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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살 거라면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이근후 지음
메이븐

2024년 08월 09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8월 0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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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5.94MB)
ISBN 9791190538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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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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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50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화제작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이 출간 5주년을 맞아 개정증보판으로 재탄생했다. 90년 인생에서 길어 올린 나이 듦에 관한 철학적 통찰과 진솔한 조언을 담은 이 책은 해외 18개국에 판권이 수출되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인터뷰 기사가 전면 게재되고, 출간 즉시 인문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각종 화제를 낳았다. 개정증보판에는 지난 5년간의 강연과 기고를 정리해 새로 쓴 5개의 원고와 개정판 서문이 추가되었다.
죽음의 위기를 몇 차례 넘기고 일곱 가지 병과 더불어 살아가면서도 마지막까지 유쾌하게 살겠다고 다짐하는 노학자는 마흔 이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인생 후배들에게 전한다. “인생에는 의지만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고, 삶은 예기치 않은 시련에 크게 흔들리지만, 그럼에도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 인생의 슬픔은 일상의 작은 기쁨으로 인해 회복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사람은 마지막까지 유쾌하게 살아야 한다. 사소한 기쁨과 웃음을 잃어버리지 않는 한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
저자의 철학은 일상 곳곳에 완벽히 스며 있다. 이 책에는 노년의 삶에 대한 어설픈 추측이나 설익은 교훈 따윈 없다. 반대로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충실하며, 하루하루 재미있게 살려고 노력하는 유쾌한 노학자의 생생한 경험과 지혜로 가득하다. 그래서 〈가디언〉은 그를 ‘중년의 시기를 탐색하는 데 도움을 주는 완벽한 가이드’라고 평했고, 김지수 기자는 조선일보 인터뷰 기사에 ‘책갈피 어디를 펼쳐도 구체적 지혜와 노화의 생기가 넘쳐흐른다’라고 썼다. ‘겪지 못한 인생에 대한 최고의 간접 경험’이라는 어느 독자평처럼, 아흔 해를 살아 본 사람만이 느끼고, 깨닫고, 전할 수 있는 진실한 삶의 이야기가 이 책에 올곧이 담겨 있다.
또 그는 50년 경력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답게 인생의 중반에 이르러 진지하게 마주하게 되는 일, 자아, 인간관계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실질적이면서 깊이 있는 조언을 건넨다. 죽도록 일만 하지 말 것,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차근차근 마련해 나갈 것, 마흔부터는 취미에 돈을 아끼지 말 것, 다 큰 자식은 되도록 빨리 독립시킬 것, 부모님 살아 계실 때 더 많은 대화를 나눌 것, 지금까지 살아 준 배우자에게 감사할 것…. 마지막으로 그는 독자에게 전한다. “더 이상 불필요한 일과 소중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시간과 체력을 낭비하지 말고, 이제는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챙기면서 살라”고. 그래서 이 책은 한 번은 살아야 하고, 한 번만 살 수 있기에 ‘어떻게 나이 들어 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훌륭한 지침이 되어 줄 것이다.
추천의 말
개정증보판을 펴내며
프롤로그 | 인생의 비극 앞에서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절망할지언정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1장 아흔이 되어서야 비로소 드는 생각들
나이 들었다고 억울해하지 말았어야 했다
바꿀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바꿀 수 있는 일에 더 집중해야 했다
소중한 사람들과 더 자주 연락하며 지냈어야 했다
죽도록 일만 하지 말았어야 했다
멈춰야 할 때 멈추는 법을 알았어야 했다
몸의 아픔은 품격 있게 표현해야 했다
아버지 살아 계실 때 더 많은 대화를 나눴어야 했다
자식에겐 좀 더 무심했어야 했다
지난 삶을 후회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았어야 했다
어쨌든 하루하루 재미있게 살았어야 했다

2장 어차피 백 년을 살아야 한다면-인생을 대하는 태도
어차피 백 년을 살아야 한다면: 나이 듦에 대하여
아흔이 되어서야 깨달은 인간관계의 비밀: 사람에 대하여
할아버지라 부르면 싫고, 나이 든 거 몰라주면 노엽다: 태도에 대하여
끝까지 살아 봐야 그 뜻을 알 수 있는 것들: 시련에 대하여
나답게 사는 것 외에 다른 정답이 있을까?: 인생에 대하여
버틴다는 것의 진짜 의미: 운명에 대하여
가족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랑에 대하여
말이 통하는 어른이 된다는 것: 소통에 대하여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우정에 대하여

