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굿모닝
2024년 08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5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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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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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규직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죽도록 노력했고 이루었지만, 더 재미있는 것을 하고 싶다는 이유로 퇴사하고 자발적 방황 중인 아나운서 신미정이 포착한 여행의 순간들을 담았다. 때로는 엉망진창이지만 한없이 무해한 여행의 찰나들에 공감하다보면 어느새 여기가 아닌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어질 것이다.
비행기 타고 27시간, 지구 반대편을 향해 날고 있어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비우러 가는 여행, 오롯이 요가
어쩌면 당신의 버킷리스트였을지도, 우유니 소금사막
악마의 목구멍
해 보려고 어디까지 해봤니?
체스키에서 달리는 아침
도무지 단점이 없다, 혼자 여행
사막과 오아시스
호모 비아토르: 걷는 사람, 1박2일 껄로 트레킹
게으름이 의무,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소매치기와 아이폰
무교인의 힌두사원
동틀 때 귀가하기
행복은 버터순
우리의 결혼을 축하해
어릴 적부터 유럽에서 살아보고 싶었어
알람 없이 일어나기
여행지의 냄새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일단 체크인부터 좀
토르티야 위의 작은 세상, 타코트립
미얀마의 공기놀이
축제의 끝, 브라질 삼바카니발
오픈카를 타고 달리는 72번국도
마드리드 스케치드로잉
고산병입니다만
낮에도 핫한 비치클럽에서의 하루
여행자의 마을, 자본주의의 맛
와인, 그리고 도시의 맛
납작복숭아가 대수
영원히 잊지 못할 체험 넘버원, 스카이다이빙
절벽 위의 하룻밤, 론다
컬러풀시티, 과나후아토
이것이 인도네시아 스타일 화보 찍기
엄마의 제주도 한 달 살기
부에노스아이레스, 좋은 공기
춤으로 하겠습니다
반려동물과 여행하기
생각보다 먼
세상의 끝 밟아보기
아파도 아파하질 못하고
별의 도시, 히피들의 축제 샴발라
여행지에서 배달음식을 먹다가
할슈타트에서 태풍을 만나면
플리마켓에서 득템하기
호텔리조트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기
빙하 조각에 위스키 한 잔
날카로운 첫 해외여행의 추억
스물여섯의 빠이
현지에서 중고거래하기
세탁소에서 빨랫감을 찾으며 시작하는 하루
7만 원으로 세계여행 중입니다.
한 달 차의 소회
레벨업은 무리였어, 서핑스쿨
선라이즈 없는 선라이즈 패들보드
나를 비우는 시간, 템플스테이
걸어서 국경 넘기
경운기 타고 공항가기
인스타그램이 뭐기에, 발가락 골절 발리스윙
개밥바라기별과 무에타이 클래스
중2병과 화양연화, 영화 따라가는 여행
미술관을 즐기는 방법
모스크바 감금기
프리다 칼로는 디에고 리베라를
길리에서 자전거 한바퀴, 사마사마
Epilogue 여행은 살아보듯, 삶은 여행하듯
여행은 나를 구할 수 없어도 나는 여행을 놓을 수 없다. 낯선 곳에서, 이방인이어야만 느낄 수 있는 사소하고도 유의미한 것들이 좋아서 나는 자꾸만 짐을 꾸리나보다.
_ ‘프롤로그’ 중에서
그렇게 장장 서른 시간 가까이 날아야만 지구 반대편에 도착할 수 있다. 새벽 6시. 리마 공항에 발을 딛는다. 도착과 동시에 이미 엄청난 일을 해낸 기분이다. ‘안녕하세요’나 ‘굿모닝’ 대신, ‘부에노스디아스!’로 시작하는 아침. 집 앞 편의점 맥주 한 캔에도 자연스레 카드를 내밀던 그제 대신, 100페소가 대체 얼마인지를 셈해보며 지갑 속 꾸깃한 지폐를 내미는 오늘. (……) 낯익은 사람이곤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다. 시차도 공기도 언어도 날씨도 모두 낯선데, 내 옆의 유일하게 익숙한 너조차 때로 낯설다. 자고 나면 조금 익숙해질까.
_ ‘비행기 타고 27시간, 지구 반대편을 향해 날고 있어’ 중에서
매일 아침 요가수업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발리의 주요 루틴이었다. 어떤 날은 초록이 너무 예쁘다는 핑계로, 어떤 날은 불어오는 바람결에 실린 냄새가 간지럽다는 핑계로, 또 어떤 날은 서울에 두고 온 일상이 자꾸만 나를 흔들어서 수련은 종종 산으로 갔다. 그래도 내가 나인 것을 받아들일 수 있던 발리에서의 요가 시간들은 퍽이나 좋았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_ ‘비우러 가는 여행, 오롯이 요가’ 중에서
경험해보기 이전에 상상해보는 것들의 실제 혹은 실재. 그것들이 얼마나 현실을 실체와 가깝게, 혹은 터무니없이 다르게 그렸는지를 마주했을 때, 여행의 재미는 그런 데서 온다. 그곳을 경험한 사람들이 전하는 말과 글을 바탕으로 그려보는 상상 속의 이구아수. (……) 내 상상력, 반성하자. 내가 그린 세계는 실존의 1/100도 구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_ ‘악마의 목구멍’ 중에서
어둠 사이로 붉은 태양이 고개를 들고 세상을 밝힌다. 떠오르는 태양을 응시하며 밝아오는 아침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순간, 피곤과 올라올 때의 힘듦 따위는 이내 잊혀진다. (……) 하루가 시작된다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이 별스러운 시간이 좋은 거다. 여행이란.
