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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되어가는 시간

돌고래

2024년 07월 09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5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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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6.79MB)
ISBN 9791198380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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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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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은 남자로 태어났으나 2세부터 여성의 자의식을 확고히 내보인 한 어린이와 그 가족의 실화로, 주인공 니콜이 가족과 공동체의 지지와 조력 속에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거듭나는 20여 년의 극적이고도 감동적인 여정을 다룬다. 퓰리처상 수상 이력을 보유한 저자는 오랫동안 치밀한 취재를 통해 니콜과 그의 일란성쌍둥이 남동생 조너스가 출생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겪어온 수많은 사건을 진솔하고 흡인력 있게 재현한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 후 니콜의 교내 여자 화장실 사용을 두고 한 학부모의 거센 항의와 소동, 교육 당국의 차별적 조치가 일어나며 메인스 가족은 미국 내 트랜스젠더 권리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소송에 나서게 된다.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은 트랜스젠더 아동 당사자인 니콜의 이야기지만, 니콜의 이야기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유명한 아프리카 속담처럼 니콜이 자아감에 맞게 트랜지션을 해나가고 트랜스젠더 권리를 지켜내기까지는 부모와 남동생의 온 삶을 건 사랑과 지지, 유치원과 학교에서 쌍둥이를 세심하게 관찰하며 고유한 개인으로서의 성장을 기원한 선생님들, 특수한 사례인 니콜에게 적절한 반응과 대응을 보여준 상담교사와 아동심리학자, 한층 유연하고 자유로운 사고로 니콜의 존재를 받아들인 친구와 이웃과 학부모들, 의료적 트랜지션을 담당한 젠더클리닉 의사, 소송 절차를 도운 성소수자 인권 단체와 변호사 등 무수히 많은 주체의 호의와 협력이 뒷받침돼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들 모두는 니콜만큼 많이 성장한다.

저자는 메인스 가족, 의사, 변호사, 친지, 상담교사 등을 인터뷰한 수백 시간의 기록, 일기, 의료 기록, 법정 증언 녹취록, 사진, 영상 등을 성실히 살펴보며 4년간 취재와 집필을 이어온 끝에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을 완성했다. 한편 저자는 법·제도·문화·생리학·의학·심리학 등 트랜스젠더 문제에 관한 실로 종합적인 접근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트랜스젠더 문제에 관해 알아야 할 일반상식의 새로운 기준선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 덕분에 독자들은 한 편의 소설을 읽듯 주인공 가족의 비범한 여정을 흥미롭게 뒤따르며 트랜스젠더 문제에 관한 다방면의 배경지식도 자연스레 습득하게 된다.
프롤로그 거울상

1부 어린 시절
1장 일란성 쌍둥이
2장 우리 아들들
3장 이제 진짜 우리 애들!
4장 젠더위화감
5장 다운이스트
6장 조심해야 할 것들
7장 분홍색 매대
8장 남자소녀
9장 어둠 속의 격동
10장 마법소녀
11장 아들 하나 딸 하나
12장 트랜지션
13장 화풀이

2부 뇌의 성별
14장 성의 X와 Y
15장 젠더의 위배
16장 자연계가 낳은 기형
17장 다른 존재
18장 니콜로 거듭나다
19장 새로운 적
20장 괴물
21장 메인 기독시민연맹
22장 니콜을 지키다
23장 저와 함께 춤추시겠습니까?
24장 천생 여자
25장 주시

3부 젠더는 중요하다
26장 트랜스젠더 뇌
27장 마음의 젠더
28장 분리하므로 불평등하다
29장 숨죽이며
30장 외부의 시선
31장 사춘기의 시작
32장 이렇게 태어났어
33장 변화의 시간
34장 질 수 없지
35장 첫 키스
36장 소소한 승리
37장 누군가의 동생으로 산다는 것
38장 한 걸음 뒤로
39장 상상
40장 우리들의 이야기

4부 허물어지는 장벽
41장 졸업
42장 탈바꿈
에필로그 니콜이 행복하기만 하다면

감사의 말
자료
용어 해설
한국어판 자료
-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 당사자와 주변인을 위한 지원 단체·기관
- 추천 도서 및 창작물
독자 가이드
- 저자와 메인스 부부의 인터뷰
- 메인스 가족의 출간 소감
- 토론 질문 및 주제

