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게 늙는 사회
2024년 07월 31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6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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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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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은 생물학적 현상이자 사회적 현상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건강통계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건강 문제의 전체적인 경향과 지표를 제공하여 그 속에서 나의 건강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이를 통해 현재의 개인 치료 중심보다 질병 예방 체제의 효율성을 보여주어, 건강이라는 사회적 현상에 대한 진일보한 방향을 제시한다.
01. 건강과 통계의 관계
ㆍ일상과 통계 ㆍStatistics와 State, 통계와 국가 ㆍ건강 측정과 지표 ㆍ건강통계 프레임워크란 ㆍ공동의 대응
02. 가장 오래 생生,존하는 세대
ㆍ건강에 대한 관점 ㆍ긍정적 그리고 부정적 건강관 ㆍ사회의학의 탄생 ㆍ신체-정신-사회 포괄하는 전인적 건강 ㆍ의료의 과잉성장과 의료사회학의 저성장 ㆍ압축 기대수명
ㆍ사회적 불평등과 기대수명의 관계 ㆍ생의 마지막 10년은 아픈 채로 ㆍ주관적 건강의 중요성과 함정 ㆍ건강한 출산보다 출산률? ㆍ웰빙, 건강과 행복
03. 노쇠하는 청靑,년기의 몸
ㆍ불건강할 자유를 허용하는 사회 ㆍ피해자 탓하기 ㆍ생물학적 몸과 사회적 몸 ㆍ청소년 비만율 ㆍ낮은 생활 만족도와 운동 ㆍ음주·흡연의 감소 추세 ㆍ우울감과 자살의 상관 ㆍ흡연에도 계급 있다 ㆍ술 권하는 사회의 건강 ㆍ성인의 식이, 비만, 신체활동
04. 질병病, 발생의 불평등
ㆍ질병 발생에 대한 사회적 관점들 ㆍ역학적 관점과 개인 탓 ㆍ건강불평등 ㆍ질병의 사회적 의미 ㆍ병에 걸리는 빈도 ㆍ감염병과 보건 안보 ㆍ만성질환에 시달리는 노년 ㆍ암
ㆍ흔해져버린 정신장애 ㆍ스트레스 인지율 가장 높은 30대 여성 ㆍ우울감 경험률 높은 70대 여성 ㆍ삶의 조건과 정신건강 그리고 극단적 선택
05. 웰다잉을 위한 의醫,료
ㆍ1990년, 국가의 본격 개입 ㆍ의사는 부족한가 ㆍ‘세계 최고의 병상 수’의 속 뜻 ㆍ의료 이용의 과정 ㆍ경쟁, 병원에 자주 가게 되는 이유 ㆍ종별 진료환자 수와 요양급여비 ㆍ경상의료비
06. 실현가능한 건강노老,화
ㆍ85세 넘는 인구의 증가 ㆍ한국, 기대수명 90세 돌파하는 최초의 국가 ㆍ알츠하이머가 앗아간 인지건강 ㆍ노인 의료비 부담 증가는 당연한가 ㆍ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위한 전략 ㆍ장기요양, 요양병원, 장기요양기관 ㆍ 건강노화의 노란신호등 ‘노쇠 전 단계’ㆍ 건강노화 결정요인
07. 웰빙의 연장 존엄한 사死,망
ㆍ나쁜 죽음과 좋은 죽음 ㆍ사망 장소는 삶의 질 ㆍ사망원인통계 집계 과정 ㆍ죽음의 역학적 변천 ㆍ외인사, 사고와 스스로 맞는 죽음 ㆍ왜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가 ㆍ안락한 죽음을 선택할 권리?
08. 오래 살아야 할 세대의 대응
ㆍ왜 누구는 오래 살고 누구는 일찍 죽을까? ㆍ건강한 사회의 교육과 정책 ㆍ나의 순수한 의지인가 ㆍ불건강한 생활습관, 제도로 바꿔라
〈사회의학의 탄생〉, 46쪽
보건전문가가 아닌 행정가들이 위생 개혁을 주도한 이유는 위생 상태를 개선하지 않고는 더 이상의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발전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사회경제적 발전이 뒤늦었던 독일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독일 의사 루돌프 피르호Rudolf Virchow(1821~1902)는 사회적, 환경적 요인에 의하여 질병이 발생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1848년에 발생한 독일 실레지아 지방의 장티푸스 유행을 연구하여 빈곤과 거주 환경을 원인으로 파악하였다. 그래서 의학은 장티푸스 감염을 밝히는 생물학적 의학이면서 동시에 그 예방을 위해서는 빈곤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사회과학이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의학은 이후 ‘사회의학social medicine’이라 불렸다. 사회의학은 한 세기 후에 건강의 사회적 결정론social determinants of health과 건강증진이론으로 재발견되었다. 19세기 위생개혁운동 또는 사회의학운동의 공헌은 비위생적인 사회적 환경과 물리적 환경은 구조적 문제이며 이를 방치할 경우 궁극적으로 질병 또는 불건강을 초래하게 된다는 점을 사회구성원들이 인식하게 만든 점이다. 역으로 당시 발전하던 임상의학은 불건강(건강하지는 않지만 아직 병이 아닌 상태와 질병 상태를 포괄하는 개념)의 구조적 원인은 제쳐 두고 그 결과인 질병 치료에만 몰두하였는데 당시 사회개혁가들은 건강을 논하려면 질병 발생 이전의 구조적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당장 질병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구조적인 보건위생 문제가 장기적으로 건강 위험을 악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결과 20세기 들어와 공중보건학이 발전하면서 단순히 질병이 없는 것보다 그 이상의 건강위험 관리 역량 측면에서 건강 개념을 규정하게 된 것이다.