3장 내가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인생 앞에서 웃을 수 있는 이유-일상을 대하는 태도
화내는 것도 습관이다: 분노에 대하여
세상에 이해 못 할 일은 없는지도 모른다: 공감에 대하여
더 건강해지겠다는 욕심은 일찍 버린다: 몸에 대하여
나이가 들면 혼자보다는 함께하는 습관을 들인다: 외로움에 대하여
골치 아픈 집안 대소사는 전부 자식에게 넘긴다: 자유에 대하여
배우자를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착각하지 않는다: 부부에 대하여
돈 걱정에 인생을 낭비하지 않는다: 경제력에 대하여
용돈이나 쥐여 주는 할아버지 역할에 만족할 것인가?: 손주들에 대하여
시에 재능 없는 내가 25년째 시를 낭송하는 까닭: 취미에 대하여

4장 나답게 살다가 나답게 죽는다는 것-세상을 대하는 태도
당신에겐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이 있습니까?: 휴식에 대하여
더 늦기 전에 나를 위해 해야 하는 일: 용서에 대하여
손주의 그림에 할아버지가 들어가기까지 : 가족에 대하여
늙어 가는 부모와 이제는 화해하고 싶다면: 부모에 대하여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감사에 대하여
지난 삶을 제대로 정리하는 법: 후회에 대하여
삶과 평화롭게 이별하는 법: 죽음에 대하여
지금 당장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나눔: 세상에 대하여

5장 오늘 하루,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인생 후배들에게 전하는 세 가지 당부
돈, 치열하게 벌되 한 가지만 기억할 것
다 큰 자녀는 되도록 빨리 독립시킬 것
지금까지 살아 준 배우자에게 무조건 감사할 것
언제까지나 도전적으로 살겠다고 결심할 것
마흔부터는 취미에 돈과 시간을 아끼지 말 것
어떤 때에라도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출 것
단순하게, 더 단순하게 살아갈 것
떠올리면 웃음이 나는 따뜻한 추억을 최대한 많이 만들 것

이근후에 대하여 | 그에게 더 멋지게 어울리는 모습
- 이강백(극작가·전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인생을 안다고 함부로 판단해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다. 끝에 다다른 것 같아도 절대로 끝이 아니다. 어떻게든 해 보겠다는 심정으로 버티면 눈에 보이지 않던 가능성이 열린다. 그래서 인생은 끝까지 살아 봐야 안다. 내가 어느 만큼의 세상을 경험하다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끝까지 살아 봐야 그 뜻을 알 수 있는 것들 : 시련에 대하여’ 중에서

아이를 잘 기르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아이와 좋은 관계를 맺으면 된다. 아이와 관계를 맺는 방법은 여타 인간관계와 다르지 않다. 그저 나라는 사람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 좋은 부모라는 상에 억눌리기보다 그저 온전한 인간이 되려고 노력할 것. 그러면 아이들은 자기 부모의 명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거기에서 자기 삶을 알아서 꽃 피운다. 그래서 좋은 부모와 나쁜 부모가 따로 없다. 그저 부모만 있을 뿐이다.
-‘자식에겐 좀 더 무심했어야 했다’ 중에서

특별한 일, 재미있는 일 하나 없다고 지루하게 살지 말라. 찾아서 누리려고 하면 즐거운 일은 늘 우리 곁에 있다. 대접받으려는 수동성이야말로 세상과 불화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인생의 재미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런 태도가 결국은 인생을 정말로 재미있게 만든다.
-‘어쨌든 하루하루 재미있게 살았어야 했다’ 중에서

어떻게 모든 일을 잘하겠는가. 잘하는 일은 직업 하나면 충분하다. 나머지는 좋아하는 만큼만 즐기면 된다. 나는 시에 재능이 없지만 25년 넘도록 시를 곁에 두고 즐기면서 산다. 경쟁할 필요 없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는 정말 경험해 봐야 안다
-‘시에 재능 없는 내가 25년째 시를 낭송하는 까닭 : 취미에 대하여’ 중에서

마흔이 넘으면 인간관계가 넓어지는 만큼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때 친했던 친구들도 각자 사느라 바쁜 데다가 은근한 비교 심리에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는다. 그럴 때는 혼자서 마음을 달래고 내면을 강화하는 시간이 꼭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다시 사람을 찾게 되는 때가 온다. 그때가 되면 주저하지 말고 먼저 친구에게 다가가기를. 친구도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다.
-‘아흔이 되어서야 깨달은 인간관계의 비밀 : 사람에 대하여’ 중에서

