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의 오만
2024년 07월 18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4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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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2. 두 나라의 빈곤
3. 가난한 자의 자산
4. 부유한 자의 쇼핑
5. 카인의 후예
옮긴이의 말
첫 문장
현관을 나서자마자 살을 에는 찬바람이 불어왔다.
“으으! 추워!”
오시노는 몸을 부르르 떨며 반려견 료타를 개집에서 데리고 나왔다. 이틀 동안 비가 내리는 바람에 산책을 못 한 탓인지 료타는 몹시 신이 나 기운차게 뛰어나갔다.
“아무래도 모방범 냄새가 나.”
아소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기가 적출되어 있었다는군.” p15
“앞서 본 대로 살해된 피해자는 소년이다. 부검 보고를 보면 사망 직전에는 제대로 된 생활도 못 했다. 겨우 연명하다가 간을 절반 적출당했고 어설픈 마취 때문에 쇼크로 사망했다. 성인이라도 견딜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십 대로 짐작되는 소년이 그런 일을 당했다. p58
“입양 보냈어요.”
“굳이 일본에 있는 가정으로, 말이에요?”
“우리 집은 아이가 넷이나 되는데 도저히 다 키울 여력이 안 됐어요. 곤란하던 참에 마침 막내 지엔순을 양자로 들이고 싶다는 사람이 나타나서…….”
“양부모 될 사람이 직접 찾아왔나요?”
“아니요, 입양 중개인이 왔어요.”
자신도 모르게 야스코우치와 얼굴을 마주 봤다. 장기 브로커의 그림자가 이곳에도 어른거렸다. p115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정말로…… 진짜, 정말로 어쩔 수가 없었어요. 남편의 빚을 갚느라 제 수입으로는 부족해서…… 집세가 싼 가마타의 아파트로 이사했지만 역시 팍팍해서 저도 마사토도 하루에 두 끼밖에 못 먹고 식자재도 특가 판매 상품밖에 못 샀어요……. 제, 제가 능력이 없어서 한창 클 나이인 남자아이에게 밥도 제대로 못 먹였어요.” p154
-당신은 아무 도구도 없어요?
-이 사람을 편하게 해 줄 도구는 갖고 있죠. 그게 바로 이 주사기예요.
상대는 벌써 몇 번이나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반복했다.
이누카이 앞에서도 주저하지 않으리라.
-바보 같은 짓 마요! 그건 살인이야.
-그런 것쯤은 알죠. 그러면 이 사람이 계속 괴로워하는 모습을 손 놓고 보고만 있을까요? 그건 죄가 아닌가요?
아니야, 그것은 윤리 문제다. 경찰인 자신을 향한 질문이 아니었다. p174~175
아직 가정의 근거조차 갖추지 못했기에 이누카이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실행범 외에 범행을 유발한 장본인은 짐작이 간다. 닳고 닳은 통설이지만 이번만큼 그것을 통감한 적은 없었다.
범인 중 하나는 틀림없이 ‘가난’이었다. p218
“모처럼 쓸 수 있는 장기가 있는데 이식하지 않다니 네 가지 손해입니다.”
“그 네 가지는 무엇입니까?”
“죄수를 구원할 수 없어요. 유족이 받는 대가도 없습니다. 장기가 필요한 사람을 살릴 수도 없어요. 이식 수술 건수가 늘지 않으니 의사의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사생관이라기보다는 윤리관의 차이이리라. 류하오위가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만큼 이누카이에게 기이하게 들리는 부분이 있었다.
“본인의 의사가 존중된다면 장기매매가 나쁜 것은 아니라는 뜻이죠?”
“네.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합니다.” p251
“그러니까 우리는 반드시 범인을 잡아야 해. 실패도 미궁에 빠지는 것도 용납되지 않아. 그러려면 머리는 항상 식혀두도록 해. 뜨거워져도 되는 건 여기뿐이야.”
이누카이는 자신의 가슴에 손가락을 댔다. p287
“타인의 비극이 여흥입니까?”