ㆍ “아빠…… 나는 내 고추가 싫어요.”웨인은 몽상에서 화들짝 깨어나, 자신의 소중한 아들이 방금 내뱉은 단어들이 뜻하는 바를 이해해보려 했다. 그러고는 두 손을 뻗어서는 와이엇을 번쩍 들어올려 품 안에 격렬히 끌어안았다. 그는 아들의 눈가에 입을 맞추며 눈물을 닦아줬다. 뒤이어 와이엇의 코, 뺨, 입술에도 입을 맞추며 자신의 눈에서 흘러나오려는 눈물을 참으려 애썼다.(52~53쪽)

ㆍ 웨인과 달리 켈리는 와이엇이 어딘가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무너지지 않았는지 모른다. 완벽한 가족의 모습을 알지 못했기에 별다른 기대도 없었고, 낙심할 이유가 없었기에 와이엇을 남부끄럽게 여기지도 않았다. 그러나 웨인에겐 행복한 어린 시절에 관한 자기만의 상(像)이 확고했다. 와이엇이 여아복을 입을 때면 아이를 늘 웃음거리로 만들었다.(56쪽)

ㆍ 와이엇은 마치 번데기가 나비로 탈바꿈하듯 자신이 ‘여자’로 거듭난다고 믿는 걸까? 어쩌면 아이는 진심으로 굳게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아기들은 여자로 태어나고, 어떤 아기들은 남자로 태어나고, 또 어떤 아기들은 아직 어릴 때 남자에서 여자로 바뀔 수 있다고 말이다.(61쪽)

ㆍ 하트는 상담교사로서 젠더정체성 장애에 관해 훨씬 더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2월의 눈 내리는 어느 날, 어하트는 [……] 그 대학교로 걸어갔다. 그는 학내 공동체의 중심지인 학생회관 2층으로 올라가 무지개지원센터에 들어섰다. [……] 학생들은 즉각 나서서 어하트를 도왔다. 센터 서가에서 관련 책자를 꺼내주고 어하트의 모든 질문에 능숙하게 답해줬다. 45분 후 어하트는 온갖 정보와 조언, 연락처를 가득 얻은 채 센터를 나왔다. 학생들은 엄청난 관대함과 호의를 보였는데, 그 뒤로도 어하트는 이 감정을 결코 잊지 못했다.(126~127쪽)

ㆍ 생식기와 젠더정체성은 똑같지 않을 수 있다. 해부학적 성과 젠더정체성은 별개의 두 과정에 따른 결과로, 우리가 세상에 채 나오지 않았을 때부터 저마다 다양한 시기와 신경 경로를 통해 생겨난다. 두 과정 모두 호르몬뿐만 아니라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데, 보통은 해부학적 성과 젠더정체성이 일치한다. 반면 갖가지 생물학적 사건이 젠더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쳐 둘 사이의 불일치를 야기할 수도 있다.(147쪽)

ㆍ 성은 단일 요인에 따라 정해지지 않는다. 차라리 성을 결정하는 것은 하나의 체계 자체라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여타의 체계에서처럼 미미한 변화나 개입만으로도 비이분법적인(non-binary) 결과, 즉 완전히 남성이지도 완전히 여성이지도 않은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오늘날 연구자들은 신생아 약 200명 중 한 명이 매우 이례적인 생식기를 갖고 태어나며 이로 인해 성 분화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다고 추정한다.(149쪽)

ㆍ 해부학적 성과 정신적 정체성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 이들에게 성심리적 중립 상태는 존재하지 않는다. [……] 몸과 정신의 불일치는 복잡한 육체적 소외의 근원이 된다. 이 신체적 자아의 문제에 있어 트랜스젠더는 깨어 있는 모든 순간을, 모든 의식적 호흡을 자신의 진면모에 대한 부정(否定)으로 받아들인다. 이들에게 몸은 자아 관념 또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에 관한 관념과 불화하는 것이다. 몸은 우리가 물질세계를 살아가도록 지탱해주지만, 트랜스젠더들은 바로 그런 몸과 필연적으로 소원한 관계에 있다. 심리상담이나 행동 조절로 이 갈등을 해소할 수는 없다. 이런 소외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은 몸과 정신을 일치시키는 것뿐이다.(155~156쪽)

