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세탁소 3: 늑대왕을 꿈꾸는 아이
2024년 08월 09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6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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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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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숭한 놈을 봤나. 네놈이 요새 아주 삐딱선을 제대로 탔구나. 중학생이 벼슬이냐?”
뺑할머니가 쇳소리 섞인 목소리로 귀를 긁어 댔다. 동표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달려 나갔다. 사춘기가 시작됐는지 언젠가부터 만사가 삐딱하게만 보였다. 멀쩡한 이름을 놔두고 거름 같은 사람이 되라며 ‘똥표, 똥표.’ 하는 할아버지도, ‘숭한 놈’을 입에 달고 사는 뺑할머니도 다 마뜩잖았다. ‘뺑할머니’는 심청전에 나오는 뺑덕어멈에서 따다 붙인 할머니의 별명이었다.
_10-11쪽
“대체 못하는 게 뭐야?”
녀석은 너무 완벽해서 비현실적인 캐릭터 그 자체였다. 타고난 음치에다 박치라 음표를 닮은 콩나물도 싫어하는 동표 눈에, 대종은 신이 불공평하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그러던 어느 날, 복도에서 녀석과 마주쳤을 때였다.
“오동표! 중학교는 초등학교랑 달라. 여긴 강한 자만 살아남는 정글이지. 난 정글을 지배하는 늑대왕 같은 존재가 될 거야. 눈빛을 보니까 너도 늑대가 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내 말이 맞지?”
“으, 응?”
밑도 끝도 없는 말에 동표는 몹시 당황했다. 대종은 다 안다는 듯 느물거렸다. 순간, 마음이 마구 일렁대기 시작했다.
_13쪽
동표는 깜짝 놀랐다. 그동안 삐딱선을 좀 타긴 했어도 친구들한테 뭘 뜯어낸 적은 없었다.
“안 될 게 뭐 있어? 겁쟁이들 놀려 먹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약해 빠진 애들은 세상이 험하다는 걸 빨리 깨우칠 필요가 있다고. 결국 이건 그 애들한테도 다 약이 되는 거야.”
확신에 차서 말하는 대종을 보니 마음이 좀 놓였다.
‘그래, 늑대왕만 되면 불쌍한 애라는 꼬리표도 뚝 떼어 버릴 수 있을 텐데 걱정할 게 뭐 있어!’
_19쪽
백호 선생님은 동표를 한심하다는 듯 훑어보았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웬만해선 울지 않아서 어렸을 때부터 독종이라는 말까지 들었는데, 자신을 더러운 오물처럼 보는 눈빛에 그만 울음이 터진 것이었다. 그건 동정 어린 시선보다 훨씬 더 잔인하게 마음을 할퀴었다.
_38쪽
뺑할머니 말대로라면 그건 가장 의미 있고 소중한 옷이 분명했다. 적어도 그걸 입던 시절에는 사랑만 듬뿍 받는, 지극히 평범한 가정의 아이였을 테니까.
“다행이구나. 그래, 그 옷을 내놓을 거냐?”
“네. 까짓것 얼마든지 내놓고 말고요.”
_48쪽
“너도 새 인생을 살아 보고 싶어서 온 게냐?”
인생을 바꾸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흔들리고 지쳤을 때, 누군가 내게 제2의 인생을 제안한다면? 그 대가가 내가 가장 아끼던 옷 한 벌이라면, 여러분의 선택은? 국어 교과서 수록도서인 《잘못 뽑은 반장》으로 어린이 독자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이은재 작가의 신작, 《혹시나 세탁소 ③ 늑대왕을 꿈꾸는 아이》가 주니어김영사에서 출간되었다.
앞서 출간된 1권과 2권에서는 대책 없는 긍정으로 삶을 변화시켜 가는 ‘대찬’과 형제자매를 귀히 여기는 마음을 통해 타인의 슬픔과 힘듦에 공감하는 방법을 배운 ‘장미’의 이야기를 다뤘다. 혹시나 세탁소를 통해 자신의 삶에 책임감을 갖게 된 두 사람처럼, 이번 3권의 주인공 ‘동표’ 역시 소중한 깨달음을 얻게 될까? 아니면 위풍당당한 늑대왕으로 거듭나겠다는 야망을 이루게 될까? 막심의 세탁소를 날이 선 눈초리로 누군가가 지켜보는 가운데, 좌충우돌 아슬아슬 동표의 새 인생이 시작된다.
