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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너머의 세계

의식은 어디에서 생기고 우리는 어떻게 자유로워지는가
에릭 호엘 지음 | 윤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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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07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7월 2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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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6.88MB)
ISBN 9788965966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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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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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의식(consciousness)은 현대 과학이 아직까지도 그 작동 원리에 관해 명확한 해답을 얻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다. 의식의 특성과 과학의 연구 방식을 생각하면 당연한 귀결이다. 의식은 ‘느낌’, ‘생각’, ‘지각’ 등으로 불리는,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삶의 감각과 인식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일컫는다. 의식은 일종의 정신 언어이다.
17세기 무렵 과학은 실험과 관찰을 통해 산출된 결과값을 토대로 가설을 논증하거나 반증하는 방식의 외재적 관점을 학문의 핵심으로 선언했다. 이는 자연의 모든 현상을 파악함에 있어 주관성을 철저하게 배제한 학문적 태도였다. 하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내적 경험을 외재적 방법론만으로 접근함에 따라 의식 연구는 점점 더 극복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이 책 《세계 너머의 세계》는 오늘날 신경과학 분야에서 촉망받는 신예로 떠오르고 있는 에릭 호엘의 첫 번째 책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의식 이론 중 가장 설명력이 뛰어난 이론인 통합 정보 이론의 체계를 수립한 줄리오 토노니에게 사사하고, 유명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미만 리더 30인(Forbes 30 Under 30)’ 과학 부문에 이름을 올리는 등 신경과학자로서 전도유망함을 두루 인정받고 있는 호엘은 이 책에서 오늘날 의식 연구가 처한 어려운 문제와 자기모순의 역설 등을 거침없이 전개해나간다.
호엘은 의식 과학을 비롯한 신경과학이 외재적 관점과 내재적 관점을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들을 직시하고 돌파해야 하는지를 조목조목 짚어준다. 의식 연구를 둘러싸고 과거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이 벌였던 열띤 논쟁의 역사를 톺아보고 싶은 독자는 물론이고, 오늘날 의식 과학의 최전선에서 이루어지는 담론들과 그 한계점을 파악하고 싶은 독자라면 꼭 읽어야 하는 매력적인 교양 과학서다.
1장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의 두 가지 관점
2장 내재적 관점의 발달
3장 외재적 관점의 발달
4장 혁명이 필요한 신경과학
5장 의식 연구의 두 가지 접근 방식
6장 현상학적 의식 이론
7장 좀비 데카르트 이야기
8장 공주와 철학자
9장 의식과 과학적 불완전성
10장 과학은 어떻게 특정한 범위를 선택했을까
11장 자유의지에 관한 과학적 사례

감사의 말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은 수 광년 떨어진 은하계를 관찰하는 능력과 마찬가지로 가장 위대한 업적의 원천이며, 우리가 이야기한 우아하고 멋진 사례이기도 하다. 우리가 묘사할 수 있는 경이로운 기술적 업적은 아니지만,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은 경이로운 개념적 업적이며, 가장 위대한 기관과 건축물을 만드는 것만큼 지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풍부한 창조력으로 판단한다면,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은 세상을 바라보고 인식하는 경이로운 업적이다. 이 두 관점의 역사와 이들의 궁극적인 관계가 의식 과학 형식으로 전개된다는 점은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다. 현대 의식 과학에서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이 정점에 이르기 때문이다.
- 〈1장: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의 두 가지 관점〉 중에서

가장 신비한 동물을 보고 감정이 없는 반응을 드러낸 사례부터 그저 평범한 개와 개 주인만을 보고 내적 반응을 환상적으로 온전히 드러낸 사례까지 이와 같은 여정만큼 역사적으로 발달해 온 내재적 관점을 잘 요약할 수 있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마음의 깊이를 찾아내면서, 인간은 문학을 통해 내적인 삶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학습하고, 평범하고 일상적인 상황을 괴상하고 놀라운 상황으로 묘사하는 방법을 학습했다.
- 〈2장: 내재적 관점의 발달〉 중에서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과학을 수학의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는 입장을 옹호했다. 그는 온전히 수학적으로 공식화할 수 있는 물질의 네 가지 특성인 크기와 모양, 위치, 운동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외부 세계를 오로지 복잡하게 기능하는 그런 외재적 특성으로만 바라보며, 우주 전체를 묘사하는 데 적합하도록 오직 외재적 관점으로만 과학을 바라보고 이해해야 한다고 선언하면서 최초로 외재적 관점을 완전히 공식화했다. 그 이후로, 과학은 측정하고 계산할 수 있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고, 그러면서 말할 필요도 없이 놀랄 만한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부터 과학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관점에서 의식을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에 근거를 두고 그 입장을 고수했기에 과학이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 〈3장: 외재적 관점의 발달〉 중에서

