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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이미리내 지음 | 정해영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4년 07월 19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7월 1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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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0.09MB)
ISBN 9791171719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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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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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요양원의 치매 환자 구역에 흙을 먹는 걸로 악명 높은 노인, ‘묵 할머니’가 입원해 있다. 묵 할머니는 요양사에게 부고를 써달라고 부탁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요약하는 “여덟 단어”를 들려준다. 노예, 탈출 전문가, 살인자, 테러리스트, 스파이, 연인, 어머니. 요양사가 여덟 개가 아닌 일곱 개뿐이라고 되묻자, 묵 할머니는 비어 있는 숫자를 채우기 위한 긴 이야기를 시작한다.
“난 일본 사람으로 태어나서 북한 사람으로 살았고 이제 남한 사람으로 죽어가고 있지.”(29쪽) 묵 할머니는 살면서 가졌던 세 개의 국적과 살아남기 위해 바꿔야 했던 여덟 가지 정체에 관해 고백한다. 일제강점기 평양 근처의 농촌 마을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일상적인 폭행을 견디며 지낸다. 영어 공부를 한다는 이유로 아버지는 어머니를 때려 눈을 멀게 만든다. 묵 할머니는 어머니의 눈을 고쳐주겠다는 말에 속아 인도네시아 스마랑의 ‘위안소’로 끌려간다. 미군의 개입으로 탈출했지만 이내 한국전쟁이 터진다. “티끌 없는 집들이 있는 곳”이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전쟁고아들의 종착지”(90쪽)인 부산으로 가서 미군 부대 근처 ‘낙검자’ 수용소인 멍키하우스에서 일하게 된다.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가 아내이자 어머니가 되어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10년 동안 실종되었다가 어느 날 돌아와 일본어에 영어까지 유창하게 하는 묵 할머니의 모습을 본 누군가가 국가에 신고한다. 묵 할머니의 국가, 삼팔선 이북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묵 할머니를 남한에 공작원으로 파견한다.

일제강점기, 해방과 한국전쟁, 분단된 두 나라의 이념 갈등
삶이 사치였던 어두운 시대
피해자로 기록되기를 거부했던 한 여성의 타오르는 인생
최고령 탈북자 중 한 명인 저자의 이모할머니, 고(故) 김병녀 님의 인생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된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은 ‘한의 정서’의 발원지인 우리 역사상 가장 아픈 한 세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일제강점기, 꿈만 같았던 해방을 지나 느닷없이 들이닥친 전쟁, 분단되어버린 두 나라의 계속되는 이념 갈등. 이 소설은 일본군의 거짓말에 속아 끌려간 ‘위안부’ 여성, 생계를 위해 미군 부대 근처에서 성매매를 하다가 성병 보균자로 지목되어 갇힌 멍키하우스의 여성, 전쟁통에 가족과 생이별하고 떠돌며 겁탈당할 위험에 밤낮으로 노출되었던 여성 등 폭력적인 현실 속에서 역사의 변두리로 밀려나며 착취당했던 여성들을 무대에 세운다. 그들은 피해자로 기록되느니 전부 불태워버리기를 선택한다. 소설 속에서 여성들은 스스로 세상을 속이는 사기꾼이자 살인자가 되고, 테러리스트이자 게릴라이며 스파이가 된다.
또한 작고 연약한 소녀가 살아남아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미스터리 장르의 문법으로 드러낸다. 소설 속 여덟 개의 챕터는 시간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뒤섞인 채로, 화자인 ‘나’가 누구인지조차 결말에 다다를 즈음이 되어서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마치 주인공의 삶을 이어주었던 트릭스터(Trickster)의 방식처럼 끝없이 다른 사람인 척을 하고 거짓말을 하며 독자들을 목숨 건 속임수 게임으로 끌어들인다.
한국어판 서문
프롤로그

다섯 번째 인생
북한 접경지대의 처녀 귀신
첫 번째 인생
내가 흙 먹는 것을 멈추었을 때
세 번째 인생
하우스를 뒤집어놓다
두 번째 인생
이야기꾼
네 번째 인생
나, 나 자신, 그리고 볼록한 점
여섯 번째 인생
노란색 글씨의 공작원
일곱 번째 인생
평범한 결혼에 대한 고백
여덟 번째 인생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감사의 말

그녀는 살면서 세 개의 국적을 가졌었다고 말했다.
“난 일본 사람으로 태어나서 북한 사람으로 살았고 이제 남한 사람으로 죽어가고 있지.” (29쪽)

공산당이라는 혐의로 양키 군용 트럭에 실려 간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양키 찬미자라고 소문난 많은 사람들이 현장에서 처형되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빨갱이 사냥과 반역자 사냥이 반복되었고 날마다 날선 전쟁의 칼날을 양쪽에서 휘둘러 마을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도륙했다.
나는 무력한 희생자가 되기를 거부했다. 나는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살아 있는 엄마와 여동생과 상봉하겠다는 철없는 꿈을 꾸며 남으로 향했다. (86쪽)

독약은 나에게 낯선 얼굴이 아니었다. 전혀. 그것은 군중 속에서 내게 은밀한 미소를 보내는 익숙한 얼굴이었다. 또는 어두운 비밀들로 가득한 내 주머니를 지키는 작은 보초병이었다. 난 너와 함께 이미 두 남자를 쓰러뜨렸어. 그녀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렇다. 독은 그가 아닌 그녀였다. 사람들은 독살을 여성스러운 살인 방법이라고 말하니까. (101~102쪽)

