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아내가 차려 준 밥상
2024년 06월 25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7월 0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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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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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장르 작가 크루, ‘매드클럽’과 ‘거울’의 대격돌!
매드앤미러 프로젝트는 ‘매력적인 한 문장이 각기 다른 작가를 만날 때 어떻게 달라질까?’라는 재미있는 상상에서 시작한 텍스티의 프로젝트이다.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20년 가까이 국내 장르 소설계를 지켜온 호러 전문 창작 집단 ‘매드클럽’과 환상문학웹진 ‘거울’이 만났다.
텍스티는 매드클럽, 거울과 함께 수십 개의 한 줄 아이디어를 구상한 뒤, 각 작가가 선택한 한 줄을 토대로 16쌍의 작가 매칭을 진행하였다. 이후, 소속은 다르지만 공통 한 줄로 만난 두 작가는 크루의 성향과 자신의 개성을 살린 한 쌍의 중편 소설을 기획하였다. 여기에 장르적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호러/스릴러적 색깔도 가미했다.
같은 한 줄에서 출발했으나,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다채로운 매드앤미러의 이야기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매미가 울 때
Mission Completion Check
작가 7문 7답
열어둔 문을 넘어 연기가 온 마을에 퍼질 때쯤 짚단으로 된 제단은 거의 다 내려앉아 구의 좌대가 바닥에 닿는다. 좌대는 나무로 만들어졌지만 매년 상달고사를 지내며 불길을 받고 연기를 먹어도 무너지는 법이 없다. 좌대가 마지막으로 불탄 해에 전 대 당골 어른이 세상을 떴다고 한다. 전도, 그 전대도 그렇게 새로 당골이 세워졌다고 했다. 아직 좌대는 무사하고, 당골 어른도 강건하시다. 마을은 올해도 안온할 것이다. - 14쪽
한 사람을 위한 상은 차릴 수 없고, 두 사람이 있는 곳에는 꼭 세 사람의 상을 차리되 하나는 손을 대지 않는다는 풍습을 외지인이 알 리가 없었다. - 24쪽
어디에도 알려지지 않은, 지도에도 없는 고장이었다. 묏맡골, 산 가까운 마을이자 무덤 가까운 마을이라는 이름이 언제부터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렸는지는 당골 어른 역시도 알지 못했다. 다만 외부에서 아무것도 받을 수 없는 외따로 떨어진 마을에서 살아남는 일은 말 그대로 무덤을 가까이 두는 일이니, 마을 이름이 이 마을에 딱 맞다고 말할 뿐이었다. - 27쪽
어머니가 당골 어른께 가는 날이면 나는 꼭 따라가서 현을 만났다. 어머니 몰래 어머니가 말리던 말랑한 곶감을 빼서 가져가기도 하고, 예쁘고 매끄러운 돌을 챙겼다가 몰래 현에게 건네기도 했다. 현은 조금 웃을 때도 있고, 이런 건 어머니께 드리는 게 좋겠다고 사양하기도 했다. - 36쪽
이 안개가 어딘지 좀 이상했다. 보통 안개처럼 희뿌연 색이 아니라, 짙은 회색을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안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안개라기보다는 회색 분진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 148쪽
갓 부분에 동그란 돌기 같은 것들이 여러 개 나 있었다. 처음엔 그것이 버섯의 독특한 외형인가 보다 생각했다. 한데, 그것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나서야 생각이 바뀌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것들이 나를 보고 있었다. 버섯의 갓 부분에 난 동그란 돌기들은, 사실 눈이었다. 흰자와 검은자가 선명한, 마치 사람의 것처럼 생긴 눈이었다. - 151쪽
그녀의 얼굴은 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무언가로 뒤덮여 있었다. 그것은 손바닥만 한 버섯들이었다. 마치 나무에 기생한 것처럼 수십 송이의 버섯들이 그녀의 얼굴과 상반신에 잔뜩 붙어 있었다. - 157쪽
이미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이곳은 당신들이 알던 세계가 아닙니다. 여러분은 현실의 길에서 벗어나고 말았어요. 안타깝게도, 여긴 망자들의 세계입니다. - 172쪽
공통 한 줄: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사라진 아내가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삼인상」 구한나리
어떠한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은 마을에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위한 식사를 끼니마다 챙겨야만 한다.
신국과 월국의 경계에 있는 작은 산골 마을, 묏맡골. 사람들이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생겼는데, 마을 밖 사람들은 이곳 존재 자체를 모른다. 묏맡골에는 ‘삼인상’이라는 독특한 풍습이 있다. 혼자서 밥을 먹을 때는 상을 차리면 안 되고, 두 사람 이상이 밥을 먹을 때는 반드시 상을 차리되 삼인상의 그릇을 함께 올려야 한다. 그래야 이 그릇의 주인인 ‘삼인’이 집을 살피고 지켜 주기 때문이다.