“사람은 모두 죽어요. 다른 것은 시기와 죽음의 형태뿐. 저마다 다르니 여흥이 맞지.”
타인의 죽음을 여흥이라고 단언하는 시점에서 이누카이는 이 남자에게 호의를 느낄 수 없었다. 재계의 거물인지 미스터 고도성장인지 모르겠지만 사람의 생사를 가벼이 여기는 놈들 치고 제대로 된 인간은 없었다. p352
“앞으로 뒷돈으로 거래되는 장기 가격은 폭락하고 가난한 집은 간 하나 파는 정도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될 거야. 다 일본 형사의 책임이고, 전부 당신 책임이지.” p384
자신의 수사가 소녀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밖에 되지 않았다. 소년들의 한을 풀어주겠다며 분투한 것은 잘못된 판단에 불과했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영원히 서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이누카이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불현듯 사야카의 얼굴이 떠올라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p419
1. 이 책에 대하여
생명의 가치와 무게는 국경을 넘을 때마다 달라지는가?
『카인의 오만』은 『살인마 잭의 고백』, 『일곱 색의 독』, 『하멜른의 유괴마』, 『닥터 데스의 유산』을 잇는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다. 이 작품은 사회파 미스터리의 매력과 반전의 묘미를 적절히 조합한 것으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장기매매에 대해 생각해볼 계기를 제공한다.
이야기는 장기가 적출된 소년의 시신이 잡목림에 매장된 채로 발견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 수사에 경시청 수사1과 이누카이 형사가 호출된다. ‘모방범인지 아닌지’에서부터 ‘피해 소년은 누구인가’까지 의문은 하나도 풀리지 않는다. 이렇게 수사는 시작부터 난항을 겪는데, 이누카이와 콤비로 활동하는 아스카의 기지로 피해자가 중국에서 입국한 빈곤층 소년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잇달아 간이 부분 적출된 소년들의 시신이 발견되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어린아이를 상대로 하는 잔혹한 범죄에 이누카이와 아스카는 몹시 분노해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답게 시치리는 장기이식과 장기매매, 빈곤층 가정 문제와 청소년 문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조명한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직업으로서의 형사와 아버지의 입장사이에서 고뇌하는 이누카이다.
특히 『카인의 오만』에 등장하는 돈으로 목숨을 사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장기매매는 불법이지만 부유한 자는 가난한 자의 장기를 쇼핑한다. 가난한 자가 마지막으로 가진 것이라고는 바로 자신의 장기이다. 모든 걸 가졌지만 장기가 망가진 부유한 자들은 모든 걸 잃고 장기만 남은 가난한 자들의 장기를 노린다. 수요 공급의 관점에서 장기매매에 접근하는 것은 언뜻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듯하지만 사실 인간의 존엄과 윤리를 간과하는 것과 같다. 경제의 원리 앞에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또 해야만 하는가?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는 장기이식의 방향성을 고민하게 하는 『살인마 잭의 고백』, 인간의 일곱 가지 악의를 일곱 가지 색으로 표현한 단편 연작 미스터리 『일곱 색의 독』, 자궁경부암백신의 부작용 문제를 그린 『하멜른의 유괴마』, 존엄사에 대해 묻는 『닥터 데스의 유산』, 장기매매를 둘러싼 사회문제에 주목한 『카인의 오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통점이 있다면 의료 문제와 관련된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신랄하게 그린다는 점이다. 이미 일본에는 출간된 여섯 번째 이야기 『라스푸틴의 정원』은 무엇을 어떻게 다룰지 기대하며 다섯 번째 이야기인 『카인의 오만』을 즐겨주시기를 바란다.
“사람의 처지를 이용해 억지로 장기를 제공하게 하는 건
의사가 할 짓이 아닙니다. 그냥 범죄자 집단이에요.”
