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갇힌 나라, 동아시아와 중국
2024년 07월 31일 출간
국내도서 : 2021년 09월 1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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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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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불패의 신화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유럽 4개국과 미국을 다룬 《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의 후속편
각국의 최신 통계 지표들에 기반한 실증주의적 고찰과 이슈 분석
1장 동아시아의 경제 기적과 주택문제
집에 바친 청춘, 동아시아 | 동아시아 경제 기적과 초고속 도시화 | 동아시아 주택: 집값에 눌린 사회 | 나라별 주택시장과 정책 스케치 | 동아시아 주택시장이 던지는 질문
2장 싱가포르: 꿈의 주택정책의 이면
작은 나라, 성공한 경제, 모범생 사회 | 모두가 내 집에 사는 나라 | 싱가포르 주택정책의 역사 | 3박자로 만들어진 자가 사회: 국유지, 연금 그리고 공공주택 | 늙어가는 시민, 낡아가는 주택 | 싱가포르 패러독스: 비(非)국민의 삶 | 싱가포르 주택정책의 과제와 시사점
3장 홍콩: 좌절당한 모범 주택정책 사회
전 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도시 | 쉑킵메이 신드롬: 모범 주택정책 사회의 꿈 | 주권 반환 이후 본격적인 시장화, 규제 완화 | 홍콩 주택시장의 미래
4장 대만: 불평하면서도 적응한 자가 소유 사회
닮은 국가 운명, 다른 주택시장 | 주택 3고 사회 | 미미한 주거복지정책 | 대만 주택시장의 미래
5장 일본: 버블의 기억과 주택 과잉 사회
버블의 기억 | 전후 주택체제의 성공과 후퇴 | 인구 감소 시대, 주택 과잉 사회 | 우리는 일본의 길을 따라갈까?
6장 중국: 대혼전-인구대국, 도시대국
중국식 사회주의의 꿈 | 인구대국의 인구 보너스 | 중국에서 부동산이란? | 주택과 토지의 개혁: 상품화, 시장화, 분권화 | 거대한 ‘슈퍼’ 마켓의 탄생과 성장 | 도시 주택의 명과 암 | 보장성 주택: 무엇을 보장하는가? | 중국몽의 미래: 사회주의 유산을 넘어
7장 동아시아를 넘어서
동아시아 현대사: 고난과 성취 | 동아시아의 주택 이념: 자산 증식 가족주의 | 동아시아를 닮아간 세계 주택시장 | 세계 주택시장의 현주소: 주택의 금융화 | 동아시아의 주택 심성: 부동산 평등주의 | 집에 갇힌 나라
책 제목에서 알 수 있겠지만, 이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꿈같은 주택정책이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이들 나라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나름대로의 어려움은 물론이고 우리가 가장 중요시하는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주택시장 상황과 정책에 대한 책을 계속 내는 것은 우리 식 해법을 찾기 위해서다. (10쪽)
이들 국가의 고도성장세대는 경제성장의 과실과 함께 집값 상승의 혜택까지 누리기는 했지만, 사실상 집값에 노후를 의존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연금 등이 불충분한 가운데, 집이 가장 중요한 노후 안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은 그 자녀들인 저성장세대의 주거 상황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부모 세대의 노후를 위해 자녀 세대가 높은 집값을 계속 뒷받침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나마 부모가 고가의 주택자산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가족 단위로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가난한 가정의 청년은 첫걸음부터 심각한 주거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주택문제가 세대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고도성장세대가 집 장만에 청춘을 바쳤다면, 저성장세대는 집이 첫 출발선조차 넘지 못할 장벽이 되어버렸다. (17쪽)
오랫동안 동아시아 국가들은 ‘높은 집값’에 시달려왔다. 몇 번의 주기가 있기는 했지만 장기간에 걸쳐 오른 것은 물론이고, 소득보다 더 오르는 주거비는 언제나 가장 중요한 걱정거리였다. 주택 자체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기적적인 경제성장을 거두었으니 집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 아시아적 문화라고 하는 ‘부동산에 대한 집착’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26쪽)
동아시아 주택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우리는 흔히 자가 소유에 대한 집착과 지향이 크다는 점을 든다. 시중의 얘기를 들어보면 더욱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아시아 국가들의 자가 거주율은 나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중국, 대만, 싱가포르가 80~90%에 이르는 반면 일본, 한국은 60% 정도를 보이고 있다. 홍콩은 특히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전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어서 자가 거주율이 50%에 미치지 못한다. 이는 각 나라마다 주택시장과 정책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인데, 이 책에서는 왜 그런 차이가 발생했는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32쪽)
