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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만의 책장

데버라 펠더 지음 | 박희원 옮김
신사책방

2024년 03월 25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1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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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52.03MB)
ISBN 979119789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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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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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역사, 여성의 삶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기록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다른 역사책처럼 ‘사건’들을 나열하는 것만으로, 여성의 삶이 바뀐 순간들을 빠짐없이 다룰 수 있을까? 『여자만의 책장』을 쓴 데버라 펠더는 그럴 수 없다고, 더 정확히 말하면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어떤 시대에서든, 여성의 역사는 문학과 논픽션을 아울러 글이라는 맥락을 거쳐야만 파악할 수 있는 고유의 특성이 있다.” 본격적인 여성운동과 정치적·사회적 변화가 일어나기 한참 전부터, 여성들은 글로써 여성의 삶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를 증명해왔고, 당대와 과거 여성들의 삶을 책에 담아 여성의 삶이 바뀌어온 궤적을 기록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외쳤다. 여성의 삶을 이야기로, 기록으로, 연대로, 역사로 만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책’이었다.
『여자만의 책장』은 그래서 50권의 책으로 쓴 여성의 역사이자 여성이 글쓰기로 무엇을 이루어왔는지에 대한 평전이다. 여성(의 역사)을 하나의 책이라고 한다면, 그 책 안에 무수히 많은 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힘을 북돋고, (여성이라는) 책 안의 책장을 한 권 한 권 채워가는 과정을 몇백 년 동안 반복해서, 마침내 책장을 꽉 채우는 데까지 나아간 결과물이 바로 『여자만의 책장』이다.
‘우리만의 책장’(A Bookshelf of Our Own)이라는 원제는 의미심장하다. 지금으로부터 95년 전, 버지니아 울프는 여자 혼자서는 도서관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세상에서 여성이 글을 쓰려면 자기만의 방(A Room of One’s Own)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76년 뒤, 데버라 펠더는 이제 우리, 즉 여자만의 책장이 생겼다고 이야기한다. 어느새 여성이 글쓰기로 여성의 세계를 책으로 구현하기 시작했고, 도서관과 집집마다의 책장에는 여성 작가들의 책이 하나씩 쌓여 여성의 삶을 여성 스스로 바꾸어나가기 시작했다. 이른바 ‘첫 번째 물결’ 이전에도 전 세계에서 여성이 쓴 이야기(『겐지 이야기』)와 주장(『여성들의 도시』, 『여권의 옹호』)이 커다란 영향력을 끼치고 후대의 여성 작가들에게 자신의 삶을 바꿀 의지를 불어넣었으며, 아직 여성의 이름이 책 표제지에 작가 이름으로 인쇄되는 것을 꺼리던 시기부터 여성 작가들의 베스트셀러가 더 나은 여성의 삶을 상상하도록 만들었다(『제인 에어』, 『미들마치』). 소설이라는 형식을 넘어 에세이(『자기만의 방』), 일기(『안네의 일기』), 인문학(『제2의 성』), 역사학(『투쟁의 세기』), 사회학(『여성성의 신화』, 『백래시』), 문집(『그래 난 못된 여자다』) 등을 통해 여성들의 삶을 직접적이고도 입체적으로 다루기 시작했고, 기존 형식이 자기 삶을 담아낼 그릇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여긴 여성들은 새로운 형식을 창조하거나 기존 형식을 자신의 이야기에 맞춰 바꾸기도 했다(『여전사』, 『영혼의 집』). 또한 잊혔던 여성의 작품을 발굴하고(『각성』,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잊힐 뻔한 여성 작가를 다시금 집필하도록 이끌면서 과거의 여성 작가가 간과했던 또 다른 여성을 조명하기도 했다(『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또한, 과거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 현대 작품이 어떻게 현재의 새로운 문제들을 다루는지도 보여준다(『브리짓 존스의 일기』).
