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면역력을 키우는 어른의 소통법
2024년 07월 31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7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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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정보 ePUB (24.32MB)
- ISBN 9791193528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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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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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경력의 중재 전문가인 이 책의 저자는 손절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못 박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문제는 갈등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갈등을 겪을 때마다 관계 안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를 중재하며 관계 개선에 효과 본 방법들을 토대로 쓴 이 책은, 갈등은 일방이 아닌 쌍방에 그 원인이 있다는 전제를 받아들이고 갈등 상황에서 내 역할을 들여다보는 것부터 시작한다(1부). 관계에서 ‘무엇’을 너머, 그것을 ‘왜’ 원하는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고(2부), 내면의 인식을 외적 행동에 반영하여 실제 관계를 더 나아지게 만드는 핵심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알려 준 다음(3부), 쉽게 해결되지 않는 뿌리박힌 갈등 상황에 활용할 수 있는 소통 비법을 제시한다(4부).
눈 감고, 입 다물고, 귀를 닫은 채 점점 혼자가 되어가는 우리에게 상대를 끊어 내지 않고도 관계를 재설정할 수 있다고 힘껏 용기를 건네는 책이다.
들어가며 손절하지 않고도 나와 우리를 지키는 대화법
1부 내가 틀릴 수도 있다
1장 갈등 상황 속 내 역할 인식하기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 나는 문제없다는 착각 • 관계의 종말이 오기 전에 관계 목표 정하기 • 답은 회색 지대에 있다 • 성격은 보는 이의 눈에 달렸다 • 넘겨짚기, 지레짐작 금지 • 민감한 주제가 일으키는 말썽 • 가끔은 끊어 내지 말고 끌어들여라
[연습 1] 내면 성찰 수련법(DEAR)
2장 작은 습관의 나비 효과
마음가짐을 바꾸기엔 늦은 때란 없다 • 생각의 습관 재조정하기 • 생각을 바꾸는 3단계 • 마음은 고요하게 생각은 유연하게 • 관점을 바꾸지 않고도 상황을 바꿀 수 있다 • ‘하지 않으려는 힘’을 키울 시간 • 작은 것 하나 바꾸는 것부터 • 한 번에 하나씩 차근차근 • 구체적 목표의 힘 • 연습이 지속을 낳는다
[연습 2] 하나씩 쌓아 올리기
2부 삐걱거림의 심연 들여다보기
3장 중립은 가능성으로 가는 문
투쟁이나 도피 대신 여유 공간에 있기 • 걱정을 문제로 키우지 않는 법 • 먼저 감정을 다스려야 한다 • 잘 들어 주는 것만큼 적극적인 소통은 없다 •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 최선과 최악의 가능성
[연습 3] ‘딱 알맞은’ 해결책 찾기 [연습 4] 적극적 경청 [연습 5] 감정 어휘 말하기 [연습 6] 중립 공간에서 감정 다스리기
4장 ‘무엇’ 너머 ‘왜’를 향해
그 오렌지가 꼭 필요한 이유 • 단순하고 강력한 사고 전환법 • ‘왜’를 따라가면 해결책이 보인다 • ‘무엇’의 뒷면 들여다보기 • 유연한 생각이 가능성의 문을 연다
[연습 7] 가능성 있는 결과 고려하기
5장 내면 서사 다시 쓰기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의 근원 • 서로의 이야기가 충돌할 때 • 내면 서사가 작용하는 방식 • 삶을 위협하는 트리거 알아채기 • 내 생각이 곧 나 자신이다
[연습 8] 긍정 선언 [연습 9] 박스 호흡
3부 일시 정지가 필요한 시간
6장 거리를 두거나 경계선을 긋거나
잠시 치워 두면 된다 • 무언이 최고의 대답일 때도 있다 • 자유를 선사하는 경계선 • 안 된다고 말하기의 힘 • 긍정적으로 거절하기 • 안전한 은신처 마련하기
