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똑똑한 강아지
2024년 08월 06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7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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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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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톡톡 튀는 캐릭터, 저자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 인간은 물론이요 강아지, 고양이, 바다거북이 등 개성 넘치는 동물 캐릭터들의 티키타카가 어우러진, 기상천외한 모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신선하고 짜릿한 매력에 드라마 〈오징어 게임〉, 〈힘쎈여자 강남순〉의 이유미 배우가 먼저 읽고 극찬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하던 중, 휴게소에서 강아지 ‘나또’는 인간 가족을 잃어버린다. “크, 큰일이다. 수주와 할아버지를 찾아야 해. 프산? 부산? 기다려. 내가 꼭 찾아갈게!” 그렇게 시작된 나또의 대여정. 황금빛 털을 날리면 용감하게 달리는 나또는 말 그대로 산을 넘고 물을 건너며 사랑하는 인간 가족을 향해 돌진한다. 긍정 에너지 1000%, 용감무쌍으로 똘똘 뭉친 나또지만 400킬로미터 여정이 쉽지만은 않은데….
수주는 나를 ‘나또’라고 부른다. 왜 나또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이름 욕심이 없다. 누가 뭐라 부르든 상관없다. 그런데 ‘나또’라는 이름은 그냥저냥 마음에 든다. 수주가 나를 부를 때 상냥하게 “나또~”라고 불러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헷갈리는 게 하나 있다. 어떨 때는 ‘나또’라고 부르고 어떨 때는 ‘나또야’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나는 처음에 인간들이 말끝에 ‘야’를 붙이는 건 화가 나서라고 생각했다. 인간들은 보통 화가 나면 “야!”라고 소리를 지르기 때문이다. -p.15
그런데 이런 능력은 어느 날, 어느 순간 갑자기 생긴 것이라 수주와 할아버지에겐 아직 밝히지 않았다. 강아지가 말을 한다면 얼마나 놀라 까무러치겠는가. 다른 중요한 이유도 있다. 인간어를 할 줄 아는 것을 걸렸다가는 책상과 의자에 나를 묶어 두고 책 읽기, 받아쓰기, 일기 쓰기, 덧셈과 뺄셈 같은 훈련을 시킬지도 모르고, 심지어 인간들조차 싫어하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까지 보게 할지 모른다! 내 앞발로는 연필도 못 잡는데……. -pp.16-17
짖어 본다. 왈왈! 왈왈! 나의 목소리는 바깥으로 퍼져 나가지 않고 벽에 부딪혀 나에게로 되돌아온다. 계속 짖어 보지만 소용없다. 목이 아프다. 더 이상 짖을 수가 없다. 지금 상황에서 뭘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본다. 주위를 둘러본다. 눈을 뜨고 있어도 감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을 만큼 깜깜하다.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제발 수주에게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기를. -p.27
“어? 강아지네?” 나는 약간 놀라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의외로 파란 모자 인간은 아무렇지 않게 나에게 묻는다. “넌 이름이 뭐니?” “난 이름 없어.” 낯선 생명체에게는 내 이름을 절대 알려 주지 않는다. 잠깐만…… 그러고 보니 뜨앗, 인간어를 해 버렸다. 어떡하지……. 어쩔 수 없다. 수주와 할아버지를 찾아야 하니까. 킁킁. 좋은 사람 냄새가 난다. 다행이다. 이 파란 모자 인간은 왠지 안심이 된다. 말하는 동물을 봤다고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거나 나에게 공부를 시킬 것 같지는 않다. -pp.28-30
“우리 강아지들이 목줄에 묶여 있어서 마치 인간의 지배를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잘 생각해 봐. 산책할 때는 우리가 앞장서서 인간을 끌고 가고, 영역 표시를 할 때는 인간은 뒤에서 얌전히 보좌하고, 다른 강아지의 엉덩이 냄새를 맡으며 인사를
나눌 때는 끝마칠 때까지 인간은 옆에서 기다려. 힘든 척 혀를 내밀고 헉헉거리면 안아 들고, 심지어는 사극에서나 보던 임금님 가마처럼 유모차로 모시기도 해. 어때? 이 정도면 강아지들이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지?” -pp.40-41
스텔라냥에게 인사하는 것도 잊고 홀린 듯이 따라간다. 뒷모습을 유심히 본다. 우아하게 하늘거리는 루미의 꼬리를 보니 촐랑거리는 내 꼬리가 오늘따라 볼품없어 보인다. 살짝 살짝 보이는 발바닥에는 달콤하면서도 몰랑몰랑한 젤리 같은 게 붙어 있다. 분명 같은 곳을 걷고 있는데 저 젤리 때문인지 루미는 구름 위를 걸어가는 것 같다. 볼수록 차가운 아름다움을 뽐내는 묘한 분위기에 빠져든다. 침을 꼴깍 삼킨다. 귀엽고 예쁜 강아지들을 많이 봐 왔지만 이런 두근거리는 설렘은 처음이다.
