이다.
작가정보
(Richard J. Overy)
제2차 세계대전, 독일 제3제국, 스탈린 체제, 소련의 전쟁 수행 노력 등에 관한 폭넓고 깊이 있는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역사학자. 1947년 런던 태생으로 케임브리지대학을 졸업하고 1972년부터 1979년까지 동대학에서 가르쳤다. 1980년에 킹스칼리지 런던으로 옮겨 현대사 교수로 재직한 뒤 2004년에 엑서터대학으로 옮겼고, 지금은 명예교수다. 영국 학술원과 왕립역사학회의 회원이며, 탁월한 역사 저술로 헤셀-틸트먼 상, 울프슨 역사상, 새뮤얼 엘리엇 모리슨 상 등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피와 폐허》, 《독재자들》, 《폭격과 피폭격》, 《왜 연합국이 승리했는가》, 《병적인 시대》 등 다수가 있다.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영국 에식스대학 역사학과에서 러시아 혁명 및 내전기 페트로그라드의 산업체에서 일어난 변화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상명대학교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유럽현대사, 특히 러시아 혁명과 제2차 세계대전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함께 지은 책으로 《러시아의 민족정책과 역사학》, 《다시 돌아보는 러시아 혁명 100년 1》, 《서양사강좌》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2차세계대전사》, 《제2차 세계대전의 신화와 진실》, 《1917년 러시아 혁명》, 《야시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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