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퀴어, 보살핌
2024년 07월 15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9월 1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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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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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바이러스의 은유와 진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수백만 명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공포가 확산되면서 교류와 협력은 중단되고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이 멈춰 섰다. 무엇보다 삶과 죽음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활동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짧게 끝날 줄 알았지만, 팬데믹이 2년 넘게 이어지면서 누군가는 직장을 잃었고, 누군가는 가족이나 친구를 떠나보냈다. 이제는 회복되었다고 하지만 우리 삶은 팬데믹 이전과 많이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19는 이제 엔데믹(주기적으로 유행하는 풍토병)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뉴욕대학교에서 분자생물물리학을 연구하는 조지프 오스먼슨은 이 책 《바이러스, 퀴어, 보살핌》에서 헤르페스, 광견병, HIV, 코로나-19 등 현재까지 인간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온 친숙한 바이러스들을 중심으로 우리가 꼭 알아두어야 할 진실을 파헤친다.
바이러스는 지구상에 어떤 생명체보다도 흔하게 또 오래 존재해온, 보이지 않는 존재다. 이들은 다른 세포(이를테면 우리 인간의 세포)에 부착해야만 생명체의 필수조건인 자기복제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엄밀히 말하면 생명체는 아니지만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스스로를 복제해내는 놀라운 존재다. 한편 성격이 모두 제각각이라 한 가지 일반적인 속성으로 정의할 수 없는 특성을 지니기도 했다.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우리가 바이러스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유일한 은유이다. 우리는 바이러스의 행성에 살고 있으며, 그들이 이 땅에 제일 먼저 발을 들였다. 우리는 손님이지 주인이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전해져야 할 바이러스 이야기이다._100쪽
하지만 우리의 언어생활과 문화 속에 깊숙이 자리잡은 바이러스를 인간은 어떻게 인식하는가? 인류를 몰살하는 치명적인 것(실제로 사람을 죽이는 바이러스는 극히 드물다), 인간을 좀비로 만들어 정신을 빼앗고 육체를 장악하는 것, ‘외부’에서 은밀하고 조용하게 우리 몸에 침입하는 것, 최근에는 ‘바이럴 타기’로 순식간에 유명세와 돈을 얻고자 하는 욕망까지……. 오스먼슨은 자신이 읽어낸 이러한 바이러스의 은유들이 사실과 무관한 공포를 자아내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것들을 단호히 끊어내라 주문한다. 그리고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과학자로서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바이러스와의 잡종’이라고, 바이러스와의 공존은 불가피하고 필수적인 삶의 조건이라고 역설한다. 바이러스를 싸워 없애야 할 적으로 삼아서는 안 되며, 이 바이러스로 가득한 행성에서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생명을 가장 소중한 것으로 여기며 서로를 보살피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바이러스와 싸우고 투쟁하고 전투하고 고통받았는가’가 아니라 ‘역병 속에서도 어떻게 서로를 배려하고 돌보았는가’라는 틀로 이 역사를 기록해야 한다. _265쪽
2 복제에 관하여 … 27
3 바이러스의 의미에 관하여 … 61
4 개인적 글쓰기에 관하여 … 109
5 HIV와 트루바다에 관하여 … 207
6 전쟁에 관하여(패트릭 네이선과 공저) … 23
7 멘토에 관하여 … 269
8 백인성에 관하여 … 289
9 액티비즘과 아카이브에 관하여 … 339
10 종식에 관하여 … 407
11 진화에 관하여 … 451
감사의 말 … 483
퀴어가 된다는 것은 체제의 억압, 폭력, 살인, 바이러스성 전염병 상황에서도 발휘되는 돌봄의 유산이자 역사이다. 퀴어들은 이런 순간을 위해 훈련해왔다.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상황에서도 희생하고, 서로 돌보며, 불가능해 보이는 현재와 미래 앞에서도 즐거움을 잃지 않는 훈련 말이다. 무리한 요구라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달리 무슨 선택을 할 수 있을까?