그렇게 1002년의 이야기부터 2002년의 이야기까지 다루는 『여자만의 책장』의 한국어판은, 여기서 소개하는 50권(에 추가해서 ‘더 읽어볼 만한 작품’ 50권)의 책 중에 한국어로 소개된 41권(과 28권, 총 69권)의 책 표지와 서지 사항을 정리해 수록했다. 여러 판본이 나온 고전들은 읽기 쉽고 설명이 충실해 책을 처음 읽는 독자가 작품을 더 잘 접할 수 있을 법한 판본을 선정해 소개했다. 특히 최근 5년간 출간된 책 16권이 포함돼 있어, 작품을 처음 읽어보려는 사람은 물론 다시 한번 책을 읽어보려는 독자에게도 새롭고 더 읽기 쉬우며 더 정확한 번역을 골라 ‘여성을 위한 새로운 세계문학 큐레이션’을 선보인다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기도 하다. 『여자만의 책장』 안의 책을 더 많은 여성과 남성이 더 수월하게 가까이하고 자기만의 책장 안에 꽂을 수 있기를 바라며, 한편으로는 이 책에서 다루지 못한 서구 바깥의 책들, 특히 한국과 동아시아 문학의 계보와 담론에 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 예술사회학자 이라영의 해제를 실어 책의 시야를 조금 더 넓히고자 했다.
2005 머리말
1002~3 겐지 이야기, 무라사키 시키부
1405 여성들의 도시, 크리스틴 드피상
1678 클레브 공작부인, 라파예트 부인
1792 여권의 옹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1816 에마, 제인 오스틴
1847 제인 에어, 샬럿 브론테
1850 주홍 글자, 너새니얼 호손
1857 보바리 부인, 귀스타브 플로베르
1868,9 작은 아씨들, 루이자 메이 올컷
1871~2 미들마치, 조지 엘리엇
1877 안나 카레니나, 레프 톨스토이
1879 인형의 집, 헨리크 입센
1891 테스, 토머스 하디
1892 누런 벽지, 샬럿 퍼킨스 길먼
1899 각성, 케이트 쇼팽
1905 기쁨의 집, 이디스 워턴
1918 나의 안토니아, 윌라 캐더
1920 셰리, 시도니가브리엘 콜레트
1929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1936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마거릿 미첼
1935 대학제의 밤, 도러시 L. 세이어스
1937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조라 닐 허스턴
1947 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1949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1959 투쟁의 세기, 엘리너 플렉스너
1959 인간의 작은 근심, 그레이스 페일리
1962 금색 공책, 도리스 레싱
1963 여성성의 신화, 베티 프리단
1963 벨 자, 실비아 플라스
1966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진 리스
1970 성 정치학, 케이트 밀릿
1970 자매애는 강하다, 로빈 모건
1970 여성, 거세당하다, 저메인 그리어
1972 하얀 미국의 검은 여성, 거다 러너
1973 숭배에서 강간까지, 몰리 해스컬
1973 비행공포, 에리카 종
1975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수전 브라운밀러
1975 미스터 굿바를 찾아서, 주디스 로스너
1976 여전사, 맥신 홍 킹스턴
1976 더이상 어머니는 없다, 에이드리언 리치
1977 여자의 방, 메릴린 프렌치
1978 침묵, 틸리 올슨
1981 여성, 인종, 계급, 앤절라 데이비스
1982 영혼의 집, 이사벨 아옌데
1987 빌러비드, 토니 모리슨
1989 숄, 신시아 오직
1991 백래시, 수전 팔루디
1991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나오미 울프
1996 브리짓 존스의 일기, 헬렌 필딩
2002 그래, 난 못된 여자다, 캐시 하나워
2023 해제, 이라영
더 읽어볼 만한 작품
참고 문헌

