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복 슈퍼 전담
2024년 08월 01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2월 2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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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46474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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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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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복’이는 슈퍼 집 아들답게 늘 간식거리가 넘치고, 이를 이용해 아이들의 인기를 얻으려고 한다. 그리고 ‘장우’는 이상하게 오복이가 얄밉다. 그런 오복이가 장우에게 솔깃한 제안을 한다. “너희 할머니, 우리 슈퍼 전담시켜 줄게!” 장우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귀가 쫑긋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게 될 수 있다면 할머니가 폐지를 두고 다른 사람들과 싸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폐지 전담의 조건으로 먼저 일주일 동안 자신의 신하 인턴이 되어달라는 오복이의 기막힌 요구를 장우는 끝내 받아들이고 만다. 오복이는 장우에게 등하교를 꼭 함께해야 하고, 자신의 집 앞으로 와 동네 사람들에게 다 들리게 “오복아, 노올자!”를 외치라는 황당한 명령을 하기도 하고, 뜬금없이 놀이동산에 가자는 요구도 한다. 엄마에게 자신을 친구라고 소개하는 오복이에게 “친구가 어떻게 신하가 되냐!”며 내키지 않아 하면서도 결국 모든 요구를 들어주는 장우. 어느새 장우는 같이 놀 친구가 없는 오복이가 짠해지며, 마치 진짜 친구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계약 마지막 날에 다다를수록 오복이의 표정은 즐겁기보다 굳어지고 만다. “사실은 폐박스를 내 맘대로 할머니에게 줄 수 없어. 우리 아빠가 허락하지 않을 거야.” 오복이의 황당한 발언에 단단히 화가 난 장우는 오복이에게 자신이 당한 신하 노릇을 되돌려줄까 하다가도 “신하를 해 본 사람만이 아는 마음이 있다”며 금세 생각을 바꾼다. 그리고 오복이에게 또 다른 인턴을 제안한다.
입장이 바뀐 두 사람, 이번에는 오복이가 할머니의 폐지 수거 인턴이 된다. 두 사람은 할머니를 몰래 쫓아다니며 폐지 줍는 할머니의 일상을 엿본다. “전봇대 뒤에 숨어서 지켜보니까 진짜 탐정 같다”며 마냥 순진하게 신나 하던 오복이는 어느새 “사람들이 박스를 좀 정리해서 앞에 두면 좋겠다. 그치? 할머니가 일일이 테이프나 스티커를 떼잖아”라며 제법 성숙한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오복이의 폐지 수거 인턴은 예상치 못하게 진행되지만, 그 과정에서 장우는 오복이를 “좀스럽고 찌질한” 아이가 아니라 “착하고 예의 바른” 아이로 생각이 바뀐다. 이제는 오복이가 요구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오복 슈퍼 앞으로 가 학교에 함께 가자며 오복이의 이름을 힘차게 부르는 장우와 할머니의 폐지 정리를 나서서 도와주는 오복이는 마침내 인턴이 아니더라도 서로의 부탁을 가뿐하게 들어줄 수 있는 친구가 된다.
신하 인턴
계약 무효 해?
멀어지는 친구들
엎어진 식판
폐지 수거 인턴
오복 슈퍼 전담
▶
깡복이, 즉 강오복으로 말하면 우리 동네에서 제일 큰 ‘오복 슈퍼’ 아들이다. 나는 깡복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잘난 척 대마왕에 좀스럽기까지 하다. 과자를 책가방보다 더 큰 봉지에 담아 학교에 온다. 그러면 오복이 주위에 아이들이 오글오글 몰린다.
▶
요즈음 할머니의 폐박스 수거 사업은 약간 내리막길이다. 경쟁자가 갑자기 늘었다. 할머니 또래의 어떤 할아버지는 리어카에 폐지를 산더미처럼 쌓고도 끄떡없다. 할머니의 폐지운반 도구는 유아차다. 유아차에 폐지를 가득 실으면 앞에서 할머니가 보이지 않는다. 할머니는 집에 폐지를 모아 두었다가 리어카를 빌려서 고물상에 가지고 간다. 이런 상황에 전담 가게가 생기는 건 횡재나 다름없다. 오복이 말이라 좀 꺼림칙하지만 말이다.
▶
“신하라고? 나보고 네 신하를 하라고?” 나는 오복이에게 다시 한번 확인하듯 물었다. 무슨 개똥 같은 소리냐고 화를 버럭 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할머니 사업과 관계가 되기 때문이다. “뭐, 계속하는 건 아니고 인턴처럼 일주일만 해.” 언젠가 친척 형이 직장에서 인턴을 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인턴을 해야 정식 직원이 된다고 했다. 그럼 내가 할머니 대신 인턴을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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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복이가 친구 데리고 온 건 처음이네. 뭐 맛있는 거 해 줄까?” 오복이 엄마가 방문을 열고 말했다. “아니요. 친구가 아니고 신…….” “친, 친구야. 우리가 알아서 할게. 엄마는 그만 나가.” 친구 아니고 신하라고 말하려 하자 오복이가 입을 막았다. “야, 너하고 무슨 친구냐. 친구가 어떻게 신하가 돼.” 나는 두 눈을 치켜떴다. “엄마한테 어떻게 신하라고 해. 그냥 넘어가. 명령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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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복이는 할 수 없이 가방을 돌려받아 맸다. “야, 너네 아빠 안 보이면 내가 맬게.” 나는 오복이 옆에서 소곤거렸다. “됐어. 사람들이 나를 나쁜 놈으로 보는 건 싫어.” “맞아, 넌 나쁜 놈이 아니니까.” 나는 오복이가 진짜 나쁜 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좀 욕심이 많고 싸가지가 없고 속이 좁을 뿐이다.
▶
나는 오복이가 한 것보다 더 심하게 신하를 시킬 자신이 있다. 하지만 나는 하지 않을 것이다. 신하를 해 본 사람만이 아는 마음이 있다. 친구를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사람이 사람을 낮추어 보고 마음대로 하는 건 옳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한 가지다. 오복이가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
나는 이 시간 이후로 오복이의 치명적인 약점을 영원히 말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친구의 약점은 감춰 주는 게 예의니까. 오복이는 더 이상 찌질하지도, 좀스럽지도 않은 친구니까.
작가정보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정채봉 선생님 문하에서 동화 쓰기를 공부했습니다. 마음이 흐트러질 때마다 첫 마음을 떠올렸고 이제는 동화가 삶 속에 깊이 들어온 것을 느낍니다. 다른 작가들과 함께 ‘검은빵’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열두 가지 색깔통》, 《고래포 아이들》, 《제2의 지구》, 《우리 반 장보고》, 《우리 반 신사임당》 등이 있으며 다수의 공저와 기획 동화를 출간했습니다. 한우리 신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예술가 해외레지던시와 작은서점 상주작가에 선정되었고 강원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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