[연습 10] 자기 잔 채우기
7장 방어는 문제 해결의 적
감정은 상황을 바라보는 눈을 가린다 • 반응하지 말고 대응하기 • 수치심을 방어하려다 생기는 악순환 • 보류: 생각을 관찰하는 획기적 기술 • 수치심을 물리치는 긍정 선언 • 호전적 상태에서 평온한 상태로
4부 관계 면역력 키우기
8장 인간관계의 비밀 무기
기꺼이 취약해질 것 • 내 삶의 주도권은 이미 내 안에 있다 • VIR 프로토콜: 관계를 개선하는 비밀 병기 • VIR 프로토콜의 3단계 • 이상이 현실화되는 과정
[연습 11] 마음을 바꾸는 VIR 일지 쓰기
9장 다툼의 시작이 관계의 끝이 되지 않으려면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쓰러지지 않는 법 • 과소평가자 vs 과대평가자 • 갈등은 서서히 몸집을 부풀린다 • 갈등의 나선형 악순환을 멈추는 전략 • 짐을 나눠 들어도 괜찮다
[연습 12] 악순환에서 빠져나오기
10장 더 나은 관계를 위한 내면의 균형 잡기
그냥 이루어지는 관계란 없다 • 관계의 틈을 메우는 사소한 주고받기 • 평정심의 가치 • 타협, 양보, 허용이라는 관계 원동력
[연습 13] 관계 균형 맞추기
마치며 | 감사의 말 | 주
들어가며
소통 부재의 시대. 우리는 갈등이 일어났을 때 눈 감고, 입 다물고, 귀를 닫은 채 상대와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려 하지 않는다. 가족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음에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가치관이 다른 친구와 말다툼하다가 몇십 년 우정에 금이 간다. 직장 동료와의 의견 대립은 기 싸움으로 변질되기 일쑤다. 온라인상의 갈등은 말할 것도 없다. 여자 아니면 남자, 이쪽 아니면 저쪽으로 편을 가르고 익명성 뒤에 숨어 서로 헐뜯기 바쁘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서 지금 우리가 겪는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의 긴장과 불화를 ‘이 미친 세상’ 탓으로만 돌린다면, 이 방정식에서 훨씬 걱정스러운 부분을 간과하는 셈이다. 바로 갈등을 다루는 우리 능력이 몹시 서툴러졌다는 점이다. 어쩌다 보니 어느 정도 수준의 의견 차이는 정상이며 심지어 인간관계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다.(본문 13쪽)
1장 갈등 상황 속 내 역할 인식하기
쳇바퀴 같은 논쟁에 갇히면 외곬으로 자기 생각에만 치우치기 쉽다. 모든 일이 자기 뜻대로 되기만 하면 만사가 다 해결된다는 착각에 제 발로 빠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갈등 해결은 흑백으로 갈리지 않으며, 사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회색 지대에 존재한다. (…)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논쟁의 실제 결과보다 단순히 내 말이 ‘옳음’을 증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그럴 때는 해당 문제나 사건에 다른 대응을 시도해 보자.(본문 40~41쪽)
2장 작은 습관의 나비 효과
습관이란 생각보다 훨씬 깊이 뿌리박혀 있다. 이불을 정돈하고, 치실을 사용하고, 손을 씻는 생활 습관보다 훨씬 범위가 넓다. 당신에게 자신의 ‘나쁜’ 습관을 생각해 보라고 하면 아마도 전등 끄기를 잊거나, 정리 정돈을 하지 않거나,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잘못된’ 방식으로 넣는 것 등 뭔가 구체적인 버릇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습관은 머릿속, 특히 우리가 주변 세상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방식에도 숨어 있다. 전문가들은 이 인식 습관의 뿌리가 하도 깊어서 개인의 생활 체계와 세상을 바라보는 틀을 좌우할 정도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습관이 다 그렇듯 이 무의식적 사고방식 또한 우리에게 도움이 되기도, 해가 되기도 한다. 사람이 타고난 기질을 완전히 뒤바꿀 수는 없겠지만, 시간이 지나며 생겨난 습관을 조금씩 고쳐 나갈 능력은 누구에게나 있다.(본문 63~64쪽)
3장 중립은 가능성으로 가는 문
