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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는가

강성호 지음
부키

2024년 07월 22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7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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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41.39MB)
ISBN 9791193528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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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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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AI, 플랫폼 기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제4차 산업혁명…. 이 모든 현란한 변화의 근저에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바로 ‘데이터’다. 탄소를 가공하여 가치를 만들어 내던 산업화 시대가 이제 비트에 담긴 데이터를 가공하며 가치를 폭증시키는 데이터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데이터는 시장의 질서를 바꾸고, 화폐를 위협하며,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맞이할 것인가? 이 책은 기술과 데이터 이코노미를 넘어서 직업, 인간관계, 성공 방정식, 투자 유망 산업까지 데이터가 스며든 모든 영역을 파노라마처럼 생생하게 보여 주는 데이터 시대의 필독서다.
추천의 글
플랫폼 기업과 데이터 경제 공부의 훌륭한 입문서 – 김용범
데이터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인식과 법제도 – 정순섭
데이터 시대, 인간의 미래를 성찰하다 – 김상균
플랫폼 기업의 성공 뒤에는 데이터가 있다 – 김정환

프롤로그: 당신의 다가올 10년을 좌우할 주제, 데이터

1장 거대한 변화: 데이터가 창조하는 새로운 세상
시장의 질서를 바꾸다
화폐를 위협하다
사회를 변화시키다
데이터로 세상을 이해하다

2장 사업 전략: 기업 경영의 중심이 된 데이터
온라인 쇼핑 시장을 혁신하다
가격을 결정하다
최적의 상품을 추천하다

3장 지배력 확보: 데이터를 장악하기 위한 인수합병
온라인 광고 시장을 장악하다
헬스케어 시장에 도전하다
전 세계의 직장인을 끌어안다
기업의 경쟁 구도를 바꾸다

4장 AI의 위력: 처음 경험하는 혁신
빅데이터와 AI
가짜 데이터가 필요하다
AI를 어떻게 규제할까
AI 시대를 맞이하는 한국의 과제

5장 국경 파괴: 데이터 주권과 패권 경쟁
데이터에도 국적이 있을까
중국은 데이터 최강국의 자리에 오를까
미국은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까
EU, 규제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다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클라우드 데이터
데이터 경제에서 세계 최강국은 어디일까

6장 정보 거래: 데이터도 사고팔 수 있을까
데이터 시장과 데이터 거래
개인정보의 시장 가격
데이터가 데이터를 만난다면
내 정보를 내가 관리하다

7장 새로운 성공: 데이터가 바꾸는 성공의 법칙
데이터 시대의 유망 직업
문과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데이터가 바꾼 성공의 법칙
데이터 기업 투자 시대

8장 미래의 향방: 데이터 시대가 우리에게 던지는 과제
데이터 역량을 높이는 데이터 거버넌스
데이터 기술은 어디로 나아갈까
데이터가 우리 사회에 남기는 숙제들
데이터를 어떻게 규제할까

에필로그: 데이터는 잠들지 않는다

감사의 글

오늘날 우리의 삶을 이끌고 있는 것은 고결한 철학이나 성현의 가르침이 아니라 숫자 덩어리인 데이터다. 출근길에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교통 데이터가 필요하고, 점심시간에는 네이버지도의 별점을 보고 맛집을 찾아다닌다. 쿠팡 같은 온라인 쇼핑몰은 나의 취향을 데이터로 보관하고 이에 맞춰 추천 상품을 1면에 올려 둔다. 내가 무슨 영상을 볼지, 어떤 뉴스를 읽을지도 알고리즘이 정해 준다. 이제 우리의 삶을 인도하는 것은 더 이상 역사와 철학이 아니다. 이미 데이터는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_〈본문 18쪽〉

중국에서 한국의 대기업 화장품 브랜드는 완전히 몰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중국 화장품 시장을 선도하는 주체는 브랜드가 아니라 소위 ‘왕홍(网红)’이라 불리는 중국의 SNS 인플루언서들이다. 이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상품, 가성비가 뛰어난 중소기업의 상품을 소개하고 소비자의 호평과 구매를 유도한다. 중소형 브랜드라 하더라도 사용 후기와 데이터가 쌓이자 단숨에 한국 대기업의 화장품은 시장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_〈본문 32쪽〉