ㆍ 2008년 독일에서는 킴 페트라스가 불과 열여섯의 나이로 성별확정수술을 마쳤다. 와이엇처럼 킴도 남자로 태어났지만 일찍이 두 살 때부터 바비 인형을 갖고 놀며 드레스를 입길 좋아했다. 시간이 흐르며 킴의 부모는 본인이 여자라는 아들의 주장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킴의 아버지의 발언은 켈리가 와이엇을 보며 처음부터 가졌던 생각과 공명하는 말처럼 들린다. “우리가 보기에 킴은 한 명의 여자아이일 뿐이었어요. 골칫거리가 아니라요.”(156쪽)

ㆍ 21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트랜스젠더 어린이들은 사춘기에 미리 대비할 수 없었고, 몸이 남성 또는 여성으로 미처 확정되지 않은 귀중한 수개월, 수년의 시간을 지켜내기 위해 사춘기를 피할 수도 없었다. 성별확정수술도 성장을 마친 남성과 여성을 대상으로만 진행됐다. [……] 하지만 발육이 끝난 남성을 여성으로, 혹은 그 반대로 바꾸려는 시도는 결과가 당사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심리적으로 치명적인 영향을 불러올 수 있는데,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다.(158쪽)

ㆍ [노먼 스팩 박사는] 메인주 남단에서 96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보스턴 어린이병원에 젠더관리센터(Gender Management Service), 약칭 젬스(GeMS)를 막 개소한 참이었다.켈리는 깊이 안도했고, 특히 스팩 박사를 만난 뒤 느끼게 된 안도감은 가히 기적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긴장과 근심 속에 홀로 모든 걸 파악해야만 했던 지난 수년이 불현듯 사그라졌다. 마침내 모든 상황을 개선해줄 적임자가 나타난 것이다.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 자신의 아이를 믿고 맡길 사람이.(168~176쪽)

ㆍ “활동 나온 지 서너 달쯤 됐는데, 왜 매번 같은 아이들만 보이는지 궁금하지 않아요?”스팩으로선 미처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였지만, 동료의 말은 사실이었다. [보스턴 지역의 노숙 청소년을 대상으로] 봉사에 참여하던 의사들은 계속 똑같은 아이들을 보게 됐는데, 경찰이 몇몇 아이를 부모에게 돌려보내려 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게이라고 말한 아이들, 혹은 여자처럼 입었지만 남자인 아이들이나 남자처럼 입은 여자아이들…… 의사들은 이런 아이들과 끊임없이 마주쳤다.

ㆍ “가출한 게 아니에요. 버려진 거죠.” 한 의사가 말했다.(170쪽)제이컵이라는 5학년생의 조부이자 보호자인 폴 멜란슨은 [……] 10년 이상 게이·레즈비언 권리 신장에 반대하며 탄원서 서명과 공개 발언을 이어오고 있었다. 메인주 시골에서 자라며 체득한 검증된 진실과 규칙을 엄격하게 신봉하는 인물이었다. 멜란슨에게는 그것이 곧 법이자 성서의 명령이었고, 남자와 여자라는 성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었다.(195~196쪽)

ㆍ 웨인은 [……] 그 길고 더딘 과정을 거친 끝에 니콜의 권리를 위한 투쟁에 아빠인 자신이 함께해야 한다는 사실을 마침내 깨달았다. 그는 아들을 잃었다는 상실감에 사로잡혀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고, 딸이라는 특별한 선물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루는 [……] 본능적으로 팔을 뻗어 아이의 손을 잡았다. 조너스도 본능적으로 손을 뺐다. [……] 아빠의 손길이 겸연쩍었던 것이다. 그러나 니콜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아빠의 손부터 잡았다. [……] 웨인은 웃음이 났다. 어쩌면 딸이 생긴다는 게 자신에게 기쁨이 될 수 있겠다고 내심 생각했다.(234쪽)

