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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를 가진 자의 발자국

장철문 지음
난다

2024년 08월 21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7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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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65.03MB)
ISBN 9791194171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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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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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랫마을에서는 지게가 사람 노릇을 하고 산다
할아버지가 지게와 함께 사는 그 집을 지날 때마다
그 안부가 궁금하다. _「산 아랫마을의 안부」 전문

내 몸을 조이던 철사가 내 몸이라고 느낄 때가 있다 _「몸」 부분

바람을 파리처럼 잡아먹으려고
입을 벌리는데,
그 안쪽 속속까지 햇살이 들었다 _「막,」 부분
작가의 말 … 008

1부 명치를 데워오는 것이 왔다
첫 심장 소리처럼 … 012
위쪽의 안부 … 015
저 동백은 지금 … 016
꽃들도 석양에는 날개를 저어 돌아간다 … 019
아버지의 엉덩이가 매화 둥치처럼 무너졌다 … 020
주차 위반이야 … 022
함부로 버려진 쇳조각 … 025
깐보지 않을게 … 026
왔다 … 029
넌 어느 알에서 깬 거니 … 031
지금 막 출발하는 거야 … 032
왜 한 번도 생각지 못했을까 … 034
풍경도 슬그머니 … 037
멍석딸기꽃과 꽃을 부수고 들어가는 바구미 … 038
오늘은 … 041

2부 개울이 소리를 내듯이
문득 … 045
누가 먹었을까 … 046
사소한 것에 대하여 … 050
온몸으로 … 053
카페 탱고 … 055
저항에 대하여 … 057
나마스테 … 060
공손한 작은 나라에서 온 사신 … 063
하늘수박 … 067
백합대포 … 070
물, 방울 … 073
흰 백일홍 … 075
내 집에 꽃이 왔다 … 076
산 아랫마을의 안부 … 079
말동무 … 081
가니 … 082

3부 나머지는 엄마가 알아서 하고
2021년 8월 14일 토요일 … 087
마삭지세 … 088
뜨거움을 돌려준다 … 091
어머니 눈때 묻은 것이다 … 093
다섯 형제의 가을 … 094
낮달 … 097
나무널 앞에 서서 … 099
가을 애호박 … 100
꽃사과꽃 … 102
가을밭둑에 서서 … 105
날개를 가진 자의 발자국 … 106
밥상보 같은 언덕이었다 … 109
가을 사냥 … 111
볕무덤 … 115
청동 부장품처럼 굳었구나 … 116
몸 … 118

4부 함께 연기를 피운다는 것
안나푸르나 산간 … 123
저기 빈자리에 가서 앉아보세요 … 124
룸비니 근처 … 127
저물녘이었다 … 131
람바르 스투파 … 133
달아 일몰 … 134
고요하다면 … 137
씨앗 다짐 … 138
수금水金 캐는 법 … 141
막 … 142
봄밤이었다 … 145
이 길로 오지 않는 사이에 꽃이 피었다 … 147
어머니 자리 … 148
눈자위가 오목한 쬐그만 새의 집 … 151
오랜 연인 … 152
어느 쪽으로 발을 내디뎌야 하나 … 154

날개를 가진 자도 발을 버릴 수는 없었다. 손을 가진 자가 발을 다 버릴 수 없었던 것처럼. 땅을 버릴 수 없었던 거고, 날개를 쉬어야 했던 거다.

날개는 자유를 위한 것이 아니라 먹이를 위한 거다. 그래도 자유에 대한 상념을 포기할 수 없다면, 먹이와 생존의 자유를 위한 거라고 해두자.

새=날개=자유라는 비유는 의심스럽다. 자유란 날개로든 발로든 손으로든 얽매인 것이 없다는 뜻이 아닌가? 그것은 지상으로부터, 삶으로부터, 심지어 죽음으로부터 놓여나는 것이 아닌 거다.

