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개업
2024년 07월 29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7월 2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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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8839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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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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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 데 정말 필요한 건 타인에게 열려 있는 다정한 마음이 아닐까. 작가는 죽음에 대해 골몰하다 보니 오히려 삶의 동력을 찾을 수 있었고, 이를 소설로 풀어낸 것이 《심장개업》이라고 말한다. 엄마와 딸, 20년 지기, 남편과 사별한 아내 등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있는 손님들은 국숫집에서 꼬여버린 운명의 실타래를 풀어간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건 속을 데우는 제 사장의 따듯한 국수와 손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채이의 다정한 말 한마디뿐이다. 소중한 사람에게 진심을 숨기고 있거나, 다시 이어가고 싶은 인연이 있는 독자들에게 이 책이 한 줄기 빛처럼 용기를 건네줄 것이다.
1장 환승으로
1) 흐릿한 기억
2) 소녀와 장사꾼
3) 훼방 맞은 평범한 일과
4) 사막의 밤
5) 평범한 일과 속으로
2장 손님들
1) 적응된 불쾌함
2) 나비잠
3) 쌍둥이 안경
4) 끝맺음 없는 옛날이야기
5) 동굴에 사는 사람들
6) 아 피아체레
7) 어떤 배웅
8) 마지막 손님
3장 거스르다
1) 짧은 기다림과 긴 이야기
2) 실패한 전설
3) 구슬의 주인
4) 다시 쓰일 운명
4장 마지막 약속
1) 디데이
2) 제자리로
3) 되마중
에필로그. 발자국 그리고……
“가게로 온 걸 보니까 아직 죽을 때도 아니야. 여긴 환승이니까.”
“환승이요? 교통 카드 찍어서 환승하는 거?”
제 사장의 관자놀이에 다시 손이 올라갔다. 아무래도 긴 설명에 피곤해질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보통 이런 재수 없는 촉은 틀린 적이 없다.
“이승이랑 저승은 알지?”
“알기야 하죠. 진짜로 있어요? 진짜 죽으면 저승 가요?”
“가긴 가는데 여긴 이승과 저승 중간이야. 네가 걸어온 동굴은 여길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한 길이고.”
그 말에 채이가 갑자기 입을 벌리고 눈동자를 굴린다.
“설마 저도 저승으로…….”
“말 한 번만 더 끊으면 내쫓는다.” - 43쪽
“기다려!”
제 사장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깜짝이야. 또 왜요!”
놀란 채이는 발칵 성을 내며 젓가락을 식탁에 내팽개쳤다. 밥그릇을 눈앞에 두고도 기다리기만 하는 개의 심정이 이런 걸까.
제 사장은 냉동실에 고개를 박은 채 멍하니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채이는 주방 가까이 귀를 바짝 세웠다. 그러나 냉동실 문은 금방 닫혔다.
“없다고.”
채이는 비로소 공포에 질린 그의 눈동자가 보였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네 구슬, 없어.” - 67쪽
곧 채이는 자신을 입양아 외에는 다른 어떤 말로도 정의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고독한 사춘기였다.
한창 절정을 달리던 즈음, 아빠의 사진을 보았다. 채이는 스스로 쌓아온 불행이 일순간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꼈다. 주로 이름을 부르는 엄마와 달리, 아빠에겐 유독 딸이라고 불린 적이 많았다. 채이는 아빠의 딸이었고, 아빠는 채이의 아빠였다. 엄마가 엄마인 것처럼. 채이와 부모님은 서로를 원했다. 그게 가족이다. - 191쪽
“그리움에 모양이 생기잖어. 이름이란 게 그래, 사람을 못 살게 굴 거든. 이름을 모르면 괜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게 되고, 그러다 보면 오래 걸리더라도 잊어버릴 순 있어.”
채이는 다미의 눈동자에서 누군가를 보았다. 지난번에 보고 싶은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 떠올리던 사람과 같은 사람인 듯했다.
‘그 사람 어디 있어요?’
채이는 진짜 묻고 싶은 말을 꾹 참았다.
“제 이름을 알고 있는 게, 나중에 아저씨를 힘들게 할까요?”
“보고 싶어서 혼나겠지. 그래도 네가 속상할 일은 없잖아. 그러면 된 거야.” - 227쪽
아마빌레amabile, 양손이 부드럽게 서로를 끌어안았다.
“그 사람이 처음으로 내 허락을 받지 않고 날 꼭 안아줬어요. 그런데도 싫지 않았어요. 오히려 기분이 나아졌죠. 내 눈을 보고 했던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나와 만나면서 단 한 번도 불행한 적이 없었다고, 그러니 자긴 저주가 통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겠냐고.”
약지에 낀 반지가 빛났다.
“참 신기했어요. 어쩜 내가 원하는지도 몰랐던 대답만 쏙쏙 골라 해줄 수 있지? 정말 저주를 풀어줄 사람인가 보다. 그 사람에게 부탁했어요. 앞으로 날 환한 빛으로만 데려가 달라고, 어둠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요. 그렇게 결혼을 결심한 거죠.” - 241~242쪽
“‘만약에’는 없어요.”
코를 팽, 푸는 아내를 향해 채이는 딱 잘라 말한다.
“저희 부모님도 ‘만약에’ 놀이를 자주 하시거든요. 만약 내가 돈이 더 많았다면, 만약 내가 키가 더 컸더라면……. 어떤 만약이건, 저에게 좀 더 나은 부모가 됐을 거라고요. 그때마다 제가 그래요. 그 ‘만약에’가 없어서 우리가 만난 거라고.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은 없어요.” - 291~292쪽
저승과 이승 사이 ‘환승’에 있는 신비한 국숫집!
