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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

김남금 지음
그래도봄

2024년 08월 10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6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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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0.51MB)
ISBN 9791192410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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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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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은 ‘영화’라는 렌즈를 통해 혼자 사는 삶의 다양한 측면을 깊이 있게 탐구한 책이다. 비혼뿐만이 아니라 이혼, 사별, 그리고 여러 가지 이유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삶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외로움, 생계와 주거, 관계의 어려움과 연대, 노후, 죽음의 여러 풍경을 영화 속 인물과 사건을 편집해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영화이론 전공자답게 그가 고른 서른 편의 영화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넘나든다. 특히 ‘비혼의 삶’을 주제로 책을 쓰면서, 독립잡지 〈언니네 마당〉을 에디팅하면서 만나온 평범한 여성들의 고민을 솔직담백하게 담아 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시각을 갖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이 책은 1인분의 삶을 꾸리며 잘 나이 들고 싶은 저자의 깊은 고민에서 비롯된 현실적인 조언이 영화와 어우러져 깊은 공감과 위로, 용기를 준다. 그냥 울고 싶은 날, 혼자라서 두려운 날, 폴짝폴짝 뛰어오를 정도로 기분 좋은 날, 함께할 상대가 없어서 김빠지는 날, 말하기 껄끄러운 고민이 있는 날, 영화 속 인물은 치대기에 얼마나 좋은가. 이 책에서 펼쳐내는 영화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적어도 시도 때도 없이 밀려드는 외로움에 어떻게 대처할지, 정서적 지원을 어디서 찾을지, 사회문제의 변화 추세와 과제에 어떻게 반응할지, 나이 듦과 죽음에 어떻게 대비할지 등 삶의 힌트를 얻게 된다.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혼자의 삶에 든든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 결혼했어도 여러 가지 이유로 혼자 사는 사람,
사별이나 이혼으로 혼자가 된 사람들이 그동안 봉인해서
가슴 깊숙이 넣어둔 감정을 들추어내고, 위안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PROLOGUE_슬기로운 홀로 라이프를 위하여

Chapter 1. 혼자는 외롭다는 선입견 vs. 둘은 완전하다는 환상

우정 상담소가 필요해_〈프란시스 하〉
혼자가 두려운 이유_〈다가오는 것들〉
외로움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면_〈그녀〉
사랑을 찾기 전에 알아야 할 것_〈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결혼이란 옷이 내겐 안 맞을 때_〈매기스 플랜〉
가족만이 행복의 원천이라고 믿는다면_〈스펜서〉

Chapter 2. 내가 나를 계속 부양하고 책임지려면

먹고사니즘이 불안정할 때_〈찬실이는 복도 많지〉
직업을 선택할 때 알아야 할 것_〈머니볼〉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이 다를 때_〈극한직업〉
주거 프레임을 바꾸면 일어나는 일_〈리틀 포레스트〉
생계와 주거 문제로 의기소침해질 때_〈비바리움〉
골방에 사는 자본주의자_〈소공녀〉

Chapter 3. 지속 가능한 혼자의 삶에 필요한 것들

평범함이 우연을 만나면 무기가 된다_〈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또 다른 이름의 한 지붕 한 가족_〈빨강머리 앤〉
평소에 안 가던 사잇길로 걷기_〈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어른이 되기는 어렵고 꼰대가 되기는 쉽고_〈멋진 하루〉 〈라스트 미션〉
배우자와 사별하고 혼자 남겨진다면_〈오베라는 남자〉
갱년기 싱글 맘이 사춘기 아들과 사는 법_〈우리의 20세기〉

Chapter 4. 일상에 닻을 내리는 법

사소한 습관이 몸과 마음을 돌본다_〈카모메 식당〉
잉여짓은 나를 지키는 힘_〈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혼밥도 좋지만 단골 식당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_〈심야식당〉
사람이 싫어서 지구를 떠나고 싶을 때_〈그래비티〉 〈그랑블루〉
친구 사귀는 세포를 깨우는 법_〈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로망을 대하는 태도_〈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

Chapter 5. 나이 듦을 이해하고 준비하기

새로운 정신적 가치와 악수하기_〈위아영〉
생활 동반자로 잔잔하게 산다는 것_〈인생 후르츠〉
요양원에서도 삶은 계속된다_〈남과 여: 여전히 찬란한〉
기억의 질서가 무너질 때_〈더 파더〉 〈스틸 앨리스〉
죽음의 자기 결정권_〈아무르〉
살아 있는 장례식을 꿈꾸며_〈코코〉

