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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진화

박현영 지음
북스톤

2024년 08월 27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8월 1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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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5.23MB)
ISBN 979119306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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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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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으로 일을 하려면
일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AI 시대, 인간의 일이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그에 맞춰 일하는 방식도 진화하고 있는가?
창의적 인간만이 살아남는다는 시대에,
여전히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곳에서 정해진 방식대로
기계처럼 일하고 있지는 않은가?
회사 사무실, 9to6, 고정된 업무방식이라는 틀을 깨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으로 일하며
모두가 프로페셔널로 성장하는 어느 회사의 이야기
책머리에
프롤로그 한국형 플렉시블 워킹 8년의 기록

1장 플렉시블 워킹, 무엇부터 어떻게 왜?
준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첫 1년: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나만의 방식을 찾는 과정
정착: 면 조직에서 점 조직으로
신입사원은 누구에게 배워야 할까
플렉시블 워킹이 어려운 상황과 성향
플렉시블 워킹이 안 되는 7가지 이유와 그에 대한 반론
8년의 성적표: 업무 효율성도 생활의 활력도 만족

2장 플렉시블 워킹 실천 유형 13가지
알람×스벅×택시로 완성되는 거점오피스
고양이형 인간의 에너지 분배
최적의 효율을 내는 법, ‘80%만 일합니다’
플렉시블 워킹의 소통 불안을 해소하는 법
최소한의 소셜라이징으로 내 정체성 지키기
내성적이고 예민한 이들을 위한 플렉시블 워킹
완벽주의 팀장이 기준을 조율하는 법
워킹맘 스테이지를 유연하게 지나려면
갓생러가 플렉시블하게 일하는 방식
플렉시블 워킹이 야행성 인간에게 준 자유와 과제
40대 기혼 유자녀 남성의 플렉시블 워킹
원칙주의 직장인이 자유로운 동료들과 잘 지내는 법
규칙이 집착이 되지 않도록
모두가 다르기에 각자의 방식은 존중받아야 한다

3장 플렉시블 워킹을 둘러싼 가치 탐구
조직의 목적은 ‘효율’: 목표 달성보다 업무 효율을 우선한다
개인의 목표는 ‘성장’: 성공보다 성장을 도모하라
최고 가치는 ‘자율’: 자율의 무게, 자율의 가능성
가장 필요한 것은 ‘신뢰’: 타인이 아닌 나에 대한 신뢰
없으면 안 될 ‘소속감’과 ‘우정’: 공식과 비공식의 경계
생산성 vs 공정성: 회사 성과는 수행평가가 아니다
interview 사랑한 플렉시블 워킹을 멈춘 이유

4장 플렉시블 워킹 제도와 도구들
원칙과 규칙: 정보를 공유하며 같은 원칙으로 움직이기
실행을 위한 4단계: 자율좌석제, 자율근무시간, 거점오피스, 워케이션
자발적 제도: 도와줘 쿠폰, 워크 위드 미, 자발적 워크숍
공유의 감각: 이메일, 전화, 문자 메시지, 즉석 미팅
물리적 도구: 의자, 책상, 모니터, 마우스
디지털 도구: 공유 캘린더, 공유 시트, 메신저, 알람
interview 플렉시블 워킹에 필요한 공간의 변화

에필로그 | 고된 공장식 노동에서 ‘고된’을 떼어내고, ‘공장식’을 떼어내면, 노동이 내 것이 된다
글을 마치며 | For What에 도달하셨습니까?

플렉서블 워킹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개인의 성향과 일을 바라보는 가치관이다. 성향상 불안도가 높은 사람,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쉬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다른 사람의 상황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사람과 무관심한 사람의 플렉서블 워킹 방식은 다르다. 개인의 라이프 스테이지도 영향을 미친다. 혼자 사는 사람, 육아에 한창인 엄마, 아빠의 위치가 다르다.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데 사생활이 개입되면 안 될 것 같지만 ‘개인’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조직 사이클에 개인을 맞추라고 할 수 없게 되었다. 플렉서블 워킹은 중요해진 개인과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조직이 타협점을 찾은 결과다. 각 사례마다 인터뷰이의 성향과 일을 대하는 태도, 라이프 스테이지를 자세히 묘사했다. 읽으면서 본인에게 맞는 플렉서블 워킹 방식을 찾길 바란다. 때로는 나도 몰랐던 나의 특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인터뷰이 역시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의 성향을 새삼 깨닫기도 했다. 13인의 고민과 해결 방안을 조합해 본인만의 방법을 만들어보길 추천한다. 14번째 사례를 언제든 환영한다.
-프롤로그