내가 가진 콘텐츠의 가치는 대중으로부터 받는 좋아요의 숫자로 증명된다. 이런 사실은 과거처럼 소수의 권력자들에 의해서 전문성을 검증하는 시대가 끝났음을 뜻한다. 오히려 대중으로부터 좋아요를 많이 받는 사람이 지식과 정보를 유통하는 자격을 얻는 시대다. 이런 현상은 권력 이동의 단면을 보여 준다. 소수의 권력자들 대신 데이터와 플랫폼이 사회의 권위와 영향력을 배분하게 된 것이다. _〈본문 47쪽〉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이커머스 산업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10년 전만 해도 인터넷 쇼핑 시장에서 잘나갔던 기업들은 지마켓, 옥션, 인터파크 등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누적된 적자와 경쟁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그 자리에 쿠팡, 네이버 쇼핑 등 후발 주자가 등장했다. 격변 끝에 한국 온라인 쇼핑 시장은 쿠팡, 네이버의 2강 체제로 자리를 잡고 SSG가 추격하는 형태가 되었다. _〈본문 62쪽〉

쿠팡의 물류 센터에는 같은 품목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뒤죽박죽으로 정리되어 있다. 다양한 제품을 진열대 곳곳에 소량씩 배치하는 것이다. 얼핏 보면 상식적인 입장에서 정리라고 표현하기 어렵지만, 쿠팡은 이러한 ‘무질서한 정리’ 방식으로 물류 센터의 효율을 235%나 끌어올렸다. 쿠팡이 택한 창고 정리 방식을 랜덤스토우(Random Stow)라고 부른다. 이 방식은 많은 사람의 상식과 달리 물류 센터의 관리 비용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랜덤스토우는 사람들의 직관과는 어긋나지만 작업자 동선은 최소로 줄여 준다. _〈본문 70쪽〉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둘러싼 논란은 우리의 데이터가 어디까지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사람들은 나의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했지만, 그 동의에는 가격을 인상하거나 임금을 깎는 데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까지는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가 플랫폼에 지불하는 데이터는 양면성을 띠고 있다. 나의 데이터는 나를 위해 사용되기도 하지만 나를 위협하는 화살이 되기도 한다. _〈본문 85쪽〉

메타데이터를 만드는 작업이 사람 손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데이터 시대에도 인간의 역할이 남아 있음을 보여 준다. 이미 데이터와 AI는 많은 분야에서 인간을 능가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인간에게는 너무 쉽지만 AI는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존재한다. _〈본문 92쪽〉

MS는 이미 링크드인의 데이터를 자사의 소프트웨어와 결합했다. MS는 고객 관리 프로그램인 ‘다이내믹스365’에 링크드인의 프로필 데이터를 통합했다. 쉽게 말하면 업무용 메신저 프로그램에 페이스북의 프로필 데이터가 들어온 셈이다. _〈본문 115쪽〉

앞의 단어를 보고 뒤에 어떤 단어가 이어질지를 ‘확률값’으로도 나타낼 수 있다. 예컨대 ‘무궁화 꽃이’ 뒤에 ‘피었습니다’가 나올 확률은 91%, ‘아름답습니다’는 3%, ‘사라집니다’는 1% 등으로 나타낸다. 이 확률값은 이제까지 인간들이 작성한 텍스트를 통해 알 수 있다. 인간이 그동안 쓴 문학 작품, 뉴스 기사, 블로그의 글 등을 모두 조사하면 구할 수 있는 값이다. 즉 딥러닝은 인간이 이미 작성한 텍스트 데이터를 바탕으로 단어 간의 상관관계를 알아낸다. _〈본문 142쪽〉

그런데 언어 장벽은 AI 산업에서도 여전히 유효할까? 즉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로 된 AI는 한국 기업이 더 잘 만들지 않을까?’라는 기대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에서 개발한 AI를 보면 AI 산업에서 언어 장벽은 과거처럼 굳건하지는 않은 것처럼 보인다. _〈본문 164쪽〉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의 지도 반출 불허 결정은 네이버, 카카오 등의 토종 플랫폼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구글이 한국의 정밀 지도를 확보하지 못해 고전하는 동안 토종 플랫폼인 네이버, 티맵, 카카오 등이 지도 앱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한국은 데이터 주권을 행사한 셈이고 궁극적으로 토종 플랫폼의 성장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국경이 없을 것만 같던 데이터에도 분명 주권이라는 개념이 존재함을 보여 준다. _〈본문 176쪽〉