내가 서 있는 세상도 토토가 사는 세상만큼 좁다. 1인 가정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4인 가족 풍경으로 재단하는 말을 종종 듣는다. “비혼이라서 그래.” ‘결혼해서 그래’란 말은 잘 안 쓰면서 ‘이혼해서 그래’, ‘혼자 살아서 그래’가 아무렇지도 않은 세상. 혼자 사는 사람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보다 분류하는 언어로 다름을 규정하는 데 익숙한 세상. _8쪽

100세 시대다. 아무리 둘러봐도 과거와 같은 안정성은 찾을 수 없다. 직업은 물론이고 가족도 마찬가지다. 한 번 이룬 가족 상태가 죽을 때까지 지속되지 않는다. 둘이 살다가도 혼자가 되고, 해로해도 두 사람이 같은 날 죽지 않는다. 배우자 중 한 사람이 병으로 먼저 죽으면 나머지 한 사람은 혼자 남겨지기 마련이다. 그렇더라도 나탈리 말 대로 삶이 끝난 게 아니다. 결혼 생활이 끝났을 뿐이고,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뿐이다. 즉, 혼자 살 시간이 다시 주어졌다. _29-30쪽

수명이 길어지면서 생애 주기도 바뀌었다.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청년기, 결혼한 사람은 가사 노동과 양육으로 바쁘고, 비혼인 사람은 일과 여가에 매진하느라 바쁜 중년기, 양육을 끝내거나 퇴직하면 다시 자신을 탐구하는 중장년기. 1인분의 몫을 오랫동안 산 사람은 그동안 일에 매진했고, 자신의 한계도 알고 직업 이외의 다른 가능성을 엿볼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 탐구’ 시간을 갖고 나 전문가가 되어간다. _32쪽

김중혁 작가는 에세이 《뭐라도 되겠지》에서 ‘인생은 포기하는 것의 문제’라고 말한다. 돈을 많이 벌기로 선택한 사람은 우리 눈에 잘 보인다. 그가 돈 대신 포기한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 김중혁 작가는 돈과 성공과 권력을 포기하고 한가한 삶을 선택했다고 한다. 물론 즐겁게. 빌리 빈은 다시 한번 제안받은 거액의 몸값을 포기한다. 그러고는 소란스럽지 않게 자기 속도로 야구계에 남기로 한다. 그의 선택은 진정한 승리로 보인다. 내 속도로 살기 위해 서 무엇을 포기해야 할까? _77-78쪽

혼자 사는 일은 스스로를 챙기며 사는 것이다. 자신을 돌보는 것은 서울에서나 시골에서나 똑같다. 장소만 옮겼을 뿐인데 그 방식이 달라진다. 유통기한 지난 삼각김밥이나 도시락이 아닌 갓 지은 밥을 먹는다. 고슬고슬하게 갓 지은 밥은 달달하다. 밥에 오롯이 담긴 온기는 차가운 도시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불안을 사르르 녹인다. 혜원은 텃밭에서 자란 제철 채소로 어릴 적 엄마가 만들어주었던 제철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시골집에 내려왔지만, 서울에서 살 때와 비교할 수 없게 자신을 잘 돌본다. 1인분의 삶을 잘 사는 것은 셀프 돌봄의 달인이 되는 것이다. 혜원은 잘 살기 시작했다. _88-89쪽

남매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 이면에 독선이 납작 엎드려 고개를 내밀 때만 기다렸다. 이런 그들의 삶에 잘못 배달된 택배처럼 앤이 도착해서 남매를 유연한 세상으로 이끈다. 남매는 어린 앤이 기댈 수 있는 어깨가 되고, 앤이 겪는 크고 작은 사건에 간접적으로 동참한다. 마릴라와 매튜는 앤을 통해 자신의 경계를 조금씩 허물고 자칫 고립될 수도 있던 노년에서 벗어난다. 또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풍부한 감정들을 경험한다. 한편, 앤은 남매가 경험한 세상을 배우며 세 사람의 세상이 섞인다. 살면서 귀에 피가 나게 들은 말이 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은 세상을 읽어내는 가장 풍부한 텍스트다. _118-119쪽