플렉서블 워킹은 재택근무가 아니다. 플렉서블 워킹의 핵심은 회사 외에 다른 곳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 각 구성원들이 서로 다르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다른 곳에서, 다른 시간대에,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구성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제도가 아무리 훌륭해도 개인이 수행해야 하고, 수행할 준비가 되었을 때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업무 목표를 정하고 일하는 방식way of working은 신경 쓰지 않는 것이 플렉서블 워킹이라고 하지만, 일하는 시간과 장소, 형식과 절차는 언제나 중요하다. 예의는 마음의 문제이며, 마음은 형식과 절차에서 온다.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형식을 지키기도 하고 절차를 따르면서 마음이 생겨나기도 한다. 일을 하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형식과 절차를 따라야 한다. 플렉서블 워킹은 형식과 절차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 기존 공장식 업무 방식과 다를 뿐이다. 지금부터 먼저 해본 사람의 형식과 절차를 소개한다.
-프롤로그

2017년 1월 9일 플렉서블 워킹이 시작되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회사에 나오지 않은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출근했다. 플렉서블 워킹에 대해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갑자기 일할 장소가 있을 리 없다. 회사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내가 일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지도 몰랐다. 회사에 늦게 나타났다가 일찍 나가면서 내 할 일은 하고 있으니 상관하지 말라는 당당한(?) 태도도 지니고 있지 않았다. 회사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당시 우리는 플렉서블 워킹을 혼자 일하는 것, 서로에게 말 걸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바로 옆에 사람이 있음에도 메신저로 말을 걸었고, 얼굴 보고 말로 해도 될 피드백을 일일이 문서로 작성했다. 매일같이 일하던 장소와 시간이 플렉서블 워킹이라는 틀을 뒤집어 쓰자 정의 내릴 수 없는 장소와 시간으로 바뀌었다. 과장을 조금 섞어 비유하자면, 감옥에서 나온 사람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것과 같았다.
-1장 ‘플렉서블 워킹, 무엇부터 어떻게 왜?’

우리 조직은 플렉서블 워킹을 시행하며 업무 중심으로 신입사원을 돌보는 역할자를 지정했다. 하지만 정해진 룰이 없었기에 사람마다 다르게 행동했다. 어떤 사람은 회사에 나와 신입 옆에 앉아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원격으로 최소한의 커뮤니케이션만 했다. 이 또한 플렉서블 워킹, 즉 스스로 자유롭게 일하는 방식이기에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신입사원이 초기에 갖는 어색함과 당황스러움을 달래주고 메워주는 이는 대개 그런 과정을 막 거친 사람이다. 자발적 우정이 발동하는 것이다. 자신도 초기에 당황했던, 얼마 전까지 신입사원이었던 이는 새로 들어온 직원에게 말동무, 밥동무, 곁동무가 되어준다.
-1장 ‘플렉서블 워킹, 무엇부터 어떻게 왜?’

H의 두 번째 거점오피스는 길 위다. 걸어가면서, 택시 안에서, 지하철 안에서, 문자, 전화, 화상회의 모두 가능하다. 다음 일정 때문에 미팅 도중 먼저 일어나야 하는 경우에는 아직 미팅 중인 사람에게 전화를 걸고 그 사람이 폰을 스피커폰으로 틀어놓아 미팅 내용을 들으면서 이동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문자로 한다. 진정한 모바일 오피스는 이동하는 오피스다.
-2장 ‘플렉서블 워킹 실천 유형 13가지’

“저는 기본적으로 불안감이 높은 사람이에요.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물어보아야 하는 사람, 숙제 검사 받아야 마음 편한 사람, 금요일에 숙제 내고 검사 안 받으면 월요일까지 잠 못 자는 사람이죠. 플렉서블 워킹으로 불안감이 더 높아질 수 있는데, 이럴수록 전화, 줌미팅, 메신저 같은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해요. 저는 카톡 빼고 다 사용합니다.”
R은 선제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 대부분 먼저 미팅을 제안하며, 즉흥적으로 만나기보다는 2주치 미팅 일정을 미리 잡아놓는 편이다. 공식적인 마감보다 하루 먼저 자기만의 마감을 정하고 미리미리 대처한다. 대부분의 마감러들은 마감날 밤을 새우는데 R은 마감일에 가장 여유롭다.
-2장 ‘플렉서블 워킹 실천 유형 13가지’

