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음악이 사라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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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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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힘을 주는 음악과 삶을 변화시키는 음악까지
수학을 사랑한 첼리스트 양성원과 클래식을 사랑한 수학자 김민형의
음악에 관한 같은 생각, 다른 생각.
음악을 감상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곡의 구조나 작곡가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면 음악을 즐길 수도 없는 걸까, 좋은 음악의 기준이 있을까, 그런 기준이 있다면 무엇일까, 음악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수학으로 음악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음악이 나쁜 영향을 끼치기도 하는 걸까,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엄격하게 구분할 수 있을까,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을 즐길 방법은 없을까? 그리고, 수학자와 연주자는 이 질문들에 어떻게 답할까?
세계적인 수학자 김민형 교수와 ‘한국 첼로의 자존심’이라 평가받는 세계적인 첼리스트 양성원 교수는 우연한 기회에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에 대한 감상을 나누었다. 양성원 교수가 가장 사랑하고 가장 많이 연주하기도 한 이 곡으로부터 시작된 대화는 낭만주의 시대 음악에 대한 감상과 요요마와 재클린 뒤프레의 연주 스타일에 대한 분석으로 깊이 빠져드는가 하면, 아티스트의 천재적 재능과 클래식의 대중화로까지 그 범위가 넓어졌다.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두 전문가의 연주와 청취, 감상과 감동, 녹음과 실연, 전문성과 대중화의 상관관계에 대한 허심탄회한 수다 혹은 팽팽한 설전은 음악에 얽힌 우리의 개인적 추억을 상기시키고 당장이라도 음악을 찾아 듣고 싶게 만든다.
음악을 연주하는 이의 마음과 감상하는 이의 마음부터 살아갈 힘을 주는 음악과 삶을 변화시키는 음악까지,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한 번쯤 떠올리는 주제에 대해 서로에게 묻고 답하고 다시 묻는 과정을 읽어가다 보면 그들이 다루지 않았던 주제, 우리 인생에서의 음악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음악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그들의 대화가 담긴 《내일 음악이 사라진다면》은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의 힘을 믿는 이들에게 건네는 초대장이다.
C현. 우리가 감동이라고 부르는 것
감정을 느끼지 않아도 감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곡의 구조를 알지 못해도 음악을 즐길 수 있을까
작곡가를 이해해야만 음악을 감상할 수 있을까
해로운 음악이 존재하는 걸까
주관적인 감동과 객관적인 감동을 구분할 수 있을까
G현. 우리가 좋은 음악이라고 부르는 것
음악은 우리를 도덕적으로 변화시키는가
나쁜 생각을 퍼뜨리는 음악이 있을까
낭만적인 음악이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우리는 왜 클래식 음악을 들을까
D현. 수학과 음악의 공통점과 차이점
음악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화음은 더하기일까 곱하기일까
문화적 전통이 다르면 수학도 달라질까
라이브 음악과 레코딩 음악은 정말 다를까
A현. 못다 한 이야기들
팔리는 클래식 음악이란 무엇일까
두루 아는 것과 깊이 아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천재적 재능은 언제 발현될까
연주를 위해 무엇을 갈고닦을 것인가
코다. 클래식 음악의 미래, 미래의 클래식 음악
맺음말. 음악에 대한 진지하거나 가벼운 질문, 그리고 방황_김민형
ㆍ아는 만큼, 경험한 만큼 음악이 더 감동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슬픈 곡을 들을 때 우리는 왜 감동하는 걸까요? 자기 인생의 어떤 에피소드가 떠오르기 때문은 아닐까요? (22쪽)
ㆍ고도의 지식과 기술을 장착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 악보만 보고도 즐거워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요? 작곡가들은 악보만 보고도 곡이 훌륭한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지식과 기술이 없는 청자에게는 연주자의 역할이 절대적이겠지요. (37쪽)
ㆍ연주자의 연습이 종교인의 수양이나 운동선수의 훈련과 비슷하지 않을까도 생각해봤습니다. 궁극적인 아름다움, 하나의 이상을 추구하고, 스스로를 갈고닦고 하는 것이요. (72쪽)