타인이 서 있는 맥락을 무시하고 자기가 옳다고 아무 때나 주장하면 누구나 꼰대다. 자신의 경험과 지혜만이 정답인 양 이야기하는 사람을 만나면, 슬금슬금 도망칠 궁리를 하게 된다. 자기 렌즈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은 옆 사람을 종종 불편하게 한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자기가 꼰대인 줄 모를 때다. 타인의 모습은 나를 비춰 보는 거울이다. 서울 원도심의 매력적인 골목을 배경으로 하정우와 전도연이 주연한 〈멋진 하루〉와 노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하고 주연한 〈라스트 미션〉에서 꼰대와 멋진 어른의 모습을 떠올리면 좋겠다. _131쪽

습관은 자연에서 자라는 식물과 그 속성이 비슷하다. 식물은 한동안 자라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비가 한 번 내리고 햇볕이 충분하면 어느 날 키가 훌쩍 자란다. 대나무는 뿌리를 내리는 데 5년이나 걸린다고 한다. 땅속에 뿌리를 내릴 때는 잘 안 보이지만, 일단 뿌리를 내린 후에는 6주 만에 30미터까지 뻗어나간다. 습관은 대나무 같다. 처음에는 눈에 안 띄지만 시간이 쌓이면 그 사람만의 도드라진 개성이 된다. 사치에가 보여주듯이 좋은 습관은 어려운 상황에서 몸과 마음을 다독인다. 좋은 습관은 모두에게 유익하다. 특히 홀로 삶을 꾸리는 이들이 무기력에 빠질 확률을 줄여준다. _158-159쪽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다른 사람도 똑같이 느낀다고 가정해보자. 따뜻하고 묵직한 무언가가 가슴속에 차오르며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 바다 위에 여유롭게 누워 있는 것 같다. 하녀인 소피는 엘로이즈의 엄마가 5일간 집을 비우는 동안 엘로이즈와 마리안느의 ‘특별한 우정’을 지켜본다. 소피는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우정 이상의 감정을 금기로 판단하지 않는다. 가십거리로 삼지도 않는다. 오히려 또래 여성만이 보여줄 수 있는 태도로 포용한다. 신분의 위계를 허물고 셋은 함께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고, 서로의 의견을 나눈다. 우리도 잘 아는, 우정을 쌓는 방법이다. _185-186쪽

클로드 를르슈 감독은 80세에 〈남과 여: 여전히 찬란한〉을 만들었다. 감독 자신이 노인이므로 누구보다 노년이 겪는 육체적 노화와 감정을 잘 알 것이다. 굵은 주름과 잔주름이 합주하는 얼굴엔 검버섯이 피어오른다. 어깨는 굽고 키가 줄어든다. 하지만 신체가 늙는다고 해서 감정마저 쭈글쭈글하진 않다. 극 중에서 비록 장 루이가 안느를 못 알아볼지라도 그가 안느에게 느끼는 감정은 여전히 총천연색이다. 치매로 기억의 질서가 뒤죽박죽되더라도 가장 좋았던 시절로 돌아갈 때도 있다. 기억의 질서가 뒤엉키고, 망각이 시작되어도 긍정적 감정이 모두 사라지진 않는다. _214-215쪽

★이다혜 〈씨네21〉 기자, 에세이스트 추천★

외로움, 생계, 주거, 관계, 노후, 죽음의 풍경
그 너머에서 나만의 속도와 리듬을 찾는 법
혼자서도 충만한 삶을 살아가고픈 당신에게 권하는 서른 편의 영화

‘영화’라는 렌즈를 통해
혼자 사는 삶의 다양한 측면을
깊이 있게 탐구한 책!

√ 혼자 살면 정말 외로울까?
√ 내가 나를 부양하고 책임질 수 있을까?
√ 지속 가능한 혼자의 삶에 필요한 건 무엇일까?
√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 나이 듦을 이해하고 죽음을 잘 준비할 수 있을까?

2021년 기준 1인 가구 비율은 36퍼센트이고, 특히 관악구는 2022년 12월 기준으로 1인 가구 비율이 61퍼센트로 서울에서 가장 높다(〈1코노미뉴스〉 2023년 1월 6일자 기사). 1인 가구는 비혼만 있는 게 아니다. 이혼이나 사별의 이유도 있고, 결혼했어도 부득이하게 혼자 사는 사람도 있다. 혼자 사는 삶은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혼자 살면 당연히 외로울 거라고들 한다. 혼자 사는 노인에게는 ‘독거노인’이라는 딱지가 붙는다. 독거노인은 말 그대로 ‘혼자 사는 노인’인데 ‘빈곤 상태에 놓인 외로운 노인’과 동의어로 해석되곤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막연하게 ‘독거노인 신세만은 되지 말아야 할 텐데’ 하고 생각한다. 우리도 모르게 둘은 안 외롭고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안정적일 거라 믿는다. 이는 지금까지 혼자 나이 드는 다양한 삶의 모델을 본 적이 별로 없어서가 아닐까.