올바르게 바로잡히지 않고 완전히 죽지 않은 좀비처럼 살아가는 거울 뉴런 가설은 여전히 인용되고 있지만, 뇌가 작동하는 방법을 사실적으로 이해한 가설로 이어지지는 못한다. 신경과학자로서 실험 연구에 몰두하는 동안, 나는 의심스럽고 명확하지 못한 이런 가설이 특정한 입장에서 계속 반복적으로 불합리하게 설명을 늘어놓는 것을 확인했다. (…) 신경과학은 반쯤 죽은 그런 좀비 같은 개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렇게 많은 그런 좀비 같은 개념들이 신경과학의 대부분을 구성한다. 이런 현상은 신경과학 자체에 뭔가 잘못된 점이 많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 〈4장: 혁명이 필요한 신경과학〉 중에서

과학은 거짓임을 입증하는 반증에 따라 계속 진행된다. 대부분 과학적인 이론들은 거짓임을 입증하는 방법이 명백하도록 직접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대상을 다룬다. 하지만 의식은 오로지 간접적으로만 식별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유일하게 우리가 가진 증거는 물리적 시스템 자체가 전하는 정보(혹은 더욱 광범위하게 표현하자면, 행동)일 뿐이고, 이런 물리적 시스템들은 매우 복잡하다. 우리가 과학에서 피하고 싶은 것은 근본적으로 거짓임을 입증할 수 없는 이론들을 오직 옳고 그름으로 이유를 들어 밝히는 논증에 따라서만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 〈6장: 현상학적 의식 이론〉 중에서

좀비 논증은 물질주의를 반박하기 위해 고안된 사고실험으로서 물리적으로 우리와 동일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의식이 없고, 특질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데이비드 차머스와 같은 일부 철학자들은 개념적으로 발견한 좀비 세계를 즉시 상상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 철학자 대니얼 데닛과 같은 다른 철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대니얼 데닛과 같은 철학자들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생각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니얼 데닛과 같은 철학자들이 좀비 세계를 상상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저 받아들이기 어려운 형이상학적 결론을 회피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 철학자들은 좀비 논증에 부딪칠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좀비 세계를 상상할 수 있다는 바로 그 전제를 부인하기 시작한다.
- 〈7장: 좀비 데카르트 이야기〉 중에서

엘리자베스 공주는 정치적으로 은밀한 관계와 임무를 수행하고, 지적인 서신 교환을 하며 웅장하고 위대한 삶을 살았다. 엘리자베스 공주가 철학적으로 비평하거나 평론한 영혼과 육체의 상호 작용설은 아마도 엘리자베스 공주가 심신 문제의 역설적인 본질을 최초로 명백하게 진술한 사람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의식은 물질적인 것으로 환원될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엘리자베스 공주가 최초로 지적했듯이 영혼과 육체가 결코 상호작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도 인식하고 있다.
- 〈8장: 공주와 철학자〉 중에서

과학적 불완전성은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내재적 관점을 외재적 관점에서 분리해야 하는 중요성을 완전히 이해하면서 과학 자체에 외재적 관점만을 명확하게 적용하게 되는 양날의 검을 나타낸다. 자기 참조를 과학에서 분리한다면 과학이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특정 목표를 향해 계속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우리가 외재적 관점과 내재적 관점을 조합하려고 시도할 때, 100퍼센트 일관성 있고 논리정연하게 진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 〈9장: 의식과 과학적 불완전성〉 중에서

