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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글은 쓴다고 해가지고

백가흠 지음
난다

2024년 08월 21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6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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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40.17MB)
ISBN 979119417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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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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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백가흠 소설가의 신작 산문집 『왜 글은 쓴다고 해가지고』가 출판사 난다에서 출간되었다. 다섯 권의 단편집과 짧은 소설집 한 권, 네 권의 장편을 발표한 등단 25년 차 성실한 소설가 백가흠. 2000년대 이후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으로 독보적인 자기 세계를 구축하며 한국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자 “우리를 향한 괴로운 질문”(차미령 문학평론가)이 된 그다.

그는 “깊고 어두운 곳에 잠겨본 손만이 쓸 수 있는 문장들”로 “삶 너머가 아니라 삶이 심연이라는 것을”(이원 시인) 보여주었다. 이번 산문집에서는 소설가로서 백가흠의 근원에 자리한 시간에 대한 상상력을 다양하게 변주한다. 작가로서 금기 없는 상상력은 과거와 미래, 어제와 망각을 산문 속 인간 백가흠의 삶과 교차시키며 독특한 서정의 무늬를 문장에 새긴다.
작가의 말 ◦ 005

1부 나는 작가가 안 됐으면 목수가 되려고 했다
사랑하기 때문에, 쓴다 ◦ 012
누가 나인가 ◦ 026
그저 그런, 촌놈 콤플렉스 ◦ 031
춘천, 그녀들 ◦ 035
왜 쓰는가? ◦ 044
그보다 어떤 ‘감’ ◦ 049
나는 똥인가 작가인가 ◦ 061
첫 문장이 찾아오기까지 ◦ 066
문학에서 시작된 행복지론 ◦ 071
표절에 대한 단상 ◦ 075
문학잡지도 그저 잡지라는 것 ◦ 080
배추벌레 잡던 할머니 ◦ 094
어제, 포도나무가 내게 ◦ 102

2부 책은 책으로 말하고 소설은 소설로 살아가는
콜레라 시대의 마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 114
늙지 않는 소설-최인석, 『구렁이들의 집』 ◦ 121
세상의 바깥에서 지켜보는 관대함-나쓰메 소세키, 『도련님』 ◦ 128
고무줄의 싱싱함과 느슨함 사이의 신화(神話), 아니 인화(人話)
-김민정,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 141
결코, 가볍지 않은 나날들-제임스 설터, 『가벼운 나날』 ◦ 146
고통이 신을 창조했다-김은국, 『순교자』 ◦ 153
히데를 기다리며 백민석을 읽는다
-백민석,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 159
‘이별의 재구성’하여 ‘이 별의 재구성’
-안현미, 『이별의 재구성』 ◦ 165
이젠, 더이상-레몽 장, 『카페 여주인』 ◦ 170
참회와 속죄 사이-이안 맥큐언, 『속죄』 ◦ 175
한 시절의 부름을 받는-조경란, 『식빵 굽는 시간』 ◦ 180
사랑과 열정 사이, 그가 서 있다
-조용호, 『여기가 끝이라면-조용호의 나마스테』 ◦ 188
신화의 숲에 남은 위험한 나무-이응준, 『무정한 짐승의 연애』 ◦ 195
눈물의 의미-곽수인 외 39인, 『엄마. 나야.』 ◦ 202

비루한 환경과 사회에서 자꾸만 내몰리며 고통받는 그들을 내가 구원할 수는 없지만 소설 안에서 그들의 삶을 되살릴 수는 있다고 믿는다. 독자들이 내게 종종 화까지 내면서 묻는다. 그렇게 인물들을 비극적인 상황에 던져놓기만 하면 어떡하냐고.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대안을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것은 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론 흥분하고 분노하지만, 또 어떠한 대안에 동조하지만 그것을 창조해내는 일은 내 것이 아님이다. 그것은 정치와 법, 시스템의 몫이다. 문학으로는, 글로는, 소설로는 아무런 대안을 그려놓을 수가 없다. 사람들을 구원할 수가 없다. 본디, 문학이라는 것이 온통 질문으로만 채워진 까닭이다. _「춘천, 그녀들」

‘소설은 과거의 문법이다.’ 나는 이 문장을 오랫동안 믿어왔고 그 진의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채 여러 곳을 전전하며 떠들어왔다. 저 단순한 명제가 소설을 쓰고 읽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이라는 것에 어느 정도 확신이 있었으니 그랬을 것이다. 이는 소설이란 작업은, 멈추고 일단락된 시간이 ‘영원’으로 가는 길을 그리는 작업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마무리되었으나 진정으로 ‘영원’의 시간대에 올라탄 소설이라니 이 얼마나 멋진가. 이것은 역사성과 사회적인 성격으로서의 소설을 믿어왔다는 말이다. 그 소신은 여전히 변함없으나 조금 더 근사한 일들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시가 가진 현재성과 현장성을 발견하고부터이다. _「그보다 어떤 ‘감’」