중국이 데이터 생산에서 강력한 이유는 10억 명의 인터넷 사용 인구 때문이다. 중국 인구가 만들어 내는 SNS 기록, 인터넷 방문 기록, CCTV 기록은 중국을 세계 최고의 데이터 생산국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게다가 전자 상거래나 디지털 결제도 미국을 압도한다. 중국의 전자 상거래 규모는 전 세계의 40%를 차지하며 초당 처리되는 거래량도 미국의 3배에 달한다. 알리페이(AliPay) 같은 모바일 결제를 이용하는 사람도 미국의 9배를 넘는다. _〈본문 183쪽〉

국경 간 데이터 이동량을 보면 미국이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해외에서 수입하는지 알 수 있다. 2017년 기준 초당 200테라비트(Terabits)의 데이터가 미국의 국경을 넘나들었다. 물론 이 흐름은 주로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의 플랫폼 기업이 만들어 낸다. 그러나 중국은 초당 40테라비트의 데이터만이 국경을 넘나든다. 미국에 비해서도 20%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스웨덴 같은 소규모 국가에도 뒤처지는 기록이다. 그만큼 중국의 데이터 생산이 자국의 내수 시장에만 지나치게 편향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_〈본문 186쪽〉

미국은 과거 상품 중심의 전통적인 FTA에서 벗어나, 디지털 상품과 데이터에 특화된 디지털 버전의 FTA도 체결하고 있다. 멕시코, 캐나다(USMCA)와는 물론이고 일본(USJDTA)과도 최근 디지털 FTA를 체결했다. 미국은 디지털 FTA에서 각국의 데이터 재량권을 축소하는 쪽으로 규범을 만들어 가고 있다. 과거에는 각국이 공공의 목적을 위해 데이터 주권을 주장할 여지를 남겨 두었으나 그 권한을 점점 배제하고 있다. _〈본문 196쪽〉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할 때마다 귀찮게 뜨는 쿠키 설정창도 EU가 만들어 낸 작품이다. 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은 인터넷 사용 내역인 쿠키도 개인정보의 일종이라고 해석한다. 이에 따라 오늘날 모든 인터넷 사이트를 최초로 방문하면 이들은 쿠키 수집 여부를 사용자에게 물어본다. _〈본문 204쪽〉

두 지역의 경제력 격차를 가른 것은 바로 데이터다. 앞서 살펴본 데이터국내총생산 지표가 보여주듯이 미국은 데이터의 생산과 소비에서 압도적인 1위 국가다. 미국은 플랫폼 경제를 주도하는 기업(MS, 애플, 엔비디아, 아마존, 메타, 테슬라, 알파벳)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기업들은 지난 10년간 전 세계의 데이터를 지배했다. 지금 상태가 유지된다면 EU와 미국의 경제력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_〈본문 218쪽〉

불행히도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데이터의 유상 거래 규모는 해외에 비해 턱없이 작다. 2022년을 기준으로 한국에서 거래된 데이터는 연간 1.77조 원이었다. 한국 전체 데이터 산업 규모(25조 원)의 약 7%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데이터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미국(500조 원, 2023년)에 비해서 0.3%에 달하는 초라한 규모다. _〈본문 232쪽〉

데이터를 결합할 수 있는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스마트워치의 건강 데이터와 의료 데이터가 결합하거나 수면 패턴과 소비 데이터가 결합될 수도 있다. 또 위치 정보와 소비 데이터가 결합될 수도 있고, 날씨와 소비가 결합될 수도 있다. 데이터 결합은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오늘날의 데이터를 빅데이터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빅데이터 시대에는 결합을 통해 데이터를 크게(big) 만들면 그 가치도 더욱 커진다. _〈본문 245쪽〉

소비자에게 다양한 편익을 제공함에도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적대감을 가지는 사람도 많다. 대표적인 집단은 데이터를 내놓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예컨대 은행 입장에서 자기 데이터를 모두 카카오페이에 제공하면, 고객은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 모두 카카오페이로 찾아갈 것이다. 즉 마이데이터 산업의 도입은 필연적으로 경제 이해관계의 변화를 초래한다.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고 이득을 보는 사람도 생긴다. 따라서 마이데이터 산업을 우리 경제에 정착시키려면 기득권 집단(데이터 제공자)과의 이해관계 조율이 가장 선결되어야 할 문제다. _〈본문 261쪽〉