《혼자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은 ‘영화’라는 렌즈를 통해 혼자 사는 삶의 다양한 측면을 깊이 있게 탐구했다. 1인분의 삶을 누구보다 열심히 꾸려온 저자는 비혼뿐만이 아니라 이혼, 사별, 그리고 여러 가지 이유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삶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외로움, 생계와 주거, 관계의 어려움과 연대, 노후, 죽음의 여러 풍경을 영화 속 인물과 사건을 편집해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영화이론 전공자답게 그가 고른 서른 편의 영화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넘나든다. 특히 ‘비혼의 삶’을 주제로 책을 쓰면서, 독립잡지 〈언니네 마당〉을 에디팅하면서 만나온 평범한 여성들의 고민을 솔직담백하게 담아 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시각을 갖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저자는 영화의 인물과 상황, 현실 속 ‘혼삶’의 모습을 교차시키며 혼자 사는 삶이 외롭고 불완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자신과 더 깊이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임을 따뜻한 언어로 건넨다.

《혼자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은 1인분의 삶을 꾸리며 잘 나이 들고 싶은 저자의 깊은 고민에서 비롯된 현실적인 조언이 영화와 어우러져 깊은 공감과 위로, 용기를 준다. 오래전부터 영화는 우리의 사고와 감정을 자극하고 사회적 변화를 촉진하는 강력한 도구로 활용되어왔다. 그냥 울고 싶은 날, 혼자라서 두려운 날, 폴짝폴짝 뛰어오를 정도로 기분 좋은 날, 함께할 상대가 없어서 김빠지는 날, 말하기 껄끄러운 고민이 있는 날, 영화 속 인물은 치대기에 얼마나 좋은가. 이 책에서 펼쳐내는 영화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적어도 시도 때도 없이 밀려드는 외로움에 어떻게 대처할지, 정서적 지원을 어디서 찾을지, 사회문제의 변화 추세와 과제에 어떻게 반응할지, 나이 듦과 죽음에 어떻게 대비할지 등 삶의 힌트를 얻게 된다.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혼자의 삶에 든든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문장들이 영화 사이를 표표히 거닐며 우리에게 살며시 속삭인다. 삶의 모양이 어떠하든 삶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1인분의 삶이라고 해서 외롭고 적적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자유만 있는 것도 아니다. 4인 가족이 만드는 일상 풍경이 다채로운 것처럼 1인분의 일상도 다채롭다. 다만, 고민의 주제나 행복을 느끼는 지점이 조금 다를 뿐이다.


“혼자에게도 ‘곁’은 필요하다!”
외롭고 불확실한 삶에 위안을 주는 시네마 테라피
지속 가능한 혼자의 삶에 필요한 것들

1인분의 삶에서 생계 해결만큼 정서적 돌봄도 중요하다. 경제 활동에 쏟은 노력은 공개적으로 응원도 받고 보상도 받지만, 감정을 이해하고 보살피는 기술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지고 개인의 몫으로 남겨진다. 혼자 살 때 진짜 위기는 감정을 잘 몰라서 돌보지 못할 때 겪는다.
20대를 넘어서면서 우정의 역동성은 거세진다. 영화 〈프란시스 하〉에서 프란시스는 우정의 모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어른의 세계에 접어들어서야 차츰 인정하게 된다. 인생처럼 우정도 마모되고 소멸한다. 그러다 소생하고 새로 태어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다면 연인은 영원할 수 있을까? 내 취향을 완벽히 아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면 외로움과 영원히 작별할 수 있을까? 영화 〈그녀〉는 혼자 사는 삶에 대한 두려움과 기술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외로움과 진짜 작별 인사를 건넬 수 있을 때는 타인과 완벽한 정서적 일치를 꿈꿀 때가 아니다. 몸도 마음도 에너지가 가득해서 독립적일 때라야 비로소 외로움과 온전히 헤어질 수 있다.