날개는 자유의 형식이 아니라 삶의 형식이다. 발이 그렇듯이. _「날개를 가진 자의 발자국」 전문

서툴고 어설프나마 사진적인 어떤 것,
어눌하고 소박하나마 시적인 어떤 것,
“너와 함께 볼 수 있다면 이 사소한 것들을”
시인 장철문의 첫번째 포토포에지


산 아랫마을에서는 지게가 사람 노릇을 하고 산다
할아버지가 지게와 함께 사는 그 집을 지날 때마다
그 안부가 궁금하다. _「산 아랫마을의 안부」 전문

내 몸을 조이던 철사가 내 몸이라고 느낄 때가 있다 _「몸」 부분

바람을 파리처럼 잡아먹으려고
입을 벌리는데,
그 안쪽 속속까지 햇살이 들었다 _「막,」 부분

1.
근래 한국시가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상회한다는 상찬과 함께 2016년 백석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서정시 역사의 괄목할 만한 이정표가 된 장철문 시인의 첫번째 포토포에지 『날개를 가진 자의 발자국』이 출판사 난다에서 출간되었다. 사진Photo과 시적인 글Poesie을 어울렀기에 ‘포토포에지’라 이름 붙였다. 시인은 코로나 시절 2019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산책중에 만난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눈에 띄는 사물을 스마트폰으로 찍고 귀퉁이에 메모를 남겼다. 총 64편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봄에서 여름으로 가을로 그리고 겨울에서 봄으로 이동하는 계절의 흐름을 담아냈으며 각 부의 꽃 사진은 피어나는 시간 순으로 수록했다. 꽃의 이름을 ‘아는’ 대신 온전히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다. 시인은 작가의 말에서 사진을 모르는 사람도 시를 모르는 사람도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으로 찍어보고 톡탁이면서 삶을 되짚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말한다. 장철문은 서툴고 어설프나마 사진적인 어떤 것, 어눌하고 소박하나마 시적인 어떤 것을 어울렀다고 겸손히 말하지만 글과 사진이 담아낸 사소함의 깊이가 놀랍다.

2.
그의 눈에 담긴 한순간은 “풍경도 슬그머니 빗장이 풀린 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날”(37쪽)이다. 이것은 시인 자신이 굳게 잠궈둔 마음의 빗장이 함께 풀리는, 명치를 데워오는 것이 오는(「왔다」) 순간이기도 하다. 점심 먹으러 간 길에 만난 화단에 핀 꽃, 이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지만 “너와 함께 볼 수 있다면/이 사소한 것들을//너와 함께 나눌 수 있다면/아무렇지 않은/몇 마디 말”(「사소한 것에 대하여」)이라는 호명으로 여운을 준다. 우리는 이 작고 평범한 일상을 함께할 수 없음을 통해 누군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문득 자각한다. 상실과 이별, 애도와 인연의 만남은 늘 바람오라기처럼 우리의 피부에 닿아 흐르고 있으며 우리는 그 만져질 듯 말 듯한 아픔의 감각, 가벼운 웃음과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시인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단어들로 지는 꽃과 피는 잎이 서로 잇대고서 빛나는 순간을 포착해낸다(「저항에 대하여」). 그것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는 감사함을 가르쳐준다. 삶 자체는 그다지 길지 않은 산책길이며 우리는 이 길을 아껴 걸어야 한다고, 가끔은 쪼그려앉아 바람의 손길과 그것이 내는 소리를 들어보라고 부드럽게 권하면서(「오늘은,」).