모든 이에게 호감을 살 생각은 없다고 해도 사람들은 대부분 타인과 두루 원만하게 지내며 조화 속에 살아가고 싶어 한다. 잠자리에 들 때면 오늘 사람들과 잘 지냈다고, 아니면 적어도 주변 사람들의 기분을 망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더불어 빌처럼 남에게 휘둘리기 싫어하고, 론다처럼 자기가 분명히 표현한 합리적 욕구가 존중되기를 원한다. 중재인으로 20년 넘게 일하며 나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실제로 더 많이 얻을 수 있고, 그러려면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상대방과 차이를 조율할 때는 자기 쪽으로 치우치기 쉽다. 스스로 원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면 더 넓은 범위에서 좋은 결과나 해결책을 찾을 가능성이 제한된다. 중립성 확보란 감정이 자극되었을 때 빠지기 쉬운, 긍정 또는 부정이나 옳고 그름을 따지는 흑백 논리에 매달리는 대신 폭넓은 가능성을 고려한다는 뜻이다.(본문 97쪽)
4장 ‘무엇’ 너머 ‘왜’를 향해
울면서 신세 한탄을 하는 리타의 말을 한 시간째 듣던 나는 문득 리타가 공감받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꼭 마법처럼 내가 리타의 감정을 인정해 주자마자 리타는 합의할 준비가 되었다. 이유를 알아내자 사건이 진전되기 시작한 것이다. 리타는 이해받은 기분을 느끼고, 아이들과 집, 재산을 전부 가져야겠다는 자기 욕망 아래 숨은 ‘왜’에 열린 태도로 귀 기울일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리타는 ‘남편에게 배신당한 나’라는 악순환의 프레임에서 벗어났다. 리타는 집, 은행 계좌, 단독 양육권까지 모든 것을 욕망(want)했다. 하지만 실제 욕구(need)는 안정감과 이해였다. 인생 전체가 거짓이라고 느끼는 감정을 내가 읽고 인정해 주자마자 감정적으로 한결 차분해졌다. 그리고 재산 분할에서 자신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거기서부터 일은 수월하게 풀렸다.(본문 125쪽)
5장 내면 서사 다시 쓰기
보통 사람들은 삶에 대해 생각할 때 자기가 사는 곳, 하는 일, 아는 지식, 가진 물건 등 외적 요소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요소도 긍정적 또는 부정적 자아 존중감과 느슨하게 연결될 수는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수준에서 내가 나를 바라보는 방식을 진짜로 정의하는 것은 외적 요소가 아니다. 우리가 갈등을 인식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내면 서사다. (…) 사실 우리는 매일 자신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지 신경 쓰지 않고 일상생활을 하고, 상호 작용을 거치고, 삶을 헤쳐 나간다. 하지만 우리 이야기는 우리가 타인에게 반응하고 대응하는 방식을 좌우한다.(본문 149쪽)
6장 거리를 두거나 경계선을 긋거나
나는 하루가 멀다고 대화를 나누는 친구가 있었다. 그러다 이십 대 후반에 접어들 무렵 뭔가가 달라졌다. 편안하고 서로 도움이 되던 관계가 피곤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나면 은근히 오해받은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와 얘기한 뒤에 그 친구도 느낌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전화를 받을 때까지 친구도 자기 나름의 이유로 나와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친구는 나와 여전히 “친구로 지내고 싶지만”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상처받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였다. 우리 관계가 엇나가게 된 이유는 한 가지로 콕 집어 말하기 어려웠다. 우리는 가끔 안부만 물으며 지냈고, 십 년이 지나자 좀 더 정기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렇게 거리를 둔 덕분에 우리는 십 년이 넘도록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일상을 함께하지 않아도 가장 중요한 순간에 옆을 지켜 주는 든든한 관계가 되었고, 그 친구는 내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 가운데 한 명으로 남았다.(본문 172~173쪽)
7장 방어는 문제 해결의 적