앞만 보며 달려가는 삶의 끝은 소진뿐이다. 앞을 보며 달려가더라도 가끔은 뒤를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늘 후배들에게 오로지 자기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충분히 마련해 두라는 조언을 해 왔다. 자기 앞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책임과 의무에 치여서 진정한 삶을 뒷전으로 미뤄 두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자기만의 공간과 시간은 되도록 일찍부터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어 고독과 허무가 밀물처럼 밀려올 때, 갑자기 대피할 곳을 찾으려고 하면 찾기가 쉽지 않다.
-‘당신에겐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이 있습니까? : 휴식에 대하여’ 중에서

“선생님, 돈이 없으면 너무 불안해요.”
50년간 상담을 하면서 숱하게 들은 얘기다. 사람들이 돈 걱정을 멈출 수 없는 것도 바로 불안 때문이리라. 하지만 나는 반대로 얘기하고 싶다. 돈 걱정을 불안 탓으로 돌리지 말라고 말이다. 돈을 아무리 모아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정체를 모르는 불안은 돈에 휘둘리게 만든다. 반대로 불안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운명임을 받아들이면, 무작정 불안해지지는 않는다. 돈만 쫓던 마음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그리고 정말로 소중한 것들에 눈을 돌릴 여유도 생긴다.
-‘돈 치열하게 벌되 한 가지만 기억할 것’ 중에서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영화에서처럼 50년 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을까? 곰곰 상상해 본 끝에 나는 결국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더 많이 안다고 해서 더 나은 인생을 사는 건 아니다. 오히려 몰랐기 때문에 무모해질 수 있었고, 내가 선 자리가 어딘지 몰랐기에 끝까지 가 볼 수 있었다. 상처받을 줄 몰랐기에 돌진했고, 실패할 줄 몰랐기 때문에 도전했다. 만약 살아갈 날들을 미리 알고 있었대도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웬만한 일은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무기력에 빠져 우울한 날들을 보내지는 않았을까.
-‘언제까지나 도전적으로 살겠다고 결심할 것’ 중에서

다만 나는 일상에 숨어 있는 행복을 최대치로 찾아 누리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어차피 내일도 출근길 교통지옥에 시달릴 것이고, 과중한 업무량에 상사와 갈등할 것이며, 아이를 돌보느라 진을 빼고,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잠들 것이다. 삶의 방향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을 거라면 결국은 피할 수 없는 하루다. 그렇다면 기왕이면 즐겁게 보내려고 노력해 보는 건 어떨까. 출근길에 마주치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새로움을 발견할 수도 있고, 상사에게 커피 한 잔을 권하며 부드러운 아침을 맞이할 수도 있다. 아이와 함께 요리와 설거지를 할 수도 있다. 어차피 할 일이라면 최대한 즐겁게 해 버리는 것. 그것이야말로 반복되는 일상을 즐겁게 버티는 비결이자 추억거리를 많이 만드는 방법이다.
-‘떠올리면 웃음이 나는 따뜻한 추억을 최대한 많이 만들 것’ 중에서

“선생님, 인생을 다시 산다면 어떻게 사시겠습니까?”
마흔 이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인생 후배들에게
아흔의 노학자가 전하는 나이 듦에 관한 솔직하고도 철학적인 통찰

이근후는 웃는 얼굴이 가장 멋진 할아버지다. 올해로 90세가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그를 찾는다. 50년간 이화여대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학생들을 가르쳐 온 그는 정년 퇴임 후 사단법인 가족아카데미아를 설립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35년 넘게 네팔에서 의료 봉사를 했으며, 50년 넘게 광명보육원 아이들을 후원했다. 그뿐만 아니라 40만 부가 판매된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를 비롯해 40년간 모두 20여 종의 책을 썼고, 그를 주축으로 결성된 ‘예띠 시 낭송회’는 무려 25년 넘도록 문학 공부와 봉사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지금도 그는 매일 손님을 맞고, 청탁 원고를 쓰고, 유튜브 영상을 촬영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그의 인생을 특별하게 여기면서 “어떻게 그렇게 재미있게 사셨습니까?”라고 묻는다. 하지만 그의 건강 상태를 알면 깜짝 놀란다. 중증 시각 장애, 당뇨, 고혈압, 허리디스크, 관상동맥협착 등 일곱 가지 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9년 전에는 계단을 내려가다가 발을 헛디뎌 구르는 바람에 머리를 크게 다쳐 또 한 번 죽을 고비를 넘겼다. 젊어서는 지독한 가난과 전쟁 속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4·19와 5·16 반대 시위에 참여해 감옥 생활을 하는 바람에 변변한 직장도 없이 네 아이를 키우며 생활고를 겪기도 했다. 이처럼 그의 인생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반대로,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에 더 가까웠다.
삶의 고난을 겪으며 그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의해 좌우되고 세상은 생각보다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곳이다. 뜻대로 이룰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고, 삶은 예기치 않은 시련으로 크게 흔들린다. 그래서 산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나라는 존재의 미약함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 자력으로 어찌해 볼 수 없는 인생의 시련이 일상의 작은 기쁨으로 인해 회복된다는 사실이다. 고(故) 신영복 선생은 말했다. “그 자리에 땅을 파고 묻혀 죽고 싶을 정도의 침통한 슬픔에 함몰되어 있더라도, 참으로 신비로운 것은 그처럼 침통한 슬픔이 지극히 사소한 기쁨에 의하여 위로된다는 사실이다. 큰 슬픔이 인내되고 극복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일한 크기의 커다란 기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람은 마지막까지 유쾌하게 살아야 한다. 사소한 기쁨과 웃음을 잃어버리지 않는 한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즐거움은 마음만 먹으면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작은 즐거움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 것. 이것이야말로 남들이 보기에 특별한 인생을 살아온 저자가 진짜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던 이유다.