_ ‘해 보려고 어디까지 해봤니’ 중에서
사람과 함께하는 게 부대끼고 혼자인 게 좋다면서, 막상 혼자 여행을 오면 낯선 사람에 대한 장벽이 터무니없이 낮아진다. (……) 어쩌면 나는 일상에서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잊기 위해, 벽을 허물기 위해 자꾸만 혼자 여행을 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선택적 고독은 좋지만, 은둔은 절대 싫은 나도 결국은 ‘사람’
_ ‘도무지 단점이 없다, 혼자 여행’ 중에서
진흙이 말라비틀어져 만신창이가 된 운동화와 구멍 난 양말이 훈장 같다. ‘사서 고생’은 제법 가치가 있다. 내 허세엔 이유가 있다. ‘안 해봤으면 말을 말아.’
_ ‘호모 비아토르: 걷는 사람, 1박2일 껄로 트레킹’ 중에서
익숙한 식당과 카페가 생기고, ‘미정, 여기서 또 만나네. 내일 아침 클래스도 올 거지?’ 안부를 묻는 사람이 몇 있는 것. 요일의 루틴과 해내야 할 일들이 있는 것. 일상과 여행의 사이 그 어디쯤. 치앙마이의 한 달은 그런 시간이다.
_ 게으름이 의무,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중에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아름다운 빵애프터눈 중인 평화로운 노트르담 대성당 앞. 이제 막 오븐에서 나와 노트르담의 공기를 마신 빵을 손에 쥐고 각자의 방식대로 빵을 먹는다. 나는 쇼숑오뽐므 하나. 크게 한 입 베어 무니 수십 개의 페이스트리가 결대로 바스라지고 입가에 흔적을 남긴다. 음, 지금 이 행복감이 어느 정도인지 굳이 설명하자면 말이지. 루브르에서 인파에 치여 모나리자 대신 사람들 뒤통수만 구경하고 오더라도 괜찮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야.
_ ‘행복은 버터순’ 중에서
짭조름한 올리브를 깨무는 게 이다지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 이번 여행은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
_ ‘알람 없이 일어나기’ 중에서
세탁소를 다녀와 깔끔하게 목욕재계한 옷가지에선 이상스럽게도 그 도시의 향이 난다. (……) 그 도시의 냄새가 잘 마른 티셔츠를 꺼내 입는 여행자의 아침. 그 순간이 그리워 나는 자꾸만 떠나는지도 모르겠다.
_ ‘세탁소에서 빨랫감을 찾으며 시작하는 하루’ 중에서
여행이 고마운 것은 그래서인지도 모른다. 서먹하고 어색한 것들에 매순간 익숙해져가며 이미 익숙해져버린 수많은 것들에게 다시 설레게 되는 일. 여행이 아니라면, 불가능할 일. (……) 사실 내가 정말 바라는 건 어쩌면 이런 거일지도 모르겠다. 여행이 끝나고 난 후의 시간들이 허무와 인내의 시간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 여행이 도피나 탈출이 아닌 것. 그냥 일상이 축제이고 여행이기를. 그걸 꿈꿔.
_ ‘에필로그’ 중에서
어쩌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일상을 위해
낯선 곳에서의 다른 삶을 꿈꾸는 건 아닐까
아나운서 신미정의 설렘 가득한 여행의 기록
그리고 여행을 통해 발견한 작고 소중한 삶의 의미
여행은 특별하다. 여행을 통해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이했다거나 힘들고 우울한 현재를 장밋빛 미래로 바꾸었다는 그런 거창한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작지만 빛나는 순간들, 너무도 익숙해져버린 일상의 모든 것들이 언어도, 날씨도, 공기도 낯선 곳에서 새롭게 다가와 설렘을 안기는 그 찰나들이 모여 여행을 ‘별것’으로 만든다. 여행만이 가능한 마법 같은 힘.
그래서 저자는 흔들리고 위태로운 순간, 여기만 아니면 좋겠다고 느낄 때마다 여행을 떠났다. 물론 위대한 발견이나 영화 같은 에피소드를 기대한 것은 아니다. 떠나도 여전히 알 수 없고, 변함없이 서툴렀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놓을 수 없던 것은, 그저 낯선 곳에서 이방인이어야만 느낄 수 있는 사소하고도 유의미한 순간들이 좋아서였다.
이 책은 그 꿈같은 시간의 찰나들을 담아냈다. 여행이란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기에 때로는 엉망이지만 그마저도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빛나는 여행의 순간들, 사소하지만 어쩌면 누군가가 오랜 시간 꿈꾸었을지도 모르는 여행의 순간을 보여준다. 설렘 가득한 이 이야기들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 샌가 함께 낯선 곳에 서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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