반사적으로 반응할 때 우리는 관계에 미칠 장기적 영향을 예상하지 못하며, 감정이 북받친 채로 내놓은 답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부르기도 한다. 반응이 인간관계에 끼치는 해는 한둘이 아니다. 반사적으로 반응할 때는 자신에게도, 인간관계 역동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언행을 하기 쉽다. 예를 들어 기분이 언짢다고 해서 대화를 뚝 잘라 버리면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하고 악감정을 자극할 확률이 높다. 감정에 휩쓸려서 분노에 찬 이메일을 급하게 써서 보내면 나중에 후회할 말을 할 가능성이 크다. 부모나 자녀와 말다툼할 때는 마음에 없는 말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더 나은 해결책은 감정적으로 동요했을 때 잠시 멈춰서 기분을 추스르고, 생각을 정리하고, 반응 대신 대응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반응은 반사적이고 대체로 충동적인 반면, 대응은 이와 대조적으로 장기적 영향까지 차분하고 세심히 고려한 뒤 나오는 주의 깊은 행동이다.(본문 202~203쪽)
8장 인간관계의 비밀 무기
인간관계는 아무리 간단하게 생각하려야 간단할 수 없는 주제다. 애써 노력해도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우리는 대개 갈등에는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갈등 해결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역동을 개선해서 앞으로 나아가려 할 때 해결로 가는 여정에서는 명확히 딱 떨어지지 않는 일이 수없이 일어난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판단할 때 흑백 논리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는 진심에서 우러난 평화에 도달하기 어렵다. 조화를 이루는 것보다 자기 말이 옳다고 증명하거나 이기는 것을 중시하면 단기적으로는 만족스러울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자신에게나 인간관계에나 별 이득이 되지 않는다.(본문 233쪽)
9장 다툼의 시작이 관계의 끝이 되지 않으려면
끝내야 하는 관계도 있고 재판이 필요한 상황도 있지만, 갈등이 아무리 과열되어도 이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심호흡을 하고, 한 걸음 물러서고, 문제를 한 번에 한 가지씩 다루는 것이다. 갈등의 종류와 관계없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하는 중요한 전략이다. 어려운 일은 한꺼번에 몰려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커다란 갈등 속에서도 단단히 중심을 잡는 훈련을 해 두면 감당할 수 없는 혼란이 닥쳐오기 전에 막을 수 있다.(256쪽)
10장 더 나은 관계를 위한 내면의 균형 잡기
관계 면역력을 키워 상대와 원만하게 지내는 기술은 내적 관리와 외적 관리로 뚜렷이 나뉜다. 내적 측면은 우리가 갈등을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느끼는지를 가리킨다. 감정적으로 흥분한 상태에서 우리는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차분한 대응 대신 충동적 반응을 보이기 쉽다. 외적 측면은 불편하거나 한계에 달했을 때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이다. 우리 행동에 따라 자기 자신 또는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이 악화될지 또는 완화될지가 정해진다. 내적, 외적 측면 양쪽을 차례로 살핀 뒤에야 우리는 문제 있는 역동을 바꿔 나가며 가족, 친구, 동료, 그리고 자신과 더 탄탄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 사람의 장기적 행복은 인간관계의 질에 달려 있다. 살아가면서 타인과의 의견 충돌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더 나은 방식으로 부딪힐 수는 있다. 우리는 항상 자신의 정당한 분노 표출에 다툼으로 인한 잠재적 결과를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본문 268쪽)
★★★방송인 이금희, 유튜브 ‘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최설민, 변호사 최유나 강력 추천★★★
스트레스받는 인간관계, 손절만이 답?