나카야마 시치리는 2009년 『안녕, 드뷔시』로 제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상하며, 늦은 나이에 등단했다. 그 후 다양한 테마로 믿을 수 없는 집필 속도로 써내는 작품마다 뛰어난 완성도와 놀라운 반전을 선보이며 단기간에 일본 추리소설 마니아들을 사로잡는다. 그는 밝고 유쾌한 음악 미스터리부터 어두운 본격 미스터리,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물, 법의학 미스터리, 경찰 소설, 코지 미스터리까지 다방면의 소재와 장르의 이야기들을 꾸준히 써내고 있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다양한 분위기와 주제, 장르를 넘나드는데 이는 어느 하나의 분야에서라도 살아남아 작가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은 가독성이 있고 쉽게 읽힌다. 그는 특히 가독성을 살리기 위해 내용의 사건성과 스토리에 따라 완급을 조정한다고 한다. 가령 ‘!’의 수 등으로 일일이 컨트롤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테미스의 검』에서는 느낌표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덧붙이자면, 작품의 주제에 따라 ‘!’과 ‘?’의 개수를 정한다는 것이다. ‘이 주제라면 원고지 한 장당 몇 개로 해야겠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는 한 달에 한 작품씩 출간하는 엄청난 집필 속도를 자랑하는데, 그 비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신은 다른 미스터리 작가들과 작품을 쓰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보통 작가들은 원목을 하나하나 조각칼로 깎듯이 작품을 쓴다면, 시치리는 프라모델 형식으로 작업한다. 그러니 어떤 테마에 관한 이야기를 제안을 받으면 이전에 써두었던 설계도를 떠올리고, 그것을 바로 가공해 조립하는 것이다. 물론 프라모델이기 때문에 중간에 수정할 필요도 없다. 가히 천재적인 만능 이야기꾼답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작업 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소설을 쓸 때는 5백 장이라면 5백 장, 머릿속에 이미 완성되어 있습니다. 처음에 편집자님께 요청받아 3일 동안 구상합니다. 플롯을 2천 자로 정리해 편집자에게 전달할 때는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머릿속에 완성되어 있습니다. 그 후에는 그걸 다운로드만 하면 되는 것이라 편합니다. 그러니 다른 원고를 바꿔 쓰면 기분전환이 되는 겁니다.”
기분전환조차 다른 원고를 쓰면서 할 정도라고 하니 작품에 대한 그의 집념과 열정은 그 누구 못지않을 것이다.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의 여섯 번째 이야기인 『라스푸틴의 정원』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많이 기대해 주시기를 바란다.
작가정보
나카야마 시치리 (中山七里)
이야기의 힘! 반전의 제왕!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 1961년 기후현에서 태어났다. 2009년 『안녕, 드뷔시』로 제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상하며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 후 나카야마 시치리 월드라는 특유의 세계관 속에 다양한 테마, 참신한 시점, 충격적인 전개를 담아 ‘반전의 제왕’이라 불리며 놀라운 집필 속도로 많은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카인의 오만』은 나카야마 시치리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다. 부유한 자는 가난한 자의 장기를 쇼핑해도 되는가? 장기매매 관련 사건에 에이스 형사 콤비가 뛰어드는데…… 주요 작품으로는 『안녕, 드뷔시』를 비롯해 『속죄의 소나타』 『추억의 야상곡』 『은수의 레퀴엠』 『악덕의 윤무곡』 『일곱 색의 독』 『하멜른의 유괴마』 등이 있다.
보라색 캐리어를 끄는 번역가.
당신의 충실한 낮을, 은밀한 밤을, 깊은 새벽을 여행합니다. 처음보다 두 번 세 번 읽었을 때 더 재밌는 책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이번에 준비한 선물은 『카인의 오만』입니다. 지난 선물로는 『특수청소부』, 『레몬과 살인귀』, 『너의 퀴즈』, 『표정 없는 검사의 분투』, 『내 것이 아닌 잘못』, 『닥터 데스의 유산』, 『인면창 탐정』, 『야미하라』, 『언더독스』, 『머더스』, 『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 『앨리스 더 원더 킬러』, 『비웃는 숙녀』(시리즈), 『안녕, 드뷔시 전주곡』, 『현지인처럼 홍콩&마카오』, 『Let's Go 하와이』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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