L은 플렉서블 워킹을 너무 잘하는 사람의 고충을 대변한다. 나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구나, 조율이 중요하구나, 조율하기 위해서는 대화해야 하는구나, 대화를 위해서는 나를 표현해야 하는구나, 나를 표현하는 것이 나에게는 쉽지 않구나 하는 것들을 깨달아가고 있다. L은 사소한 기호를 말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이거 싫어한다, 좋아한다’, ‘나는 현재 이러하다, 저러하다’와 같은 말을 하기에 앞서 다른 사람이 본인을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평가 기제가 발동하기 때문이다. L은 그만큼 평가에 민감하다(물론 나쁜 건 아니다. 그것이 L의 실력을 올리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제 L은 평가 기제를 잠시 내려놓고 본인이 엄격한 기준을 가진 사람임을 팀 구성원들에게 털어놓는 법을 배우고 있다.
-2장 ‘플렉서블 워킹 실천 유형 13가지’

직장은 내 리듬대로 시작하고 끝낼 수 없는 곳이다. C의 첫 회사는 업무량이 너무 많아서 낮에 일하고 밤을 새우고도 다음 날 출근해야 하는 곳이었다. 은행 업무는 물론이요 사적 시간 자체가 전혀 없었다. 지금도 마감 때 밤새워 일하는 것은 같지만 오전에 느긋이 업무를 시작하거나, 낮에 개인 일을 보거나, 최고 집중 시간을 밤으로 설정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 초등학교 입학 이후 가장 행복한 시간표를 영위하고 있다.
-2장 ‘플렉서블 워킹 실천 유형 13가지’

자칭 ‘아저씨’에게 플렉서블 워킹이란 방해 요소 제거와의 싸움인데,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에 가깝다 . 재택근무의 방해 요소는 자녀 등하교 시간의 어수선함, 자녀의 방학 등이다. 아내는 근무시간을 방해하지 않지만 자녀에게는 그저 아빠가 집에 있는 날일 뿐이다. 이럴 바에는 회사에서 집중하여 일하는 편이 낫다.
-2장 ‘플렉서블 워킹 실천 유형 13가지’

플렉서블 워킹을 실제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동의하지 않는 한 가지가 ‘개인 목표 설정’의 중요성이다. 플렉서블 워킹을 하려면 목표가 잘 설정되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소위 KPI가 개인별로 나뉘어 있어야 하고 이에 따라 성과를 측정하면 플렉서블하게 일한다 하더라도 조직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개인이 일하는 방식은 신경 쓰지 않고 목표달성 여부만 보겠으며,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으면 당신이 능력이 없거나 불성실한 것으로 간주하여 당신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이는 조직을 개인의 합으로 보고, 개인 성과의 합을 조직의 성과로 보는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플렉서블 워킹으로 일하는 조직이라고 보기 어렵다. 조직은 개인들의 합에 개인과 개인 간의 시너지, 개인과 개인 사이에 흐르는 에너지를 더한 값이기 때문이다.
-3장 ‘플렉서블 워킹을 둘러싼 가치 탐구’

플렉서블 워킹의 자율이란 처음 맞닥뜨린 사람에게는 애매한 것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알 수 없다. 선택지가 없고 한도도 없는 듯 보이지만, 엄격한 규칙이 존재한다. 규칙은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합의되어 있다. 이 애매함과 당황스러움을 완화하는 것이 바로 우정이다. 우정은 개인의 고충을 해결할 뿐 아니라 아웃풋에 시너지를 더한다.
-3장 ‘플렉서블 워킹을 둘러싼 가치 탐구’

‘일은 일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플렉서블 워킹을 하기 어렵다. 디지털 도구의 핵심은 모빌리티, 언제 어디서나 나를 따라다닌다는 것이다. 사무실을 떠나면 전화를 받을 수 없는 환경이 아니다. 디지털 도구는 개인 휴대폰과 연동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분리하고자 한다면 두 개의 폰을 쓰거나 모든 경우 아이디를 두 개 만들어야 한다(그것조차 플랫폼이 알아차리고 서로를 연결해준다). 개인 전화번호 디렉토리에 회사 일로 알게 된 사람의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싶지 않아서 모두 암기하는 사람, 저장할 때 이름 앞에 #을 붙여서 카톡이 뜨지 않게 하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든 분리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 일과 개인사를 수시로 넘나드는 플렉서블 워킹에서는 그러기가 어렵다.
플렉서블 워킹을 한다면 이러한 선긋기는 멈춰야 한다. 디지털 도구의 핵심은 모든 것을 ‘공유’하는 것이다.
-4장 ‘플렉서블 워킹 제도와 도구들’