“집 강아지니?” “응? 응…….” “인간들 비위 맞추면서 귀여운 척하느라 피곤하겠어.” “아…… 그, 그게…… 피곤하지는 않아. 아닌가? 피곤한가?” “인간들이 밖에 나갔다가 들어올 때 문 앞까지 나가서 꼬리 흔들지?” “응.” “진짜 좋아서 그러는 거야?” “응, 반가워서.” “너무 그러지 마. 계속 그러다가 한 번 안 하면 나쁜 강아지가 될 수 있어. 우리 고양이들처럼 어쩌다 한 번 애정 표현을 해 줘야 그 한 번에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니까. 인간들은 단순해.” -pp.59-60
그래도 치킨은 누가 옆에 없어도 혼자 먹을 수 있으니 밤마다 시켜 먹었다. 작업 중에는 전날 마시다 남은 콜라를 물 대신 마셨다. 밤에는 치킨, 낮에는 콜라. 그렇게 점점 탄수화물 여신으로 진화한 끝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년 만에 10킬로그램이 쪘다. 수주는 할아버지께 일주일에 한 번씩은 물었다. “할아버지, 저 살쪄 보여요?” “아니. 오히려 마른 것 같구나. 어느 정도 살집이 있어야 복이 들어오지.” 그 말을 위안으로 삼은 내가 바보지, 어휴. -pp.88-89
이제 달려 볼까? 수주를 만나러 갈 시간이다. 도로를 따라 질주한다. 뒷다리와 앞다리는 빠르고 거칠게 지면을 밀어낸다. 내 옆으로 코끼리가 휙휙 지나간다. 어쩐지 코끼리도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다. 달리고 또 달린다. 배고프다고 냉장고로 돌진하는 수주가 된 것 같다. 드라마 봐야 한다고 소파로 돌진하는 수주가 된 것 같다. 엉덩이를 부여잡고 화장실로 돌진하는 수주가 된 것 같다. 신호등 깜빡일 때 이번에 꼭 건너야 한다고 돌진하는 수주가 된 것 같다. 아…… 내 머릿속에는 수주뿐이구나. 수주 생각을 하며 달리다 보니 작게만 보이던 산이 커져 가고 있다. -p.97
그렇게 찾기 시작한 지 두 시간이 흘렀다. 나또가 없다. 어느새 수주의 감정은 불안감에서 간절함으로 바뀌고,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 “나또! 여기서 숨바꼭질하는 거 아니야! 빨리 나와! 우리 이제 갈 거야!” 미친 사람처럼 보여도 상관없다. “맛있는 거 줄게! 맛있는 거 많이 많이 줄게! 내 구두 물어 뜯어도 괜찮아. 집에 절대로 외롭게 혼자 두지 않을 거야. 미안해, 나또야! 내가 잘못했어. 이제 그만 나타나 줘! 제발…….” 수주의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었다. -pp.116-117
“하아, 귀찮아. 길 잃은 친구들을 구해 준 게 오십 번도 넘는다. 그래도 너는 가벼워서 다행이지. 지난번 캥거루는 너무 무거웠다.” “저, 저기요. 제가 사, 살아 있는 건가요?”
“보면 모르나? 너는 살아 있다. 인간처럼 자기 뺨을 꼬집어 보라고 할 수도 없고. 개들이 잘하는 거, 뭐냐. 그거 있잖아. 귀 긁는 거. 그거라도 해 봐.”