세계적으로 유명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극소수다. 그래서 이들을 확보하려는 빅테크 기업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구글은 2014년 AI 회사인 딥마인드를 통째로 인수했는데 인수 가격은 약 5억 달러였다. 당시로서는 무명 기업에 불과했던 딥마인드에 과도한 금액을 투자했다는 평도 많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AI 인재 확보 비용이라고 해석했다. 딥러닝 전문가는 당시 세계적으로 50명 정도만 활동하던 상황이었고 그중 10명 이상이 딥마인드에 근무하고 있었다. _〈본문 270쪽〉

AI가 왜(Why)라는 단순한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이유는 빅데이터와 상관관계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기술은 데이터 사이의 숨겨진 패턴(correlation, 상관관계)을 찾아내는 도구일 뿐 원인과 결과(causality, 인과관계)를 찾아내는 장치가 아니다. 즉 빅데이터는 결론(What)은 내지만 왜(Why)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에 대한 그럴듯한 스토리는 제시하지 못한다. 이 점이 빅데이터가 인간을 대체하기 어려운 이유다. 인간은 ‘결론이 났으니까 그에 따르자’라고 단순하게 행동하는 동물이 아니다. 그 결론에 도달한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 _〈본문 275쪽〉

이는 기업이 빠른 실패를 선호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기업은 시장에 아이디어를 물어보고 반응이 좋지 않으면 빠르게 손절(cutting the loss)할 수 있다. 예전에는 실패가 두려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빠른 실패를 통해 시장의 트렌드를 읽어 가고 있다. _〈본문 288쪽〉

그런데 테스코는 데이터로 망한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테스코의 데이터 분석은 점점 산으로 가기 시작했다. 테스코는 자신들이 만든 성공의 공식에 따라 데이터 분석을 계속했다. 그러나 점점 돈이 되는 데이터보다 분석하기 쉬운 데이터에만 매달렸다. 인터넷 시대가 오면서 소비자의 행동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지만 여전히 가격 분석에만 매진했다. 결국 테스코의 데이터 집착은 경영난으로 이어진다. 데이터로 성공한 기업이 데이터에 집착하다 파국을 맞았다. _〈본문 304쪽〉

앞으로 점점 중요해질 자유는 데이터 독재로부터의 자유다. 데이터는 벌써 우리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데이터는 내가 어떻게 행동할지를 예측하고 나의 행동에 통제를 가한다. 심지어 없던 욕구도 만들어 낸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영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추천받은 영상을 본다. 알고리즘이 추천한 영상을 보며 세상을 이해하고 웃고 떠들며 살아간다. 데이터 위에서 편안함을 누리고 있지만 우리의 자유의지도 동시에 사라지고 있다. _〈본문 321쪽〉

가격을 밀어낸 별점과 ‘좋아요’

‘가격’은 전통적으로 경제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였다. 시장 경제에서 수요와 공급은 가격을 매개로 상호작용을 하며 균형점을 찾아 나간다. 가격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한동안 온라인 쇼핑몰들은 저마다 ‘최저 가격’을 제시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최저가 정보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당장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하면 화면에 먼저 뜨는 것은 가격 정보가 아니라 ‘오늘의 쇼핑 제안’ ‘최근 구매 상품’ ‘좋아할 만한 상품’ 등 사용자의 검색 및 쇼핑 데이터에 기반한 추천들이다. 구체적인 상품을 입력해도 소비자들의 평가 데이터에 근거해 랭킹을 매긴 상품이 순위대로 화면에 나타난다.

세상이 변했다. 지금은 가격보다 리뷰, 별점 등의 ‘데이터’가 구매 의사 결정에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시대다. 이뿐만이 아니다. 데이터는 경영학의 주요 관심 대상인 ‘브랜드’도 밀어내고 자영업자와 골목상권을 되살리기도 한다. “동네 맛집의 유행은 200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인스타그램 같은 SNS 열풍을 타고 외식 문화를 선도하는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 동네 맛집이 떠오르는 동안 패밀리 레스토랑의 인기는 사그라졌으며 일순간 시장에서 밀려난 신세가 되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경제와 경영, 기업 전략, 사회 구조와 사람들의 행동 패턴에 이르기까지 기존에 통하던 방식과 법칙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 모든 변화의 근저에 ‘데이터’가 존재한다. 요즘 가장 핫한 이슈인 챗GPT, AI, 플랫폼 기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제4차 산업혁명 등을 보라. 모두 ‘데이터’라는 공통분모를 지닌다.