어떻게 해야 함께 일하면서 노동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같이 살면서 따로 각자의 라이프를 존중할 수 있을까? 모순된 질문 같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8년간의 실험을 통해 ‘함께’와 ‘내 것’의 공존을 목격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문화’다. ‘각자’의 방식으로 ‘함께’를 도모하는 문화는 한 사람의 일방적인 주장으로는 불가능하다. 두꺼운 규정집으로도 어렵다. 구성원이 문화를 공유하고 새로운 구성원이 문화에 문화를 더하여 생물체 같은 문화가 만들어질 때 가능한 일이다. 공장식, 군대식이라는 수식어를 제외하고 한국에 조직 ‘문화’라 부를 만한 게 있을까?
-에필로그

자율적인 개인, 효율적인 조직을 위한
한국형 플렉시블 워킹을 실험하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준 이점이 있다면, 유연근무의 가능성을 알게 해준 것이다. ‘집에서 일하는지 노는지 어떻게 아느냐’며 사무실 근무를 고수하던 사장님들도 바이러스 공세 앞에서는 재택근무를 결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해보니 생각 이상으로 꽤 괜찮았다.
팬데믹이 끝나고 상당수 회사가 다시 직원들을 사무실로 불러들였지만, 유연근무에 대한 열망은 식지 않았다. 회사는 제도를 중단했지만, 이제 우리는 사무실 밖에서도 문제없이 일할 수 있음을 안다. 씻고 몸단장하고 출근길에 시달리는 시간을 오롯이 나에게 쓸 수 있는 여유의 맛도 알아버렸다. 사회는 열망이 향하는 쪽으로 움직이게 돼 있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유연근무가 가능한 곳을 일하고자 할 것이다. 결국은 회사도 유연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막상 플렉시블 워킹을 하려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면, 먼저 해본 이들의 조언을 참조해보자. 이 책은 코로나19가 닥치기 전인 2017년부터 플렉시블 워킹을 시행해온 어느 회사 조직장의 기록이다. ‘윗분’에 의해 ‘어느 날 갑자기’ 실시된 데다 국내에 ‘플렉시블 워킹’이라는 말도 없던 때여서 하나하나 시도해보고, 뒤엎고, 다시 시도하는 시행착오를 거듭해야 했다. 외국 기업의 제도를 이식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구성원들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직접 해보고 조정해가며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식, 수평적, 적응형 플렉시블 워킹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플렉시블 워킹 이전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
억울함 없는 노동, 외롭지 않은 직장을 만드는 새로운 기준