ㆍ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모호해도 상관없지만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확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정확하게 무엇의 어떤 점이 싫은지, 어째서 싫은지 정당화할 수 없으면 혐오를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에 가깝습니다. (105쪽)
ㆍ음 하나에 대한 수학은 이해가 잘됩니다. 어떤 현상이며, 어떤 수학적 구조와 연산과 함수로 풀 수 있는지. (…) 화음이나 음질도 그렇고요. 하지만 하나의 음에서 하나의 곡으로까지 가는 과정은 멀고도 먼 길이죠. (136쪽)
ㆍ저는 대면 만남과 비대면 만남의 차이는 라이브 연주와 레코딩 연주와 차이와 비슷하다고 봐요. 오프라인에서 완전히 사라질 예술 장르에 몸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현장성 있는 음악을 하는 마지막 세대는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156쪽)
ㆍ베토벤보다 인기 있던 작곡가들 대다수는 잊혔고 베토벤은 여전히 큰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베토벤이 후대에 더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금 우리가 수준 높은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데에는 인기보다는 곡 자체에 더 몰두했던 작곡가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78쪽)
ㆍ〈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저에게 무척이나 특별한 곡인데요. 어려움을 맞닥뜨릴 때,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중 한 악장을 천천히, 매우 천천히 연주하며 스스로를 치유하는 오랜 습관이 있습니다. (…) 음악이 주는 위로와 용기로 충만해지고, 마음은 훨씬 더 정화되고, 나아가서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됩니다. (202쪽)
ㆍ가장 좋은 것을 사람들과 나누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주자 자신이 가장 훌륭한 것을 추구해서 그 경지에 이르러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제가 생각하는 엘리트주의는 이런 것입니다. 최고를 지향하고 최고를 느끼게끔 하는 것입니다. 청중이 최고의 음악을 듣게 하는 것이죠. (229쪽)
ㆍ곡의 음들을 소설의 단어들에 비유해보죠. 몇몇 단어만으로는 소설의 스토리 라인이나 깊이를 알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음악 역시 단면만 듣고는 제대로 이해하긴 어려울 거예요. (237쪽)
ㆍ어떤 식으로 표현하든 음악은 수학보다 대중화가 훨씬 쉬워야 할 것 같습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도 진심으로 음악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니까요. 이 중요하고 결정적인 사실을 인지하고 활용하지 않은 채 밥벌이가 어려운 뛰어난 음악가들이 많다는 건 대체로 음악계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247쪽)
ㆍ음악을 어떤 의미에서인가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꽤 강했습니다. 고대 철학자 피타고라스가 음악을 통해서 수학의 보편성을 발견했다는 전설처럼 인간 경험과 인식의 절대적인 면을 음악이 건드린다는 기대 혹은 의심이 한쪽에서 자라기도 했습니다. 가령, ‘왜 누구나 다 그렇게 음악을 좋아하는가?’는 저에게 정말 미스터리였습니다. (252쪽)
당신 인생의 가장 멋진 순간에 음악이 있었다!
수학을 사랑한 첼리스트와 클래식을 사랑한 수학자의
음악적 지성과 수학적 감성으로 채워진 합동 공연
★뇌과학자 장동선 추천★
“세상을 음악의 언어로 학습한 사람과 수학의 언어로 학습한 사람이 만나면
두 개의 다른 세계가 만나는 것이다. 서로 다른 세계인 줄 알았으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신묘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책.”
★문화전문기자 김성현 추천★
“각자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전문가들이 팽팽한 설전을 불사하는 대화를 읽다 보면
흡사 그 현장에 있는 듯한 짜릿한 전류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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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감동을 주는 음악도 있다”
‘좋은’ 음악과 ‘좋은 영향을 미치는’ 음악에 대하여
“음악은 항상 좋은 영향을 미치는가.” 양성원 교수와 김민형 교수가 가장 첨예하게 설전을 벌인 주제다. 음악은 연주자와 감상자를 변화시킬까? 변화시킨다면 어떻게 변화시킬까?
