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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 동정탑

구단 리에 지음 | 김영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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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31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7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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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43.18MB)
ISBN 9791141606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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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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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제170회 아쿠타가와상이 AI를 활용해 집필한 작품인 『도쿄도 동정탑』에 주어졌다. 작가 구단 리에는 수상 기자회견에서 ‘작품 일부에 생성형 AI로 만든 문장을 사용’했다고 밝혔고, 이후 일본은 물론 한국의 언론과 독자들도 관심을 보였다. 작품에서 해당 문장이 사용된 곳은 작중 인물들의 질문에 AI가 답변하는 부분이고, 이는 전체 분량의 약 2% 미만을 차지한다. 심사위원단은 ‘심사 당시 AI 사용 여부는 문제되지 않았다’ ‘작품을 읽어보면 누구나 납득할 것’ ‘완성도가 높고 단점을 찾기 어려웠다’ ‘최근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중에서도 굉장히 독특한 작품’이라고 심사평을 밝혔다. 『도쿄도 동정탑』은 히라노 게이치로, 오가와 요코, 요시다 슈이치, 야마다 에이미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호평을 받으며 역대 최단시간에 수상작으로 결정된 것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구단 리에는 2021년 단편소설 「나쁜 음악」으로 제126회 문학계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2023년 『Schoolgirl』로 제73회 예술선장신인상, 『시를 쓰는 말』로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가쿠타 미쓰요 등이 수상했던 제45회 노마문예신인상을 수상했다. 다양한 지역에서 생활하며 대학연구실 조수, 국제비즈니스학원 강사, 고서점 파트타이머 등의 일을 경험했고, 작가로 데뷔한 후에도 폭넓은 관심사를 바탕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집필을 시작하기 전 자신이 쓰려는 주제에 관한 책과 자료를 100권 가까이 섭렵하는 치밀함과 과감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오늘날 소설의 가능성을 확장시켜나가는 작가로서 주목받고 있다.
이 도서는 목차가 없습니다.

묻지도 않은 것을 멋대로 설명하기 시작하는 맨스플레인 기질이 AI-built의 싫은 점이다. 똑똑하고 공손한 양식을 잘 꾸미는 건 실제로는 치명적인 문맹이라는 결점을 감추기 위함이다. 아무리 학습 능력이 뛰어나도 AI는 자신의 약점을 직시할 힘이 없다. 언어를 무상으로 훔치는 것에 익숙해져 그 무지를 의심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인간이 ‘차별’이라는 단어를 구사하기까지 어디에 사는 누가 어떤 종류의 고통을 겪어왔는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24p)

건축가 여인이 ……해야 한다고 말할 때, 그녀는 자신이 정말로 확신하는 논거를 제시한다. 그걸 들은 타인이 믿을지 말지는 별개로, 말하는 당사자가 진심으로 믿으면 무의미한 것에도 막대한 의미가 생겨난다는 걸 나는 그녀를 만나고 비로소 알았다. (65p)

그녀는 술에 취하지 않아도 말을 많이 했는데, 취하면 얘기를 듣는 사람이 걱정을 할 만큼 수다쟁이가 된다. 자신이 사는 집의 재료는 모두 말로 이뤄져 있고, 자기 자신에 대한 건 뭐든지 언어로 설명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 것처럼 떠들어댄다. 말을 말로 뱉어내지 않고 담아둔다는 먼지 가득한 선택지를 강한 의지로 미리 배제한 다음, 온 집안에 매일 왁스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69p)

어른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수학 공식보다 먼저 언어를 잘 구사해야 했어. 남자에게는 남자용 언어를, 여자에게는 여자용 언어를. 열네 살의 수학 소녀에게 너무 가혹한 얘기지? ‘전성별’ 부문에 나가서도 다들 나에게 언어 샤워를 퍼부어서 수식에 집중할 수 없었어. 여자애가 대단하네. 여자애가 안됐다. 여자애가 보통이 아니네. 여자애가 건방지다. 알겠어? (74p)

“질문하면 뭐든 답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게 AI의 싫은 점이야. 나는 AI가 아니야. 우선 스스로 추측하거나 해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겠어. (…) 나는 중간식이 적혀 있지 않은 해답에는 동그라미를 치지 않아. 치는 사람도 있다는 건 알아. 하지만 나는 안쳐, 절대로. 우연일지도 모르는, 재현성 없는 성공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야.” (76p)

이름은 물질이 아니지만, 이름은 언어이고 현실은 언제나 언어로부터 시작돼. 정말이야. 이 육상 세계를 움직이는 건 수학이나 물리를 잘하는 인간이 아니라 말을 잘하는 인간이라고. 그래서 나도 꽤 쓰라린 경험을 해왔고. 너는 안 그래? 이건 말이지, 보기보다 훨씬 중대한 문제야. (84p)

경기장이 있든 없든 내 인생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거액의 세금이 쓰인 것도 고액 납세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별로 화가 나지 않는다. 나와 상관없는 곳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멋대로 벌어지는 상황에는 익숙하다. 태어났을 때부터 대부분의 일이 내가 관여할 수 없는 먼 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94p)