저자는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플렉시블 워킹의 정착 과정, 각자의 성향과 여건에 따라 달라진 업무방식과 이를 조율해 조직의 성과를 내는 지혜를 보여준다. 첫날 회의록부터 초창기의 어정쩡한 분위기, 각자의 불만과 불안을 어떻게 극복했는지가 세세하게 소개돼 플렉시블 워킹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실용적인 도움을 준다.
플렉시블 워킹에는 그에 걸맞은 제도와 도구, 가치관도 필요하다. 이 책은 구글캘린더, 알람시계 같은 실용적인 도구는 물론, 소통과 협업의 공백을 없애기 위해 자생적으로 생겨난 제도들도 소개한다. 공유와 평가 도구들을 소개한 책은 많지만 ‘알람’을 활용하는 방법, 업무에서 비업무로 혹은 그 반대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장치와 도구들에 대한 소개는 드물다. 특히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우정’의 중요성이다. 소통에 관한 이론은 많지만 실제로 해보면서 느낀 ‘우정’의 필요성은 해본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조언이다. 저자는 우정이 없다면 플렉시블 워킹은 그저 개인에게 운동할 시간, 병원 갈 시간, 은행 업무 볼 시간을 허용하는 복지제도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 책이 말하는 플렉시블 워킹은 복지제도 이상의 무엇일까? 저자는 동료들과 함께 일하면서 노동을 ‘내 것’으로 만드는 시도라고 말한다. 직장생활에서 가장 해로운 감정은 ‘억울함’이 아닐까? ‘왜 나만 일해?’ ‘그런데 왜 아무도 인정 안 해줘?’ ‘왜 나한테만 뭐라 그래?’ 시시때때로 울컥하는 억울함은 일할 맛을 사라지게 하고, 잘하고 싶은 의지를 꺾으며, 결과 또한 좋지 않다. 정신건강에 해로운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나치면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살게 된다. 반대로 노동이 내 것이 될 때 억울함은 사라진다.
저자는 지난 8년간 각자의 삶을 존중하면서 함께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플렉시블 워킹을 하면서 누구는 아침 일찍, 누구는 밤늦게 일에 몰두하기를 선택했다. 자신에게 최적화된 방식인 만큼 일의 만족도가 높아진 것은 당연하다. 뿐이랴, 플렉시블 워킹은 자기만족에 그치지 않고 소속감을 키우고 동료를 배려하는 여유도 주었다. 신입사원이 ‘어깨너머’로 일을 배울 기회가 없어 힘들어하면 선배들이 자발적으로 적응을 위한 ‘꿀팁’ 전수 워크숍을 기획하고, 육아하느라 이동이 어려운 동료를 배려해 그 근처로 미팅 장소롤 정하는 ‘우정’이 십분 발휘되었다. 일의 억울함이 줄어들고 우정이 그 자리를 채운 지금, 저자는 ‘플렉시블 워킹 이전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다’고 단언한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정해진 장소에 모여 정해진 시간 동안 일사불란하게 일하는 것은 공장의 대단위 설비를 가동하기에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다. 아침형 인간도 있고 저녁형 인간도 있는데, 그런 특성을 무시하고 모두가 기계의 사이클에 맞춰 9to6로 일해온 것. 그 이전에 농경사회에서는 시계가 아니라 하늘을 보며 일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에 인공지능의 시대인 오늘날은 무엇을 보며 일하는 것이 맞을까?
이 책은 ‘나’와 ‘옆자리 동료’를 돌아보며 일하라고 권한다. 나에게 좋은 방식,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 결과적으로 시너지가 나는 방식을 찾으라고 독려한다. AI시대에 기계적인 일을 기계가 가져갈수록, 인간은 ‘덜 기계적인’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기계에 맞춰오던 공장식 노동에서 인간 개개인에 맞춰지는 노동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속도 차이는 있을지언정 일어날 변화는 언젠가 일어나게 돼 있다. 그러니 당신의 회사는 여전히 변화에 뻣뻣하더라도, 당신은 플렉시블해져야 한다. 먼저 해본 사람들의 이야기가 당신과 동료들에게 힘이 되어줄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박현영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 소장
사람들의 말과 글로 이루어진 빅데이터를 분석한다. 이야기를 좋아한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세상의 변화상을 전하는 《트렌드 노트》 시리즈에 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이 끝난 여름부터 광화문에 있는 회사에 다녔다. 토요일도 근무하는 주6일제, ‘칼퇴’라는 말조차 없었다. 당연히 저녁을 먹고 야근하고, 선택지는 대중교통으로 퇴근하느냐 택시 타고 퇴근하느냐 정도였다. 주5일제가 시행되고 나서도 주말 근무는 당연했다. 선택지가 하나 더 늘었을 뿐. 토요일에 출근하느냐, 일요일에 출근하느냐. 결혼하고 아이 낳고 말 그대로 아이를 들쳐업고 일을 했다.
2010년부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노트북이 비교적 가벼워져서 들고 다닐 수 있었고, 주말 출근에 불편한 의사를 표현하는 후배들이 생겼다. 주말 근무를 하면 적어도 미안해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야근을 하더라도 집에서 할 수 있었다.
2010년대 중반, ‘불금’이라는 말이 생겼다. 금요일 야근은 모두의 분노를 샀다. 점심은 혼자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후배들이 생겼다.
2010년대 말, 주 52시간제 시행, 야근은 법으로 금지되었다. 내가 속한 조직이 플렉시블 워킹을 시작했고 예상치 못하게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나의 근무 시간은 20년 동안 점차 줄어들었다, 회사에 머무는 시간은 그보다 더 많이 줄어들었다. 일의 범위는 점차 더 늘었고, 일에 대한 애정은 그보다 더 많이 커졌다.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겠다는 나의 의지 때문이 아니다. 불편을 말로 표현한 사람들, 이건 아니지 않냐고 문제제기한 사람들, 이렇게 다르게 해보는 건 어떠냐는 제안을 용감하게 해준 사람들 덕분이다.
세상은 변한다, 설령 내가 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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