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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밀당의 기술

이미경 지음
곰출판

2024년 07월 15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1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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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7.18MB)
ISBN 9791189327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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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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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을 정직하고 충실하게 짚어주는 음악은
내 심장을 거기에 동조해 함께 뛰도록 만들기 때문에 좋다.
반대로 살짝살짝 비껴가는 음악은 기대를
조금씩 비껴가는 안타까움에 애간장이 녹는다.
우리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는 이런 ‘끌림’ 때문이다.

그야말로 ‘박자를 가지고 노는 것’
이 과정이 꼭 연인 사이의 ‘썸’처럼 느껴진다.
기분 좋은 떨림과 짜릿함이
사람들을 음악에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다.
prelude | 들어가며
예비박 | 박자와 리듬, 어떻게 구별하나

1 박은 마음이 만들어낸 기술
시간 간격에 대한 사람들의 지각 | 박은 왜 우리 마음속에 생기나? | 규칙적인 사건과 불규칙적인 사건 | 박이 박자로 느껴지다 | 〈엘리제를 위하여〉가 2박자로 둔갑한 사연 | 박치가 있을까? | 쌀밥-보리밥 게임, 그리고 스트라빈스키 | 〈학교종〉의 악보는 어디에?

2 동조
외부의 리듬과 상호작용하는 자연의 원리 동조 | 약간의 상호작용 | 박동적 동조 | 의식적 동조와 무의식적 동조 | 신체 내장기관들 간의 동조 | 사람 간 동조 또는 사회적 동조 | 감정적 동조

3 춤추는 동물은 없다
앵무새는 클럽에 갈 수 있을까 | 다른 개체와 시간적으로 공동 행동을 하는
동물들 | 원숭이는 춤출 수 있을까? | 박에 맞춰 행동하는 동물과 춤 추는
아기 | 박에 맞춰 행동하도록 부추긴 트리거

4 박자, 본능에서 문화로
2박자는 생물학적 디폴트인가? | 우리말과 3소박, 혹은 3박? | 서양음악의 박은 맥동, 우리 음악의 박은 호흡? | 륄리의 지휘봉 | 분수식 박자표는 진짜 분수인가? | 블랙핑크의 〈셧다운〉은 3/4박자? | 비등시박의 매력 | 합성된 박의 출현, 내재적 패턴 현상 | 말과 음악 사이 | 박자 없는 음악의 끝판왕

5 연주, 밀당의 기술
연주자의 타이밍 | ‘뉘앙스’로 느껴지는 너, 정체가 뭐냐? | 비엔나 왈츠의 3박자와 마주르카의 3박자 | 아치형 프레이즈 연주하기 | 밀림 혹은 당김 | 참여적 불일치, 그루브 | 시간의 공유가 어떻게 공감과 연결되는가 | 밀당, 공감의 극대화

coda | 책을 마감하며 245
미주 | 251

그룹 퀸의 〈We will rock you〉라는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노래의 시작 부분에 나오는 ‘쿵 쿵 딱-’을 몇 번 듣고 나면, 우리 몸을 가만히 두기 힘들다. 이 음악은 제목 그대로 우리 모두를 흔들어놓았다. 그 음악에 발을 맞춰 ‘쿵 쿵 딱-, 쿵 쿵 딱-’을 할 때 느끼는 강렬한 쾌감이란, 설명이 따로 필요 없다. 이 쾌감은 무엇보다 ‘본능적’이다. 그냥 음악에 항복 당하는 느낌이다. 이것은 분명 음악이 갖고 있는 강력한 힘 중 하나다. 그 힘은 박동으로부터 나오는 힘이다.
_들어가며(8~9쪽)

‘박’은 음악이 갖고 있는 속성이 아니라 계속 변화하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마음이 진화시킨 특별한 능력이다. 음악은 소리의 시간적 변화 그 자체이므로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 마음이 ‘박을 세는 능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세상의 99% 음악에서 인간은 박을 느낀다. 혼자서 노래를 흥얼거릴 때도 박을 세고 있고, 여러 사람들과 앙상블을 즐길 때에도 다른 사람과 박을 공유하며 함께 시간을 맞춘다.
_31쪽