_1. 위험에 관하여(15쪽)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우리를 그냥 지나친다. 어떤 바이러스는 우리와 함께 살다가 죽는다. 바이러스가 원하는 게 딱 한 가지 있다면 그건 자기 복제다. 바이러스는 더 많은 바이러스를 만들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 욕망은 순수하고 단일하다. 어떤 면에서 나는 바이러스가 부럽다. 어떤 면에서 바이러스는 당신과 나와 똑같다. 어쩌면 우리가 자문해야 할 것은 ‘어떻게 우리의 가장 기초적인 생물학적 필요보다, 단순한 자기 복제보다 나은 존재가 될 것인가’일 것이다. 우리는 이 새로운 버전의 인간성을 실현할 때에야 우리를 해하려는 희귀 바이러스를 이기고 가장 성공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많은 해를 끼쳤고 너무나 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생명체의 필수적인 일부다. 바이러스는 인간보다 오래전부터 이 행성에 있었고 인류가 사라진 후에도 더 오래 남을 것이다. 우리는 매일 죽음의 가능성을 안고 살아간다. 그날은 분명히 올 것이다. 가치 있는 삶은 생명과, 우리를 둘러싼 “거의” 살아 있는 것들을 자세히 살필 때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_2. 복제에 관하여(58쪽)
바이러스에 대한 이런 은유가 거짓됐다는 말이 아니다. 광견병 감염은 뇌세포를 파괴하여 사람을 몰라볼 정도로 바꿔놓은 다음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다. 에볼라는 순식간에 와서 순식간에 죽이고 갈 수 있다. HIV는 십 년간 잠복해 있다가 증상이 나타난다. HIV, 코로나-19, 에볼라, 광견병 모두 사람을 죽일 수 있다. 그러나 각각의 바이러스는 행동이 완전히 다르고, 들려주는 이야기도 제각각이다.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바이러스 이야기로 시작할지 묻는 것이 옳다. 지구에는 너무나 많은 바이러스가 있다. 사람보다 많고 박테리아보다 많다. 바이러스는 살아 있는 그 어떤 생명체보다 흔하다. 지구상에서 바이러스보다 흔한 유일한 물질은 무생물이다. 완전히 죽어 있는 것, 반쯤도 살아 있지 않은 것.
_3. 바이러스의 의미에 관하여(98~99쪽)
코로나-19에 대한 이 “전쟁”에서 우리는 또한 어떻게 사회가 노출된 “필수 인력”을 “영웅”으로 만들어 그들의 주체성을 유예하는지 볼 수 있다. 의사, 바리스타, 마트 직원들은 모두 희생을 통해 “우리”를 구하는 “그들”로 둔갑한다. 그들을 보호할 의무는 누구에게도 없으므로 이 영웅들은 소모전의 보병처럼 비인간화되고 침묵당하며, 살았든 죽었든, 부정직한 정치적 공염불에 들먹여진다. 의사, 간호사, 의료계 종사자들은 자신을 “건강한” 사람으로 상상할 권리마저 거부당한 채, 개인 보호 장비조차 없이 일한다. 그들은 그런 것 없이도 활약하는 영웅이니까! 마트 직원에게는 최저 생활 임금과 건강보험이 필요하지 않다! 4층짜리 건물 발코니에서 사람들이 박수 치고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가? 아마존 노동자들은 병가가 필요 없다! 일할 곳이 있는 것만도 감지덕지해야 하니까. 무엇보다 지금은 노동자의 권리 따위를 위해 노조를 조직하거나 직장을 떠날 때가 아니다. 노스캐롤라이나 롤리 경찰서가 4월에 이런 트윗을 올렸다. “지금 우리에게 시위는 필수적이지 않은 활동입니다.” 저 노동자들은 어찌 지금이 전시 상태임을 모른다는 말인가?
_6. 전쟁에 관하여(238-239쪽)
“죽음에 대한 유일한 대답은 살아 있음의 열기와 혼란이다”라고 로드는 썼다.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온기는 피의 온기이다. 나는 지금 맥이 뛰는 나의 피를 느낀다.” 이 순간, 이 세 계적인 팬데믹과 대규모 죽음에 직면하려면 용기와 힘, 그리고 자신의 몸과 서로에 대한 깊은 감사가 필요하다. 우리는 죽음을 만드는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되돌아가면 안 된다. 엉망진창인 삶의 혼돈을 최선을 다해 받아들여야 한다. 돌봄은 그 받아들임의 방식이다.
_6. 전쟁에 관하여(262쪽)
나는 유독한 백인성에 둘러싸여 자랐다. 해로운 남성성으로 흠뻑 절여진 백인성은 나에게도 폭력이었다. 여성적인 성향이 강하고 책 읽기를 좋아한 어린 백인 소년에게 폭력은 물리적일 때도 있었고(주먹으로 가슴을 때리고 철제 사물함에 머리를 짓누르며) 나라는 사람의 어쩔 수 없는 모습을 감시하고 지적하는 형태일 때도 있었다(“왜 다리를 꼬고 앉아 있니, 기집애처럼”). 대체로 이들은 가난했다. 그래서 어린 나는 항상 혼란스러웠다. ‘이것’이 특권을 가진 백인의 모습인가? 고향 사람들은 푸드스탬프를 받아 생계를 유지했고 고물 자동차를 몰았고 늘 돈에 쪼들렸다.
