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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를 준비 중입니다

최철주 지음
중앙북스

2024년 06월 23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6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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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7.95MB)
ISBN 978892788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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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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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을 온전히 홀로 맞이하는 것에 대해 상상한 적이 있는가?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기대지 않고, 홀로 스스로의 삶과 죽음을 맞닥뜨릴 줄 아는 용기에 대한 저자의 담담한 성찰을 담은 책, 《고독사를 준비 중입니다》가 출간됐다.
본 도서의 저자인 최철주 작가는 전 언론인이자 약 20여 년 동안 웰다잉 강사로 활동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는, 누구보다 죽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죽음 연구가’ 이다. 그가 이번 책을 쓰게 된 이유는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에 휩싸여 인생을 살기보다는, 앞으로 남은 생을 더욱 자유롭게 누리기 위해서 스스로의 죽음을 담담히 준비할 줄 아는 용기를 키워야 한다는 사실을 자신의 솔직담백한 경험을 통해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함이다.
프롤로그 | 죽음을 바로 바라볼 수 있다면, 삶은 곧 자유로워집니다

1장 고독사를 준비 중입니다
아내와 사별한 늙은 남성, 몇 년을 더 살 수 있을까
“집에서 죽자” 난 오늘 결심했다
아들과 척지고 떠난 어느 회장 이야기
내복 차림으로 30분을 달렸던, 늙음 마주한 악몽의 그날
망자의 이야기를 듣는 남자
“장관님, 암 그냥 놔둡시다” 이어령이 웰다잉 택한 그날
“난 살기 죽기 아닌 죽기 살기” 죽음은 닮았다
‘포스트잇 부부’가 택한 인생
요양병원 그 주머니의 비밀
샤워실 목욕의자의 재발견

2장 가끔은 삑사리 나도, 좋은 인생입니다
내 주변의 ‘삑사리 인생’들
암 수술 고통도 이기게 한 기적의 영상
죽음의 현장에서 만든 ‘생사관’
“내가 모르모트야? 난 싫다” 울림 컸던 최종현 회장의 죽음
암 환자 손등에 할퀸 자국, 그건 상처가 아닌 위로였다
80여 명이 죽음을 준비한 건대입구역 실버타운의 기적
전직 관료의 안타까운 메모

의학기술의 발달로 생명은 더욱 연장되고 우리들의 욕망도 은근슬쩍 부풀려졌습니다. 새로 나타난 치료법에 노후 재산을 쏟아붓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환자가 겪는 고통이 줄어든 건 아닙니다. 우리가 포장해온 인간의 존엄이 박살 나는 순간을 곳곳에서 목격하게 됩니다. 저는 암 병동에서 퇴원한 후 다시 다짐했습니다. 가능하다면 인생의 마지막 시기에 혼자 조용히 세상을 떠날 수 없을까. 오로지 환상에 치우친 생각일까. 그런데 제가 선택한 자유로운 삶이 바로 그 길과 조화롭게 연결돼 있음을 알았습니다._8쪽

수많은 역사적·문화적 인물들을 무대에서 소화해 온 유명 배우들이 흰머리를 날리면서 ‘나는 더 나이를 먹어도 무대에서 죽겠다’고 선언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저는 곰곰 생각합니다. 이 풍진 세상에 사람이 품어야 할 가치를 마지막까지 지니면서 떠나고 싶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그렇게 사는 게 좋지 않으냐고 묻고 또 묻습니다. 거칠게 세상을 살다가 더 거칠게 마감하는 우리들의 척박한 인생에 대한 경고이기도 합니다. 저는 여기에서 고독사의 의미를 찾습니다._10쪽

나는 은퇴하면서 아내와 아들의 권유에 따라 요리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2007년의 일이다. 비단 누가 떠밀어서만이 아니라 이젠 남자도 요리를 할 줄 알아야 하고 가족을 위한 음식 서비스도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 있는 요리학원에 등록하러 갔을 때 작은 해프닝이 벌어졌다. 대개 예비신부인 젊은 학생들 틈 사이에 처음으로 남자를 끼워 넣는 게 쉽지 않았던 듯 입학이 보류됐다. 더구나 노년의 남성이 요리 공부를 하겠다니 학원 측이 난감했을 듯하다. 원장과 몇 차례 논의를 거친 후에야 어려운 입학 문턱을 넘어섰다. 나는 열심히 한식·중식·양식 코스를 속성으로 마치고 내가 배운 요리법대로 아내의 아침 밥상을 마련하는 일상을 시작했다. 딸을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후 상실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내가 기획한 ‘식사 챙겨주기’였다. 형편없는 요리 솜씨 때문에 차라리 라면으로 때우자는 혹평도 들었지만 어떻든 그때의 배움이 지금의 나를 생존하게 하는 비결이 됐다._20쪽

