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코의 모험
2024년 08월 19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5월 2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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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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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다카자와 슈지(문예평론가)
미시마 유키오는 《금각사》로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하고, 노벨문학상 후보에 세 차례 오르는 등 일본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천재 작가이다. 그의 작품 중에서 드물게 여성 서사를 다룬 책, 《나쓰코의 모험》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미시마 유키오가 스물여섯 살에 쓴 장편소설로, 1951년 8월부터 11월까지 〈주간 아사히〉에서 연재되었고, 같은 해 12월 아사히신문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여정을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하게 그려내며, 빼어난 문체와 섬세한 인물 묘사로 작품 곳곳에서 미시마 유키오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다. 일본문학을 전문으로 번역해 온 정수윤 번역가는 ‘옮긴이의 말’에서 소재와 전개의 유사성을 근거로, “일본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양을 쫓는 모험》이 새로 쓴 《나쓰코의 모험》이라는 말까지 거론된다”고 덧붙였다.
제2장 이것이야말로 정열의 증거
제3장 아름다운 속세의 하루
제4장 하코다테산 정상에서
제5장 사랑에 빠지는 게 당연해
제6장 밀짚모자
제7장 부드럽게 두른 팔
제8장 아닌 온천 중에 홍두깨
제9장 미덥지 못한 정열가
제10장 사냥 첫날
제11장 포상은 일이 끝난 후에
제12장 한가로운 시간
제13장 생각지 못한 신의 가호
제14장 우정이 빛을 발하는 순간
제15장 두 번째 사냥
제16장 이제 돌아가자
제17장 친절의 종류
제18장 습격
제19장 취재
제20장 후지코, 증인이 되다
제21장 전투 준비
제22장 사냥꾼 기질
제23장 고난의 연인
제24장 란코시 고탐의 밤
제25장 등장인물 한자리에 모이다
제26장 사과하기도 기묘한 형국
제27장 어둠 속에 꿈틀대는 그림자
제28장 소름 끼치는 방문자
제29장 평생 잊지 못할 하룻밤
제30장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_ 모험이 필요해
남자들 입장에서는 편견이라고는 없는 나쓰코가 난감하게 여겨졌다. 이 천사는 적십자의 천사 같은 박애주의자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A보다 B가 낫다’는 투로 말하는 법이 없었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는 식이었다. 물론 남자들은 자기만 장점을 인정받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지만, 나쓰코는 특별 취급하는 일을 죄악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어느 남자나 반쯤 경멸하고 존경했으며, 반쯤 사랑하고 혐오했다. _ 9쪽
그 말에 나쓰코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 남자도 이런 생각뿐인가. 꽃으로 장식한 아름다운 감옥에 나를 가두는 게 이상인가. 삼사십 년이라고? 끔찍하네. 삼사십 년 살면 천장널에 박힌 옹이구멍 개수까지 외고 다닐 지경이겠어. 추억이라는 고치 속에 갇혀 한 걸음도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겠지. 종종 둘이 산책한다. 차분한 목소리로 어떻게 생계를 이어갈지 논의한다. 이 남자는 40년이 흘러도 여전히 상냥한 남편이리라. 아아, 참을 수 없는 일이야. _ 12쪽
나쓰코는 저들 남자 한 사람 한 사람과 함께하는 자기 모습을 상상해 보았지만 조금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가정적이고 살뜰한 아내가 되어 두 팔을 걷어붙이고 행주로 상을 닦는 모습이나, 화려한 사교계 부인이 되어 무도회를 주최하는 모습 등등, 가능한 상상을 다 해보아도 하나같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공상이었다. ‘아아, 누구와 함께해도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걸거나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는 일은 없어. 남자들은 입만 열면 시대가 틀렸다느니 사회가 문제라느니 말이 많지만, 자기 눈 속에 정열이 없다는 게 제일 나쁘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있어….’ _ 18쪽