_8. 백인성에 관하여(308-309쪽)
나는 그저 사랑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나는 스티븐을 사랑한다. 그에게서 배운 모든 것에 감사한다. 액티비즘은 영적인 작업이자 기록을 보관하는 작업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우정의 작업이다. 최고의 액티비즘과 최고의 아카이브는 공동체와 우정에서 나온다. 시도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하는 사랑.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두려운 일이기에 우리는 시도한다. 그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을 살아내기 위해 우리가 몸부림친 방식이야말로 이 기록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_9. 액티비즘과 아카이브에 관하여(404쪽)
역병이 지나간 세계는 전과 같을 수 없다. 어쩌면 역병이 진짜 끝나는 일이 아주 드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감당해야 할 트라우마가 남는다. 나보다 고작 몇 년 먼저 태어난 퀴어의 몸들을 쑤셔 넣은 검은 쓰레기봉투. 이 땅에 여전히 HIV가 있 다는 사실과 함께 살아야 한다. 우리가 감당해야 할 코로나-19 트라우마는 접촉이다. 악수 같은 가벼운 접촉도 치명적이고 키스는 자살 수준이다. 이란의 집단 무덤을 촬영한 드론 이미지. 도시를 걸을 때 입술에 와닿던 신선하고 축축한 공기, 땀에 절은 사람들의 몸으로 가득 찬 댄스 플로어. 언젠가 예전처럼 이 것들을 느낄 날이 다시 올까?
_10. 종식에 관하여(446-447쪽)
나는 아무리 많은 고통을 주었더라도 과거의 나를 원망하지 않는다. 지금 내 몸속에 있는 1조 개 이상의 세포가 진화하여, 지금 지구에 존재하고 또 앞으로 존재할 모든 바이러스를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에 위로받는다. 나는 크고 내 몸은 다수로 이루어졌다. 그건 내가 진화했기 때문이다. 나는 더 친절해지려고 노력 중이고, 나 역시 그 보답으로 그러한 친절함을 요청한다. 내 몸에는 지금 내 몸에 없는 바이러스에 대응할 준비를 마친 세포들이 있다. 내 안에는 아직 지구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바이러스에 대응할 준비를 마친 세포들이 있다. 당신이 나를 아주 상세히, 내 분자까지 들여다본다면 내가 지금도 변화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_11. 진화에 대하여(482쪽)
팬데믹으로 드러난 미국사회의 차별
폭력적 ‘백인성’을 해부하다
조지프 오스먼슨은 인간의 DNA염기서열은 인종에 따른 차이가 전혀 없으므로,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백인보다 흑인과 라틴계 사람들에게 두 배 더 치명적인’것으로 판명됐다. 이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바로 팬데믹을 통해 미국 사회의 의료 불평등과 인종차별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 같은 결과 앞에서 트럼프 정부는 오히려 경제를 활성화하고 조속히 미국을 ‘정상’으로 돌려놓는다는 명목으로 셧다운을 철회한다. 급기야 흑인과 유색인에게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더 빨리 죽을 것이라며 좋아하는 백인들까지 등장하게 된다.
미국 의학은 흑인을 대상으로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정작 연구가 끝난 뒤 흑인들에게는, 흑인 몸을 이용해 ‘우리’에게 안전성이 확인된 약물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었다. 미국인에게 ‘우리’란 항상 백인이었다. _293쪽
코로나-19로 흑인과 갈색 인종이 더 많이 희생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사람은 먹어야 산다. 그러나 줌(ZOOM)상에서 긴 하루를 보내고 로그오프한 다음 퇴근하면 누가 음식을 배달하는가? ‘우리’는 결코 갇혀 있지 않았다. 그저 위험을 더 가난한 다른 이들에게 떠넘기면서 집에 머물러 있었다. 그들은 흑인이거나 갈색 인종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백인 미국인과 우리가 건설한 인프라-는 특히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언제나 이런 죽음을 허용했고 영속화해왔다. _299쪽
오스먼슨은 오늘날 ‘건강함’의 개념이 개인의 바람직한 정체성 정도로 간주 되면서도, 실제로는 계급, 인종, 지리와 깊이 연관돼 있다고 말한다. 가령, 흑인들이 더 많은 목숨을 잃는 것은 차별적인 의료 시스템 때문인데, 오로지 개인들에게 죽음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는 것처럼 말이다. 더군다나 역사적으로 흑인의 신체는 미국의 의학 발전을 위해 줄곧 연구 대상으로 쓰여왔지만, 정작 그렇게 발전된 의학에 대한 혜택이 흑인에게는 제한돼왔다. 오스먼슨은 일부 백인들이 주장하는, 백신을 맞지 않고 마스크를 쓰지 않을 ‘(개인의) 자유’란 그들이 지금껏 누려온 ‘(남을) 해칠 권리’에 다름 아니라고 일갈한다.