몇백 년 동안 여성의 삶을 형성해온 정치적·사회적 사건들의 목록만으로 여성의 역사를 설명할 수는 없다. 어떤 시대에서든, 여성의 역사는 문학과 논픽션을 아울러 글이라는 맥락을 거쳐야만 파악할 수 있는 고유의 특성이 있다. 이 책은 여성이 썼거나 여성에 관해 쓴 글로써 여성의 역사 전반을 살펴보려 한다. 책을 여는 문장에서처럼, 여기서 소개하는 작가와 작품 들은 ‘세상과 맞서 싸울 의무를 져온’ 여성들의 역사적·문화적 경험에 관해 소중한 통찰을 제시한다고 생각하는 것들로 엄선했다.
9쪽

이 작품들은 개인적·사회적·정치적 정체성을 도야하고, 평등을 쟁취하고, 존중받기를 요구하고 받아내며, 사랑을 주고받고, 상황의 제약에 맞서고 도전하며, 선택한 삶에 의문을 던지고 때로는 그런 삶을 거부한 여성들의 분투기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9쪽

서양 작가들은 몇백 년 지난 뒤에야 『겐지 이야기』 같은 작업을 시도하고 시키부가 이 대서사시에서 보여준 바를 발견할 수 있었다. 소설은 “몸소 겪은 일에서부터 목격하거나 들은 것까지를 아울러, 좋든 나쁘든 작가가 인간과 세상을 경험하며 가슴속에 조용히 묻어둘 수 없을 만큼 격렬한 감정에 이를 때 자연히 생겨난다.”라는 비결 말이다.
23쪽

아름다움이 여성의 권력이라고 어릴 때부터 배운 여성은 몸에 정신을 끼워 맞추고, 금박을 입힌 새장 안을 거닐며 그 감옥을 꾸밀 생각만 한다. 남성은 다양한 직업을 갖고 각자 관심 있는 활동에 참여하며 세상을 향해 정신의 문을 열고 개성을 더해간다. 반면 여성은 한 곳에 갇힌 채 제일 하찮은 부분에만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이며, 대개 순간의 작은 성취 너머로 시야를 확장하지 못한다. 하지만 여성의 인식이 현재 만연한 남성의 우월감과 성욕, 폭군처럼 지배하려는 근시안적 욕망으로 예속당한 상태에서 해방되면 우리는 놀라운 모습으로 나약함을 떨쳐낼 것이다. …… 여성의 방식으로 혁명을 일으켜 잃어버린 존엄성을 되찾고 인류의 일부로서 자신을 바꾸고 나아가 세상을 바꾸려 힘써야 할 때다.
54-55쪽

작품이 세상에 나온 이후 독자들은 「누런 벽지」의 의미를 끊임없이 궁금해했다. 초기에는 화자가 광기에 사로잡히는 과정을 그린 공포소설로 해석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을 무력하게 만드는 가부장제 질서 아래 억압받고 구속된 여성의 정신 질환을 오싹하고 분명하게 드러낸 이야기로 인식하게 되었다. 길먼은 “사람들을 미치게 하려고 쓴 것이 아니라, 미쳐가게 만드는 세상에서 사람들을 구하려고 썼다.”라고 말했다. 미첼이 권하는 휴식 요법의 끔찍한 결과를 경고하고 치유하고자 쓴 길먼의 글은 남성과 여성의 역학 관계를 진단하는 심오하고 중대한 의의를 지닌 작품이 되었다. 페미니스트 비평가들은 「누런 벽지」를 남성 지배와 여성 병리 및 해방이라는 패러다임으로 해석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화자의 광기는 가부장제의 구속에 반항하고 복수하는 수단이 된다.
161-162쪽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에 대한 평론에서 그는 “백인이 흑인으로 분장하고 우스꽝스러운 행동으로 ‘백인’을 웃기는 민스트럴 쇼”와 같다고 조롱했다. 심지어 표현주의적이고 민속적 요소가 풍부한 작품인 『보이지 않는 인간』을 발표해 허스턴의 영향이 감지된다는 평을 들은 소설가 랠프 엘리슨조차 허스턴의 작품은 “계산된 익살 광대극의 병폐”라고 불만을 표했다. 허스턴의 작품에 깃든 시적이고 지적인 힘을 처음부터 알아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평론가 주디스 윌슨의 말처럼 허스턴은 “당대 다른 흑인 작가가 아마도 몰랐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사실을, 소박한 토착어와 길모퉁이에서 펼쳐지는 우주가 서구 백인 문화의 문법과 철학만큼이나 가치 있다는 사실을 알아본” 작가였다. 독자와 평단이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에 다시 주목해 미국 문학이 시도한 적 없는 방식으로 인종, 젠더, 계급의 주요 쟁점을 결합한 이 복합적이고 획기적인 작품을 알아본 것은 1970년대 들어 여성운동이 활발해지고 앨리스 워커가 등장해 허스턴을 각별하게 옹호하며 작가의 명성을 되살리는 데 공헌한 이후의 일이었다.
241-242쪽