평소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우리의 심장은 60~90bpm 정도의 속도로 박동한다. 그것의 2배의 속도인 120~130bpm이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속도다. 춤추기 딱 좋은,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속도가 바로 이 구간이다. 한국가요의 댄스곡들은 어떨까?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132bpm 정도 된다. BTS의 〈다이너마이트〉는 114bpm이다. 90년대 댄스곡들도 대체로 이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댄스곡들이 이 템포 범위에 있다는 뜻은 이 속도가 춤추기 좋은 속도라는 뜻이다.
…(중략)… 이 속도는 우리의 행동과도 관련이 깊다. 두 발로 걷기에 좋은 속도의 범위다. 음악학자들은 빅데이터를 통해 유럽뿐만 아니라 지구상 곳곳의 모든 인간들이 정말로 이 템포의 음악을 선호하는지 조사해보았다. 전 세계의 음악을 일곱 그룹의 지역 음악으로 나누어 음악들의 템포를 조사했더니, 실제로 104-136bpm에서 가장 많은 사례가 나타났다.
아무튼 선호하는 템포는 우리 몸의 크기, 움직임의 반경과 속도 등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몸집이 작은 아이들은 빠른 속도를 좋아하고 나이가 들수록 선호하는 템포는 점점 느려진다.
_62-63쪽

동물도 리듬에 맞춰 활동한다. 그냥 활동하는 정도가 아니라 우리보다 훨씬 더 날렵한 동물도 많다. 그러나 박에 기초해서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는, 즉 복잡한 리듬 정보로부터 박을 추출하고 거기에 자신의 행동을 맞출 수 있는 능력은 몇몇 예외적인 동물들만 가능하다. 처음엔 말을 따라할 줄 아는 앵무새가 박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을 보고 ‘말소리 학습’과 관련이 있다는 가설이 나왔으나 지금은 말을 따라할 줄 모르는 바다사자 같은 다른 동물에게서도 이런 능력이 발견되어, 이 문제에 대한 다른 시각의 연구가 필요하게 되었다.
_99쪽
내 연주, 혹은 다른 사람의 같은 연주를 여러 번 다시 들어볼 수 있다는 것은 그 연주 전체의 시간을 한꺼번에 떠올리고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사실 음악가들은 그렇지 않아도 훈련을 통해 보통 사람들보다 긴 시간의 음악적 진행을 기억하거나 미리 생각하는 추상화 능력이 뛰어나다. 그들은 이 능력을 통해 음악적 시간에 대한 보통 사람들보다 더 뛰어난 조절력과 제어력을 갖는다. 그런데 긴 전체 악곡의 같은 연주를 자주, 여러 번 듣는다는 것은 그 능력을 더 긴 시간으로 확장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알게 모르게 음악가들의 연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연주에서의 시간은 과거보다 더 잘 조절되고 더 잘 제어된다. 그것이 연주자들에게 더 잘 짜여진, 더 분석적인 연주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것은 연주에서 ‘즉흥적’ 측면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자꾸만 축소시키는 것이다.
_150쪽

우리의 박자감은 다른 사람과의 협력적 과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 만약 인류가 정확성을 목표로 박자감을 진화시켜왔고 음악이나 춤을 만들어낸 목적이 그 능력을 더 고양시키고자 했던 거라면 아마도 음악가들은 누구보다도 박자를 정확하게 맞출 수 있는 사람일 것이고, 우리가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는 연주는 메트로놈과 박이 딱딱 맞는 그런 연주일 것이다. 그러나 어느 시대, 어느 장르의 음악가도 메트로놈처럼 연주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음악가들, 그리고 무용수들은 사람들과 더 멋지게 교류하는 다른 방법을 갈고 닦아온 것 같다.
_199쪽

박 단위에서의 밀림과 당김의 문제를 포함한 여러 하위 단위에서의 미세한 시간적 변화가 감정적 느낌을 어떻게 전달하는지, 그리고 더 상위 단위에서의 시간적 전개 과정이 어떻게 공유되어 고조된 감정에 이르게 되는지에 대해서 음악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감정적 고조는 음악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 경험과 서로 다른 지식, 개성을 가진 연주자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사회적 구성물이기도 하다. 연주자 간의 사회적 관계, 타 연주자에 대한 친밀도ㆍ신뢰도, 각 연주자들이 개별적으로 갖고 있는 음악적 이상, 연습 정도와 이전 경험 등도 고조된 감정을 만들어내는 데 적지 않은 몫을 차지한다.
…(중략)… 단지 기보된 악보에서의 밀림-당김의 타이밍을 일부 찾아내서 이 특징이 ‘감정의 공유’라는 복합적 심리적 구성물을 만들어내는 데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찾아내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박자의 공유와 밀림-당김의 적절한 균형이 이 ‘감정적 공유’를 만들어내는 여러 원인들 중 하나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_227~228쪽

박을 정직하고 충실하게 짚어주는 음악은 내 심장을 거기에 동조해 같이 뛰게 하기 때문에 좋다. 또 살짝 살짝 비껴가는 소리에는 내 기대를 조금씩 비껴가는 안타까움에 애간장이 녹는다. 우리가 느끼는 박의 동조는 단지 본능에 충실한 현상이라기보다는 문화적이면서도 주관적인 심리현상이다. 주관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이것이 몇 밀리세컨드 이하 차이면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우는지를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 비껴감을 즐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느냐가 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음악이 그 자체로 매력덩어리이긴 하지만 그 매력이 나에게 의미가 있어야 매력이 된다는 뜻이다.
_ 246쪽

