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2024년 07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1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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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2988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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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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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승은 남악 형산에서 불법을 가르치고
젊은 제자는 돌다리에서 선녀들을 만나네
화음현의 소저는 편지를 보내고
남전산 도인은 거문고를 전하다
양소유가 주루에서 계섬월을 만나고
계섬월은 또 다른 여인을 추천하다
양소유가 여도사로 변장해 정 씨 가문에 들어가고
정 사도는 급제자 가운데서 훌륭한 사위를 고르다
꽃신을 노래해 마음을 드러내고
가짜 산장에서 인연을 맺네
가춘운은 선녀인가 귀신인가
적경홍은 남자인가 여자인가
학사는 궁궐에서 옥퉁소 불고
봉래전 궁녀는 아름다운 시를 청하다
춘운은 뜻을 지켜 주인을 떠나고
여협이 비수를 품고 와 신방을 차리다
양소유가 백룡담에서 군대를 무찌르고
동정호 용왕은 사위에게 잔치를 열어 주다
양소유는 틈을 내어 불가의 문을 두드리고
공주가 평복 차림으로 정 소저를 만나네
두 미인이 손을 잡고 한 가마에 오르고
궁궐에서 일곱 걸음 만에 시를 짓다
양 상서는 천상에 가는 꿈을 꾸고
가춘운은 유언을 꾸며 내어 전하다
혼인날 꽃과 비단이 찬란하게 빛나고
연회에서 적경홍과 계섬월이 사람들을 압도하다
낙유원 사냥 모임에서 봄빛을 다투고
꽃수레를 타고 놀며 경치를 구경하다
부마가 벌로 금술잔의 술을 마시고
황제는 은혜를 베풀어 취미궁을 빌려주다
양 승상이 산에 올라 멀리 바라보고
성진 스님은 근원으로 돌아가도다
해설 《구운몽》을 읽는 즐거움
채봉이 말했다.
“전에 두 분 공주께서 조용히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니 춘랑이 귀신이 되어 승상을 속였다던데. 내가 그 이야기를 모르니 춘랑이 지면 옛이야기처럼 자세히 말해 주게.”
춘운이 쌍륙판을 밀치고는 부끄러워하며 영양공주에게 말했다.
“소저, 소저! 우리 소저가 항상 저를 아껴 주시더니 어찌 그 이야기를 하셨나요? 진 숙인이 들었으면 누군들 듣지 못하겠어요? 이제는 제가 얼굴을 들고 살 수가 없겠습니다.”
채봉이 웃으며 말했다.
“공주께서 왜 춘랑의 소저이신가? 우리 영양공주는 승상 부인이시니 나이가 아무리 젊으셔도 춘랑의 소저가 되실 순 없어.”
춘랑이 말했다.
“십 년 넘게 부르던 말을 갑자기 고치기 어려워 그러네요. 꽃가지를 서로 꺾으며 다투던 일이 엊그제 같으니 공주가 되시고 부인이 되셔도 무섭지가 않습니다.”
난양공주가 웃으며 정경패에게 물었다.
“춘랑의 이야기는 저도 듣고 싶었습니다. 정말 승상이 속던가요?”
정경패가 말했다.
“왜 속지 않았겠어? 겁내는 모습이나 보려 했는데 눈이 먼 것처럼 춘랑이 귀신이라도 아무 상관없다 하더군. 여자 밝히는 사람을 색중아귀色中餓鬼라 부른다더니 그 말이 틀리지 않아. 자기가 귀신이니 귀신을 두려워할 리 있겠어?”
모두들 크게 웃었다. 밖에서 듣고 있던 양소유는 그제야 영양공주가 바로 정경패임을 깨달았다. _235~236쪽
이날 낙유원 잔치에 심요연과 백능파가 뒤늦게 와서 주인과 손님들의 즐거움을 더해 주니 다들 흥겨워했다. 날이 어두워져 잔치를 마치면서 두 집에서 각각 금은과 비단을 상으로 내렸다. 진주가 몇 섬이나 되고 쌓인 비단이 언덕에 가득했다.
월왕과 승상이 말에 올라 달빛을 받으며 성문 안으로 들어갔다. 두 집의 여성 예인들이 줄지어 뒤를 따르니 그들의 장신구 울리는 소리가 흐르는 물 같고 향기로운 바람이 십 리에 끊이지 않았다. 길 위에 떨어진 비녀와 부서진 진주가 말발굽에 밟히는 소리가 났다. 사람들이 모두 집을 비우고 이를 구경하러 나와 거리를 가득 메웠다. 백 살 먹은 노인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내 어릴 적 현종 황제가 화청궁에 행차하실 때 보았던 것과 똑같구나. 늙어서 다시 이런 태평성대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_273쪽
두 부인이 여섯 낭자를 데리고 관음보살상 앞으로 나아가 향을 피우고 말했다.
