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식
2024년 10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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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319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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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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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원 작가의 SF 미스터리 스릴러
『아카식: 우리가 지나온 미래』는 전작 『슬픈 열대』, 『굿잡』을 통해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강렬한 스릴러를 선보여 온 해원 작가의 세 번째 소설이다. 시대를 담아낸 스릴러 서사를 대중적 필치로 풀어내는데 능숙한 작가답게 현재의 대한민국을 냉철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조명할 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타임슬립 장르와 SF의 아이콘들을 버무려 비정한 현실로부터의 구원을 꿈꾸게 하는 판타지를 선사한다.
줄곧 구원을 테마로 하는 이야기를 펼쳐 온 작가는 전작들에서 비정한 현실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는 여성을 그려 슬픈 구원을 이야기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비정한 현실 자체를 바꿔내야 하는 여성을 등장시켜 보다 희망차고 따뜻한 톤의 구원을 이야기한다. 그에 걸맞게 『아카식』은 역동적이면서 밝고, 개인적이면서 거대한, 신나는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다.
미스터리한 KTX 열차 실종 사고로 언니를 잃은 선영.
그 사건의 실체를 추적하던 중 자신의 숨겨진 운명과 마주한다.
“천지간에 너하고 나, 둘뿐인데. 하나뿐인 언니 이름도 까먹냐?”
3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이전의 모든 기억을 잃고 살아가는 선영.
가진 것이라곤 유일한 혈육인 언니와 인터넷 신문사 기자라는 직업뿐.
집에만 틀어박힌 채 자극적인 기사로 클릭을 유도하며 은둔형 외톨이처럼 살아가는데…….
어느 날,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던 KTX 열차가 사라지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지고,
열차에 타고 있던 언니 은희 또한 홀연히 사라진다.
정부는 진실을 은폐하며 입맛대로 사건을 이용하려 할 뿐이고…….
언니를 찾기 위해 용기 내어 세상 밖으로 나온 선영은
실체를 쫓는 주한 미국 대사관 직원 데미안을 만나 공조하기로 한다.
그런데 언니가 유괴범임을 증명하는 경찰의 수사, 하나둘 드러나는 언니의 거짓말,
암살자 올빼미의 추격, 기이한 능력의 발현,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
걷잡을 수 없이 삶이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선영은 묻는다.
“왜 거짓말한 거야? 하나뿐인 동생한테 도대체 왜?”
▸자매 * 16
▸외출 * 26
▸제안 * 37
▸유괴 * 44
▸악당 * 54
▸특별한 아이 * 67
▸미행 * 76
▸6번 칸 * 84
▸생존 반응 * 86
▸납치 * 94
▸예언자 * 105
▸세 명의, 언니 * 113
▸실험실 * 119
▸종말 * 130
▸감금 * 133
▸튜너들 * 144
▸스트리밍 * 154
▸4번 칸 * 163
▸안테나 * 170
▸하모니 * 179
▸탈출 * 187
▸구출 * 197
▸예지 * 202
▸재회 * 206
▸그림자 * 221
▸약속 * 228
▸충전 * 243
▸작별 * 256
▸아카식 레코드 * 265
▸미래 * 276
나는 텔레비전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연락이 닿지 않는 가족, 친지가 있다면 명단을 살펴봐 주시길 바랍니다.
화면 아래, 탑승객들의 이름이 나타났다. 눈을 부릅뜨고 가로로 흘러가는 이름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언니의 이름이 없다는 걸 확인해야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내 바람이 무너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홍은희(32세, 여)」 - 14쪽
보다 못한 언니가 인터넷을 뒤져 어뷰징 기사 쓰는 일을 구해다 주었다. 남의 기사를 복사, 붙여넣기 한 다음에 단어 한두 개, 문장 순서만 바꿔서 새로운 기사로 탈바꿈하는 일이었다. 한국어만 할 줄 알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언니는 내가 누군지 알려 주었다. 내가 잊어버린 지난 삶을 가르쳐 주었다. 최소한의 사람 구실을 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런 언니가 곁에 없다. 생사조차 알 수 없다.