3.
시인 최정례는 장철문의 시를 가리켜 그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시라고 생각하는 그런 형식의 시들을 무심히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그는 슬쩍 우리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유쾌함을 갖고 있다며 그만이 발견한 이 특별한 길은 때로는 우리를 알지 못하는 구덩이로 끌고 가기도 한다고 말한 바 있다(『창작과비평』 2016 겨울). 어떤 ‘척’으로부터 참으로 멀리 있는(김민정) 장철문 시인은 언어를 가지고 자신이 느낀 것에 가장 가까이 가려 한다. 표제작이기도 한 「날개를 가진 자의 발자국」은 ‘날개를 가진 새들도 발자국을 남긴다’는 사실을 통해 날개는 얽매임 없는 자유나 해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날개는 자유의 형식이 아니라 삶의 형식임을 보여준다. 치열하고 광범한 예술적 혁신의 고투로 서정시의 내부로부터 새로움과 살아 있음을 벼려낸 그다. 그는 첫 포토포에지 『날개를 가진 발자국』에서 ‘피고 지는 어느 사이’인 꽃(「저 동백은 지금,」) “생겼다 없어지는 거, (…) 어디서 온 것일 리 없고, 어디로 가는 것일 리 없는”(「어느 쪽으로 발을 내디뎌야 하나?」) ‘사람이 있고, 삶이 있는 거기’(「룸비니 근처」)로 서성이는 소롯길을 낸다.

당신과 함께 이 길을 걸어서 까만 새끼 염소 세 마리를 낳은 어미 염소를 데리러 가던 그 저물녘의 이야기를 이제 알아들을 귀가 없다고 합니다. 당신과 나의 날들은 그날의 땅거미와 함께 어느 땅밑으로 기어들어간 것일까요? 어느 서쪽에서 낮달처럼 떠 가다가 하늘 속으로 스며든 것일까요? 뿔도 없이 바위에 뛰어올라 자꾸 들이받는 연습을 하던 그 새끼 염소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그 녀석들의 상추싹 같은 귀는. _「가을밭둑에 서서」 전문

작가정보

저자(글) 장철문

1994년 『창작과비평』 겨울호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바람의 서쪽』 『산벚나무의 저녁』 『무릎 위의 자작나무』 『비유의 바깥』, 산문집 『진리의 꽃다발·법구경』, 동화 『노루 삼촌』 『양반전 외』, 동시집 『자꾸 건드리니까』, 그림책 『흰쥐 이야기』를 비롯하여 여러 책을 냈다. 백석문학상, 서정시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순천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있다.

작가의 말

산책이 잦았다. 마음 둘 데가 없었다. 걸으면서 그냥 보고 지나치기 아까운 꽃과 나무를 찍었다. 그와 함께 떠오르는 말을 몇 마디씩 적어두곤 했다.
이것을 사진이라고 찍은 것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혹은 시라고 쓴 것이냐고 묻는다면, 묵묵부답을 그 답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서툴고 어설프나마 사진적인 어떤 것, 어눌하고 소박하나마 시적인 어떤 것을 담으려고 했으며 그 둘이 어울려 시적인 어떤 것에 가깝다고 여겨질 때가 있었다고 말할 수는 있다.
누가 이거 괜찮다고, 모아봐도 좋겠다고 했다. 그 말에 으쓱해졌고, 한 이태 자주 가는 카페에 올려보기도 했다. 댓글을 기다려 읽는 재미도 있었다.
사진Photo과 시적인 글Poesie을 어울렀으니 ‘포토포에지’라고 이름 붙였다. 사진은 주로 스마트폰으로 찍었고, 오래전 카메라로 찍은 것도 몇 장 넣었다. 제목이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다. 제목이 없는 것은 본문의 한 구절을 따서 차례에 붙였다.
시라면, 시를 좋아한다는 사람도, 심지어 시인마저 체머리를 흔드는 시절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적인 것에 대한 열망이 무너진 것 같지는 않다. 왜일까? 나는 그 답도 그 실마리도 갖고 있지 않지만, 뜻하지 않게 진척된 이 일이 또하나의 소롯길이 된다면 좋겠다. 나처럼이나 사진을 모르는 사람도, 시를 모르는 사람도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으로 찍어보고 톡탁이면서 삶을 되짚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소롯길을 서성이던 지난 몇 년이 이 책의 저자이다. 족보 없는 책을 내준 난다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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