“제자 정경패, 이소화, 진채봉, 가춘운, 계섬월, 적경홍, 심요연, 백능파는 남해대사께 아뢰옵니다. 저희는 각각 다른 곳에서 나고 자랐으나 한 사람을 남편으로 맞아 마음을 합하고 하나가 되었습니다. 비유하자면 한 나무에서 핀 꽃이 바람에 날려 궁궐과 규방, 시골집과 거리, 변방과 강호에 떨어졌던 것이니 그 근본을 따지면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오늘부터 형제가 되어 삶과 죽음, 기쁨과 즐거움을 함께하자고 맹세합니다. 혹시 다른 마음을 품는다면 하늘과 땅이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바라건대 남해대사께서는 복을 주시고 화를 없애 백 년 뒤에 함께 극락으로 갈 수 있게 해 주십시오.” _285쪽
육관대사가 큰 소리로 물었다.
“성진아! 인간 세계의 부귀를 겪어 보니 어떠하냐?”
성진이 머리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스승님,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제가 잘못된 생각을 품고 죄를 지었으니 인간 세상에 윤회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도 사부님께 서 하룻밤 꿈으로 저를 깨우쳐 주셨으니 그 은혜를 감히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육관대사가 말했다.
“네가 흥이 나서 갔다가 흥이 다해 돌아온 것이니 내가 무슨 관여를 했겠느냐. 너는 또 ‘인간 세상에 윤회하는 꿈을 꾸었다’고 하는데 이는 세속을 다른 세계라 한 것이니 아직도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셈이다. 장주莊周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가 나비가 장주가 되니, 어느 것이 거짓이고 어느 것이 참인지 알지 못했다. 성진과 양소유 중 어느 것이 꿈이고 어느 것이 꿈이 아니겠느냐?” _302~303쪽
청소년 독자와 《구운몽》의 첫 만남은 보통 성진이 깨달음을 얻는 장면에서 이루어진다. 《구운몽》이 허무하고 따분한 교훈을 주는 작품으로 기억되고 마는 까닭이다. ‘모든 것이 하룻밤 꿈이었다’는 성진,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으니…’ 하며 알쏭달쏭한 말을 하는 육관대사. 성진이 꾸었다는 꿈은 ‘외모와 능력을 다 가진 남자가 여덟 아내를 얻는 것’이니 시대착오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완벽한 남자가 아내들에게 늘 한 방 먹고 당하는 역할이라면 어떨까?
선남선녀들이 만들어 가는 즐거운 사랑과 기쁨
여덟 소녀의 다채로운 매력과 진한 우정
현실과 꿈의 경계를 지우는 정교한 구성까지
인생무상과 이처 육첩을 넘어 읽는
아홉 빛깔 구름 이야기
《구운몽》에는 선남선녀들이 밀고 당기며 만들어 가는 사랑과 기쁨이 가득하다. 고상한 말투와 예법 속에 재치 있는 장난을 담고, 정원에 모여 재주를 겨루며 성대한 잔치를 벌이고, 유유자적 좋은 경치를 구경하는 나날을 보낸다. 같이 어울려 놀며 다정한 평화를 만끽하는 세계인 것이다.
제각기 색깔이 선명하고 성격이 뚜렷한 여덟 소녀는 《구운몽》이 주는 오락적 재미의 핵심이다. 양소유가 여장을 하고 자신을 속이자 그를 놀리는 데 앞장서는 정경패, 경패와 끝까지 함께하기 위해 소유를 떠나는 가춘운, 영리한 계섬월의 말솜씨에 늘 지는 적경홍, 기구한 운명에도 꿋꿋함을 잃지 않는 진채봉, 소유를 도와주며 자신의 인연을 스스로 찾아가는 심요연과 백능파, 뛰어난 여성들과 교류하기를 꿈꾸는 이소화까지. 이들은 양소유의 아내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를 둘러싼 관계를 직접 구축한다. 가까이 지내고 싶은, 헤어지고 싶지 않은 친구를 영원히 곁에 두기 위해 양소유와 혼인하는 길을 택한다. 나아가 황족과 시녀, 처와 첩으로 구분되어 있던 자신들의 관계를 평등하게 만든다.
아홉 구름의 일생은 꿈으로 밝혀진다. 그러나 인간의 삶 자체는 덧없지 않다. 양소유가 느낀 허무는 오히려 과정이 생략된 승승장구, 사회 질서에 고민 없이 순응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데 힘쓰며 주어진 길을 걷는 안전한 선택에서 온다. 무엇이 인간을 허무하게 하는가를 고민하게 하는 이 경험은, 성진에게 깨달음을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을 뿐 아니라 현재 성진의 사고를 구성하는 ‘현실’이다. 그래서 육관대사는 양소유로서의 삶을 ‘꿈’이라고 폄하하는 성진을 향해 “어느 것이 꿈이고 어느 것이 꿈이 아니겠느냐?”라고 하는 것이다.
《구운몽》은 꿈과 현실의 위치를 살짝 바꾼다. 성진은 작품의 앞뒤에 잠시 등장하지만 현실로 그려지며, 양소유의 일생은 꿈이지만 이 작품 전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길고 세세하게 그려진다. 꿈을 현실처럼, 현실을 꿈처럼 만드는 정교한 구성은 삶에 대한 깨달음과 이야기가 주는 쾌락 중 어느 것에도 치우치지 않는 절묘한 균형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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