제2차 세계대전 중 리스는 문학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책은 절판되었고 과거에 작품을 읽고 좋아했던 몇 안 되는 독자는 작가가 죽었다고 짐작했다. 리스가 다시 발견된 것은 배우 셀마 배즈 디아스가 『한밤이여, 안녕』의 각색을 허가받으려 작가의 행방을 수소문하는 잡지 광고를 내면서였다. 남편 스미스가 1945년에 사망한 뒤로 켄트에 살고 있던 리스는 광고에 답을 보냈고 『한밤이여, 안녕』이 1949년 독백극으로 공연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었다. 디아스가 보여준 관심은 리스가 다시 집필을 시작한 동력이 되었다. 리스는 디아스에게 “오랜 시간 글을 쓰지 못하게 만들었던 멍하고 무기력한 기분을 당신이 이미 걷어주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디아스가 각색한 버전은 1957년 BBC에서도 방송되었고, 리스는 같은 해 런던을 방문해 디아스와 저녁을 먹으며 구상하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리스가 소설 완성을 앞두고 심장마비를 일으켜 실제 출판은 1966년까지 늦춰졌다.
328-329쪽

성 혁명이 성공하려면 여성이 완전한 경제적 독립을 성취하고 전통적 가족 구조를 새로이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밀릿은 교육과 정치, 고용 분야에서 지금까지 이룬 성과는 혁명이 아니라 개혁이라고 간주하고, 동시에 낭만적 사랑이라는 현대적 개념과 결혼제도가 여성의 대상화와 예속을 어떤 식으로 유지해왔는지 보여준다. 나치 독일과 소련이 반동적 정책을 시행하던 시기에 국가의 목적에 봉사하도록 여성을 억압한 사례를 제시하고, 가부장적 제도와 이데올로기가 개인의 사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성 혁명에 반하는 이데올로기적 힘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이 성적 편견을 과학으로 둔갑시킨 이론이라고 혹독하게 비판한다.
339쪽

『비행공포』를 쓰던 시기에는 여성 주인공이 독립을 향해 나아가고도 그 오만함의 결과로 죽음을 맞지 않는 결말이 아직 참신했다.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위대한 19세기 소설 『안나 카레니나』와 『보바리 부인』에서 죽음은 부르주아 세계를 넘어선 삶을 추구한 (방식은 언제나 독립을 원하는 여성이 감행할 수 있었던 유일한 시도인 불륜이었다) 여성이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 『비행공포』의 결말에서 이사도라를 죽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 『보바리 부인』과 『안나 카레니나』 속 주인공의 자살을 곱씹어보았다. 부르주아의 결혼에 굴복하고, 혼외정사로 임신하고, 당시 유행을 따라 황무지로 나가 여성 공동체에 들어가는 이야기도 생각해봤다. 다행히 나는 이런 결말을 택하지 않았다.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우러난 소설가의 감이 이사도라라는 인물이 그런 상황에서 ‘정말로’ 할 법한 행동을 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도라라면 모험 끝에 잘못을 깨닫고, 변화하고, 자율성을 얻고, 구원을 받아 집으로 돌아가 삶을 이어갔을 것이다.
401-402쪽

“강간은 이성을 잃고 성욕을 주체하지 못해서 충동적으로 저지른 범죄가 아니라 공포를 조장하고 위협하고자 악의적이고 계획적으로 상대를 모욕하는 폭력 행위라는 기본적인 진실을 인정하고 나면, 우리 문화에서 이러한 사고방식을 부추기고 선전한 요인이 무엇인지 똑바로 마주해야 할 것이다…….” 브라운밀러는 성매매와 포르노 같은 요인으로 “성적 접근을 남성이 누리는 권력과 특권의 부속물로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이 형성되어 여성의 인간성을 파괴했다고 역설한다. 강간에 맞서는 여성의 궁극적 보호막은 자기방어와 반격이다.
411-412쪽

『타르 베이비』는 베스트셀러가 됐고, 모리슨은 《뉴스위크》 표지에 실리는 작가가 됐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당시 모리슨은 자신의 글쓰기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돈을 벌려고 혹은 그저 능력이 되니까 쓰는 소설은 더 쓰지 않을 작정이었다. 압도적 충동에 휩쓸린다거나 탐구하고 싶은 착상에 완전히 이끌리는 정도가 아니라면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또 그렇게 이끌리는 일이 영영 없어도 만족할 것이었다.” 그러나 ‘국가적 기억상실증’이라 표현할 만큼 흐려져 가던 노예제의 유산이라는 소재를 마주할수록 마음과 달리 충동이 일었다. “현장에 남은 잔해를 살피고 그 잔해가 암시하는 세계를 재건하려는 여정”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빌러비드』는 지워진 기억을 재구성하는 신중한 작업이 됐다. 모리슨은 증언하는 행위이자 형언하기 어려운 사실을 전달하는 행위로 “노예 체험기의 여백을 채우고”, “걸핏하면 드리워지던 베일을 걷어내려” 했으며, 그 과정에서 노예제의 파문을 촘촘히 탐색하고 노예 체험의 심리적·정서적·사회적·문화적 대가를 구체적으로 규명하기를 바랐다.
492-493쪽