이와 같은 ‘백인성(whiteness)’의 표출을 생명보다 돈을 우위에 두는 도덕적 열등, 고통을 회피하기 위한 감정적 미니멀리즘, 백인우월주의, 무엇보다 (해칠) 자유를 마구 휘두르는 폭력성으로 규정하는 오스먼슨은 한편으론 자신이 감정의 표현을 죄악시하는 백인 남성성의 피해자였지만, 본인 역시 백인으로서 인종차별 문제에서는 많은 오류를 범해왔으며 어디까지나 직접적인 경험이 부족한 학생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백인성, 인종차별적 가부장제, 동성애 혐오와 트랜스젠더 혐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근간에 있는 자본주의라는 힘은 우리가 지구에서 살아갈 능력을 소멸시키고 있다. 여기서 말한 우리는 인간종을 말한다. 자본가 계급은 화성이나 뉴질랜드를 탈출구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는 화성에 내 자리가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어차피 그 여행에 별다른 환상도 없고. 차라리 여기 남아 침몰하고 말겠다. 지구가 살거나, 아니면 우리 다 함께 죽거나.
백인이 아닌 몸으로 살았다면 내 삶은 아주 많은 부분에서 극적으로 달랐을 거라는 걸 잘 안다. 크고 작은 트라우마가 내 일과 몸과 영혼에 미쳤을 영향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공감은 여기까지만 가능하다. 함께 듣고 읽고 쓰고 조직할 수는 있지만 인종 문제에서 백인은 언제나 학생이다. 왜냐하면 인종차별을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말하는 인종차별은 단순히 심한 편견-정체성의 특성 때문에 누군가를 싫어하는 것-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닌, 구조적 힘을 뜻한다. _312~313쪽
뉴욕의 백인 게이 바이러스학자의
퀴어 성장담이자 연애담, 그리고 코로나 일기
저자 조지프 오스먼슨은 미국 워싱턴주의 가난한 백인 중심의 마을에서 유독(流毒)한 백인 남성성에 둘러싸여 성장했다. 책과 클래식, 요리를 좋아하고 자주 울음을 터뜨리던 소년 오스먼슨은 ‘기집애 같다’는 소리를 듣기 일쑤였고 학교에서는 괴롭힘을 당했다. 오직 고향을 떠나겠다는 희망으로 청소년기를 버텼지만, 대학에서도 부유한 백인문화에 동화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글쓰기를 매개로 게이 작가들과 교류하고, HIV/AIDS 위기에 치료제 개발을 압박하며 정부의 무책임에 항의하는, 액티비즘 그룹인 액트업에 대한 다큐멘터리와 아카이브를 접하면서 잃어버렸던 고리를 찾기에 이른다.
오스먼슨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도 남성들 간의 성관계와 친밀성에 대해 무지했을 뿐 아니라, 게이들이 치료제 없이 에이즈로 죽어가던 시기에 성장한 탓에, 섹스는 언제나 HIV를 포함한 공포스러운 쓰리섬이었다고 술회한다. 이후 오스먼슨은 남성들과 연애하고 또 실연의 참담한 아픔을 통해 ‘진화’를 겪는다. 그리고 최근 뉴욕 게이 커뮤니티에서 상용화되고 있는 정식 승인된 HIV 노출전예방약 트루바다를 복용하면서 HIV에 대한 두려움 없이 낯선 남성과 콘돔 없는 섹스를 즐기게 되기까지 자신의 연애와 성적 모험을 특유의 섬세한 감각으로 허심탄회하게 들려준다.