ㆍ 규명해야 할 의문이 여전히 많지만, 현재 우리가 분명히 알고 있는 사실은 임신 후반기 태아의 호르몬 노출과 유전자 사이의 상호작용이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며 그에 따라 젠더정체성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태아의 생식기 분화보다 뇌의 성적 분화가 뒤늦게 일어나며 이 둘 모두가 복잡한 생물학적 과정임을 고려하면, 젠더정체성에 다양한 변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본질적으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젠더 변이는 예외가 아닌 표준이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시각, 그리고 이런 틀에 부합하지 않는 것을 모조리 병리화하는 시각은 근절이 요원할 만큼 굳게 뿌리내리고 있다.(252~253쪽)

ㆍ 고대 신화에 따르면 히즈라는 타인에게 행운과 다산을 가져다주는 특수한 힘이 부여된 존재다. 인도네시아 부기스인에게 젠더는 둘 또는 셋이 아니라 남자, 여자, 몸은 남자지만 여자 역할을 하는 사람, 몸은 여자지만 남자 역할을 하는 사람, 남자와 여자의 양면을 모두 가진 사람 등 다섯으로 나뉜다. 부기스인은 제 문화에 다섯 젠더 모두가 나타나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세상이 소멸된다고 믿는다. 달리 말해 젠더란 필수적이지만 반드시 이분법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255쪽)

ㆍ 니콜은 자신의 정체성을 밝힌 에이사C.애덤스에서 마지막 2년을 불행히 보냈고, 정체성을 숨긴 킹 중학교에서는 첫 2년을 불행히 보냈다. [……] 몹시 기이하게도 킹 중학교에서 정체성을 숨기며 지내는 동안 오히려 트랜스젠더가 된다는 것과 티끌만큼이라도 관련이 있는 모든 일이 위협처럼 느껴졌다. 별일 없을 때조차 실수할지 모른다는 위험보다 언제나 함구하고 억눌러야 한다는 압박이 더 강했다. 니콜과 조너스도 점차 한정된 소수의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었지만, 그들과도 늘 감정적 거리를 뒀다. 니콜로서는 사람들과 멀어지는 만큼이나 스스로를 폐쇄시키는 일이었다.(287~289쪽)

ㆍ 메인스 가족은 노고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들이 얼마나 중대한 소송에 임하고 있는지를 절실히 느꼈고, 이 소송이 비단 니콜과 자신들 가족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다. 심지어는 더 이상 자신들만의 이야기도 아니었다. 주 법원에서 관할하는 소송이었지만 이미 다른 수많은 이들에게 중대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이제 웨인, 켈리, 니콜, 조너스는 법정에서 인정받으려는 과정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희망도 함께 전하게 됐다.(298쪽)

트랜스젠더 어린이는 어떻게
행복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을까?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은 무엇보다 트랜스젠더가 된다는 것, 트랜스젠더가 살아가는 삶의 실상을 생생히 체험케 한다. 해부학적 성과 젠더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영유아는 제 몸과 마음, 주변 세상을 어떻게 감각할까? 저자는 트랜스젠더 아동의 심리 상태를 온전히 당사자의 시선에서 핍진하게 보여준다. 특히 주인공 자녀들의 갓난아이 시절을 촬영한 가정용 비디오, 자녀의 어릴 적 발언에 관한 부모의 증언 등에서 젠더위화감의 징후를 예리하게 포착해 독자들의 눈앞에 펼쳐내 보이는데, 트랜스젠더 어린이가 느끼는 감정을 추체험하기 충분한 일화들이 가득하다. “와이엇은 대뜸 켈리에게 묻곧 했다. ”나는 언제 여자가 되는 거예요?” [……] 아이는 애벌레가 나비가 되듯 자신이 여자가 되는 걸 자명하게 여겼고, 그랬기에 하루빨리 변화에 돌입하길 갈망했다.”(61~72쪽)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에는 트랜스젠더 아동·청소년이 사회화를 시작하며 일상에서 겪게 되는 고초도 가감 없이 나타난다. 저자는 니콜이 소아·청소년기에 접어들며 세상 사람들로부터 어떤 반응과 대우를 받는지, 어떤 역경과 폭력에 마주하는지를 낱낱이 전한다.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지냈더니 괴롭힘에 노출돼 괴로워지고, 정체성을 숨긴 채 새로운 동네와 학교에서 생활해보려 해도 억압과 불안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니콜이 겪는 곤경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증언하지만, 어떻게 니콜이 가족과 공동체의 도움으로 이 같은 어려움을 벗어나게 되는지도 소상히 서술한다. 그러면서도 세상의 모든 트랜스젠더에게 그토록 우호적인 부모와 공동체가 주어지진 않는다는 현실을 결코 간과하지 않는다. 저자는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과 괴롭힘을 당한 이들의 이야기도 소개하는데, 이는 여전히 실재하는 트랜스젠더 혐오의 현실을 일깨우는 한편 트랜스젠더 어린이가 (삶을 비극적으로 마감하는 법 없이) 행복한 성인으로 자라나는 이야기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한다.