유럽의 사회의학은 다분히 국가가 주도하여 국민의 건강을 관리한다는 국가주의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위생개혁 사상은 미국에도 전파되었지만 미국의 상황은 유럽과 달랐다. 당시 미국은 산업혁명이 늦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그로 인한 도시화와 위생 악화 문제가 덜 심각하였다. 또한 중앙집권화된 국가의 힘이 약했고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였기 때문에 국가가 주도하는 위생개혁보다는 개인 또는 지역사회와 단체가 위생개혁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거나 개인을 건강 지향적으로 교화시키는 보건교육이 활성화되었다.
〈의사는 부족한가〉, 192쪽
최근 의사 수 증원 문제를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렸다. 여기서 OECD의 보건 통계가 쟁점이 되었다. 이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2.6명의 의사가 있다. 이 통계에는 한의사도 포함되어 있어 이를 제외하면 OECD 최하위 수준이다. OECD 평균은 3.6명 수준이다. 공공의료가 발전한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4명이 넘고, 의사 수가 비교적 적은 영국과 프랑스도 3명이 넘는다. 우리보다 적은 의사 수를 가진 나라는 멕시코, 브라질, 튀르키예 등 우리보다 경제 수준이 낮은 나라들이다. 적정 의사 수는 의사인력의 생산성,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양과 질, 의료전달체계의 구조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정부와 보건학계에서는 의사 수가 크게 부족하며, 특히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외과 등 필수의료 부문, 공공 부문 및 의료취약지에서 일할 의사들의 수급 문제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의사인력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의사회는 우리나라 의사들의 근무시간이 길고, 열심히 일하여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하기 때문에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지방에 의사가 부족한 것은 의사 증원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의사를 증원해도 다시 수도권으로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의사 증원과 관계없이 의사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 별도의 정책으로 해결할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종합하면 외국의 예에 비추어 보아도 의사인력의 절대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며, 의사 수 증원과 함께 의사의 근무 방식과 보상체계 등을 전반적으로 개선하고 합리화하지 않고는 의사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건강노화 결정 요인〉, 243쪽
건강노화healthy aging는 나이 듦에 따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개념이다. 노년기에 자연적으로 감소되는 내재적 능력intrinsic capacity을 유지하고, 외부 여건을 긍정적으로 조합하여, 기능상태functioning와 삶의 질을 증진시키는 것을 건강노화라고 한다. 건강노화는 기능적으로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생활(혼자 이동하고, 식사준비를 하고, 위생관리를 하고, 적절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하는 정상노화 궤적이다.
건강노화의 개념은 내재적 능력과 환경의 조합으로 노년기 건강(기능상태)이 결정된다고 본다. 건강노화는 그 시점의 달성 가능한 최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내재적 능력은 개인의 타고난 고유한 능력으로 연령에 따라 변화한다. 환경이란 개인을 둘러싼 여건으로 물리적 환경과 사회적 환경(인간의 행동양식에 영향을 주는 관심, 제도, 규범 등)을 포함한다. 내재적 능력이 감소되는 생의 기간에도 환경의 지원을 받아 노년기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건강노화는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하나의 영역만으로 건강노화를 유지·증진할 수 없다. 건강노화의 결정 요인을 체계적으로 문헌 고찰한 연구5에서는 신체적 측면, 정신과 인지 측면, 사회적 측면의 10가지 건강노화 결정 요인으로 정리했다. 신체적 측면으로 신체활동, 식이요법이 영향을 주고, 정신과 인지 측면으로 자기인식, 전망·태도, 평생학습, 신앙이 영향을 준다. 사회적 측면으로는 사회적 지지, 경제적 안정, 지역사회 참여, 자립이 영향을 주었다. 건강노화는 모든 결정 요인의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건강관리는 동거 가족이 있는 고령자와 독거 고령자의 건강관리 패턴이 다르게 나타난다. 독거 고령자의 경우에 건강관리가 좋지 않아 건강노화를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 건강관리 항목으로 아침 식사, 적정 수면, 규칙적인 운동 그리고 건강검진을 대표적으로 다루는데 모든 항목에서 독거 고령자가 더 안 좋은 양상을 보인다. 건강검진 수검률은 2015년 66.7%에서 2019년 69.9%로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최적의 상태로 보기는 어렵다.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질병을 발견하고 낮은 수준에서 치료함으로써 치료에 따른 신체적·정신적·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안락한 죽음을 선택할 권리?〉, 쪽
안락사euthanasia는 자살의 특수한 형태로 볼 수 있다. 2016년에 개봉한 영화, 〈미 비포 유Me Before You〉는 안락사를 소재로 한 로맨스 영화이다. 스포츠를 즐기던 사업가인 남자 주인공이 사고로 전신마비를 겪게 된다. 그는 간병인으로 취업한 여자 주인공의 도움으로 사고 이후 내내 머물던 자신의 방에서 나와 사회적 행사와 모임에 참여하는 등 변화하게 된다. 그러나 주인공은 전신마비를 겪으면서 이미 안락사 날짜를 받아 놓은 상태였고, 결국 스위스에 가서 생을 마감한다. 이 영화가 암시하듯이 대부분의 안락사는 질병이나 사고로 신체적 고통이 매우 커서 견디기 어려운 상태에서 의사의 조력을 받아 자의로 사망하는 경우를 말한다.