인생 2막, 동표의 새로운 결심
조무래기들의 대장이 돼서 늑대왕의 꿈을 이루자!
세 살 되던 해 교통사고로 조실부모한 소년은 조부모님과 살며, 동정심 어린 눈빛을 받는 것을 지긋지긋해하는 열네 살이 되었다. 얼핏 듣기엔 유치한 ‘늑대왕’이라는 목표도, 부모님을 떠올리면 따라오는 상실감과 분노 그리고 희망이나 기대가 없는 현실을 탈피하고 싶은 마음으로 세운 것. 친구들의 물건을 빼앗는 행동은 평소 동경하던 친구 대종이 제 인생을 한탄하며 손을 내밀었을 때 묘한 동질감으로 시작한 일이었으나, 대종의 배신으로 모든 잘못을 혼자 덮어쓴다. 빈정거리는 말, 싸늘한 눈빛을 참다못해 교무실에서 뛰쳐나온 동표는 혹시나 세탁소로 통하는 검은 홀에 뛰어들어 새 인생을 제안받게 된다.
허름하고 낡은 ‘도레미 민박’ 앞에 떨어진 동표. 네 살이나 어려진 데다가 촌스러운 민박집명 ‘도레미’가 제 이름이라는 것이 몹시 못마땅하지만, 한 번도 소리 내어 불러 보지 못했던 ‘아빠’라는 대상이 마음을 두드린다. 몸은 어려졌어도 영혼은 중학생 그대로기에, 열 살 동갑내기들을 휘어잡겠다며 늑대왕이 되겠노라 선언하고 차근차근 실행에 옮긴다. ‘발포왕(발표를 포기한 왕)’ 오동표의 시절은 가고, 국·영·수 모두에 재능을 보이는 ‘존재감 만점’ 도레미의 시대가 도래한다.
현실을 간절히 벗어나고픈 아이에게
조용히 가 닿는 작가의 위로
본디 꾀꼬리 같은 레미와 달리, 음치 박치인 동표는 친구들 앞에서 노래로 크게 망신당한다. 초라한 핸드폰으로 놀림까지 받은 뒤, 잘못 없는 아빠에게 마구잡이로 화풀이도 한다. 점점 고조되는 갈등 속에서 나직하게 들려 오는 아빠의 독백은 얼음장 같던 동표의 마음을 녹이고 분노를 사그라들게 한다. 겪어 보지 못했던 부모의 한없는 사랑을 느끼고 주르륵 눈물 흘리는 동표를 보며, 어린이 독자들은 자연스레 부모의 사랑과 헌신을 떠올리게 된다. 어린 나이라고 슬픔과 외로움을 왜 모르겠는가. 일찌감치 철든 레미, 상처받은 동표는 묵묵히 그 아픔을 감내해 왔다. 비록 동표는 새 인생을 얻어 갈등을 피하려고도 했지만, 도망치기만 해서는 진정한 행복을 마주할 수 없다는 진실을 깨닫는다.
이은재 작가는 ‘도레미’라는 이름, 꾀꼬리 같은 레미와 음치 박치 동표의 노래, 반짝이는 별빛이라는 세 가지 소재를 책 전후로 절묘하게 배치하여, 외롭고 쓸쓸했을 두 아이를 따듯하게 감싼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 강한 척했을지언정 그 속은 더없이 서늘하기만 했을 동표와 레미. 한없는 사랑으로 자식을 감싸는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는 두 아이를 연신 깊이 품어 마음속에 온기가 감돌게 한다.
책의 말미, ‘작가의 말’에서 이은재 작가는 본인의 어린 시절이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시절’이었다고 독자에게 고백한다. 고달프고 외로워도 현생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어린이들에게 건네는 이 고백과 격려는 책에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어 주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에게, 이은재 작가의 진솔한 마음이 가 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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