다툼의 시작이 관계의 끝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갈등이 일어났을 때 눈 감고, 입 다물고, 귀를 닫은 채 상대와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려 하지 않는다. 가족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음에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가치관이 다른 친구와 말다툼하다가 몇십 년 우정에 금이 간다. 직장 동료와의 의견 대립은 기 싸움으로 변질되기 일쑤다. 갈등을 다루는 능력이 갈수록 서툴러지고 있다는 위험 신호는 주변 곳곳에서 자주 감지된다.
고등학생 때부터 단짝이었던 힐러리와 시몬은 동업자로서도 환상의 팀워크를 발휘했다. 작게 시작한 미용실이 잘나가는 업체로 성장하는 걸 보면서 힐러리는 더없이 행복했다. 시몬도 같은 마음이었지만, 언젠가부터 사업 규모를 확장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힐러리에게 미용실 확장 이전을 제안했고, 긍정적인 반응에 적극적으로 부동산 매물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문제는, 힐러리는 실제로 가게를 옮길 마음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그냥 친구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맞장구만 친 게 화근이었다. 시몬이 좋은 자리의 매물을 구해 오면 힐러리가 계약서 사인을 미루는 일이 반복됐고, 뒤늦게 힐러리는 사업 확장 문제 자체에 확신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여태껏 같은 방향이라고 생각했던 시몬은 그 말을 듣고 벌컥 화를 냈다. 정작 힐러리는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세세한 논의도 없이 진행하는 시몬이 지나치게 급하다고 생각했다.
이때부터 두 사람 사이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사업의 미래 전망을 두고 차분히 대화를 나누기보다 서로 지레짐작하고, 방어적으로 굴고, 탓하는 시간이 이어졌고 마지막에 가서는 결국 상대방을 끊어 냈다. 사업 파트너 관계뿐 아니라 두 사람의 오랜 우정도 다툼 끝에 깨져 버렸다. 서로를 그렇게 아끼고 사랑했던 두 친구는 왜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는 대신 손절을 택한 걸까? 어쩌면 진짜 속마음은 손절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대화하고 싶었는데 방법을 몰랐던 게 아닐까?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받느니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손절하라는 조언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25년 차 중재 전문가인 이 책의 저자는 “손절만이 답이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관계의 악순환을 만드는 원인이 상대방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나 역시 갈등의 한 축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관계 개선은 시작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자기 탓’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 상호 작용에 의해 형성되는 이 관계를 좀 더 객관화해서 보자는 말이다. 힐러리가 자신이 평소 남의 의견에 일단 동조하고 보는 성향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좀 더 솔직하게 의사 표현을 하려고 노력했다면, 시몬 역시 자신이 혼자 앞서 나가느라 친구 의견에 충분히 귀 기울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면, 가장 소중한 친구를 잃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자기 역할 인식하기’의 핵심은 결국, 관계의 키가 나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현명한 대화의 핵심은
‘무엇’ 너머 ‘왜’에 있다
요리 경연 대회에 참가한 두 요리사는 경연 마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요리에 필요한 오렌지가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반반 나눠 가졌으나 원하는 대로 요리를 완성하지 못한 두 사람은 결국 우승에서 멀어졌다. 한 사람은 오렌지즙이, 다른 한 사람은 오렌지 껍질이 필요했다는 사실은 뒤늦게야 알았다. 오렌지(무엇)가 필요하다는 것에서 나아가 ‘왜’ 필요한지 서로 짧게라도 이야기를 나눴더라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이야기는 내가 무엇을 ‘왜’ 원하는지 나에게, 그리고 상대에게 물어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 준다.