탄소 자원을 가공하여 가치를 만들어 내던 산업화 시대가 이제 비트에 담긴 데이터를 가공하며 가치를 폭발시키는 데이터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데이터가 몰고 온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데이터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는가》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한 통섭적 성찰이다.

주가를 결정하고 국부를 뒷받침하는 ‘데이터 이코노미’

현재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개발도상국 경제 발전 업무를 맡고 있는 저자는 데이터가 ‘앞으로 다가올 10년의 변화를 좌우할 주제’임을 강조하며 여러 일상적 사례를 통해 알기 쉽게 풀어나간다. 특히 경제 지형의 변화가 가장 크다. 앞에서 언급한 가격 외에도 데이터는 이미 화폐의 기능을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다.

예컨대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아무런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중이다. 바로 카카오톡,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다. 이들은 돈 대신 고객의 데이터를 받는다. 플랫폼 기업들은 화폐를 대체한 재화인 데이터를 활용하여 광고, 헬스케어, 온라인 쇼핑 등의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수익 모델을 갖추었다.

그렇다면, 돈 대신 데이터를 많이 축적한 이들 기업에 대한 주식시장의 평가는 어떠한가? 우버, 리프트, 트위터, 스냅 등 유명 글로벌 플랫폼 기업은 모두 현금(화폐) 흐름의 관점에서는 적자이지만,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2021년 쿠팡은 1.8조 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그해에 기업 가치는 사상 최고인 100조 원을 돌파했다. 매년 순이익을 내고 있는 전통 제조 기업 LG전자의 시가 총액이 15조 원 전후에 불과한 것과 극명히 대조된다. 쿠팡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소비자들의 온라인 쇼핑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데이터 부자 기업이다. 순이익보다 데이터의 축적이 더 주가에 잘 반영되는 이런 현상은 과거의 경제 관점으로는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데이터 이코노미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데이터가 곧 주가라는 설명은 비단 페이스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기업은 모두 데이터를 수집하는 플랫폼 기업이다. ‘매그니피센트 7’이라 불리는 미국의 대표 IT 기업들은 모두 데이터를 통해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곳이다. 돈이 기업의 주가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제는 돈이 오랫동안 누려 온 그 신성한 자리를 데이터라는 새로운 도전자에게 내주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데이터가 토지, 현금 등 전통적인 자산보다 더 중요하게 평가받는 현상은 기업이나 증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데이터는 이제 국가 간 부의 격차까지 만들어 낸다. 저자는 데이터 최강국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 EU 간의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글로벌 데이터 패권 경쟁의 한복판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미국은 2018년 외국인투자검토현대화법(FIRRMA)을 제정한다. 이 법은 인수합병을 통해 미국의 데이터가 중국으로 넘어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또 2019년에는 중국과 러시아 등 경쟁국으로는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데이터 이전을 제한하고자 했다. 2020년에는 중국 기업이 미국의 데이터를 몰래(backdoor) 가져간다고 주장하며 ‘클린 네트 워크 이니셔티브’를 출범했다. 틱톡, 위챗, 화웨이, 텐센트 등 중국 기업을 미국에서 아예 퇴출시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처럼 미국 역시 자국 내에서 중국 기업의 비즈니스와 데이터 획득을 강하게 규제한다.”

데이터 최강국인 미국과 이를 추격하는 중국, 자체적인 데이터 규제 정책을 마련에 고심 중인 EU 등의 숨 가쁜 각축을 보면, 이미 세계는 경제적, 군사외교적 경쟁 이전에 데이터를 놓고 국경을 넘나드는 패권 경쟁에 먼저 돌입했음을 알 수 있다. 필연적으로 데이터는 경제 영역을 넘어 정치외교적 문제를 낳는다. 이 책은 ‘데이터의 국적, 데이터 주권, 데이터 현지화, 디지털 무역 질서, 국경을 넘나드는 데이터 클라우드’ 등 많은 새로운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아직 생소하지만 데이터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시민권을 획득하려면 상식이 되어야 할 주제들이다.