“결국 유쾌하게 살겠다는 것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나의 답이다”
50년 경력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

아흔 해를 살아 온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사람들은 자주 묻는다. “선생님은 무엇을 가장 후회하십니까?” 그의 대답은 싱겁기 그지없다. “후회해서 뭐 합니까. 되돌릴 수도 없는데요.” 후회가 없는 건 아니지만, 후회를 안고 살면 괴롭기 때문에, 되도록 후회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또 묻는다. “앞으로 30년이 남아 있다면 어떻게 사시겠습니까?” 이번에도 기대를 거스른 대답이 돌아온다. “그렇게 먼 미래를 내다보며 살지 못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하루를 바라보며 삽니다.” 젊어서는 먹고살기에 바빠 앞날을 생각할 틈이 없었고, 나이가 드니 미래를 기약할 수 없어 오늘만 바라보며 산다는 뜻이다.
비록 그럴듯한 대답은 아닐지 몰라도, 이는 그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50년간 환자들을 돌보며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다. 15만 명에 이르는 환자를 치료하며, 그는 무엇이 사람의 마음을 고통스럽게 만드는가를 탐구했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뜻대로 해결하기가 어렵다. 아무리 후회한들 바꿀 수 없는 과거이고, 아무리 걱정한들 피해 갈 수 없는 미래이기 때문이다. 더 나쁜 점은 이 두 가지가 지금, 여기에서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삶의 기쁨들을 갉아먹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는 과거를 후회하지 않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대신 지금 눈앞에 놓인 ‘오늘 하루’에 집중한다. 두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요즘, 답답하고 불편하고 때론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그런 감정을 누르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떠올린다. 여전히 그를 찾아 주는 사람들이 있고, 써야 할 원고가 있다.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인터뷰에 응하고, 산책을 나갈 수 있다. 불행에 빠진 것 같을 때에도 눈을 씻고 찾아보면 언제나 할 수 있는 일, 즐길 거리는 있는 법이다. 비록 미약한 발버둥처럼 보일지라도 그런 시도가 쌓여 습관이 되고, 행동 양식이 된다. 인생을 재미있게 산다는 것은 바로 이런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기로 선택하는 것, 그 선택이 쌓여 인생의 방향이 결정된다.
“막상 살아 보니, 오늘 하루에 집중하는 삶이 나쁘지 않더군요. 목표를 미래에 두면 오늘은 언제나 미완의 상태입니다. 그러나 오늘에 초점을 맞추면 성취거리가 많습니다. (중략) 나이 든 자의 여유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마흔 살 이근후나, 쉰 살 이근후나, 아흔 살 이근후가 다르지 않습니다. 나이가 몇이든 내일을 모른다는 점에서 똑같기 때문입니다. 미래가 창창하던 젊은이가 무서운 사고를 당하기도 하는 게 인생입니다.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오늘에, 더 좁게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순간이 쌓여 인생이 되는 것일 뿐입니다.”