『백래시』는 하버드와 예일 대학교 조사 팀이 1986년에 진행한 한 연구에 관한 《뉴스위크》의 표지 기사를 반박하면서 탄생했다. 연구는 대학 교육을 받은 여성이 30세가 되면 결혼할 수 있는 확률이 20퍼센트밖에 되지 않으며, 35세가 되면 이 확률조차 5퍼센트로 떨어지고, 40세가 되면 남편을 찾는 것보다 “테러리스트에게 살해당할 확률이 더 높다.”라고 주장했다. 경력을 위해 결혼을 미룬 여성에게 나타난다는 소위 ‘결혼 위기’ 현상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여성은 경력 개발은 제쳐두고 결혼이라는 목표를 추구하는 편이 현명하다는 식으로 결론이 났다. “연구가 타당한지 아닌지 검증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 기사는 여성의 위치에 관한 그 특정한 시기의 인식에 딱 들어맞았다.” 팔루디는 조사를 진행해 결혼 연구에 사용된 방법론에 결함이 있으며 대표성이 부족한 표본을 추출했기 때문에 연구의 결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513-514쪽

“여성이 권력에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외모를 의식하고 자신을 희생하라는 요구도 심해졌다.” 울프는 집요하게 여성의 역량을 약화하는 아름다움의 신화를 요약한다. “지난 10년 동안 여성은 권력 구조에 균열을 일으켰다. 동시에 섭식 장애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성형수술은 의학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전공이 되었다. 지난 5년간 소비지출은 두 배로 뛰었고 포르노는 주류 미디어로 들어왔으며 …… 미국 여성 3만 3천 명은 다른 목표를 이루려 노력하느니 차라리 6킬로그램 정도 체중을 감량하는 편이 낫다고 조사원한테 말했다.” 울프에 따르면 아름다움의 신화는 페미니스트의 성취로 자신의 권력이 위협받는다고 느낀 남성에게서 유래했고, “여성이 해방에 대해 느끼는 죄책감과 불안을 이용하기 때문에” 여성도 이 신화를 내면화한다.
525-526쪽

역사학자 린 헌트는 소설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18세기에 인권 의식이 눈에 띄게 성장한 사실에 주목했다. 새뮤얼 리처드슨의 『파멜라』(1740)와 『클러리사 할로』(1748), 루소의 『신 엘로이즈』(1761)의 엄청난 인기가 어떤 성격이며, 그로 인해 사회에 끼친 영향이 무엇인지 분석한 헌트는 공감과 인권의 긴밀한 관계를 밝힌다. 당시 인기 있었던 이 소설들은 공통적으로 여성이 주인공인 사랑 이야기이다. 18세기의 독자들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 환각, 경련, 오열’을 체험했다. 서사를 통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경험은 일상에서 다른 존재를 이해하는 데에도 영향을 끼친다. 신화 속 인물이나 영웅이 아니라 18세기 독자들은 그들과 가깝고 닮은 사람들에게 공감하기 시작했다.
553쪽

작가정보

소설가와 잡지 편집자로 활동하면서 어린이 문학 및 여성학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10여 권의 책을 펴낸 작가로서 『여성의 세기』A Century of Women,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의 여성들』The 100 Most Influential Women of All Time 등의 여성사 관련서를 썼으며, 다이애나 로슨Diana Rosen과 『세상을 바꾼 50명의 유대인 여성들』Fifty Jewish Women Who Changed the World을 함께 썼다. 현재 남편과 함께 케이프 코드Cape Cod에서 살고 있다.

연세대학교 생활디자인학과와 언론홍보영상학부에서 공부하고 제품 개발 MD로 근무했다. 이야기를 만지며 살고 싶어 번역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글밥아카데미 출판번역 과정을 수료한 뒤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바이닐』, 『에이스』, 『무법의 바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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