1989년에 처음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지(Ghee)는 “우리와 같은 사람이 전에 존재한 적 없다는 잘못된 인상을 받았다. 내가 도착했을 때 우리를 맞아줬을 사람들이 이미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지는 이렇게 썼다. “우리에게는 용맹함의 모델이 부족했다. 그래서 사랑과 사회운동의 모델을 창조해야 했을 때처럼 용맹함의 모델도 직접 만들어야 했다.”
나도 2006년에 뉴욕에 도착했을 때 아주 비슷한 기분이었다. 나를 맞아줄 연륜 있는 퀴어들이 10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기분……. 내 친구들도 나와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우리는 살아갈 방법을 스스로 창조해야 했다. 삶은 우리가 배워온 것과는 아주 달랐으니까._274쪽
”자기야,” 한 손은 엉덩이에 척 얹고 다른 손은 나무 숟가락을 들고 파스타 소스를 천천히 저으면서 내가 말한다. 그 사람들이 지금의 나를 볼 수 있다면……. 내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내 어린 자아는 절대로 내가 이런 식의 자세를 하거나 하이힐을 신거나 남자를 “자기야” 같은 간지러운 호칭으로 부르게 두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야?” 그가 되묻는다.
“같이 춤추자.”
“이런 곡에 어떻게 춤을 춰!” 그는 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나는 과거의 나와 얼마나 같을까?
“내 사랑, 당신은 어느 곡에든 춤출 수 있어.” _475쪽
이 책은 바이러스를 통해 미국 사회의 민감하고 논쟁적인 이슈들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주는 동시에, 팬데믹을 온몸으로 겪은 저자의 일종의 코로나 일기가 함께 실려 있어 한층 생생하고 내밀한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그는 셧다운 동안 실직한 애인과 동거를 시작하고, 격리팟(quarantine pod) 친구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고, 센트럴파크에서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봄맞이 소풍을 즐기고, 코로나로 가족을 잃은 친구를 온 마음으로 위로한다. 소소해서 애틋한 이 일상의 기록은 우정과 보살핌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퀴어 가족의 형성 과정을 뭉클하게 보여준다. 아울러 섬세하면서도 삶을 향한 뜨거운 사랑으로 흘러넘치는 그의 문장은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독자들은 《바이러스, 퀴어, 보살핌》에서 반짝이는 지성과 퀴어하기 이를 데 없는 욕망, 미국 사회에 대한 엄준한 비판의식과 속수무책의 나약함이 한데 어우러진 매력적인 목소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추천사]
《바이러스, 퀴어, 보살핌》은 장난기와 진지함이 모두 들어 있는 놀라운 책이다. 바이러스가 우리와 어떻게 함께 사는지를 모두에게 보여준다. 퀴어 이론을 바탕으로 조지프 오스먼슨은 욕망과 소망, 고통과 불안의 한복판에서 ‘보살핌’을 이해의 방법으로 제시한다. 바이러스가 지배하는 세상은 삶과 죽음의 평범한 세상이자, 서로가 서로의 취약성과 존속성 안에서 함께 돌보는 보통의 세상이다. 이 책은 우리 시대의 바이러스 과학을 명쾌하게 설명하는 한편, 팬데믹 시대에 길을 잃고 혼란스러운 사람들에게 돌봄의 참 의미를 제공한다. 아울러 이 책은 최고의 퀴어 교육학 책이기도 하다. 함부로 가르치려 들지 않고, 완벽하게 지적이며, 신중함과 열정으로 다시금 서로 가까워지게 배려하는, 긴급한 지식들로 가득 차 있다. _ 주디스 버틀러
오스먼슨은 과학을 쿨하고 심지어 급진적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선생님 특유의 매력적인 목소리로 글을 써내려간다. 그의 사유는 다방면에 걸쳐 있고, 질문은 계속해서 다른 질문을 부른다. 그의 책은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고 다룬다. ‘어떻게 백인은 백인성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을 퍼트리기를 멈출 것인가? 어떻게 자본주의는 우리의 상상력을 제한하는가? 진화가 본질적으로 퀴어한가? 종종 까다롭기도 한 그의 도약과 선회를 따라가는 과정은 기민히 작동하는 정신과 협업하는 기회를 제공하여 그 자체로 값진 경험이다. _ 〈뉴욕타임스〉