인간관계에서도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여기에 ‘감정’이 끼어들면 알아차리기는 더 힘들다. 감정이 조종간을 차지한 상태에서는 감정적 사고가 이성적 사고를 밀어내 자신이 그 문제에 대해 ‘왜’ 그런 식으로 느끼는지는 뒷전이고 ‘무엇’에만 매달리며 고집을 부리기 쉬워진다. 하지만, 갈등을 해결하려면 싸워서 얻으려고 하는 것 뒤에 가려진 감정을 살펴봐야 한다. 감정이야말로 거의 모든 것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조와 리타는 자녀 양육권과 집 소유권을 두고 다투고 있었다. 조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둘의 이혼 결정에 중대한 요소였지만, 재산 분할 비율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런데도 리타는 울면서 조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계속 강조했다. 저자는 문득, 그녀가 공감받길 원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리타가 느끼는 힘든 감정을 인정해 주자, 놀랍게도 그녀는 합의할 준비가 되었다. 겉으로는 재산과 단독 양육권을 욕망했지만, 실제 내면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한 힘든 마음을 이해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던 것이다.
내가 원하는 대상과 그것을 원하는 이유를 구분해서 생각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유를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로 원하는 것을 말하고, 생각하고, 요구한다. ‘왜’라는 이유에 답해야 자기 입장만 고집하던 상태에서 벗어나 나의 감정, 상대의 감정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이 익숙해질수록 지금 겪는 갈등의 상당수가 실은 불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의미 없는 다툼이 사라지면 인간관계도 훨씬 수월해진다.
거리를 두거나 경계선을 긋거나,
나를 소모하지 않기 위한 관계 연습
아무리 손절이 쉬운 세상이라고 하지만, 내 삶에서 소중한 사람을 끊어 낸다는 것은 상당한 고통이 뒤따르는 결정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인간관계 손절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유는, 이 관계를 지속할수록 내가 소모될 게 뻔히 보일 때가 아닐까. 내 삶의 주도권이 나에게 없다는 느낌이 드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또 없을 것이다.
교사인 샐리는 학교, 가정, 친구 관계에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고 최선을 다했다. 늘 앞장서 어려운 일을 도맡았고, 부탁을 받으면 거절하지 못해서 싫어도 좋다고 대답했다. 그러다가 지쳐 버렸다. 항상 주기만 하는 자신에 비해 받기만 하는 사람들이 원망스럽게 느껴졌고, 갈수록 사랑하는 이들에게 짜증 내는 횟수가 늘었다.
수용적 태도는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자신의 한계를 알지 못하면 무기력해지고 관계가 버거워질 수 있다. 샐리의 경우, 상대와 거리를 두거나 명확한 경계선을 그을 필요가 있었다. 숨을 쉬려면 산소가 필요하듯 건강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라도 경계선을 그어 자신만의 여유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숨 쉴 틈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주어져도 문제 있는 관계가 회복될 때도 적지 않다. 당장은 경계선 긋기가 관계를 쳐 내는 행동 같아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감정적으로 안전한 공간에서 진심 어린 관계를 키워 나가게끔 도와주는 행위다.
때로는 수년간 보류해야 하는 관계도 있다. 특히 친한 사이일수록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소중한 사람을 당장 끊어 내기보다는 물리적 거리를 두고 각자 생각할 시간을 가지면서 가끔 안부만 물어도 된다. 서로 마음에 부담이 되지 않을 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전보다 더 각별한 사이가 될 수도 있고, 전처럼 매일 만나지는 않더라도 중요한 순간에 옆을 지켜 주는 든든한 관계로 얼마든지 성장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지치지 않는 것이다. 버거운 부탁에는 안 된다고 말하거나, 고민이 될 땐 ‘타임아웃’을 요청하고 생각할 시간을 가지는 식으로 경계선을 그어 보자. 안전한 은신처 안에서 나를 돌보는 시간이 더 나은 관계로 나아갈 힘을 비축할 수 있는 연습이 될 테니.