가슴이 미어졌다. - 19쪽
쪼그려 앉아 주섬주섬, 운동화 끈을 다시 묶었다. 남자는 내가 일어날 때까지 묵묵히 곁을 지켰다. 속을 알 수 없는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어쩐지 민망하고 쑥스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남자에게서 등을 돌리며 화장실을 찾았다. 버스 출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서둘러 볼일을 마치고, 탑승 게이트로 달려갔다. 대전 가는 버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끌벅적한 터미널과 달리 버스 안은 조용했다. 자리를 찾아 시트에 몸을 파묻었다. 은근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문득 나를 보던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느 집 자식인지는 몰라도 잘생겼어. 키도 크고.
잠깐만. 지금 뭔 생각을 하는 거야? 언니의 생사도 모르는 판국에. - 31쪽
그때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차체에 동그란 구멍이 뚫렸다. 매캐한 화약 냄새가 풍겼다. 총알구멍이었다.
여자가 기민하게 자세를 낮췄다. 나도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퍽! 퍽! 퍽! 총알이 연신 차체를 두드렸다. 여자가 총알이 날아온 방향으로 몸을 돌리더니 방아쇠를 당겼다. 여기가 할렘도 아니고, 서울 한복판에서 웬 미친 것들이 총격전을 벌이고 앉았다. - 58쪽
“성난 대중의 마음을 달래 줘야 악재가 호재로 바뀌면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릅니다. 그러려면 희생양이 필요합니다. 테러를 지시한 자는 못 잡아도, 실행한 간첩은 잡을 수 있겠죠.”
데미안이 말을 하다 말고 나를 쳐다보았다. 왠지 모를 찜찜한 기분에 인상이 구겨졌다.
“왜요?”
“070 열차에 탄 사람 중에, 범죄자는 딱 한 명뿐이었습니다.”
“설마…… 언니한테 뒤집어씌운다고요?” - 70쪽
데미안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문자를 들여다보던 데미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보면 압니다.”
데미안이 유튜브를 열어 생방송 중인 뉴스 채널로 들어갔다. 바닷가에 경찰관들이 잔뜩 몰려 있었다. 부두에 커다란 바지선이 들어와 있었는데 천으로 가려진 육중한 무언가가 실려 있었다. 윤곽으로 봐서는 컨테이너처럼 보였다.
<제주도 서귀포 남단에서 KTX 070 열차 6번 차량 발견> - 112쪽
해마는 기억 담당이다. 우리 뇌 전역에 걸쳐 퍼져 있는 기억의 조각들, 인상적인 순간들을 한데 엮어 맥락을 부여하고, 우리가 과거를 떠올릴 때 머릿속에 펼쳐 보여 준다. 언니가 내 해마를 건드리지만 않았어도 진즉에 기억을 되찾았을 것이다.
나에게 뇌는 골칫덩어리일 뿐,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기억을 잃기 전에는 관심이 많았던 걸까?
그러고 보니 약이 떨어진 뒤부터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내가 본 교통사고의 기억, 미친 사람처럼 제레미 아이즈너와 종말에 대해 떠들던 언니의 모습. 그건 기억이 틀림없다. 전복된 차 옆을 지나던 새마을호와 그 안에 타고 있던 여자애는 뭔지 모르겠지만. - 139쪽
재난, 미스테리, 스릴러, 첩보, 액션, SF, 초능력, 로맨스를 총망라한 장르 연금술사의 마법
『아카식』은 기이한 재난으로부터 발생하는 미스테리,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휘말리게 되는 위협, 주인공을 돕는 매력적인 조력자의 등장, 거대한 음모와 관련한 정체불명의 조직과 정부의 개입,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의문의 초능력, 시공간을 뛰어넘어 대결을 벌이는 영웅과 악당 등 내로라하는 장르 콘텐츠들에서 우리를 즐겁게 했던 온갖 클리셰들을 맛깔나게 버무려 낸 완성도 높은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다. <터미네이터>, <다빈치 코드>, <미션 임파서블>을 연상케 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세계적인 흥행 콘텐츠들의 클리셰들을 대한민국이라는 무대로 가져와 매력적인 여성 서사로 설계해 낸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익숙한 것을 새롭게 만드는 작가의 핵심 역량은 배경의 구현이다. 작가는 전작 『슬픈 열대』에서 1990년대 초반 마약 카르텔 전쟁에 시달렸던 콜롬비아를, 『굿잡』에서 1998년 IMF로 몸살을 앓던 대한민국을 자신의 관점으로 생생하게 재현해 냈다. 시대의 공기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결핍의 냄새가 진동하는 이야기를 써냈다. 이번 『아카식』 역시 배경의 구현이 빼어난 작품인데, 현재를 생생하게 묘사하는데 집중하기보다는 SF 판타지 장르물로서의 세계관을 탄탄하게 설계한 토대 위에서 현재, 과거, 미래를 오가며 장르 연금술사로서의 장기를 뽐내며 주인공이 종횡무진 활약하는 스피디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인다.