수도원…. 그곳에 아무것도 없다는 건 알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 다른 사람들은 마음의 평화를 찾아오지만 나쓰코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것도 없다는 그 사실이 신선하고 자극적이라 모험이 가득한 곳이라고 느꼈다. 일단 한번 떠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건 대단한 모험이다. 조금이라도 위험을 감지하면 손쉽게 물러서곤 하던 어린애 같은 연애는 이제 충분하다. 아직 다분히 소녀다운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나쓰코는 자신이 어떤 남자의 소유도 되지 않고 수도원에 들어가는 일이 세상 남자들을 향한 호된 반격이자 복수라고 생각했다. _ 26쪽
가만히 바다를 응시하는 반짝이는 그 눈만은 결코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 눈은 어둡고, 검고, 숲속의 짐승과도 같은 빛을 띠고 있었다. 무척이나 빛나는 눈이었지만, 피상적 반짝임이 아니다. 깊은 혼돈 속에서 비치어 드는 듯한,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무언가를 주체하지 못하는 듯한, 아무튼 이상하리만치 아름다운 눈동자였다. 오전의 해협에 비치는 밝은 빛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그 현상 너머에 있는 분명치 않은 그림자를 쫓고 있는 듯한 깊은 눈동자다. 나쓰코는 깊이 감동했다. 지금까지 어떤 청년의 눈에서도 이만큼의 감동을 찾아낸 적은 없다. 도시의 젊은이들은 경박하고 텅 빈 공허한 눈, 음탕하고 차가운 눈, 어린애 같은 토끼 눈을 가졌지만, …이런 눈을 가진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저 눈이야말로 정열의 증거였다. _ 35쪽
츠요시는 가만히 그 사진을 응시했다. 츠요시 자신도 자신의 모든 정열이 이 작은 사진의 형상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는 눈치였다. 향불 연기 속에서 아키코의 말수 적고 귀염성 있는 어투, 목소리, 눈빛, 작은 새와 같던 휘파람, 재빠른 몸놀림, 그 모든 것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츠요시의 눈에는 눈물 대신 새로운 분노가 반짝였다. _245쪽
“1950년대 새로운 여성의 등장을 알리는 서막과 같은 소설”
옛 연인의 복수를 위해 떠난 한 청년과
이에 동행한 한 여성의 기묘한 이야기
미시마 유키오는 《금각사》로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하고, 노벨문학상 후보에 세 차례 오르는 등 일본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천재 작가이다. 그의 작품 중에서 드물게 여성 서사를 다룬 책, 《나쓰코의 모험》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출간되었다. 전작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이 소설은 미시마 유키오의 숨겨진 걸작으로, 모든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려낸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마쓰우라 가문의 3인조 할머니, 어머니, 고모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이 나쓰코의 뒤를 밟으면서 벌어지는 코믹한 에피소드가 한데 어우러져 이야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이야기는 아름다운 외모로 끊임없는 구애를 받는 주인공 나쓰코가 돌연 수도원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하며 시작된다. 나쓰코는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에 인생을 내건다. 그리고 상대방에게도 이에 상응하는 정열을 바란다. 하지만 예술가도, 대학 조교도, 건축가를 꿈꾸는 청년도 그녀를 만족시킬 만한 정열을 갖고 있지 않았다. 이들은 승진, 성공과 같은 세속적인 가치를 좇고, 고리타분한 결혼생활을 꿈꿨다. 나쓰코가 연인에게 원했던 것은 이러한 야망이 아니었다.
‘아아, 누구와 함께해도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걸거나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는 일은 없어. 남자들은 입만 열면 시대가 틀렸다느니 사회가 문제라느니 말이 많지만, 자기 눈 속에 정열이 없다는 게 제일 나쁘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있어….’ _ 본문 중에서
결혼해 가정을 이루는 것이 “꽃으로 장식한 아름다운 감옥”에 갇히는 것이라고 여기는 나쓰코는 “자신이 어떤 남자의 소유도 되지 않고 수도원에 들어가는 일이 세상 남자들을 향한 호된 반격이자 복수”라고 생각했다. 이 소설의 배경은 일본이 제2차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지 얼마 안 된 1950년대로, 당시 일본에서 여자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후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았다. 명문고등학교나 전문대학을 나온 유복한 집안의 딸도 취직하기 어려워 좋은 배필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도 나쓰코는 남자에게 휘둘리거나 기대지 않고 자신의 소신에 따라 행동하는 강경하고 당찬 인물로 그려진다. 역자는 《나쓰코의 모험》이 “여성의 위치에 있어서 사회적 변화와 요구가 일어나고 있었던 1950년대 일본 사회의 흐름을 반영한다”고 평한다.