혼자의 삶에서 내가 나를 부양하고 책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먹고살기 위한 일이란 무엇일까? 일은 삶의 습관과 방식을 만들어가는 채널이며 잠재된 능력을 끌어내는 통로다. 이 채널을 통해 여러 가지 내 모습을 찾아내고 다듬는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 마흔 살 찬실이는 그저 그런 프로듀서였지만 일은 곧 자기 자신이었다. 백수가 된 찬실이는 내 부족함을 알고, 인정하고, 긍정하는 시간을 보내다 결국 좋아하는 것 ‘곁’에 머무는 방법을 찾아낸다. 찬실이의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인 셈이다. 찬실이를 비롯해 혼자 사는 사람일수록 ‘직업’ ‘내 몸값’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이 다르다면? 고민은 두 배가 된다. 영화 〈극한직업〉에서는 고 반장은 뜻밖의 재능이 되어버린 치킨집을 운영할 것인가, 재능이 없는 범인 잡기로 돌아갈 것인가 딜레마에 빠진다. 저자는 이럴 때 잘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좋아하는 일은 ‘덕질’로 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말한다. ‘애매한 재능’만 믿고 꾸리던 생계를 내던지는 것은 용기가 아니다.

혼자의 삶에서 평범함을 유지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일상을 이어가는 것은 어떤 면에서 우주선 발사보다 더 어렵다. 그런 면에서 셀프 토닥임 기술은 필수다. 책 한 권 다 읽으면 꽃 한 송이를 스스로에게 선물하고, 첫눈이 오면 이불을 바꾸고, 예쁜 식탁보를 깔아보고, 수저 세트나 머그잔을 바꾸면서 자잘한 기념일을 일상으로 가져와 보는 것이다. 작은 의식은 평범한 날을 특별한 날로 만들고, 평범한 나도 특별해지니까.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에서는 존재감이 없어서 그것이 곧 스펙이 된 스즈메의 이야기를 통해 평범한 인간이 가장 강하고 지속적일 수 있음을 알려준다. 그에 반해 결혼이 기본값인 시대에 비혼 남매가 앤을 입양해 소신껏 가족을 이루며 사는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은 경계 너머의 유연한 세상으로 우리를 이끈다. 영화 곳곳에서 우리는 저마다 마음에 다른 모양의 구멍을 가진 사람들을 보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구멍 모양이 어떻든 구멍을 채우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평소에 안 하던 일을 해보는 것이다.

우리는 젊음이 떠난 후에야 젊음을 그리워한다. ‘동안이세요’라고 덕담을 주고받고, 군살을 나잇살이라고 꼬집는다. 젊음을 닮으려고 애쓰는 것을 젊게 산다고 착각한다. 영화 〈위아영〉에서 40대 초반의 부부가 노화를 마주하고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통해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에릭 와이너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 진정한 나이 듦의 문화가 없다고 지적한다. 진짜 젊음은 외모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수용하는 유연성에서 나온다. 정신도 나이가 듦을 인정하고 새로운 정신적 가치와 악수할 줄 아는 사람이 젊게 사는 게 아닐까. 65년 동안 함께 산 노부부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인생 후르츠〉에서 우리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노부부는 상대의 다름을 따지며 바꾸는 게 아니라 다름을 수용하며 존중한다. 이런 태도가 생활 동반자 관계를 단단하게 지탱한다. 90세 정도가 되면 정신도 쇠락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 우울의 포로가 되어 숨만 쉬며 살지 않는다. 영화 〈남과 여: 여전히 찬란한〉에서처럼 요양원 생활은 충분히 쾌활하고 낭만적일 수 있다. 설사 기억의 질서가 무너지더라도.

“내 행복을 타인에게 모두 베팅하기 전에 먼저 ‘나 전문가’로 살아볼 필요가 있다. 나를 우선순위에 두고 나를 배려하는 일상에 닻을 내릴 때 사랑은 반짝거릴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남금

대학원에서 불문학을 전공한 후 영어를 가르치다 영화과 대학원에 입학해서 영화이론을 공부했다. 일관성 없는 삶을 사는 터라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우리 삶과 닮은 영화와 책 속 인물들의 이야기에서 지혜를 빌려오곤 한다. 틈만 나면 떠날 궁리를 하지만, 현실은 가끔 떠나고 책과 영화로 시공간 여행을 떠난다. 배낭여행 1세대로 30개국에 자유여행으로 다녀왔다. 일관성 없는 ‘딴짓’이 살아가는 힘이라고 믿는다. 한때 평범한 언니들의 내면 이야기를 다룬 독립잡지 〈언니네 마당〉 에디터였다. 현재는 글을 쓰고, 도서관, 평생학습관, 서울시50플러스재단 등 공공기관에서 글쓰기와 여행 인문학을 강의한다. 지은 책으로 《어서 와, 혼자 여행은 처음이지?》, 《비혼이 체질입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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