작가의 일관된 테마 ‘구원’을 슬픔의 아닌, 그리움의 정서로 말하는 이야기
전작들에 비해 보다 대중친화적인 스토리텔링을 구사한 것이 『아카식』의 특징이지만 주제의식의 깊이는 여전하다. 작가는 『슬픈 열대』에서는 카르텔 전쟁에 휘말린 한 소녀를 구하려는 전직 북한 특수요원을, 『굿잡』에서는 IMF시절 범죄 현장 청소업계에 들어온 후배를 구하려는 평범한 빚쟁이 여성을 그려냈다. 둘 모두 폭력이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도 누군가를 구하고자 애쓴 끝에 나름의 방식으로 구원받는다. 그들은 어떤 이별, 상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누군가를 구하고, 구하기 위해 또 이별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구원하였고 그것은 슬픈 구원이었다. 이번 『아카식』은 다르다. 이번에도 주인공은 이별을 경험하지만 그리움을 끌어안고 끝내 다시 만나거나, 재회를 기약한다. 노스탤지어는 이 작품의 핵심 정서이다. 그것은 사람을 향하기도 하고, 시대를 향하기도 한다. 시종일관 몰아치는 이야기 속에서도 독자를 그리움의 정서에 젖게 만든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그리워할 줄 아는 사람이 스스로를, 타인을,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헤어짐으로 끝났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에는 손을 잡고 연대하는 따스하고 희망찬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 작가의 ‘구원’은 더 깊어졌다.
‘교단 유니버스’의 두 번째 이야기, 슈퍼 IP 프로젝트의 본격화
『아카식』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들과 그로 인한 위협들은 모두 ‘교단’이라는 배후 조직의 만행으로 인해 벌어진다. ‘교단’은 200여 년 전 일본이 메이지 유신이라는 격변기를 거치며 사회가 매우 혼란했을 때 한 일본 과학자가 만든 종교 단체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는 세상 만물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소를 ‘시간’으로 보았고 시간의 법칙을 극복하기 위해 시간을 초월한 비과학적 존재와 현상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당시 민속학자, 음양사, 법사들로 구성된 일명 오컬트 부대가 전 세계를 돌며 어마어마한 양의 보고서와 증거물들을 남긴 후 사라졌으나 2차 세계 대전 이후 그 과학자의 후손들이 ‘교단’을 설립하여 축적된 자료를 토대로 온갖 연구와 실험을 실행해 왔던 것이다. 그 연구 중 하나로 인해 『아카식』의 KTX 열차 실종 사건이 발생한 것이며 주인공 선영은 우여곡절 끝에 거대한 음모의 일부를 밝혀내게 되고 ‘교단’의 프로젝트 하나를 좌절시키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사회 각계에 침투해 있던 교단은 포기하지 않았고 우주 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해 우주 엘리베이터 건설에까지 손을 뻗치게 되는데 그로 인해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을 작가는 이미 웹툰 데뷔작 『복마전』을 통해 그려낸 바 있다. 작가는 거대한 세계관을 펼쳐낼 준비를 마쳤다. ‘교단 유니버스’는 전 세계, 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에피소드가 준비된 프로젝트이며 『아카식』은 본격적인 IP확장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 될 것이다.
북 트레일러
작가정보
저자(글) 해원
장편 소설 『슬픈 열대』와 『굿잡』을 썼다. 카카오웹툰에 연재됐던 웹툰 <복마전>의 원안과 스토리를 담당했다. 영화, 드라마 각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소설은 트위터에서 본 어떤 밈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뭐가 제일 무섭나요?”
“우리들을 피할 수 없는 죽음으로 서서히 인도하는, 우리 힘으로는 멈출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이 저는 무섭습니다.”
소년 딜런의 나이답지 않은 진지한 대답에서 시간과 인생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고, 정해진 운명을 거스르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렇게 세 번째 장편 소설 『아카식: 우리가 지나온 미래』를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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