과학자들이 가장 자연스러운 범위의 설명 유형에 따라 뇌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히 많은 부분을 설명할 것이다. 이를테면 현대 신경과학자들은 행동이나 심지어 인식조차도 거의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 방식으로 뇌를 개입하고 관찰했다. 이런 모든 문제는 외재적 관점을 취하는 과학이 외재적 관점을 취하도록 여지를 두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결국에는 어떤 주어진 물리적 시스템을 (조금 더 낫게 혹은 조금 더 나쁘게 혹은 조금 더 유익하게 혹은 조금 더 흥미롭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매우 많이 존재한다. 게다가 우리는 이런 설명 방식을 직감적으로 인식하지만, 그 물리적 시스템이 형식적으로나 수학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많은 과학이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가 단지 미시적인 수준보다 오히려 거시적인 수준에서 세상을 개입하고 이해해야 할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 〈10장: 과학은 어떻게 특정한 범위를 선택했을까〉 중에서

과학이 항상 날카롭고 예리하게 비판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과학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개념을 무너뜨리기보다 오히려 지지해준다. 또한, 우리를 억누르기보다 오히려 개선시킨다. 그런 상황을 과학의 위안이라고 칭하자. 우리는 털이 없는 유인원일 수도 있지만, 의식을 둘러싼 역설들이 입증했듯이, 실제로 다소 특별하고 독특하게 의식을 갖추고 있다. 의식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려면 질적인 부분과 특유한 형이상학적 생태계에 해당하는 양적인 부분이 만나는 혼합 지대를 탐구해야 한다.
- 〈11장: 자유의지에 관한 과학적 사례〉 중에서

현대 과학의 마지막 미개척지, 의식 과학
최고의 의식 이론을 찾기 위해
세계의 석학들이 벌이는 열띤 논쟁들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 두 가지로 수렴된다. 내재적 관점은 시선이 우리 내부를 향한다. 인간의 마음은 끊임없는 내적 흐름으로 요동친다. 생각과 느낌, 기억, 감정, 감각과 지각, 혼란과 환각 등은 우리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자 의식적 흐름의 세부적인 요소들이다. 즉, 정신의 언어는 내재적 관점을 취해야만 파악할 수 있다. 한편, 외재적 관점은 우리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에 시선을 두어 어떤 현상으로부터 그것의 특질과 메커니즘을 파악하고자 하는 관점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은 각자 자기만의 궤적을 그리며 발달해 온 동시에 시기에 따라 혼재되는 양상을 보여 왔다. 하지만 17세기 무렵 이탈리아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시금 저울》이라는 저서에서 “수학의 언어를 인식하는 법을 학습하지 않는다면 어두운 미로 속을 하염없이 헤매게 된다”라며 과학을 수학의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를 계기로 과학은 외재적 관점을 완전히 공식화하며 학문의 영토에서 내재적 관점을 분리해버렸다.
갈릴레이의 이 선언 이후 과학은 측정할 수 있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물론 이는 과학이라는 학문이 거둔 놀라운 성공의 핵심이다. 하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내적 경험을 외재적 방법론으로만 접근함에 따라 의식 연구는 점점 더 극복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이는 현대 과학이 아직까지도 의식의 작동 원리에 관해 명확히 설명해낸 의식 이론에 도달하지 못하고 마지막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제목처럼 ‘세계 너머의 세계’인 의식의 지평에 가닿기 위해 세계의 석학들이 지금까지 해온 열띤 논쟁들을 소개하고, 이와 더불어 오늘날의 신경과학이 마주하게 된 어려운 문제들과 역설들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던져야 하는 질문들을 야심차게 담아냈다.