샥샥샥샥샥. 시원하다. 아, 살아 있구나. 시원함이 느껴진다는 건 살아 있다는 뜻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저는 어떻게 여기로 온 거죠?” “어이, 어이. 도와줘도 기억을 못하니 내가 무슨 보람이 있겠어. 낭떠러지로 떨어진 건 기억나나?” “네, 떨어지던 순간은 기억나요.” “그때 내가 빛의 속도로 자네를 휙 낚아챘다. 한 편의 영화처럼.” -p.133
다시 몸의 물기를 털어 낸다. 귓속에 들어간 물이 잘 빠지지 않는다. 뒷발로 귀를 긁는다. 샤샤샥. 더 깊이 들어간 느낌이다. 다시 한번 긁어 본다. 샥샥샥. 안 빠진다. 이런. 언젠간 빠지겠지. 수주가 면봉으로 귀 후벼 줄 때 기분 좋았는데. 죽도록 사랑한다는 말. 예전에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죽는다는 것은 나쁜 것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좋은 것이기 때문에 무슨 말인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나는 오늘 두 번이나 죽을 뻔했다. 죽음의 문턱에 다가서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수주였다. 그 찰나에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기억, 미안함, 고마움, 아쉬움, 그리움 같은 모든 감정이 빠르고 진하게 스쳐 지나는 것을 경험하고 나니 조금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p.152
놀이터 한복판에 어린 인간이 있다. 모랫바닥에 나뭇가지로 글자를 쓰고 있다. 인간 나이로 열 살쯤 되어 보인다. 부산으로 가는 길을 물어볼 사람이라고는 저 어린 인간뿐인데 어쩌지? 말을 걸어야 하나? 놀라서 기절이라도 하면 어떡하지? 아닐 거야. 어린 인간들은 동화를 많이 봐서 동물도 말을 할 줄 안다고 믿고 있을 거야. 하긴 매우 반짝이는 코를 가진 루돌프를 타고 선물을 주러 다니는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믿을 정도니 뭐. “어린 인간, 안녕?” -p.155
내가 먼저 인사를 한다. “안녕?” “안녕, 신입!” 수돗가 강아지가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며 덧붙인다.
“제정신이야? 아무리 몰라도 그렇지. 좀 조심하지 않고.” “저 녀석은 이름이 뭐야?”
“녀석이라니. 입조심해. 이름은 쉐도우. 사냥개 출신이라는 말도 있고, 경비견으로 있다가 사고 쳐서 왔다는 말도 있고, 소문이 흉흉해. 어휴, 저 이빨 좀 봐. 한번 물렸다가는 뼈도 못 추릴…… 흠흠, 아무튼 조심해.”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는데. 착한 냄새가 나. 그리고 내 이빨도 만만치 않아.” “얘가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쉐도우님 이빨에 비하면 네 이빨은 순두부지.” “수, 순두부라니!” -pp.209-210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가 멍해진다. 생각할 힘도 없다. 앞이 흐려진다. 눈을 감는다. 그렇게 몇 분, 몇 시간이 흘렀을까? 눈부신 햇빛에 눈이 살짝 떠진다. 창밖에 익숙한 얼굴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누구지? 어디서 본 얼굴인데……. 아무것도 먹지를 못해 기억력도 전 같지 않다. 분명히 아는 얼굴인데…… 누굴까……. 다시 눈이 감긴다. 똑똑. 아까 그 사람이 창문을 두드린다. 벌름벌름. 옅긴 하지만 어린 인간의 냄새가 난다. 꼬리를 흔들고 싶은데 움직여지지 않는다. -pp.245-246
그동안의 일들이 빠르게 머릿속을 지나간다. 창밖을 본다. 해가 비스듬한 각도로 들어온다. 콧구멍을 실룩거리며 공기를 폐 속으로 깊숙이 빨아들인다. 약품 냄새, 강아지와 고양이 냄새. 그 사이에 감지되는 숲속의 풀 냄새, 아주 미세하게나마 전해지는 보호소 냄새. 그리고…… 그리고…… 좀 전에 맡았던 가구 냄새와 수주의 살냄새가 난다. 설마? -p.273
“아, 어떡해! 묶기도 애매하고 풀기도 애매해. 나또, 머리 푼 게 예뻐, 묶은 게 예뻐?”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난감하다. 뭐라고 해야 하지. “난 네 모습 그대로가 좋아.” “…….” 나 대답 잘한 거 맞나? “나또, 영혼 없이 대답한다?” “수주야, 나는 옆집에 사는 예쁜 몰티즈도 아니고, 귀여운 요크셔테리어도 아니고, 애교 많은 비숑도 아니고, 멋있는 허스키도 아니고, 그냥 길거리 댕댕이인데, 괜찮아?” “그럼!” “그래. 나도 수주라는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 거야.” “고마워. 감동적이다.” “솔직히 말하면…… 묶은 거 푼 거 둘 다 안 어울려. 푸풉.” “야!” -p.286
〈힘쎈여자 강남순〉 〈오징어 게임〉
★ 배우 이유미 추천 ★
강아지 나또가 너무 귀여워 책을 물어뜯어 버리고 싶어진다.
이 책을 보고 있는 내 얼굴 표정은 나만 아는 비밀로 남겨 두고 싶다.