모두를 들썩이게 만드는 힘
공감의 원형, 박(beat)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에 북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20여 년 전 우리는 그것을 전 세계인들과 함께 확인했다. 2002년 6월, 온 나라가 하나의 ‘박(beat)’에 그렇게 강력하게 빠져드는 모습은 이전까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던 광경이었다. “대- 한 민국, 짝 짝 짝 짝짝, 대- 한 민국, 짝 짝 짝 짝짝.” 이 단순하지만 강력했던 박이 전 국민을 ‘하나’로 만들었다.
그런데 월드컵처럼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우리 가슴 속 북을 확인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이다. “드랍 더 비트(drop the beat)”와 함께 시작되는 강렬한 랩도 좋고, 흥겨운 비트와 리듬으로 몸을 한순간도 가만 두지 못하게 만드는 K팝도 좋다. 왈츠의 3박자 음악과 피아졸라의 반도네온 선율의 탱고 리듬에 몸을 맡길 수도 있다. 이런 음악은 우리 가슴을 그야말로 ‘바운스 바운스’ 두근거리게 만든다. 이런 두근거림의 이유가 바로 ‘박’이다. ‘박’은 변화하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마음이 진화시킨 특별한 능력이다. 물론 음악은 소리의 시간적 변화 그 자체이기 때문에, 우리는 음악을 들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박을 세는 능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그래서 혼자 노래를 흥얼거릴 때나 다른 사람과 앙상블을 즐길 때도 고개를 흔들거나 발끝을 까딱거린다.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멋진 연주가 끝나자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치며 난리가 났다. 열심히 박수를 치면, 혹시 연주자가 앙코르로 한 곡 더 연주해줄까 하는 기대를 갖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청중들이 서로 박자를 맞춰 박수를 치는 순간이 있다. 지휘자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들이 모두 다른 사람과 전혀 상관없이, 내 멋대로 고집스럽게 치겠다고 작정하면 동조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영향을 조금 받아서 ‘어? 옆 사람이 이렇게 치네?’ 정도만 생각해도 동조는 순식간에 일어난다. 아니, 사실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동조는 일어나는데, 그건 사람들이 원래 어떤 행동을 다른 사람들과 맞추고 싶어 하는 무의식적인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_10 약간의 상호작용, 72쪽

이런 현상을 ‘동조’라고 하는데, 동조는 마음이 없는 무질서한 집단, 진동자들이 서로 보조를 맞추어 질서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우리를 당황스럽게 하는 것은 그 과정이 의식적으로 질서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소위 복잡계 과학에 속하는 현상이다. 우리가 익숙한 것은 원인-결과가 뚜렷한 직선적인 논리다. 그러나 그물처럼 상호 연결된 복잡계에서는 원인과 결과가 투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맥동으로 연결된 진동자 수백만 개의 상호작용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모두가 서로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 가슴에는 북이 하나씩 있는데, 이것들은 서로 ‘동조’한다.


음악에 매료되는 이유
밀고 당기는 타이밍의 예술

음악의 본질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우리는 ‘음악의 3요소’라 불리는 멜로디와 리듬, 하모니를 음악을 구성하는 주요 개념으로 다뤄왔다. ‘딴딴 따-단’하는 〈결혼행진곡〉이나 ‘띠로리로, 띠로리로리’하는 〈엘리제를 위하여〉는 우리가 음악을 멜로디로 기억하는 대표적인 곡들이다. 리듬은 음의 장단과 강약을 나타내는 것인데, 멜로디 진행에 길고 짧음, 강하고 약한 것을 보여준다. 하모니는 일정한 법칙에 따른 화음의 연결, 즉 다른 소리와의 어우러짐을 다룬다. 그런데 이 책 《음악, 밀당의 기술》은 그동안 지나쳐 온 ‘박’을 전면에 내세운다. 물론 박을 연구하는 것만으로 음악의 본질에 다가갈 수 없음을 저자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박과 박자는 음악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중요한 요소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란 것도 이해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왜 ‘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저자는 박이 리듬이나 멜로디 같은 음악의 다른 요소들과 비교해, 비록 중요도는 떨어질지 몰라도 음악의 시간적 질서와 공감의 측면에서 다른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를 감각적으로 짚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심리학과 진화생물학 등의 다양한 연구와 연결지어 설명한다. 그래서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사람과 듣고 즐기는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박이 가진 원초적인 힘임을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인간은 ‘박’을 느끼고 규칙적 박을 선호하는 능력을 마음속에 갖고 태어나지만, 태어나자마자 바로 박에 맞추어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훈련을 받아야만 가능하다. 엄마에게 특정한 모국어를 배움으로써 말을 할 수 있게 되듯이, 박에 기초한 행동도 서서히 해당 문화로부터 그 방식을 배운다. 그래서 아프리카의 문화에서 자란 아이가 박자를 타는 방식과 아랍인이 박자를 타는 방식, 우리나라 사람들이 박자를 타는 방식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그들의 언어가 다 다르듯이 말이다.
아기들도 앵무새나 바다사자처럼 박에 맞춰 행동하기 위해서는 ‘훈련’이라는 특별한 사회적 조건이 필요하다. 사람에게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이유가 있었던 반면, 동물에게는 훈련을 해야겠다는 사회적 조건이 진화 과정 중에 생기지 않았던 것 같다.
_19 박에 맞춰 행동하는 동물과 춤 추는 아기, 114쪽