신경과학이 패러다임 이후의 과학이 되려면
‘진화된 뇌가 설정한 목표’를 정확히 직시해야 한다

1990년대 초 이탈리아 파르마의 한 신경과학 연구팀은 점심 식사를 하던 중 놀라운 발견을 한다. 연구팀이 음식을 베어 먹을 때마다 이를 지켜보던 마카크 원숭이들의 뇌에서 ‘팡! 팡!’ 하며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이들의 머리에는 뇌파 측정을 위한 기록 전극이 부착되어 있었다). 움직임을 조절하는 데 관여하는 전운동 피질은 마카크 원숭이들이 직접 움직일 때 반응한 것이 아니라 연구팀이 포크로 마카크 원숭이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먹을 때 반응했다. 다른 개체의 특정한 행동을 보고 거울처럼 그 행동을 자신에게 투사해 직접 행동하지 않고도 자신이 직접 해당 행동을 했을 때와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이 뉴런은 이후 ‘거울 뉴런’이라고 불리며 신경과학계에서 일약 주목받는 개념으로 떠올랐다.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인 V. S. 라마찬드란을 비롯한 일군의 학자들이 ‘거울 뉴런의 결함이 자폐증의 원인일 수도 있다’는 가설을 발표하면서 거울 뉴런에 대한 학계의 관심은 더욱 뜨거워진다. 이후 거울 뉴런을 주제로 하거나 그에 대해 인용한 수많은 논문들이 발표됐다. 하지만 호엘에 따르면 많은 대중들이 쉽게 이해하고 빠져들 만한 내용으로 구성된 거울 뉴런 가설은 항상 증거가 부족했다. 게다가 이후 이어진 다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실 거울 뉴런은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쥐나 새에게서도 확인이 됐다.
인간의 뇌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에 관해 좋은 해답을 줄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거울 뉴런 가설은 결국 설명력을 잃고 그 인기가 시들해지고 말았다. 이러한 결과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초기에 거울 뉴런을 관찰할 때 연구자들은 이해나 인과관계, 통제에 따라 거울 뉴런을 개념적으로 일반화하려고 하기보다는 흥미로운 상관관계에 따라서만 일반화하려고 했다.
호엘은 이와 유사한 사례들을 더 언급하면서 “신경과학은 반쯤 죽은 좀비 같은 개념들로 가득 차 있다”라며 도발적인 주장을 펼쳐낸다. 또한 오늘날 신경과학이 수렁에 빠진 이유를 “진화된 뇌가 설정한 목표를 완전히 무시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진화된 뇌가 존재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바로 의식의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 뇌의 모든 영역과 기능적인 구성 요소들은 합리적이고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작동하는 동시에 의식의 흐름을 유지하도록 요구한다. 의식은 인간이 다른 모든 인식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뇌에 광범위하게 체계적으로 잡혀 있는 틀과 같다. 호엘은 의식 연구를 비롯한 신경과학 연구가 오늘날 어려움에 처하게 된 것은 “신경과학자들이 맹목적으로 무조건 뇌의 일부만 살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호엘은 현대의 신경과학이 “의식이 작동하는 방식을 확인하는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는 대신 정신을 쉽게 다스리기 위해 의식의 중요성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실험하고 연구했다”고 지적한다.

“신경과학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일은 다른 과학들과 다르다. 신경과학에서는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을 조합한다. 존재론과 인식론은 흔들리기 시작하고, 특징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나눠지기 시작하고, 크기도 길이도 폭도 두께도 없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무언가로 통합되기 시작한다. 이런 식으로 넌지시 드러나는 현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는 뇌 연구가 점점 더 극복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외재적 관점의 발달〉 중에서


“인공지능은 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현대 의식 과학의 최전선과
그 한계를 엿보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할 책!