그곳에는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오는데…….
얽히고설킨 운명의 실타래를 풀기 위한 국수 한 그릇
신비로운 동양의 전설을 품고 새로이 시작되는 K-판타지
이승과 저승 사이에는 망자와 산 자의 영혼이 찾아오는 ‘환승’ 세계가 존재한다. 삭막한 사막의 모습을 한 환승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바로, 운명의 실타래가 꼬여버린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 제 사장이 말아주는 국수 한 그릇을 다 비우면 잘 풀어진 국수 가닥처럼 얽혀 있던 실타래도 술술 풀린다. 망자가 사랑하는 사람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기회를 얻기 위해 존재하는 환승. 그곳에 방문하는 특별한 손님들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첫 장편소설이자 데뷔작 《심장개업》을 선보이는 작가는 신인답지 않은 비범하고 담대한 상상력으로 오래된 동양의 설화에서 십이지신을 빌려 환승 세계를 만들었다. 도서관 사서로 일하며 늘 이야기와 사람들 주변을 떠나지 않았던 작가는, 날카로운 관찰력과 따듯한 시선으로 직접 탄생시킨 판타지 세계에 다양한 사람들의 인연을 깊이 있게 직조해 낸다.
망자와 산 자가 방문하는 환승 세계
삭막하고 외로운 사막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네 구슬은 꼭 찾을 거야. 너는 내 손님이니까.”
스무 살 생일을 하루 앞두고 사막에 뚝 떨어진 채이는, 사막에서 국숫집을 하는 제 사장을 만난다. 채이는 자신을 잡귀 취급하며 쫓아내려는 제 사장에게 질색하지만, 다시 이승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그의 국숫집에서 임시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허술하고 정 많은 다미 아저씨,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신비로운 외양의 진 여사와 국숫집 생활에 적응해 나가는 채이. 전설로 구전되는 저승과 이승, 환승의 탄생과 인간의 운명을 관장하는 신들에 대해 듣다 보면 환승의 짧은 하루는 금방 지나간다.
그러나 금방 힌트를 구할 거라는 처음의 기대와 달리, 외따로이 있는 이 국숫집에는 하루에 한 명의 손님도 오면 다행이고 그마저 없는 날이 많다. 환승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채이는 환승에 엮인 비밀과 제 사장을 얽매고 있는 운명에 관해 하나하나 알아간다. 바깥에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굴 산이 있고, 그곳 사람들은 기억이 불완전한 채이를 오히려 부러워한다는 것. 그리고 제 사장은 기억을 빼앗긴 채 수십 년 동안 국숫집 밖으로 단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다는 것. 형벌을 받는 중이라는 제 사장은 기억을 찾고, 이승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환승의 사람들은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을까.
동양의 설화를 작가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심장개업》은 감동적인 이야기와 입체적인 캐릭터, 흥미로운 환승 세계의 설정으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이 이야기는 국숫집 손님들의 감동적인 사연이 이어지는 전반부와 본격적으로 제 사장과 채이의 관계가 드러나는 후반부로 크게 나뉜다. 특히, 주로 이승을 배경으로 하는 후반부에는 독자를 깜짝 놀라게 할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독자는, 그제야 제목의 진정한 뜻을 알게 되며 마음을 울리는 강렬하고 감동적인 이야기의 힘을 느낄 것이다.
전하지 못한 진심과
어긋난 타이밍을 바로잡아
꼬인 운명의 실타래를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들이 영영 사라지는 건 아니야. 네가 그랬잖아.
잊어버리는 거랑 잃어버리는 건 다른 거라고. _ 본문에서
환승의 국숫집에서 제 사장이 손님에게 내놓는 뜨끈한 국수는, 그의 성격만큼 담백하지만 깊이 있는 국물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손질한 당근과 애호박 등이 고명으로 올라간다. 그중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붉은빛의 운명 구슬이다. 국물을 맛깔나는 빨간색으로 물들이는 그 구슬을 먹어야만 손님은 제 운명을 바로잡을 수 있다. 인간의 운명을 담고 박동하는 구슬은, 바로 그들의 심장이다.
국수를 먹으러 오는 손님들은 이미 저승으로 건너가 올 수 없는 이들을 제외하곤 대부분 짝을 이루고 있다. 자신 때문에 엄마가 꿈을 포기했다고 생각해 죄책감을 느끼는 딸,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혼자 살아온 까칠한 남자, 정략혼으로 만난 남편이, 외로웠던 삶의 유일한 사랑이자 구원자라 생각했지만 일찍이 사별한 아내. 국수를 먹은 손님들은 자신도 미처 몰랐던 진심을 깨닫는다. 엄마의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해 온 딸은 사실 엄마가 자신을 좀 더 믿어주길 바랐고, 가족을 잃고 혼자인 줄 알았던 남자는 평생 옆을 지켜주었던 친구가 가족이었음을 깨닫고, 소중한 사람을 잃는 저주에 걸렸다고 생각한 여자는 불행도 행복도 결국 자신의 선택이란 걸 알게 된다.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깨달은 손님들은 후회 없는 끝맺음을 위해 후련한 마음으로 이승에 돌아간다.
《심장개업》에서 가장 강력해 서로를 짝으로 묶는 인연의 끈은 혈연이거나 결혼으로 생길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손님이 인연의 실타래를 가장 많이 감아둔, 소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가족’으로서 국숫집으로 초대받는다. 이를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건 곁을 지켜주는 마음과 온기를 나눌 수 있는 다정함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의 독자라면, 먼 훗날 자신이 국숫집에 초대되었을 때 만나고 싶은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지 생각에 잠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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