“나는 나약해. 나의 나약함을 알고 있어. 그 나약함 때문에 이 세상 도처에서 아름다운 형태와 질감을 지닌 견고한 건축물을 눈 밝게 찾아내는 거야. (…) 이건 입 밖으로 내뱉어선 안 되는 말이지만, 아름답지 않은 형태와 질감을 지닌 물체는 단 하나도 시야에 넣고 싶지 않아. 그래서 추한 형상이 압도적으로 많은 현실을 가끔은 견디기 힘들 때가 있어. (97p)

그녀가 쌓아올리는 말이 무언가를 닮은 듯해 기억을 더듬어보니 AI가 구축하는 문장 같다는 걸 깨달았다. 마치 세상 사람들의 평균적인 소망을 집약시킨, 또한 비판의 여지를 최소화한 모범적인 답변. 평화. 평등. 존엄. 존중. 공감. 공생. 질문을 입력하자마자 스크롤을 재촉하는 성급한 글자들이 뇌리에 떠오른다. 그것들이 긍정적이고 빈곤한 말을 쏟아내는 모습을 일단 상상하자, 아무리 그녀의 목소리로 말하고 있어도 모든 것이 AI-built의 언어로만 들려왔다. (109p)

나는 내가 그저 우연으로 태어난, 아무 필연성도 목적도 의지도 없는 나약한 생명체임을 알고 있다. 나는 나의 나약함을 안다. 원래라면 나는 거기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불만을 들을 이유가 없다. 나는 인간에게 쓸모 있기 위해 개발된 기계가 아니다. 그곳에서 열심히 걷고, 말을 배우고, 돈을 벌어야 할 의무 따위는 없다. 행복해지는 것도 불행해지는 것도 내 마음대로다. (156p)

2024년 제170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역대 최단시간 심사 | 심사위원 대호평

AI 활용해 집필한 소설로 문학상 수상
“최근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중에서도 굉장히 독특한 작품.”

“강간범과 살인범이 행복하게 살기 위한 탑을 정말로 지어야 한다고 생각해?”
범죄자가 동정받아야 할 존재로 여겨지는 근미래 도시의 풍경

『도쿄도 동정탑』은 소외와 차별을 당하는 사람이 없는 이상적인 사회를 지향하며 범죄자를 동정받아야 할 존재로 정의하고, 도심 한가운데에 최첨단 교도소를 건립해 수감자들에게 안락한 생활을 제공하고자 하는 근미래 도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회는 동정받아야 할 범죄자를 ‘호모 미세라빌리스’, 죄를 짓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서 살아온 비범죄자를 ‘호모 펠릭스’로 칭한다. 더불어 세워질 교도소의 명칭은 ‘심퍼시 타워 도쿄’이고, 이를 직역한 ‘도쿄도 동정탑’으로 불린다. 소설은 타워의 설계를 맡게 된 건축가 마키나 사라, 그녀의 어린 연인 도조 다쿠토, 범죄자 동정론을 주도하는 사회학자 마사키 세토, 새 교도소를 취재하러 온 미국인 기자 맥스 클라인 각각의 시선을 통해 이 논쟁적 주제를 다각도로 그려낸다.

저나 여러분이 지금까지 ‘범죄자’가 되지 않았던 건 훌륭한 인격을 지니고 태어났기 때문이 아닙니다. 당신이 태어난 곳이 마침 훌륭한 인격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이었기 때문입니다. 범죄와 엮이지 않고도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믿게 해준 어른이 주위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 당신이 지금까지 죄를 짓지 않고 깨끗하게 살아올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당신의 행복한 특권 덕분입니다. (…) 그들은 ‘범죄자’ ‘가해자’이기 이전에 ‘최초 피해자’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본인이 피해를 당한 사실을 주변에 잘 설명하지 못했기에 그 누구의 돌봄도 지원도 받지 못한 가엾은 최초 피해자인 것입니다. 그런 그들이 여러분과 동일한 세계의 동일한 법률/규칙 아래에서 동일한 인간Homo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건 너무나도 불공평하고 잔혹한 처사가 아닐까요? (본문 51p)

“하지만 이 안에 범죄자가 있는 거죠?” 나는 그 모자에게 끈질기게 물었다. “재패니즈 마피아나 연쇄 살인범이 저 문 너머에 우글우글한 거잖아요? 어린 자녀도 있는데 무섭지 않나요? 지금 저 자동문에서 마약중독자였던 사람이 형기를 마치고 나오기라도 하면 어떻게 할 건가요?” “뭐가 무서워요? 탑 안에 있든 탑 밖에 있든, 모두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똑같은 사람이에요.” 외모뿐 아니라 마음까지 아름다운 그녀는 자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조그마한 아들의 몸을 끌어안았다. 나는 아무래도 스스로가 편협하고 옳지 못한 인종차별주의자인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불편했다. (본문 120p)

찬성파와 반대파의 극심한 대립과 타워 관계자들에게 날아드는 살해 협박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지상 71층짜리 거대한 원기둥 형태의 교도소가 신주쿠 도심 한복판에 완공된다. 그러나 빅 브라더, 혹은 모노리스를 연상케 하는 그 당당한 타워를 설계한 마키나 사라는 돌연 잠적하고, 동정론을 주도한 마사키 세토에게도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진다. 깨끗하게 빛나는 천상 같은 타워 속 삶과 여전히 찬반 논쟁의 불구덩이에서 격렬히 뒹굴고 있는 지상의 사람들…… 과연 도쿄도 동정탑은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보여줄까.