어느 날 선생님이 그릇에 음식을 담아 식당으로 내려왔다. “밥 먹는 데 신경쓰일까 잘 안 내려오는데, 단지를 헐다 꼭 먹이고 싶어서……” 선생님이 들고 있던 쟁반에는 각종 짠지들이 얹혀 있었다. 무짠지, 고춧잎, 콩잎 등등. “밥은 입에 맞나 몰라 항상 걱정이고, 어쨌거나 편안하게 맘 편하게 있다 가세요. 여서 뭘 많은 걸 하려고 하지 말고 그저 푹 잘 쉬고 일은 돌아가서 해도 되고. 하이튼 여기서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잘 먹고 잘 쉬고 가면 돼요. 그게 바람뿐이고……” 선생님이 쟁반을 식탁에 내려놓고 수줍게 웃었다. 선생님이 내려놓은 짠지, 정말 짠했다. _「배추벌레 잡던 할머니」

부지런히 돌을 줍고 옮기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생각보다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꽤 많다. 강원도에서 주운 돌을 그리스 해변으로 옮겨놓거나 샌프란시스코에서 어렵게 돌을 들고 와서 전라북도 익산시 황등면에 버리는 사람들. 내게 문학의 어제는 무엇이었냐고 묻는다면, 쓸모없어 보이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 조용히 ‘돌을 나르는 사람들’에 관한 개인사라고 얘기하겠다. 돌을 나르는 일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하면 또 어떠한가. 무의미 또한 다른 하나의 의미로 남게 되는 것. 그런 게 문학 아닌가. 문학은 결국 이쪽에 있는 돌을 저쪽으로 옮겨놓는 일. 의미를 만들면 찾을 수 있고, 없어도 상관없는 그런 일, 이런저런 생각 없이 돌을 열심히 나르고 버리는 일, 말하자면 돌을 나르는 숙명을 저버리지 않는 것. _「어제, 포도나무가 내게」

데뷔작 「광어」는 전방에서 초소 근무를 하며 한 줄 한 줄 시로 썼던 작품이다. _「춘천, 그녀들」

소설은 책임자는 사라지고 없는, 타인의 고통을 공감한 사람들의 세계에 대한 연대라고 정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_「왜 쓰는가?」

도무지 기억하고 싶지 않고 잊어버리고 싶고 생각하기도 싫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모두 다 아픈 기억이다. (…) 문학은 그 고통스러운 기억에 대한 복수에서 출발한다. _「그보다 어떤 ‘감’」

나의 어제는 한 열 살쯤 되었을까. 여름, 옛날 살던 집 마루에 앉아서 엄마랑 둘이 점심으로 상추쌈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때의 엄마는 참 젊었다. 찬은 별거 없었어도 우리에겐 시간이 있었다. 그 많았던 모든 시간이 흘러가버린 것을 엄마의 작은 상추밭을 바라보며 깨닫는다. _「어제, 포도나무가 내게」


“그럼에도 왜 쓰냐면
이 모든 순간과 그 모든 순간의 기억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작가이기보다, 작가이고 싶은 시절의 백가흠 산문!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백가흠 소설가의 신작 산문집 『왜 글은 쓴다고 해가지고』가 출판사 난다에서 출간되었다. 다섯 권의 단편집과 짧은 소설집 한 권, 네 권의 장편을 발표한 등단 25년 차 성실한 소설가 백가흠. 2000년대 이후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으로 독보적인 자기 세계를 구축하며 한국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자 “우리를 향한 괴로운 질문”(차미령 문학평론가)이 된 그다. 그는 “깊고 어두운 곳에 잠겨본 손만이 쓸 수 있는 문장들”로 “삶 너머가 아니라 삶이 심연이라는 것을”(이원 시인) 보여주었다. 이번 산문집에서는 소설가로서 백가흠의 근원에 자리한 시간에 대한 상상력을 다양하게 변주한다. 작가로서 금기 없는 상상력은 과거와 미래, 어제와 망각을 산문 속 인간 백가흠의 삶과 교차시키며 독특한 서정의 무늬를 문장에 새긴다. 그가 조용호 소설가의 작품에 했던 표현을 그대로 되돌려주자면 “그간 쏟은 시간의 글품이 놀랍다”. 글을 따라 독자들은 유년의 한 장면으로 혹은 수백 년 전의 어제로 속절없이 끌려가 그의 옆에 앉아 있게 된다. 그에게는 몇십 년 전이 바로 엊그제 같고, 어떤 일이나 시간은 너무 또렷해서 자꾸 시절을 헷갈리게도 된다. 작가 백가흠에게 어떤 책은 그러한 망각의 기억을 담고 있으며 그 작품을 읽는 일은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특별하고도 때론 쓸쓸한 조우이다. 이십여 년 전의 백가흠은 오늘의 백가흠과 같은 사람이기도 하면서 다른 존재다. 당시에는 미처 알지 못했고 읽어낼 수 없었던 것을 오늘의 소설가 백가흠은 한발 비껴서서 관조한다. 백가흠은 세상이 앞으로도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앞에서 저항하고 반항하며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이 억압적인 시스템의 불온하고 불경한 블랙리스트로서 문학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묻는다. 그에게 소설은 현재진행형의 사랑인 터다.