김민형 교수는 듣기에 좋다 할지라도 우리에게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 음악이 있다고 말한다. 십 대 시절, 수백 곡을 외워 부를 정도로 낭만주의 시대 가곡에 푹 빠졌던 김민형 교수는 이제 더 이상 독일 가곡에 ‘긍정적인’ 감동을 받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이루기 힘든 것을 갈망하는, 과거에 대한 비현실적인 향수가 때때로 전쟁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음악이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건 당연한 주장은 아닙니다. 좋은 책을 많이 읽거나 썼다고 해서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에 반해 양성원 교수는 음악의 파괴적인 영향은 음악을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음악이 인간을 감정적으로 고양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도덕적으로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연주자로서는 곡을 연습하면서 인내심을 기를 수 있습니다. 기본은 좋은 음악입니다. 좋은 음악에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가 분명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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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순간적인 예술”
라이브 음악과 녹음 음악에 대하여
“(라이브 공연보다) 녹음된 가곡을 듣는 게 더 좋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완전히 틀린 말일까요?” 코로나 팬데믹 시기, 우리는 여행은 할 수 없었지만 음악은 들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 시절 사람들은 왜 라이브 공연을 그리워했으며 현재 대중 음악 공연 티켓은 물론이고 클래식 음악 공연 티켓도 매진 사례일까?
김민형 교수의 질문에 양성원 교수는 라이브 연주의 ‘공간’과 ‘침묵’을 강조한다. “여러 사람과 함께 같은 공간에서 라이브로 들을 때 더 큰 감동을 받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들으면 침묵이라는 배경이 있어서 더욱 집중해서 들을 수 있어요. 그 침묵이 청각을 깨워요. 저는 귀가 모이는 공간에 대한 믿음이 있습니다.” 양성원 교수에게 감상은 단순히 소리의 문제가 아니라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고 귀로 듣는 모든 체험이 집약된 활동이다. 현장에서의 음악 감상만이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연주가 다른 순간적인 예술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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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음악을 사랑한다”
미래의 클래식 음악, 클래식 음악의 미래에 대하여
마지막 장 ‘코다’는 클래식 음악이 우리 삶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아이디어를 나누는, 가장 흥미로운 장이다. 스타 아티스트의 공연 티켓이 순식간에 매진되는 사례가 드물지 않지만, 더 많은 관객이 다양한 라이브 연주를 감상할 수 있게 다른 연주자들에게도 무대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양성원 교수와 김민형 교수는 설사 콩쿠르에서 입상하지 않은 연주자들이라 할지라도 그 수준이 세계적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양성원 교수는 클래식의 대중화보다는 대중의 클래식화가 더 중요하다고 항변한다. “클래식을 대중화하는 과정에서 클래식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소지가 큽니다. 카뮈의 작품이 대중적이지 못하다고 해서 바꾸어야 할까요? 그렇진 않죠. 카뮈의 작품은 그대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예술적 가치입니다. (…) 몇몇 단어만으로는 소설의 스토리 라인이나 깊이를 알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음악 역시 단면만 듣고는 제대로 이해하긴 어려울 거예요.”
김민형 교수는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운 짧고 자유로운 연주회가 훨씬 더 많아져야 고급스러운 연주회에 대한 수요도 많아질 것이라 주장한다. “책을 단 한 권도 안 읽는 사람은 있지만, 음악을 단 한 곡도 듣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 어떤 식으로 표현하든 음악은 수학보다 대중화가 훨씬 쉬워야 할 것 같습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도 진심으로 음악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니까요.”
내일 음악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살 수 있을까
연주자와 수학자가 생각하고 이해하는 음악은 같으면서도 달랐다. 음악에 관한 서로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수학에는 음악을 구성하는 감성이, 음악에는 곡의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지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학자와 첼리스트는 하모니와 멜로디, 리듬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멋진 대화 끝에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자기만의 감상법을 발견하고 음악을 즐길 수 있기를” “음악에 관해 이렇게 우둔한 질문을 해도 되는구나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그럼에도, 끝끝내 미스터리로 남은 것이 있다. ‘왜 누구나 음악을 좋아하는가?’‘내일 음악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책을 덮으며 이런 질문을 하게 됐다면, 김민형 교수와 양성원 교수의 수학적 감성과 음악적 지성으로 채워진 환상적인 협연을 제대로 감상한 것이다. 그리고 다시, 당신과 저자들의 협연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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