“한번 해보시지. 어서 나를 베.” 어딘지 초자연적이면서도 쌕쌕거렸고 목이 쉰 듯 왱왱 울리는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 칼로 적군의 목을 베어야 하지 않겠어?” 그녀가 계속 말했다. “천황이 하사한 소중한 칼에 작고 힘없는 조센삐의 피를 묻혀서야 되겠어?” (125쪽)

그들은 죽을 때까지 자신들의 모토에 충실했다. 위안소에서 일어난 일은 위안소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장담컨대 그들은 최악의 쥐 새끼가 빠져나갈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플롯을 짜는 사기꾼, 이야기꾼 말이다. (139쪽)

그는 속이는 것도 사랑을 나누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대가 있어야 이루어지는 행동임을 깨닫는다. 어떤 농락도 농락당해줄 사람이 없이는 완성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얼마나 믿고 싶었는가. 얼마나 기꺼이, 얼마나 절실하게.
그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다.
그가 제일 잘하는 것. 항상 해왔고 앞으로도 항상 할 것.
그는 기다릴 것이다. (176쪽)

울기 수업은 쓸모가 있었다. 특히 나중에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영원불멸할 거라고 생각했던 위대한 수령이 죽었을 때는. 마치 나라 전체가 주문에 걸린 듯 종말론적 과잉 흥분 상태에 빠졌다. 사람들이 4층 건물 높이의 거대한 김일성 동상 앞에 운집하여 눈이 빠져라 우는 매스게임을 수행했다. 7월의 작열하는 태양과 슬픔으로 몸부림치는 수백만 명의 몸이 뿜어내는 매캐한 열기로 아스팔트 포장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듯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절했다. 어떤 이들은 죽었다. 그 와중에 인민반은 계속 모든 것을 감시했다. 또한 모든 작업 단위와 학급의 반장이 구성원들이 얼마나 자주 공개적으로 애도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울었는지를 기록했다. 울지 않는 것은 곧 죽음도 불사하는 위험한 짓이었다. (191~192쪽)

나는 북한 말 질문에 고개를 돌리거나 눈길을 줄 때마다 벌을 받았다. 동무! 여보시오! 저기요! 안녕하십니까! 실례합니다! 조심하세요! 도와주시라요! 다른 부름보다 무시하는 데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 특정한 한 가지 부름은 엄마!였다. (203~204쪽)

“모든 거짓말이 나쁜 건 아니란다, 미희야. 가끔은 거짓말이 남들에게 피해를 주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그냥 살아남기 위한 노력일 때도 있단다. 미치지 않기 위한 노력 말이야.”
(……)
“미희야, 가끔은 말이다. 가장 큰 속임수, 그리고 가장 친절한 속임수는 속아주는 거란다. 그것이 상대에게 소중한 위안이 될 수 있단다, 아가야.” (325~326쪽)

★ 한국인 최초 영국 여성문학상 노미네이트
★ 미국의 대형 출판사 하퍼콜린스 억대 선인세 계약
★ 전 세계 10여 개국 출간 확정

세계가 먼저 주목한 우리의 이야기,
한국인이 영어로 쓴 K-문학의 새로운 계보

영미권에서 출간되자마자 언론 기사를 통해 국내에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던 《8 Lives of a Century-old Trickster》가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으로 번역되어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라 20대 초반까지 한국에서 보낸 저자 이미리내는 홍콩에 거주하기 시작하며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소설을 썼다. 국제공용어인 영어로 소설을 쓰자 “K-문학”의 압도적인 서사에 세계가 주목했다. 이 작품은 미국의 대형 출판사 하퍼콜린스와 파격적인 선인세 계약을 맺으며 영미권 출판 시장에 등장했고,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스》 등 주요 매체에서 극찬을 받았다. 연이어 미국, 영국을 비롯해 홍콩, 이탈리아, 스페인, 루마니아, 덴마크, 그리스, 호주, 스위스 등 전 세계 1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이 확정되었다. 또한 저자는 첫 번째 장편소설인 이 작품을 통해 한국인 최초로 영국 여성문학상 롱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으며, 연이어 해외 유수 문학상에도 다수 노미네이트 되었다. 저자는 이전에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의 가능성을 증명하며 “K-문학”의 새로운 계보를 열었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미리내

(Mirinae Lee)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홍콩에 거주하고 있다. 첫 장편소설인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을 영어로 집필했고, 미국의 대형 출판사 하퍼콜린스로부터 억대 선인세 제안을 받으며 데뷔했다. 이 작품으로 한국인 최초 영국 여성문학상Women’s Prize for Fiction 후보에 올랐다. 연이어 윌버 스미스 모험문학상Wilbur Smith Adventure Writing Prize 후보, 윌리엄 사로얀 국제문학상William Saroyan International Prize for Writing 후보에 오르며 차세대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의 새로운 방향으로 주목받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리버보이》 《빌리 엘리어트》 《올드 오스트레일리아》 《곰과 함께》 《데카메론 프로젝트》 《우주를 듣는 소년》 《좋은 엄마 학교》 《길 위에서 하버드까지》 《이 폐허를 응시하라》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 《정상은 없다》 《묘사의 기술》 《떠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계를 읽다〉 시리즈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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