고독사가 매우 현실적인 언어로 등장하는 시대가 됐다. 한두 해 전까지만 해도 외롭고 불쌍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 우리 사회나 주변 사람들이 고독사라는 딱지를 붙였다. 하지만 1인 가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특히 나처럼 독거노인 비중이 커지면서 아무도 모르게 홀로 세상을 떠나는 사례는 차고도 넘친다. 내가 예외가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_25쪽

안락사가 허용된 스위스로 떠나는 생의 마지막 여행을 머릿속에 그려도 봤지만 그것도 모진 고생길이어서 아예 마음속에서 말짱히 지웠다. 대안으로 고독사를 떠올리는 것은 사실 엄청난 일을 결행하려는 각오에서 빚어진 것이 아니다. 그저 사는 데까지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욕의 반작용이다._26쪽

나는 지난 20년 동안 웰다잉 강사를 하면서 암 환자 삶의 질에 대해 보통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지식과 경험을 쌓아왔다. 심지어 딸과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과정을 지켜보며 헤아리기 어려운 고통을 겪어낸 이력도 있다. 그 이후 웰다잉 강사로 사회에 봉사한 건 딸과 아내를 앞서 보낸 시련을 이겨내기 위한 자기 훈련이었다._27쪽

아이 돌보는 일이 아들 내외에겐 긴급한 현안이어서 내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어쩌다 한 번이라면 몰라도 상시적으로 자식들의 병간호를 받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나는 이 일이 일어나기 훨씬 오래전부터 독립적으로 혼자 사는 법을 배웠다. 그것이 나를 한결 자유롭게 했다. 13년 넘는 1인 가구 생활은 그런 훈련의 결과였다. 세상에 그냥 공짜로 얻어지는 일은 없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더욱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언젠가 내가 혼자 숨져있는 모습이 뒤늦게 발견됐다 하더라도 결코 놀라지 말 것을 아들 내외에게 여러 차례 일러두었다. 우리 시대의 삶과 죽음이 그러하니 아버지의 고독사를 섧게 여기지 말라 했다. 그건 불효가 아니다. 난 이대로가 좋다. 나의 평화를 위해서,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_31쪽

나는 두 달 전 암 수술 이후 처음으로 내 아들에게 발톱을 잘라 달라고 부탁했다. 허리 굽히기가 어려웠고 손톱깎이를 발톱에 정확히 물려서 잘라내기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발톱을 깎는다는 것은 노·장년 남녀가 겪는 공통의 난제였다. 40대 중반의 아들에게 발톱 손질을 맡기면서 머뭇거리기를 되풀이했다. 아들의 손길이 따뜻했다. 발가락이 간지러웠다. “조심스럽게 잘라. 잘못했다간 발가락 수술도 해야 할지 몰라.” 우리 부자간의 친밀한 상호작용이 발톱에서 시작됐다._39쪽

이미 털어놓은 것처럼 나는 아파트 현관 도어락 건전지를 제때 갈아 끼우지 못해 엄동설한에 단지 안에서 방황했던 준 공황상태의 경험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후 조심하겠다고 마음을 먹기는 하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또 어이없는 일이 벌어져 내가 망가지는 때가 있을 것임을 미리 각오하고 있다. 실제로 그 이후에 주방 개수대 바로 위 찬장 문에 이마 찍기를 두 번 당했다. 몇 년 전에는 베란다와 연결된 창밖 바닥 쪽에 흘린 빗방울을 닦아낸 후 벌떡 일어서다 창문 귀퉁이에 머리 정수리가 찍혔다. 찌릿한 통증과 함께 피가 흘러내렸다. 동네 병원에서 두 바늘을 꿰맸다. 더 깊은 상처가 났더라면 영락없이 사후 며칠 뒤 고독사 시체로 발견됐을 것이다. 인생은 이런 것이다._108쪽

최종현 회장은 달랐다. 그의 사후 10년째였던 지난 2008년 최 회장이 숨을 거두었던 서울 워커힐 위쪽 아차산 중턱의 빌라를 두 차례 방문했다. 세상의 돈과 권력 명예를 다 가진 총수가 어느 날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거부하는 등 연명 의료 중단을 선언하고 집에서 통증 치료를 받다가 세상을 떠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35년간 거주했던 빌라는 매우 소박한 2층 건물이었다. 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았던 손길승 전 SK 회장의 안내를 받았다. 그로부터 최 회장이 폐암이 악화됐을 때 병원 의료진의 신약 투여 계획을 반대하며 “아니, 내가 무슨 모르모트야? 난 그러는 게 싫다”고 측근에게 토로한 뒷이야기를 전해 들었고, ‘식물인간이 돼서까지 죽는 기한을 늦추고 싶지 않다’고 기록한 육필 원고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생전에 직접 그의 사생관을 들을 기회는 얻지 못했지만, 이런 후일담을 수강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 기뻤다._131쪽