‘나’는 언젠지 기억나지 않을 때부터 묏맡골의 제를 주관하는 당골의 셋째 딸, ‘현’을 사랑해 왔다. 현은 태어날 때부터 영혼을 볼 줄 알아서, 마을 사람들은 현을 후대 당골로 여겼다. 당골의 배우자는 대대로 후대 당골의 운명을 가진 아이가 태어나면 1년 안에 사망했다. 하지만 ‘나’는 두렵지 않았다. 그런 건 현을 향한 마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두 사람이 혼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에 큰일이 생긴다. 신국과 월국 사이의 전쟁이 다시 시작되면서, 묏맡골이 세상에 알려진다. 남성 청년들이 끌려가고, 다쳐서 돌아오고, 또 다른 남성들이 끌려간다. 마을 사람들은 ‘삼인’의 가호를 믿었지만, 연이은 불행에 점차 배신감을 느낀다. 당골과 후대 당골인 현. 그리고 현의 남편인 ‘나’에게 마을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이 닿기 시작한다.
「매미가 울 때」 신진오
이승도 저승도 아닌, 진한 회색 안개로 뒤덮인 ‘파락’에는
얼굴에 버섯이 피어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아내와 함께 여행 가던 길, 순식간에 벌어진 교통사고로 차가 뒤집혀 버린다. 겨우 정신 차린 ‘나’는 차에서 빠져나와 아내, 승희를 구한다. 크게 찢어지지는 않았으나 승희 머리에서 피가 계속 흐른다. 사고 충격에 고장이라도 났는지 두 사람의 핸드폰이 모두 먹통이다. 짙은 회색빛의 안개는 걷힐 줄 모르고, ‘나’의 불안함이 커진다.
‘나’와 승희는 뿌연 시야를 견디며 천천히 걸어가다가, 이상한 사람과 마주친다. 아니, 사람이 맞긴 할까? 속옷조차도 걸치지 않은 알몸인 데다 얼굴에는 버섯이 다닥다닥 피어 있다. 기괴한 모습에 기겁한 ‘나’와 승희가 얼른 피하려는데, 그 존재가 ‘나’를 물려고 한다.
두 사람은 한참 도망치다가 낡은 절 하나를 발견한다. 그곳에는 스님 한 분과 여러 명의 일반인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몸에 버섯이 피어난 ‘괴물’을 피해서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시끌벅적한 사람들 사이에 말없이 앉아 있던 스님이 드디어 입을 연다. 지금 이곳은 이승과 저승 사이에 있는 ‘파락’이라는 곳이며,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그 ‘괴물’처럼 변한다고 말이다. 게다가 현실로 돌아갈 수 있는 문이 하나 있는데, 단 한 사람만 통과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 사이에 긴장이 서린다.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경계에 머무르는 ‘나’
묏맡골은 신국과 월국 경계에 있으면서, 어떤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런 공간에서의 이야기를 ‘나’의 시점으로 풀어내는 「삼인상」. 삼인칭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정보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일인칭 주인공 시점에 의해, 경계가 주는 신비로움과 긴장감이 극대화되었다.
보호받고 있다는 확실한 인식이 있다면, 우리는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이더라도 안정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 공간을 다른 곳과 구분하는 울타리가 흐트러지거나 경계를 넘어 침범하는 존재가 있다면, 사람들은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삼인상」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나’의 터전이, ‘우리’의 공간이 점차 외부에 의해 흔들린다. 경계의 모호함은 묏맡골의 모든 이들에게 칼을 겨눈다. ‘나’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고, ‘나’의 시선으로 함께 ‘묏맡골’을 지켜보는 독자 역시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그럴수록 이야기의 몰입도는 더 높아진다. 이곳에서 벌어진 일이 궁금해지고, ‘나’가 어떤 일을 겪게 될지 기다려진다. 그렇게 이야기를 읽어 나가다가 어느 순간, ‘나’의 선택과 결과에 작은 탄성을 내뱉게 된다.
그 탄성이 ‘몹시 탄식하는 소리’일지, ‘몹시 감탄하는 소리’일지 책에서 확인해 보길 바란다. 또한 독자들과 함께 과연 당신은 어떠한 ‘탄성’을 내셨는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길 바란다.