결국 각 나라는 각각의 조건 속에서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한 번 방향이 정해지면 쉽게 바뀌지 않는 주택시장의 경로 의존적 성격도 문제다. 첫 출발이 중요한 것이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를 부러워할 수는 있지만, 똑같이 할 방법은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가 부러워하는 대상은 싱가포르만이 아니다. 홍콩의 고밀도 개발, 일본의 대규모 도시 재생도 닮고 싶어 한다. 대만의 높은 자가 소유율도 부럽다. 중국처럼 화끈한 공급 전략도 효과가 있을 듯하다. 그러나 외국의 주택정책은 조금만 들어가보면 겉모습과는 너무 다르다. 맥락이 다르기 때문이다. (45~46쪽)
과연 동아시아 국가들의 집값이 최근 가장 많이 올랐고, 또 가장 비싼가 하는 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집값 통계라는 것이 가장 착시가 심한 영역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평균적으로 보면 홍콩, 중국, 대만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 평균보다 단연 상승률이 낮다. 그럼에도 어떻든 국민들이 많이 올랐다고 느끼는 이 상황을 인정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48쪽)
반면 50대와 60대, 혹은 고도성장세대는 자가 소유율과 가계자산 중 주택의 비중이 매우 높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집만 있고 노후소득은 부족한 문제를 안고 있다. 고도성장세대와 저성장세대 간의 이러한 차이는 양측 모두에게 제약 조건이 된다. 고도성장세대의 입장에서는 자산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높은 주택가격이 지속되어야 하지만, 이는 저성장세대의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궁극적으로 주택시장의 활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부모의 주택자산 소유 여부에 따라 계층 양극화가 세대를 이어 전승되기도 한다.
결국 청년의 주택문제는 곧 기성세대 혹은 고도성장세대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낯선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는
앞에서 살펴본 여러 질문들이 응축된 지점이기도 하다. (51~52쪽)
부동산 불패의 신화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내세워 여러 대책을 쏟아냈지만 그때마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부동산가격은 오히려 급등하기만 했다. 열심히 돈 모아 집을 산다는 예전 식의 내 집 마련은 그야말로 꿈이 되어버렸고, 정부의 약속대로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을 바랐던 서민들의 박탈감은 그만큼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무주택자뿐만 아니라 집값 폭등으로 큰 이득을 본 1주택자도, 다주택자도 이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집 없는 사람은 집을 사기는커녕 빌려 사는 것조차 녹록지 않아 난리고, 집 있는 사람은 시세 차익 환수에 따른 세금 부담으로 난리다. 또 하나의 아이러니는 부동산과 관련한 각종 통계 지표와 국민들의 체감 현실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국제 주택시장 비교 사이트인 ‘글로벌 프로퍼티 가이드’와 OECD 등의 가격 변동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집값 상승률은 평균적으로 다른 나라들보다 낮은 편이다. 특히 OECD 국가 중에서는 일본과 함께 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물론 비교 기준의 문제로 논란이 있긴 하지만, 단지 ‘통계의 함정’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좀 더 거시적이고 냉철한 비교 연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의 설계자가 4년 만에 내놓는 부동산 연구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됨에 따라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다양한 이름의 ‘화끈한’ 해결책들을 내놓고 있다. 이름만 다를 뿐 모두 공통점이 있는데 ‘싸고 질 좋은 집을 대량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흔히 성공 사례로 드는 것이 싱가포르의 공공주택이다. 대규모 국유지를 활용해서 시세보다 싼 값에, 전 국민에게 주택을 제공하는 싱가포르는 분명 부러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가 부러워하는 대상은 싱가포르만이 아니다. 홍콩의 고밀도 개발, 일본의 대규모 도시 재생도 닮고 싶어 한다. 대만의 높은 자가 소유율도, 중국의 화끈한 공급 전략도 부럽다. 그러나 외국의 주택정책은 조금만 들어가보면 겉모습과는 너무 다르다. 맥락이 다르기 때문이다. 부러워하는 나라에서 배우기 위해서라도 각 나라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전제가 된다.