홀로 살 줄 아는 용기가
삶을 더욱 자유롭게 한다
‘고독사’의 사전적 의미는 홀로 사는 사람이 연고 없이 쓸쓸하게 사망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1인 가구가 매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며, 오래전과는 다르게 ‘고독사’라는 단어는 어디서든 매우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 주변의 현실적인 언어로 존재한다.
작가는 이미 암으로 배우자와 자녀를 앞서 보낸 후, 팔순이 넘은 나이로 홀로 지내고 있는 독거노인이다. 그에게는 아들 내외가 있으나, 독립생활을 하며 만끽할 수 있는 자유와 고요를 위해 함께 지내지 않고 홀로 지내는 것을 선택했다. 저자는 오래전 딸을 먼저 보내고 상실감에 빠진 아내에게 식사를 챙겨주기 젊은 주부들 틈바구니에서 요리 학원을 혼자 다니기도 했다. 홀로 지내는 요즘은 스스로의 끼니를 해결하는 것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

요리는 나 같은 독거노인이 생존 능력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작은 권력이며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혼자 레스토랑에 드나들면서 1인 고객을 냉대하는 지배인 눈치를 살필 필요도 없어졌다. 오히려 특정 메뉴의 레시피에 대해 질문하면 그가 나를 격이 다르게 대우하는 시선이
즐거웠다. 그냥 뭔가 먹어야겠다는 게 아니라 맛있게 만들어봐야겠다는 욕심이 나를 이처럼 자유롭게 해줬다. 나는 그런 삶을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 -본문 중에서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우리에게는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
저자도 암 투병으로 죽음의 위기를 몇 차례 넘겼다. 고통이 극심해진 어느 날 자정 119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마땅한 응급실을 찾는 데 실패했다. 가시밭에 뒹구는 것 같은 고통에 휩싸였고 도로의 수많은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배가 터질 것 같은 통증이 이중으로 덮쳐왔다. 그때 “집에서 죽자”라는 결심을 새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일이 있기 전 이미 13년 넘는 1인 가구 생활 훈련을 통해 독립적으로 혼자 사는 방법을 터득했고, 이것이 그의 마음을 한결 자유롭게 했다고 전한다. 언젠가 그가 혼자 숨져있는 모습이 뒤늦게 발견됐다 하더라도 결코 놀라지 말 것을 아들 내외에게 여러 차례 일러두었다. 우리 시대의 삶과 죽음이 그러하니 아버지의 고독사를 섧게 여기지 말라 했다. 그것은 불효가 아닌, 저자 자신을 위한 평화이자 세상의 평화라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 시대의 대표 지성이라 불리던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과도 인연이 깊다. 이어령 전 장관은 암 투병을 하던 때 평창동 그의 사무실에서 웰다잉 강의를 하러 다니는 저자에게 그에게 적합한 의사를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 이어령 전 장관은 딸 이민아 목사가 투병 중이던 2011년 7월 당시에도 저녁 식사에 저자를 초대해 다양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이어령 전 장관과 저자가 담당의로 추천해 준 J 박사와의 일화는 우리가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게 될 때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J는 한 페이지씩 서류를 넘길 때마다 이어령의 표정을 살폈다. 그러고는 한참 후 아무런 수식어도 붙이지 않은 채 거두절미하고 이렇게 말했다. 장관님, 암을 이대로 놔두시면 어떻습니까. 그냥 이대로 사시면서요. 나는 암 환자가 아니다고 생각하시고 일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하시는 게 낫겠습니다. 3년 사시게 되면 3년 치 일하시고 5년 사시게 되면 5년 치 일만 하시는 게 좋겠어요. 그게 치료 방법입니다.

(중략)

장관님, 저는 환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살기 위해 치료받을 것인가, 치료받기 위해 살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고요. 환자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 다릅니다. 이어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래요.”가 유일한 코멘트였다. 언제나 긴 문장이었던 그의 말솜씨가 잠잠해진 것이 슬퍼졌다. 그의 눈 가장자리가 젖어 있었다. 헤어질 때 그가 내민 손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 -본문 중에서

요즘 말로 가는 것에는 순서가 없듯, 죽음은 연령과 성별과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삶의 찰나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또 이 책을 통해 고독사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바로 엄청난 일을 결행하려는 독거노인의 각오가 아닌, 그저 사는 데까지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욕의 반작용이라고 이야기한다. 죽음이란, 자신의 인생에서 자기 자신이 스스로 마지막으로 행사할 수 있는 온전한 자기 결정권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최철주

전 언론인. 작가. 약 20여 년 동안 웰다잉 강사로 활동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다. 1970년부터 방송국, 신문사에서 약 40여 년 동안 기자로 활동했다. 중앙방송 대표이사와 중앙일보 편집국장, 논설고문 등이 주요 경력이다. 지은 책으로 『해피 엔딩, 우리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 『이별 서약』 『존엄한 죽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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