“입에서 나온 모든 말은 타인이 이해할 수 없는 독백이 된다.”
수많은 말과 개념이 탄생하고 충돌하고 죽어가는 이 시대의 예언이 될 작품

『도쿄도 동정탑』은 범죄자 동정론과 최첨단 교도소 건설이라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오늘날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이슈들을 망라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미 일상에 깊이 침투한 AI, 학습이라는 이름 아래 남의 언어를 훔쳐 무개성적인 문장을 만들 뿐인 AI의 맹점, 모국어를 버리고 외국어를 선호하는 현상, 논쟁적이거나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을 모국어로 체화하기보다 그대로 수용하는 세태, 혼잣말 기능으로 성장한 SNS가 변질되어가는 현상, 과연 인간이 언어로 진정한 소통과 이해를 이루는 게 가능할까 하는 원론적인 의문까지.

“트럼프 타워 같은 졸부 취향의 타워를 상상하게 되잖아. 이러니저러니 해도 ‘교도소’ 같은 명칭은 남길 줄 알았는데.” “사회 분위기상 ‘교도소’도 언젠가는 차별 표현이 될 테니 사용할 수 없는 걸지도 모르지. ‘교도’라는 말이 좋지 않아.” “‘교도’가 차별? 그럼 ‘교도관’은 뭐라고 불러?” “글쎄, 뭘까? 프리즌 오피서? 너무 직역이고…… 타워…… 타워 스태프? 심퍼시…… 심퍼시스트. 미세라빌리스…… 미세라빌리스 스태프. 미세라빌리스 매니저. 미세라빌리스 서포터. 미세라빌리스…… 메이트.” (본문 85p)

‘범죄자’가 ‘교도소’에 살아도 아무 말 없이 침묵하던 사람들이 ‘호모 미세라빌리스’가 ‘심퍼시 타워 도쿄’에 살게 되자 무언가를 말하고 싶고, 그 상황을 말로 변환하고 싶어 가만히 있지 못한다는 사실이 역시 재미있다. (…) 전생 같은 이 아련한 기억이 만약 진짜라면, 트위터는 본래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위해 생겨난 서비스였다. 애칭이 아니라 정식 명칭이 실제로 ‘트위터Twitter’였던 시절이다. 하지만 지금은 혼잣말과는 정반대인 올바르고 의미 있고 대중의 이목을 끄는 주장을 큰소리로 외치는 사람들만 있으니, 이게 정말 시간이 흐른다는 건가, 하는 노인 같은 감상이 자연스레 나올 정도로 나도 성숙해진 모양이다. (본문 137p)

주인공인 마키나 사라는 건축가로서의 야심과 높은 미적 감각을 갖추고 윤리적으로 올바른 언어를 구사하는 데 강박적인 한편, 머릿속에서는 사고와 질문이 연쇄하고 한번 입을 열면 말을 멈추지 못하는 인물이다. 급변하는 시류와 새로운 개념들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자기 내면에 구축된 가치관과 언어로 충분히 체득하기도 전에 이미 그것들이 고착화되거나 사라져버리기에 그녀는 도저히 ‘말과 현실이 동등하게 연결’되었다고 느낄 수 없다. 그러기에 계속 스스로에게 물을 뿐이다. 도쿄도 동정탑은 정말로 세워져야 할까? 이 세상을 움직이는 건 수학이나 물리를 잘하는 인간이 아니라 말을 잘하는 인간 아닐까? 타인과 말을 통해 진정으로 소통하는 일이 가능할까? 그럼에도 우리가 대화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처럼 『도쿄도 동정탑』은 우리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면서 앞으로 인류가 맞이할 미래, 우리의 언어로 해석하고 구축해나가야 할 미래에 대해 고찰하게 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구단 리에

1990년 일본 사이타마현 출생. 2021년 단편소설 「나쁜 음악」으로 제126회 문학계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2023년 『Schoolgirl』로 제73회 예술선장신인상, 『시를 쓰는 말』로 제45회 노마문예신인상을 수상했다. 2024년 『도쿄도 동정탑』으로 제170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다양한 지역에서 생활하며 대학연구실 조수, 국제비즈니스학원 강사, 고서점 파트타이머 등의 일을 경험했고, 작가로 데뷔한 후에도 폭넓은 관심사를 바탕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뛰어난 상상력을 인정받으며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고, 오늘날 소설의 가능성을 확장시켜나가는 잠재력을 지닌 작가로서 주목받고 있다.

상명대학교 일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본 근현대문학으로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낮술』(전3권) 『탱고 인 더 다크』 『엄마가 했어』 『신을 기다리고 있어』 『결국 왔구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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