트랜스젠더 어린이의 존재로 말미암아
더불어 성장하고 변화하는 가족과 공동체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은 양육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특히 오늘날처럼 다양한 기준이 경합하는 사회에서 부모는 자신들의 경험과 지식을 훌쩍 뛰어넘는 아이를 키우면서 사회적·문화적·의료적으로 어디까지 훈육하고 가르쳐야 할지, 어디서부터 자녀의 고유한 특성을 지지하고 수용해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메인스 가족은 자신들의 한계와 끝없이 싸우고 주변의 친지와 전문가들의 도움을 적절히 받으면서, 무엇보다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으로 바라보면서 주어진 정답이 아닌 자신들만의 답을 써 내려간다.
자녀를 함부로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한결같이 이해의 노력을 기울인 엄마 켈리, 기나긴 혼란, 유보, 회피 끝에 마침내 자녀를 포용하고 딸을 지키기 위해 세상 앞에 나선 아빠 웨인, 어릴 적부터 조숙하고 용감한 태도로 누나를 보호하는 데 앞장선 남동생 조너스까지……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에는 메인스 가족 구성원 각각의 고유한 인격과 서사가 비중 있게 등장하는데, 특히 두 부모가 처음 취하는 태도가 현격히 대조적이라는 점에서 자녀가 트랜스젠더임을 처음 알게 된 부모의 감정과 태도, 이들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갈등을 다각도에서 살펴보기에 충분하다. 특히 전직 군인이자 보수적 성향의 아빠 웨인이 겪는 변화는 트랜스젠더 문제를 소상히 알지 못한 채로 불편감을 먼저 느끼는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너스의 존재도 켈리와 웨인 못지않게 흥미롭다. 니콜은 어릴 적 자신과 꼭 닮은 외모를 가진 조너스를 일종의 거울상처럼 바라본다. 하지만 자신과 달리 본인의 존재를 전혀 의심하지 않는 조너스를 보며 니콜은 젠더위화감에 더더욱 휩싸이는데, 저자는 일란성쌍둥이임에도 성격과 젠더정체성 등 수많은 면에서 두 아이가 내보이는 차이에 관해 후성유전학에 근거한 설명을 제시하기도 한다. 또 현실적으로 트랜스젠더 자녀에게 주의 깊은 돌봄이 부득이 요구되는 만큼 조너스는 부모의 보살핌에서 의도치 않게 후순위로 밀리는 경험을 하기도 하는데, 이로써 독자들은 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가족이 현실에서 마주할 여러 잠재적 문제를 심도 있게 고찰해보게 되기도 한다.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이 니콜만의 이야기가 아니듯 니콜과 메인스 가족의 투쟁도 이들만의 투쟁이 아니다. 주변의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위치에서 최선의 선택지와 실천을 함께 고민하며 머리를 맞댔기 때문이다. 이들 덕분에 메인스 가족의 투쟁은 성공적일 수 있었고, 주변인들과 공동체도 그만큼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학교 측에 맞선 소송은 분명 메인스 가족에게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지만, 사회와 공동체에 반드시 필요한 논의를 촉발했다는 점에서 한결 유의미한 변화를 불러왔다. 한편 저자는 메인스 가족이 의료적 트랜지션과 법정투쟁 과정에서 전문가들에게 받은 도움이 기존의 유사 사례와 시행착오를 거쳐 축적된 노하우 덕분에 가능한 결과였음을 잘 밝히고 있는데, 그중 한 사례로 히트곡 「언홀리(Unholy)」로 유명한 트랜스젠더 팝 스타 킴 페트라스의 성별확정수술 과정이 소개되기도 한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넘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트랜스젠더의 거의 모든 것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은 트랜스젠더(그리고 간성 등)에 관한 최신 과학의 탐구 내용도 일목요연하게 소개한다. 이를테면 뇌의 특정 부위의 길이가 젠더정체성 발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전형적이지 않은 염색체 구성이나 생식기가 어떻게 생겨나며 이것이 태아의 성적 발달과 어떻게 무관할 수 있는지, DNA 구성이 동일한 쌍둥이일지라도 어떻게 태내 위치에 따라 산모로부터 호르몬의 영향을 달리 받는지, 임신 초기 산모가 받은 스트레스가 자녀의 성적 지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이 알기 쉽게 설명된다. 곳곳에 이런 과학적 설명이 포진해 있다는 점은 이 책의 탁월함 가운데 하나인데, 특히 최근 들어 국내외에서 나날이 심해지는 트랜스젠더 배제와 혐오를 고려하면 이 책이 소개하는 과학 지식은 더더욱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의 혐오는 많은 경우 무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또 저자는 이분법적이고 규범적인 젠더정체성을 강요하지 않았던 사회와 자연의 유연한 사례들(파푸아뉴기니의 퀄루아트몰, 도미니카공화국의 게베도세, 인도 문화권에서 4000년 넘게 이어지는 히즈라 전통, 이미 잘 알려진 흰동가리, 하이에나, 턱수염도마뱀 등)을 역사적·과학적으로 제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사회에서는 젠더 의식 전반에서 퇴행적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많은 이의 노력으로 어떤 문제는 개선되고 있으나 이 책의 주요 사건이기도 한 화장실 사용 문제 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혹은 오히려 더욱 악화된) 채 남아 있다. 하지만 앞서 거론했듯 해부학적 성과 젠더정체성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며 외음부, 신체 내부의 재생산 구조, 염색체 배열도 얼마든지 다양한 조합으로 존재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은 많은 트랜스젠더 혐오가 얼마나 허무맹랑하고 그릇된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지를 지극히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잘 보여준다.