“자기 인생의 고삐를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은 채 스스로 쥐고 달려가는 나쓰코의 묘사는 분명 새로운 여성상이 대두하는 세상을 향한 해석이었다. 가족에 순종하고 남성에 의지하는 여성상은 이미 1950년대에 매력을 잃었다. 그동안 주변의 시선, 남성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여성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할 말을 당당하게 내뱉으며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말하는 힘과 목소리를 갖게 되었다. 이 소설은 그런 여성의 등장을 알리는 서막과도 같다.” _ 옮긴이의 말 중에서
누구나 마음속에 나쓰코가 있다!
자신 안의 정열을 좇아 미지의 세계에 발을 내딛는
한 여성의 대담한 여정을 그린 모험소설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수도원이 있는 하코다테로 가는 도중,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츠요시라는 이름을 가진 청년을 보자마자 나쓰코는 첫눈에 이 사람이 지금까지 만나온 남자들과 다름을 느낀다. 그리고 그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열에 매료된다.
“지금까지 어떤 청년의 눈에서도 이만큼의 감동을 찾아낸 적은 없다. 도시의 젊은이들은 경박하고 텅 빈 공허한 눈, 음탕하고 차가운 눈, 어린애 같은 토끼 눈을 가졌지만, … 이런 눈을 가진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저 눈이야말로 정열의 증거였다.” _ 본문 중에서
도시에서 정열을 쏟을 만한 대상을 찾지 못한 나쓰코는 츠요시를 만나 곰을 쫓는 모험에 동행한다. 츠요시는 이 모험에서 죽음도 각오하며, 나쓰코 역시 그를 따라 험난한 모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늑한 집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것. 당시 대다수 여성은 이러한 결혼생활을 주어진 운명으로 받아들였지만, 나쓰코는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 스스로 원하는 삶을 개척한다. 결혼은 안정된 삶을 보장해 주지만,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안전한 곳에서 벗어나 어떤 위험을 마주할지 모를 미지의 세계로 발을 내딛는 일은 그녀에게 일탈이자 흥분으로 가득 찬 모험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안에 잠든 정열에 대해 깨닫게 한다. 나쓰코가 보여주는 삶의 태도는 한때 자신 안에 내재했던 정열을 잃은 이들에게 생의 불꽃을 다시 지피는 연료가 되어줄 것이다.
작가정보
1925년 1월 14일 도쿄에서 태어났다. 도쿄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후 관료로 대장성(⼤藏省)에 들어가지만, 9개월 만에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미시마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의 일본 문학계를 대표하는 문인이자 노벨문학상 후보로 수차례 선정되는 등 일본을 넘어 해외에서도 널리 인정받았다. 작가의 실제 삶과 경험을 다루는 사소설이 주류였던 일본 근대문학 사조 속에서도, 문학작품은 시대를 표현하고 때로는 그것에 반기를 들며 새로운 역사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는 자신의 그런 사상을 작품으로 구현해냈다. 대표작으로는 《가면의 고백》(1949), 《금각사》(1956), 《우국》(1961) 등이 있으며, 수사적이고 화려하며 시적 문체, 고전주의와 낭만주의가 공존하는 탐미적 작풍이 특징이다.
경희대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 대학 문학연구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만년》, 《인간 실격》, 《도련님》, 《봄과 아수라》, 《슬픈 인간》, 《물망초》, 《금색》, 《지구에 아로새겨진》 등이, 지은 책으로는 《모기 소녀》, 《날마다 고독한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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