이 책은 서구 선진국들의 주택정책 트렌드가 어떻게 변해왔고, 현재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짚어본 《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2017)에서 저자가 예고한 지 4년 만에 내놓는 후속편이다. 전편에서 유럽 4개국(영국, 스웨덴, 네덜란드, 독일)과 미국을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우리나라와 함께 ‘동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는 싱가포르, 홍콩, 대만, 그리고 일본과 중국의 속사정을 면밀히 들여다보았다. 지리적으로 가까울뿐더러 역사적 배경과 사회 시스템이 우리와 비슷한 동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전편에 비해 훨씬 풍부하고 피부에 와 닿는 현실적인 시사점을 제시한다.
동아시아 주택문제, 우리와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가?
동아시아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강력한 엘리트 집단들이 경제성장을 선도하는 가운데, 일정 정도 시민권을 제약하는 강한 사회 통제 시스템을 갖추었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이들 국가에서는 서구의 유사한 경제 단계에 비해 복지 지출은 낮은 반면 가족이나 공동체의 역할이 강조된다. 이는 서구 국가들의 복지국가 유형론과 비교하여 ‘발전주의 복지국가’, ‘유교식 복지국가’ 등으로 불리게 된 이유였다.
주택문제와 정책도 서구와는 달랐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식민지에서 독립한 데다 일부 국가들은 내전으로 피폐한 상태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식민 본국이자 패전국인 일본도 공습으로 주택이 대규모로 멸실된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도시로 인구가 몰려들었고,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주택 절대 부족 시대였다. 상당수 국가들에 판자촌이 만연했으며, 과밀한 주거와 부족한 기반시설로 고통을 받았다. 유럽 국가들은 전쟁으로 파괴되긴 했어도 전쟁 전에 이미 기반시설이 확보된 상태였기 때문에 1960년대 중반이 되면 대부분 주택 부족 문제를 해소한 반면, 이들 동아시아 국가는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주택 공급도 빠른 속도로 늘었고, 판자촌마저 성공적으로 해소했다. 1990년대에 이르면 중국을 뺀 다른 국가들은 대부분 주택의 양적, 질적 문제를 해결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중 더 어려운 조건이었던 한국은 좀 더 시간이 걸렸다. 이런 성과에는 정부의 노력도 있었지만, 특유의 강한 가족주의를 통해 자구적으로 주택문제를 해결하려는 국민성도 영향을 끼쳤다. 더구나 모든 가정의 자가 소유 열망은 이런 성과를 앞당겼다. 국가 복지가 미흡해도 가족 스스로 (주택)자산을 통해 노후를 준비하는 이런 동아시아의 특징은 ‘자산 기반 복지 시스템’이라고 규정되기도 했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당시 서구도 부러워한 정책을 펼쳤는데, 싱가포르는 특유의 공공주택정책을 통해 자가 소유를 촉진했다. 결혼해서 3~4년이면 시중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이른바 반값아파트의 원조다. 실제로 싱가포르 국민의 80% 이상이 정부가 제공한 집에 거주한다. 홍콩 역시 중국과의 체제경쟁 속에서 영국식 공공임대주택을 도입하여, 한때 전체 가구의 40% 가까이가 거주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싱가포르의 그림자가 드러나고 있다. 집값이 급등락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체 상주인구의 30%에 달하는 150만 명에 대한 주거 대책은 불비하기 짝이 없다. 대다수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들은 열악한 기숙사나 이른바 ‘식모 방’에 거주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코로나19 확진자 중 99%가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 등에서 발생할 정도다. 이중 도시, 이중 사회인 것이다.