문학은 이쪽에 있는 돌을 저쪽으로 옮겨놓는 일
의미를 만들면 찾을 수 있고, 없어도 상관없는 그런 일
말하자면 돌을 나르는 숙명을 저버리지 않는 것

이번 산문집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가 백가흠의 문학론을 담고 있는 1부에서는 자신에게 ‘언제나 절실함을 요구했던’ 소설, 소설이 버거워 밤잠을 설치던 시절, 영원히 자기 자신을 신뢰할 수 없는 작가라는 직업의 절망과 환희를 열세 편의 글로 진솔하게 써내려간다. 독특하고 고유한 그만의 작법을 엿볼 수 있는 귀한 글들이다. 백가흠에 따르면 소설이란 ‘없음’으로 있고, 존재하지 않으므로 존재하는 실존이며 우리의 생은 모두 그 소설의 언저리에 자리잡고 있다. 삶에 대한 질문은 여기로부터 출발한다. 작가에게 소설은 그 질문을 담는 장르다. 내 꿈은 시인이 되는 것이었다고 고백하는 소설가 백가흠에게 시와 소설은 같이 있되 같이 없는, 등이 붙어 서로의 이면을 탐닉하는 사이다. 그는 시집을 통해서 과거의 어떤 지점과 맞닿고 문학적 영원의 시간을 탐하는지 깨닫게 된다. 시가 가진 현재성과 현장성이 소설이 지닌 사회적인 성격과 역사성을 만났을 때 소설가는 지도에 존재하지 않는 저곳을 기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는 믿는다. 소설이란, 멈추고 일단락된 시간이 ‘영원’으로 가는 길을 그리는 작업이라고. 2부는 문예창작을 가르치는 선생이자 동료 작가로서 백가흠이 읽은 소설과 시집에 대한 깊이 있는 리뷰를 담고 있다. 독서하면서 그가 느끼는 순수한 설렘에 마음이 함께 동하는 즐거움은 덤이다. 마르케스, 나쓰메 소세키, 시인 김민정, 안현미, 소설가 백민석, 조경란 등 열네 편의 글에 실린 작가와 작품이 그 주인공이다. 요즘 독자들에게는 현대의 고전일 수 있는 이 리스트는 백가흠의 통찰과 만나 더욱 신선하게 읽힌다. 그에 따르면 세상은 변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인간이 만들어내고 풀지 못하는 갈등은 태곳적부터 지금까지 여전하다. 인간의 종말적인 풍경이 사라지지 않는 한 작품은 영원히 늙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인간의 광폭한 세상이 소설을 뒷받침하고 소설로 하여금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백가흠은 말한다. 지나간 과거는 우리가 애써 구하고 찾으려 했던 것들이지만 우리에게 왔음에도 우리는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가버렸다고. 백가흠은 과거를 봄으로써 미래를 보는 예언자가 작가라는 푸슈킨의 말을 환기시킨다. 그때도 그랬다, 그런데 지금도 그렇다,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진실 때문일 것이라는 작가의 말이 새롭게 서늘하다.

작가정보

저자(글) 백가흠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광어」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귀뚜라미가 온다』 『조대리의 트렁크』 『힌트는 도련님』 『사십사四十四』 『같았다』, 장편소설 『나프탈렌』 『향』 『마담뺑덕』 『아콰마린』, 짧은 소설 『그리스는 달랐다』, 산문집 『느네 아버지 방에서 운다』 등이 있다. 현재 계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작가의 말

여름, 중학생이었나,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무심코 돌아본 풍경에 가던 길을 멈추었습니다. 해가 막 땅속으로 꺼지기 전 지평선에 아슬아슬 걸쳐져 있었는데 그 풍광이 참 아름다우면서 슬펐습니다. 자전거를 세우고 고개를 돌려 그 풍경을 바라보며 해가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멀리, 아주 멀리까지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해 지는 쪽에는 뭐가 있을까. 나는 그쪽에 가닿을 수 있으려나 헤아려보기도 했습니다만, 해가 가라앉고 붉은빛에서 보랏빛으로 멍든 하늘을 바라보자 마음은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가던 길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열심히 페달을 굴러 바람을 가르며 집으로 돌아오니 어머니가 소박한 저녁을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루 있었던 일을 조잘대던 어린 동생들, 하루의 피로감을 감추고 마주앉은 아버지, 소소한 행복의 멋쩍음을 잔소리로 대신하는 어머니, 그리고 내가 밥상에 둘러앉아 하루를 먹었습니다. 저물어가는 저녁, 일상의 일상, 이젠 기억 속에 희미한 빛깔로만 남은 정경들.
이곳에 부려놓은 글들은 작가가 된 이후 해 지는 쪽으로 한번 아주 멀리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가던 길로 돌아와 마주앉은 문학의 저녁이고 일상입니다. 특별한 것 없지만, 없으면 안 되었던 순간에 대한 기억입니다. 가장 소중한 찰나를 향해 온 힘을 다해 전속력으로 페달을 굴렀던 한 시절의 다짐입니다.
출판사 난다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변변찮은 글임에도 근사한 책으로 만들어준 유성원 에디터와 김민정 시인께 감사와 축복을!

2024년 여름 대구
백가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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