조지프 오스먼슨의 《바이러스, 퀴어, 보살핌》은 나를 바이러스성애자로 만들었다. 진심이다. 이 책은 퀴어 이론을 이용해 바이러스 과학을 가르쳐주는 역작이며, 그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악랄한 작은 피조물과는 거리가 멀고 실은 매혹적인 ‘거의 생명체(almost-life form)’라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바이러스, 퀴어, 보살핌》은 우리가 바이러스로 가득한 세계에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사고틀을 교정하고 우리가 과학 및 과학적 현상과 맺는 관계가 언제나 사회적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_ 찬다 프레스코드와인스타인, 《나의 사랑스럽고 불평등한 코스모스》 의 저자
조지프 오스먼슨의 《바이러스, 퀴어, 보살핌》은 우리가 지구에서 가장 수가 않은 생명 형태와 맺는 관계-우리가 바이러스와 어떻게 살아가는가, 바이러스는 어떻게 우리 안에서 그리고 우리를 통해서 살아가는가-를 예리하게 관찰한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회피와 노출, 안전과 위험, 자아의 보존과, 진화 및 변화를 향한 개방성 사이의 긴장을 매혹적으로 고찰한다. 이 책은 우리 시대를 위한 극약처방이다. _ 레이시 M. 존슨, 《레커닝스(The Reckonings)》의 저자
《바이러스, 퀴어, 보살핌》에 실린 에세이들은 감동적인 것 이상이다. 고도로 숙련된 작가의 노련한 손길로 완성된, 날이 서 있으면서도 사려 깊은, 정밀한 작품이다. 조지프 오스먼슨은 우리에게 이 탁월한 저작과 더불어 소중한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그것은 인간성에 대한 존경이며, 생명에 대한 예찬이다. _ 크리스틴 아넷, 《이로(With Teeth)》의 저자
오스먼슨은 눈부시게 아름다우면서도 중요한 책을 써냈다. _ 사라 닐슨, 《숀다랜드》의 저자
우리에게 HIV/AIDS 액티비즘의 유산, 변종 코로나의 장기적 여파, 길어진 팬데믹이 권력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같은 주제를 종횡무진하며, 현실과 은유의 교차에 대해 우아함과 통찰력을 갖고 쓸 수 있는 현역 바이러스학자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우리 시대의 걸작이다. _ 〈리터러리 허브〉
폭넓은 주제를 아우르는 이 에세이집은 사회가 바이러스와 맺는 복잡한 관계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오스먼슨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HIV 등에 대해 숙고하며 보다 공정한 의료 접근을 요구한다. _ 〈사이언스 뉴스〉(2022년 최고의 책)
팬데믹이 드러낸 사각지대에 대한 친절하고 박식하고 퀴어-포지티브한 탐구 _ 〈커커스〉
독창적이며 호기심으로 들끓는 노련한 역작 _ 〈퍼블리셔스 위클리〉
《바이러스, 퀴어, 보살핌》은 문화 비평의 전범으로서 수전 손택의 《은유로서의 질병》과 오드리 로드의 《암 일지(The Cancer Journals)》와 나란히 평가받을 것이다. 재기 넘치는 산문, 반짝거리는 통찰, 명징한 사고, 일부 어려운 주제들을 다가가기 쉽게 풀어쓴 문장들은 《바이러스, 퀴어, 보살핌》을 필독서로 자리매김한다. 올해 최고의 과학·의료 도서다. _ 〈북페이지〉
작가정보
(Joseph Osmundson)
뉴욕에 거주하는 과학자이자 작가. 록펠러대학교에서 분자 생물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연구는 미국암협회의 지원을 받아 〈셀〉 〈미국국립과학원회보〉 등 주요 생물학 학술지에 게재되었으며, 현재 뉴욕대학교 생물학과 임상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애틀랜틱〉 〈타임 매거진〉 〈빌리지 보이스〉 〈뉴욕 리뷰 오브 북스〉 〈가우커〉 〈케니언 리뷰〉 〈럼퍼스〉 〈람다문학 리뷰〉 〈페미니스트 와이어〉 등의 다양한 매체에 과학과 퀴어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천연물과학대학원과 미국 조지아대학교 식물학과에서 공부했다. 어려운 과학책은 쉽게, 쉬운 과학책은 재미있게 옮기고 있다. 어려운 과학책을 쉽게, 쉬운 과학책을 재미있게 옮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 《이상한 몸 박물관》 《암컷들》 《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 《생명의 태피스트리》 《식물을 위한 변론》 《우주의 바다로 간다면》 《한없이 가까운 세계와의 포옹》 《새들의 방식》 《10퍼센트 인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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