인간관계에도 ‘면역력’이 필요하다
관계 균형 맞추기
마주 보고 말하기만 하면 되는데, 도대체 대화는 왜 그렇게 어려운 걸까? 어쩌면 우리는 각자 말하는 법만 배웠지 함께 대화하는 법은 배운 적이 없는지도 모른다.(최설민 추천사) 관계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대화를 나눠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보다 단순히 자기 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중재를 요청하며 저자를 찾아오는 의뢰인들은 아무리 양극단으로 갈린 부부라도 각자 공평함을 주장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야기를 나눌수록 각자의 관점만 더욱 분명해진다는 것이다. 은연중에 내가 맞고, 상대가 틀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등 해결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이기려 할수록 더 외로워질 뿐이다.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의 만남이기에 관계에서 갈등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진짜 문제는, 갈등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갈등을 겪을 때마다 관계 안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 방법을 알면 지금보다 더 나은 관계로 충분히 나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오랜 시간 가장 가까운 사이에서 일어나는 미묘하고 까다로운 갈등을 중재해 오며 관계 개선에 큰 효과를 본 방법들을 발견했고, 이를 정리하여 《관계 면역력을 키우는 어른의 소통법》에 담아냈다.
책에서 말하는 세 가지 관계 유형(발깔개형-균형형-불도저형) 중에서 항상 상대를 위해 맞춰 주는 발깔개형과 상대를 내 식대로 끼워 맞추려는 불도저형이 구축하는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늘 오르락내리락하겠지만 균형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관계야말로 진정 건강한 인간관계라 할 수 있다.
저자가 알려 주는 소통 방법들을 익히는 과정은 이런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관계 면역력’을 키워 나가는 과정과 다름없다. 신체 면역력을 키우면 바이러스가 몸에 침투해도 대항할 힘이 있는 것처럼, 관계 면역력을 키우면 인간관계 스트레스로부터 나 자신과 우리 관계를 지킬 힘이 생긴다. 소통이 불가능하다고 느꼈을 때조차 상대를 바로 끊어 내지 않고도 얼마든지 상황을 나아지게 할 수 있다.
“어려움 각각을 가능한 만큼, 그리고 해결에 필요한 만큼 여러 부분으로 나눠라”라는 철학자 데카르트의 조언은 오늘날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설령 한 사람과의 갈등이라 해도 문제가 꼭 하나라는 법은 없고, 문제 하나를 해결하면 또 하나가 고개 드는 인간관계의 어려움 앞에,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지금껏 갈등의 유일한 해결책이 손절이라고 믿었다면, 소중한 관계를 지키고 싶은 의지가 있으나 방법을 몰랐다면, 이제라도 인간관계에 후회가 남지 않는 소통을 시작해 보자.
작가정보
맡은 의뢰의 99퍼센트를 법정까지 가지 않고 협상 테이블에서 해결하기로 이름난 25년 차 일류 이혼 변호사이자 중재인, 갈등 해결 분야의 인기 연사다. 미국 변호사협회 분쟁 해결 부문 중재 위원회의 공동 위원장, ABA 중재 연구소의 교수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리얼 심플Real Simple》 《포브스》 《바이스Vice》 《뉴욕포스트》 《U.S. 뉴스 & 월드 리포트》를 비롯한 팟캐스트, 라디오 등 다양한 방송 매체에 출연하며 관계 및 소통 전문가로 인정받았고 NBC의 〈매스 어필Mass Appeal〉에 고정 객원으로 출연 중이다.
《관계 면역력을 키우는 어른의 소통법》은 친구, 가족, 부부처럼 아주 가까운 관계부터 사회적 관계에 이르기까지 피할 수 없는 갈등 상황에서 서로 등을 돌리지 않고 꼬인 관계를 차근차근 풀어 나가는 의연한 소통의 기술을 알려 준다.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7년간 UI 디자이너로 일하다 글밥 아카데미를 수료한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나는 왜 사랑할수록 불안해질까》 《여자(아이)의 심리학》 《필로소피 랩》 《사랑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지식의 탄생》 《부모의 말, 아이의 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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