작가정보

(Amy Ellis Nutt)
미국의 언론인 겸 작가로, 뉴욕주 스태튼아일랜드에서 태어나 뉴저지주에서 자랐다. 스미스 칼리지에서 영어와 철학을 전공하고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에서 과학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서 1988년부터 일하며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언론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1997년 뉴저지주 최대의 지역 매체 《스타레저》로 이직했다. 2014년 《워싱턴 포스트》 보건·과학·환경팀에 합류해 4년간 재직하며 신경과학과 정신건강에 관한 기사를 썼다.
2009년 탐사보도 「우연한 예술가(The Accidental Artist)」로 퓰리처상 특집기사 부문 후보에 올랐고, 2011년에는 뉴저지 해안 어선 침몰 사건을 다룬 「레이디메리호의 침몰(The Wreck of the Lady Mary)」로 동일 부문을 수상했다. 하버드 대학교 니먼 펠로십(저널리즘 부문)을 받고, 프린스턴 대학교 언론학 방문 교수와 컬럼비아 대학교 저널리즘 대학원 겸임 교수로 일했다. 『유리처럼 밝은 그림자(Shadows Bright as Glass)』, 『10대의 뇌(The Teenage Brain)』(공저)를 썼다. 현재는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신작 『미국의 광기(American Madness)』(가제)를 통해 미국에서 시행된 정신건강 치료의 역사를 탐구할 예정이다.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이 만들어낸 음악과 하위문화에 심취해 청소년기를 보냈고, 그 영향으로 학부에서 문화연구와 영미문학을 전공했다. 세상의 폭력과 압력을 딛고 스스로가 바라는 자아상에 다가가려는 퀴어들의 생존기에 관심이 많다. 『나는 남자들이 두렵다』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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