〈소방서 옆 경찰서〉
★ 배우 공승연 추천 ★
강아지의 꼬순 발냄새가 계속 생각나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이야기.
존재만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연이어 베스트셀러를 출간해온 송희구 작가의 2024년 신작은, 명랑모험소설!
“주인공은 인간이 아닌, 귀염뽀짝 강아지 나또”
2021년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로 대한민국에 ‘김 부장’ 열풍을 일으키고, 2023년 《나의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를 또 한 번 전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에 올린 송희구 작가의 차기작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2024년 신작은 놀랍게도 주인공이 강아지인 명랑모험소설 〈나의 똑똑한 강아지〉이다. 주인공 강아지의 이름 ‘나또’는 작가의 실제 반려 강아지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 강아지 ‘나또’는 수제 가구를 만드는 할아버지와 손녀 수주와 함께 살고 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떠나는 날, 나또는 그만 휴게소에서 가족을 놓치고 만다.
“큰, 큰일이다. 수주와 할아버지를 찾아야 해. 프산? 부산? 기다려. 내가 꼭 찾아갈게!”
황금빛 털을 날리며 사랑하는 수주와 할아버지를 향해 달려가는 나또. 때로 무섭고 슬프지만 파란 모자 인간, 스텔라냥, 코랄터틀, 하루루와 로토루, 오스틴 비버와 그레이트 이글의 도움을 받으며 부산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좋은 인간, 좋은 동물 친구들만 있는 건 아니었으니, 나또는 흉악한 가죽재킷을 만나 위험에 빠지는데….
≫“반려동물? Nooooo, 반려인간!”
철저하게 강아지의 관점에서 인간을 바라보고, 세상을 경험하는 새로운 시각
반려 강아지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또의 입장에서 보는 반려 인간의 이야기이자 나또가 겪는 세상의 이야기이다. 철저하게 강아지의 입장에서 인간과의 함께살이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다채로운 시각으로 표현하는데 이 부분이 상당히 재미있고 신선하다.
■■■ 내 이름 ‘나또’에 대해 헷갈리는 게 하나 있다. 어떨 때는 ‘나또’라고 부르고 어떨 때는 다정하게 ‘나또야’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나는 처음에 인간들이 말끝에 ‘야’를 붙이는 건 화가 나서라고 생각했다. 인간들은 보통 화가 나면 “야!”라고 소리를 지르기 때문이다. 내가 이 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노란색 구두를 우걱우걱 씹어 먹은 적이 있다. 외출했다가 돌아온 수주가 이 모습을 보고는 “야아아아아아아!”라고 소리를 지른 적이 있다. 그때 ‘야’라는 단어가 혼자 쓰일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때 알았다. 이름 뒤에 붙는 ‘야’는 다정한 것이고, ‘야’만 크게 말하면 화가 난 것이다.
■■■ “모든 인간은 이중적인 면을 갖고 있어. 삼중, 사중, 오중적인 인간들도 있지. 어쨌든 너, 인간들의 침대는 점령했어?”
“점령까지는 모르겠고 침대에서 같이 자.”
“그러면 네가 그 집의 주인이야. 네가 최고지도자라고. 인간들은 항상 처음에는 ‘절대 침대만큼은 올라오지 못하게 해야지’라고 다짐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 같은 반려동물들을 왕으로 추앙하면서 침대 위로 모시게 되어 있어.”
단순히 화자가 강아지라서 강아지 이야기가 아니다. 관점과 태도, 모든 것이 강아지의 시점에 있다. 편협한 인간의 관점이 아닌, 강아지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인간과 동물과 자연과의 교감을 정의하고 그의 언어로 소통하기에 소설을 읽는 내내 우리는 완전히 나또에 이입되어 온전히 3시간의 여정을 함께하게 된다.
≫“엄청난 몰입감이다!”
우당탕 정신없이 나또와 함께하는 3시간의 여정
주인공이 강아지인 만큼 인간은 물론 거북이, 고양이, 캥거루, 독수리 등 다양한 동물 친구들과 교감하고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는 짜릿한 모험이 펼쳐진다. 거북이 등에 올라타 바다를 가르고, 고양이와 전투 경험을 나누고, 독수리의 발톱에 매달려 하늘을 나는 기상천외한 모험은 그야말로 짜릿한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 낭떠러지다. 돌이킬 수 없다. “왈왈!” 하고 짖을 겨를도 없이 중력의 힘이 나를 잡아당긴다. 나는 세상과 작별할 준비를 한다. 안녕, 수주야. 안녕, 할아버지. 모두들 안녕……. 휘이이이이이익. 순간 거친 바람 소리와 함께 몸이 붕 떠오른다.