“어차피 백 년을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 나답게 살다가 나답게 죽을 것인가

사람들은 노년을 두려워한다. 병들어 아프고, 가난해지고, 외로워지는 모습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그것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노년의 삶을 알면 알수록 두려움은 줄어들고, 자신만의 노년을 꿈꾸고 준비하게 될 거라는 뜻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에 자신이 경험한 노년의 일상을 가감 없이 생생하게 담았다.
나이가 들수록 했던 말을 또 하게 되는 진짜 이유, 젊은이의 생경한 사고방식을 받아들이는 노하우, 60년간 이어진 아내의 잔소리를 멈추게 한 한마디, 노인 대우를 처음 받고는 울컥한 일, 후학들의 안부 인사를 들을 때마다 ‘나 아직 정정한데’ 하는 속마음, 그래도 자식들의 걱정을 연민으로 받아들여 ‘말 잘 듣는 착한 할아버지로 살자’라고 다짐하는 이야기, 몸의 아픔을 품격 있게 표현하는 법 등등. 직접 겪어 본 사람이 전하는 진솔한 이야기들을 웃으면서 따라가다 보면, 나이 듦에서 오는 슬픔은 잔잔해지고 그래도 살아 볼 만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떠오른다.
“뭐든 알면 두렵지 않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다른 삶의 방식을 다양하게 접하고 느낄수록, 앞으로 다가올 인생을 더욱 구체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그런 준비 과정에 아흔 해의 내 이야기가 도움이 된다면 바랄 게 없겠다.”


이제는 가장 먼저 나를 챙기면서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90년 인생에서 길어 올린 일·자아·인간관계에 대한 진솔한 조언

인생의 절반쯤에 이르러 사람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한다. 지금까지 성취와 업적, 책임과 의무 위주로 삶을 꾸려 왔다면, 이제는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 가치 있는 삶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칼 융은 “마흔이 되면 마음에 지진이 일어난다. 진정한 당신이 되라는 내면의 신호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90년을 먼저 살아 본 인생 선배가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보석 같은 조언들이 담겨 있다. 죽도록 일만 하지 말 것,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차근차근 마련할 것, 마흔부터는 취미에 돈을 아끼지 말 것, 다 큰 자식은 되도록 빨리 독립시킬 것, 부모님 살아 계실 때 더 많은 대화를 나눌 것, 지금까지 살아 준 배우자에게 감사할 것, 어쨌든 하루하루 재미있게 살아갈 것…. 50년 경력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답게, 인생의 중반기에 이르러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하는 삶의 문제들에 대해 매우 실질적이면서도 철학적인 통찰을 건넨다. 그가 전하는 45가지 통찰은 이제는 누구보다 가장 먼저 자기를 챙기면서 살고 싶은 이들에게 훌륭한 지침이 되어 줄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
1935년 대구에서 태어나 일제 강점기에 초등학교를 다니고, 중학교 때 6·25 전쟁을 겪었다.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가세가 급격히 기울어 단칸방을 전전했고, 대학 시절 4·19와 5·16 반대 시위에 참여해 감옥 생활을 하는 바람에 한동안 취직이 어려웠다. 하지만 그는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전쟁과 가난이 사람의 의지로는 어찌해 볼 수 없는 시련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그제야 비로소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50년간 환자들을 돌보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또 국내 최초로 폐쇄적인 정신 병동을 개방 병동으로 바꾸었고, 정신 질환 치료법으로 사이코드라마를 도입했으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우리나라 정신의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퇴임 후에는 사단법인 가족아카데미아를 설립해 청소년 성 상담, 부모 교육, 노년을 위한 생애 준비 교육 등을 활발히 진행했다. 더불어 35년 넘게 네팔에서 의료 봉사를 했고, 복지법인 광명보육원 이사로 50년 넘게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도왔다. 또 그를 주축으로 결성된 ‘예띠 시 낭송회’는 무려 25년 넘게 문학 공부와 봉사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2013년에 출간해 40만 부가 판매된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를 비롯해 40년간 모두 20여 종의 책을 썼다.
사람들은 그에게 자주 묻는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을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었습니까?” 이에 대한 그의 대답은 단순하다. “하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인생에는 뜻대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더군다나 삶은 예기치 않은 시련에 가장 크게 흔들린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는 일을 해결해 보겠다고 집착하면 인생이 힘들어진다. 오히려 인생의 시련은 일상의 작은 기쁨들로 인해 회복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취해야 하는 유일한 삶의 태도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은 받아들이되, 지금 여기에 있는 작은 기쁨들을 최대한 많이 찾아 누리는 것이다. 그런 사소한 즐거움이 쌓여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인생이 된다.
그래서인지 그의 인생은 유독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2011년 76세의 나이로 고려사이버 대학 문화학과를 최고령으로 수석 졸업하면서 세간의 화제가 되었고, 2003년부터 22년째 3대 13명이 한집에서 살아가는 가족 이야기가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해 보일지 몰라도, 실상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일 뿐이라고 말한다.
아흔이 된 그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전한다. 과거에 대한 부질없는 후회나 피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히지 말고, 지금 여기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마음껏 한번 찾아보라고. 사소한 기쁨을 잃지 않는 한, 절대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이것이 바로 마지막까지 유쾌하게 살아야 하는 진짜 이유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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