홍콩 역시 1997년 중국으로 주권이 반환된 이후, 중국 이주민과 자본이 몰려들면서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2008년부터 10년간 집값은 평균 4배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 보니 공공임대주택 입주는 엄두도 못 내고, 주민의 3.6%가 열악한 불법 주거지에 거주할 지경이 되었다. 최근 홍콩 시민들의 대대적인 반중국 시위 배경에는 이러한 극단적 주거난과 양극화가 자리 잡고 있다.
대만은 진작부터 공공의 역할보다는 시장 중심의 자가 소유 정책을 발전시켜서 자가 거주율이 89%에 이르게 되었지만, 역시 높은 집값에다 청년들의 주거문제가 심각하다. 그럼에도 수도 타이베이마저 열 집 중에 한 집이 빈 채로 있고, 시장이 나서서 빈집을 세놓으면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하는 이상한 상황이 되었다.
일본은 1960년대에 주택의 양적 문제를 해결하고, 1980년대에는 질적 문제까지 해결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만성적인
집값 상승과 함께 결국 1990년을 전후해서 세계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버블 형성과 붕괴를 겪었다. 그후 30년 가까이 하향 추세가 계속되고 있는데, 그럼에도 계속 새 집이 지어지면서 어느새 빈집이 860만 호로 전체 주택의 13.6%에 이르게 되었다. 이른바 토건국가가 만들어낸 주택 과잉 사회의 단면이다.
중국은 빠른 경제성장, 급속한 도시화와 함께 심각한 주택 부족을 겪고 있다. 대도시의 높은 부동산가격은 이미 악명이 높
을 정도다. 사회주의 국가로서 도시 인구 유입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하지만, 대도시 주택난은 상당 기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시장경제와 사회주의가 혼합된 독특한 체제는 이미 자가 거주율이 80%가 넘는 등 자신들만의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 주택문제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이처럼 동아시아 국가들은 경제적 성공과 주택문제 해결이라는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소득에 비해 너무 높은 집값, 주기적인 집값 등락, 주거 양극화와 청년ㆍ이주민 등의 어려운 주거 상황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고도성장세대와 저성장세대의 주거 인식, 주거 기회 등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더 이상 동아시아만의 일은 아니다. 놀랍게도 코로나19가 전 세계 경제를 타격한 2020년에는 근 15년 만에 가장 집값이 많이 오르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 캐나다, 영국, 스웨덴, 네덜란드, 호주 등 주요 선진국들이 모두 급등한 집값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서구 사회마저 동아시아의 자산 기반 복지, 즉 국가 복지가 줄어들고 자산 의존이 늘어나는 현상이 보편화되고 있다. 부동산의 금융화 현상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전반적인 부동산 거품이 확대되고 부동산 의존 경제가 심화되는 중이다. 세계의 주택문제가 동아시아를 닮아가고 있다고 할까?
그럼에도 동아시아 국민들은 여전히 우리나라만 이런 일을 겪고 있다는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좁은 땅에 많은 인구가 산다, 경제가 급성장해서 더 나은 주택에 대한 수요가 높다, 안전 자산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강한 가족주의로 인해 자식들에게 자산을 물려주려고 한다, 국유지나 공공임대주택이 부족해서 주거 안전망이 취약하다……. 그 결과 집값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며 체념하고, 주택정책에 대해서도 자학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부동산에 대한 자학적 태도와 평등주의는 동아시아 국민들의 인식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을 어떻게 제도화된 공정 경쟁 질서로 바꿔낼 것인가? 부동산문제에 관한 한, 하늘에서 떨어지듯 새로운 방법은 없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오래된 숙제’가 여전히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부동산 공정 경쟁 질서를 확립하는 일, 변화된 수요에 따라 신규 택지 공급과 도시 재개발을 원활히 하는 일, 주거 안전망을 튼튼히 하는 일, 그리고 경험하지 못한 과잉 유동성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에 ‘두려운 마음으로’ 대비하는 일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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