‘데이터 리치’가 될 것인가, ‘데이터 푸어’로 전락할 것인가

《데이터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는가》는 경제적 변화 못지않게 데이터가 가져오는 개인과 사회의 변화상을 폭넓게 포착한다. 앞으로는 데이터에 대한 이해와 활용도가 개인의 경력과 성취, 사회적 평가와 인간관계를 좌우하는 주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과거 재산이 부자와 빈자를 나누는 기준이었다면, 데이터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데이터 리치(Data rich)와 데이터 푸어(Data poor) 간 격차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저자는 전망한다.

당장 데이터 푸어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미 금융권은 개인의 각종 금융 데이터를 취합한 ‘신용점수’를 만들어 고객을 차별 대우한다. 일본 구직 사이트 1, 2위를 다투는 취업 플랫폼 리쿠나비(rikunabi)는 자사 고객의 정보를 조합해 ‘중도 퇴사율’이라는 데이터를 만들어 기업에 5,000만 원씩 받고 팔아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사용자가 제공한 데이터가 오히려 사용자를 불리하게 만드는 사례는 점증하지만 데이터 푸어는 자신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도 쉽지 않다.

반대로 데이터가 만드는 사회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면 훨씬 많은 기회의 창이 열린다. 데이터 시대에는 축적된 데이터에 의한 빠른 검증으로 실패의 비용은 낮아지는 반면 성공으로 가는 경로는 다양해진다. 따라서 시장의 반응을 읽어 가며 작은 규모의 다양한 시도를 빠르게 벌이고 반응이 좋은 것을 확대해 가는 방법이 성공에 다가가는 지름길이다. 요즘 유행하는 ‘부캐’ ‘에자일 조직’ ‘린 스타트업’ ‘약하지만 넓은 연결이 중요한 인간관계’ 등이 모두 데이터가 주도하는 사회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빠른 피드백은 애자일(agile) 조직이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애자일은 신속하다는 뜻이다. 하나의 거대한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사업을 시범 삼아 벌이고 간을 본다. 그중 가장 반응이 좋은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린스타트업(lean startup)이라는 말도 유행이다. 린(lean)은 날씬하다는 뜻이다. 처음부터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조그마한 일을 이것저것 벌이면서 간을 보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뜻이다.”

데이터가 개인을 압도하는 시대가 되면, 가뜩이나 과학기술과 정보에 취약한 문과 출신은 지극히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드는데, 이에 대한 저자의 답은 흥미롭다. 오히려 데이터 공급자로서 문과 출신의 역할이 커진다는 것이다. 데이터에 관한 논쟁은 일과 노동의 개념에 대한 재성찰로 확대된다. ‘데이터가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자원이 된다면, 데이터를 생성해내는 사람들의 권리는 무엇인가’ 하는 묵직한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형태의 노동을 하고 있다. SNS와 유튜브를 하고 댓글을 다는 행위가 놀이가 아니라 새로운 일이었던 셈이다. 오늘날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잘못되었다. 그동안 일자리라는 개념을 너무 좁게 정의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사람들은 댓글(데이터)을 생산하는 새로운 직업을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이처럼 《데이터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는가》는 데이터에 의해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사회 구조, 부의 기회와 성공 방정식, 문화, 직업, 정치, 글로벌 데이터 전쟁에 이르기까지 그물처럼 얽힌 관계를 세밀하게 독자들에게 전하면서도 멀리 숲을 보는 시각을 놓치지 않는다. 현대인은 잠자리에서 눈을 뜨는 순간부터 다시 잠들기까지 수많은 데이터를 소비하는 동시에 스스로 생성한다. 우리는 데이터 소비자이자 생산자이기도 하다. 우리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가능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도 데이터가 지배하는 사회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데이터의 폭발, 그 너머에는 과연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이 책은 그 풍경을 우리에게 조망해 보인다.

작가정보

저자(글) 강성호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학위를,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국제개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금융위원회에서 서기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지금은 오스트리아에 있는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개발도상국 경제 개발 업무를 맡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좋아해 틈틈이 글을 쓰고 있으며 과학기술, 기후변화, 플랫폼 등의 주제에 관심이 많다.
지은 책으로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부를 재편하는 금융 대혁명》, 감수한 책으로는 《결제는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가 있다. 학술 논문으로는 〈보증보험 시장 경쟁 현황 및 개편 방안〉 〈금산 결합 플랫폼 확대에 따른 새로운 금융 규제 정립 방향에 대한 연구〉(공저)가 있다.
• 이메일: goku00@naver.com
• 인스타그램: sungho.kang.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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