안락사가 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한 선택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환자를 죽이는 행위이기 때문에 많은 논쟁이 있다. 스위스 등 몇몇 나라에서는 안락사를 합법화했으나 다른 많은 국가에서는 이를 살인으로 간주하여 처벌한다. 안락사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질병이나 사고로 극심한 통증이나 신체활동의 제한을 받게 되어 인간다운 삶을 살기 어렵게 되었고, 회복 가능성도 없다면 당사자와 가족에게 안락사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본인은 물론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의 고통과 치료비나 돌봄에 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줄여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반대 측은 환자가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만큼 온전한 정신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이것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우울증 환자의 경우 충동적 결정의 위험이 있다. 또한 안락사를 시행하는 의사는 사람을 살리도록 직업윤리를 배우는데 안락사는 이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종교는 인간이 임의로 목숨을 끊는 것을 금하고 있다. 철학적으로도 인간이 자기 인생의 종말을 맞을 시간과 상황을 결정할 권리가 있는지 분명치 않다. 완화의료palliative care를 충실하게 받으면 통증을 줄여주고 존엄한 임종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렇게 안락사에 반대하는 의견도 굳건한 논리를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6%의 국민이 안락사 혹은 조력자살assisted suicide 합법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된 적이 있다. (후략....)
백세시대의 건강, 개인만의 문제일까?
건강은 생물학적 현상이자 사회적 현상
과학기술이나 의학이 발달할수록 평균수명은 계속 늘어나고, 가장 오래 살아야 할 세대는 계속 갱신된다. 이런 현상이 일반화되면서 우리 사회는 그동안 겪어 보지 못했던 다양한 문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한편에서 어떤 이는 고령 후기의 10여 년간 질병의 고통 속에서 생을 마무리하거나, 조금이라도 평안하게 삶을 마감하려는 이들의 염원 속에 나타난 안락사의 문턱 앞에서 서성인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럼에도 건강한 노화를 위한 여러 가지 개인의 시도와 다양한 정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러한 사태 속에서 어차피 100세까지 살게 될 것이라면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우리나라 보건사회학의 1세대 대표학자인 조병희 서울대 명예교수와, 정영일 방송대 보건환경학과 교수는 신간 《젊게 늙는 사회》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 우리가 마주한 초고령사회의 건강은 현재의 노인뿐만 아니라 지금의 젊은 세대와도 연결 지어 생각해야 한다. 저자들은 이 당연한 사실을 놓치고 있는 우리에게 다양한 통계 데이터를 통해 100세 시대의 건강 문제를 쉽게 풀이해 주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인터넷이나 지인들 사이에 떠도는 ‘카더라’ 식이 아니라,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한 정확한 정보 습득이 어떤 것인지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어 건강을 위한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식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사결정은 혼자만의 결심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의 의료시스템이 어떻게 구축되어 있느냐에 따라 합리적 혹은 비합리적인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아야 하는가? 바로 한 사회의 의료체계가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할 수 있도록 탄탄하고 효율적으로 구축되어 있는지이다. 《젊게 늙는 사회》에서는 한국인의 생로병사에 청년과 의료를 더해, 이에 대한 통계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효율적인 보건과 의료 시스템 작동에 대한 방향이 무엇인지, 또 그 속에서 개인은 어떻게 자신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지 생각해 보도록 한다.
작가정보
서울대 명예교수
우리나라 보건사회학의 1세대 대표학자. 서울대 사회학과 대학원 재학 중 우연한 기회에 의과대학에서 수행하는 지역사회의학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사회와 의료의 관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도미하여 위스콘신-매디슨대학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를 역임했다. 의사의 권력화에 대한 연구로 ≪한국의사의 위기와 생존전략≫, ≪의료개혁과 의료권력≫을 집필하였다. 또한 에이즈와 동성애 낙인과 차별을 탐구하여 ≪섹슈얼리티와 위험 연구≫를 저술하고 한국에이즈퇴치연맹 부회장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최근 10년간 통계청에서 발간하는 ≪한국의 사회동향≫ 편집에 참여하면서 보건통계의 대중화 작업을 진행하였다. 기타 저서로는 ≪질병과 의료의 사회학≫, ≪아픈 사회를 넘어≫(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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