‘의식’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890년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였던 윌리엄 제임스가 《심리학의 원리》에서 ‘의식의 흐름’이라는 전문용어를 사용하면서부터인데, 독일 심리학자 빌헬름 분트 등은 ‘자기 성찰’의 방법론으로 의식에 대한 초기 수준의 연구를 수행했다.
행동주의 심리학자 스키너는 철저히 외재적 관점에서 인간의 마음을 바라본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유기체가 입력 영역과 출력 영역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블랙박스일 뿐이며, 내재적 관점으로 나눈 논의는 과학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후 한동안 의식 과학은 과학으로서 갖추어야 할 조건을 누락한 유사 과학으로 여겨졌다. 오늘날 의식 과학의 부분적 토대가 된 심리학은 과학으로 존재하기 위해 의식(인간의 마음)의 광범위한 요소들을 배제하면서 주의력, 집중력, 기억, 인식, 행동 등 의식의 축소된 요소들만을 탐구 대상으로 삼았다.
과학의 영토에서 비과학적인 것으로 여겨지던 의식이 명백한 과학의 범주로 포섭된 것은 노벨상을 수상한 두 명의 과학자인 프랜시스 크릭과 제럴드 에델만에 의해서였다. 이들은 의식이 뇌에서 발생한 자연현상이므로 과학의 범위에 속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의식 연구 방식은 완전히 달랐다. 프랜시스 크릭이 ‘의식의 신경 상관물’을 추적하며 경험적 접근 방식을 토대로 실증적이고 실험적으로 의식 연구를 수행했다면, 제럴드 에델만은 해부학적 기관으로서의 뇌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의식의 정도를 직접 평가하기 위한 수학적 해석을 개발하는 연구에 집중했다. 오늘날의 모든 의식 과학 연구자들은 이 두 사람의 후예들이다.
호엘은 제럴드 에델만이 의식을 연구했던 방식인 이론적 접근 방식의 계보를 따라 의식 연구를 수행해왔다. (그가 사사한 줄리오 토노니는 제럴드 에델만의 제자다.) 호엘은 “공들여 만든 과학적 이론은 예술품”이라고 말한다. 즉, 이론 하나를 구성하는 과정은 수수께끼 하나를 해결하는 과정이라기보다 오히려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퍼즐을 해결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이론적 접근 방식은 그 퍼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경험적이고 실험에 바탕한 연구보다는 추상적 개념이나 사고실험, 수학적 해석 모델에 중점을 둔다. 의식의 내용(시각, 소리, 기억 등)을 실험 변수로 섬세하게 분리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인 데다 의식을 통합적으로 살피는 데는 한계가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호엘에 따르면 의식 이론이란 “시스템이 가진 경험이 무엇인지를 (경험의 공간 밖에서) 예측하여 만든 예측도”로 추상적으로 물리적 상태와 정신적 상태를 연결시켜 의식을 총체적으로 설명해낼 수 있는 이론이다. 호엘은 이론적 접근 방식을 활용해 의식 작용을 설명한 이론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통합 정보 이론에 대해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다룬다. 이와 동시에 그것의 한계와 오류에 대해서도 첨예한 질문을 던지며 의식의 과학이 항해해나갈 바다의 깊이와 길이가 한정 없음을 논한다.
호엘은 이 책에서 지금까지 인간이 구축해온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의 역사를 기술하고, 오늘날의 신경과학이 내재적 관점을 의도적으로 무시함에 따라 어떠한 문제에 직면했는지를 이야기한다. 또한, 그러한 실수가 어떻게 신경과학 자체를 위협하는 과학적 위기로 이어졌는지도 살펴본다. 이어서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을 조합하고자 시도하면서 현대 의식 연구가 성장해 온 과정도 더불어 기술한다. 궁극적으로 호엘은 이 책을 통해 과연 의식 연구에서 본질적으로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을 통합하는 것이 가능할지, 과학은 궁극적으로 불완전하게 남아 있을지 등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의식 연구를 둘러싸고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수많은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이 벌였던 열띤 논쟁의 역사를 톺아보고 싶은 독자는 물론이고, 오늘날 의식 과학의 최전선에서 이루어지는 담론들과 그 한계점을 파악하고 싶은 독자라면 꼭 읽어야 하는 매력적인 교양 과학서다.

작가정보

저자(글) 에릭 호엘

(Erik Hoel)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캠퍼스에서 신경과학을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프린스턴 고등 연구소에서는 객원연구원으로 재직했으며 터프츠대학교에서 연구 교수를 역임했다. 2018년에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주목할 만한 30세 미만 리더 30인’(과학 분야)으로 선정할 만큼 미국 신경과학계가 주목하는 신예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는 매사추세츠주 남부에 위치한 섬 케이프 코드에 살고 있다.
저자 홈페이지 https://www.erikphoel.com

화학을 전공했으며, 과학학원 원장이자 과학 강사로 십 수 년을 강의했다. 오랜 시간 교육자의 길을 걷다가 번역에 매력을 느껴 독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책들을 기획, 번역하고 있다. 글밥아카데미 수료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마》, 《습관의 기적》, 《코로나 세상 속에서 지쳐 있는 청춘에게 한마디》, 《움직임에 중력을 더하라》, 《우주가 뭐예요?》, 《새의 대화》, 《골반저에 답이 있다》, 《늙지 않는 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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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세계 너머의 세계
    의식은 어디에서 생기고 우리는 어떻게 자유로워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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