바닥에 떨어지기를 기다리던 나는 갑자기 바뀐 방향에 당황한다. 뭐야? 뭐지? 왜 다시 위로 올라가는 거지? 꼬르륵 정신을 잃는다. 펄럭펄럭. 펄럭펄럭. 무슨 소리지? 바람 소리인가? 아, 내 귀가 펄럭이는 소리네. 거센 바람에 펄럭이는 귀가 내 얼굴을 내리친다.
여긴 어디야? 맙소사, 하늘이다. 천국이구나. 이곳이 천국이구나. 그런데 이상하게 몸통이 꽉 조이는 느낌이다. 엄마가 입으로 내 목덜미를 물어 들어 올리던 순간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서, 설마 천국에서 엄마를 만난 건가? “엄마!” “엄마는 무슨. 정신 차렸나?” “누구세요? 으악! 당신은…… 도, 도, 독수리이이이! 살려 주세요!”
“웃었다가 울었다가, 어느 순간 긴장감에 손에 땀이 나는, 3시간의 롤러코스트 같은 여정이다.” 먼저 읽은 독자들의 평이다. 대단한 흡입력, 탁월한 속도감으로 이름난 송희구 작가 특유의 색깔은 이번 신작에서도 빛을 발한다. 깜짝깜짝 놀랄 만한 기발함 또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주인공이 강아지라고? 말을 한다고? 길을 잃었다고? 이 얘기만 듣고 흔히 짐작할 만한 클리셰 범벅은 없다. 유치하지 않다. 어른만큼 똑똑한, 아니 어쩌면 우리들보다 똑똑하고 당찬 강아지 나또의 용기와 지혜 앞에서 어떤 행보도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이 모험이 무사히 끝나기를, 수주와 할아버지를 하루빨리 만나기를, 나또와 같은 목적을 가슴에 품고 3시간 동안 정신없이 함께 달려갈 뿐이다.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러 그만 참았던 눈물이 솟구쳤다. 그리고 웃음이 터졌다.”
나의 강아지이자 우리 모두의 강아지, 세상의 모든 나또를 위하여
《나의 똑똑한 강아지》는 명랑모험소설이다. 한여름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서 솔솔 바람을 맞는 듯한 행복한 휴가 같은 소설이다. 동시에 우리 시대의 가족 소설이다. 사랑과 정으로 이어진 소중한 인연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수주는 말한다.
■■■ “나또, 네가 우리 집으로 들어온 순간부터 모든 것이 바뀌었어.”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지붕 아래에서 밥을 먹는다면 이것이 가족이 아니고 무엇일까. 살아간다는 것은 피폐하고 춥고 힘든 것의 연속인 줄 알았던 우리에게 행복이라는 느낌을 알게 하고 지켜주고 싶은 존재가 있다면 그가 바로 가족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강아지 나또에게 수주가 그런 존재이고, 수주에게 강아지 나또가 바로 그런 존재이다. 둘은 그래서 가족이다.
■■■ 인간과 강아지, 종은 달라도 마음은 하나라는 것을 알았다. 인간과 강아지, 같이 살면 안 되는 이유는 백만 개 있을 수 있지만 같이 살아야 할 단 한 가지 이유가 백만 개 이유보다 더 중요하다. 서로 지켜주고, 의지하고, 어떤 누구보다 사랑한다는 것. 그 이유만으로 우리는 우리를 ‘가족’이라고 부른다. 나는 너의 세상에 살고, 너는 나의 세상에 산다.
이 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그저 시간 채우기를 위한 소설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 특별한 의미가 있다. 용기, 사랑, 배려로 똘똘 뭉쳐진 작고 귀여운 털 뭉치 나또, 나또는 그 작은 몸으로 가족을 찾아 400킬로미터의 길을 달린다. 그 모질고 험난한 길을 ‘함께’ 달려온 독자라면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러서는 기쁨의 눈물과 안도의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다. 깊은 여운에 울컥 마음이 동하지 않을 리 없다.
우리 모두에게는 ‘나또’가 있다. 과거에 있었을 수 있고, 지금 바로 곁에 있을 수도 있다. 어쩌면 미래의 언젠가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소중한 그 존재를 떠올리며, 아끼며, 기다리며 이 소설을 경험하기를 바란다. ‘나또’는 분명 우리의 텅 빈 가슴 한구석을 채워줄 샘물 같은 존재가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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