기이한 공간과 제한된 시점의 조합
「매미가 울 때」의 이야기는 이승과 저승 사이에 있는 미지의 공간, 파락에서 벌어진다. 파락은 짙은 회색로 뒤덮여 있으며, 시공간의 구분이 없다. 낯선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나’는 본인과 아내가 대체 왜 이곳에 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 불가해한 상황 속에서 ‘나’가 느끼는 불안한 감정은 독자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상대적으로 정보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되어, ‘나’뿐만 아니라 독자들도 마치 파락에 갇힌 듯 막막함을 느끼기 쉽다. 왜 이곳에 왔는지,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저 ‘나’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
‘나’가 보고 들은 대로 따르던 독자는 어느 순간, 진실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파락을, 이 이야기를 이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에 대한 이해도도 역시 높아지며, 그의 선택을 응원하게 된다. 그의 행복과 우리 모두의 안녕을 위하여.
인간과 사랑의 관계 안에서
「삼인상」과 「매미가 울 때」는 모두 부부의 사랑을 주 소재로 삼고 있으나, 여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인간이라면 인간을 향한 사랑을 잃지 않아야 함을 말하고 있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지 않고, 인간다움을 잃었을 때, 어떠한 일까지 벌일 수 있는지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또 동시에 인간성을 잃기 쉬운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이타심을 놓지 않는 인물도 보여 준다. 낯선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이들의 선택과 행동은 우리에게 경고를 주기도 하고, 희망을 느끼게도 한다. 모두가 인간다움을 잃는다고 하더라도, 당신은 그러지 말라고. 힘들겠지만, 이타심을 그래도 놓지 말아야 한다고. 그래야 앞으로의 삶을 계속 살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매드앤미러 프로젝트의 또 다른 재미!
모든 작품을 잇는 매드앤미러의 세계관을 소개합니다.
[인류는 과거 유리 매미의 수호 아래 번영을 누렸다. 매미는 온 세상의 ‘악’을 거울 조각으로 이루어진 자기 날개에 가두어 해독하였다. 그러나 ‘악’에 잠식당한 타락한 사냥꾼들이 유리 매미의 날개를 파괴하였고 세상은 불안, 혐오, 폭력으로 가득 찼다. 세상을 정화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부서진 유리 매미의 날개 조각을 모아 매미를 부활시키는 것뿐이다.
“어둠을 비추는 거울 조각들을 찾아라. 거울은 거울이 아닐 수 있음이라.”]
매드앤미러 세계관에 등장하는 ‘거울 조각’은 바로 시리즈의 각 작품입니다. 텍스티는 독자들(일명 ‘거울 조각 조사단’)이 그것들을 찾고 수집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각 조각을 발견한 독자들이 감상하고, 소개하고, 대화하며 이야기를 확산시키고 그 힘이 크게 모이면 유리 매미가 힘을 되찾아 다시 세상을 정화해 줄 것입니다. 텍스티가 그 선봉대에 서겠습니다.
작가정보

2009년 일본 문부과학성 연수생 시절 「신사의 밤(神社の夜)」으로 유학생문학상에 입선했고, 2012년 장편 『아홉 개의 붓』으로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단편집 『전쟁은 끝났어요』, 『교실 맨 앞줄』, 거울 중단편선 『누나 노릇』, 『그리고 문어가 나타났다』, 『하얀색 음모』 등에 참여했고 문구단편집 『올리브색이 없으면 민트색도 괜찮아』을 출간했다. 한국SF어워드에서 2020, 2021 중ㆍ단편소설 부문 심사위원, 2022년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웹진 거울에서 독자우수단편 심사단을 맡으며 소설 필진으로 단편을 게재하고 있다.
판타지와 청소년 소설, SF를 쓴다. 읽는 건 빠른데 쓰는 건 빠르지 않고, 쓰고 고치고 버리는 게 많아 늘 쓰고 있는데 적게 쓴다는 소리를 듣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많고, 희망도 절망도 늘 사람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기피하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해서 「삼인상」이 태어났다.
한국공포문학단편선 1, 2, 3권에 「상자」, 「압박」, 「공포인자」를 수록했으며 장편 공포소설 『무녀굴』을 출간했다. 최근엔 리디북스 우주라이크소설에 「무엇이 소년을 이렇게 만들었나」, 「악의」, 「사육제의 밤」을 발표했다. 현재도 꾸준히 공포소설을 쓰고 있으며 영화 시나리오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나는 괴물, 흡혈귀, 귀신, 외계인처럼 무섭지만 신비한 존재들을 좋아했다. 그런 존재들은 항상 내 상상력을 자극했고, 아마 그 경험이 나를 소설가의 길로 이끈 것 같다. 이번 텍스티의 중편 소설 콜라보 작업은 그 시절 내가 가장 사랑했던 것들을 다시 떠오르게 해 주었다.
소설 「매미가 울 때」는 그때의 감정이 잘 녹아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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