저자는 다양한 음악 레퍼런스로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한다. 동요부터 클래식, 국악과 재즈, K팝까지 다양한 음악들이 구현하는 박을 탐구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함께 동조하는 울림을 가만히 응시한다.
50개에 가까운 QR코드는 글로 전달하는 한계를 극복하는데 부족함이 없고, 다양한 도표와 그림, 악보 등 시각 자료는 호기심과 글의 이해도를 높이는데 일조한다. 독자는 이를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는 바를 보다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저자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음악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원천이었다. 음악은 박자를 통해 시간과 울림을 공유하고, 리듬을 통해 선율과 이야기를 전한다. 이것을 잘 알고 이용하는 사람이 음악가이고, 연주자다. 이들의 시간은 정박으로 흐르지 않는다. 소위 ‘잘하는 연주자’는 메트로놈의 딸깍거림에 맞춰 정확하게 연주하지 않는다. 정박과 엇박 사이에서 미세하게 당기고 밀어냄으로써 스윙, 혹은 그루브를 만들어낸다. 연주자들의 이런 미묘한 시간차는 도대체 무엇일까? 어째서 이런 ‘끈적함’이나 ‘울렁거림’, ‘둥둥 뜨거’나 ‘주저주저함’ 등의 감정이 연주에서 느껴지는 것일까? 이 모든 느낌을 뭉뚱그려서 그냥 ‘뉘앙스’로 표현하면 그만일까?

미국의 심리학자 칼 시쇼어(Carl Seashore)였는데, 그는 컴퓨터도 없던 시절(20세기 초)에 아이오와 피아노 카메라라는 기계를 발명하여 10밀리세컨드 단위까지 음의 길이 변화를 측정했다. 이 기계는 피아노의 해머의 움직임을 찍어 온셋타이밍(소리를 내는 시작점)과 소리의 크기(다이내믹)를 측정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장치였다. 그 결과 피아니스트들이 연주에서 악보에 적힌 음의 길이나 높이로부터 상당한 정도까지 이탈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이것을 ‘예술적 이탈(Artistic Deviation)’이라고 불렀다. 그것은 ‘이탈’이지만 작곡가에게, 혹은 청중에게 허용된 ‘이탈’이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연주의 ‘예술적’ 완성도를 높인다. 그 이탈은 예술적 아름다움인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이탈은 예술적일까? 모든 이탈이 예술적이라면 연주자들이 얼마나 기쁠까? 그런데 어떤 이탈은 허용되고 어떤 이탈은 허용되지 않는다. 심지어 어떤 이탈은 절묘함의 극치로, 예술적 경지의 극치로까지 이해되는 반면, 어떤 이탈은 ‘탈락’의 원인이 된다.
_32 ‘뉘앙스’로 느껴지는 너, 정체가 뭐냐, 207~208쪽

하지만 이런 ‘이탈’을 어느 누구도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다. 틀렸다고 말하기에 앞서 그 매혹적인 끌림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고 만다. 몸이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드러내고 박을 세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박을 세고 이것들을 함께 느끼면서 시간을 공유한다. 그 타이밍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면 안정감을, 어긋나면 안타까움에 애간장이 녹는다. 이것은 마치 연애 초기에 연인들이 서로의 감정을 밀고 당기는 것처럼 간질간질하고 몽글몽글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정신없이 ‘연주자의 밀당’에 끌려다니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음악에 흠뻑 취하고 마는 것이다.
저자는 함께 박자를 공유하는 시간, ‘순간적으로 서로를 느끼고 확인하는 시간’ 그 자체가 음악의 본질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것이 ‘스트리밍 시대’에 아직도 콘서트장에서 관객과 아티스트가 호흡하는 이유라고 말한다. 이제 책을 덮고 나면 내 안의 북소리에 귀 기울여 함께 그 소리를 맞추는 쾌감을 모두가 확인하게 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미경

전남대학교 음악교육과 교수.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음악학 석사를 취득한 후, 독일 프랑크푸르트예술대학에서 음악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예술영재교육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연구센터 연구위원(대우)으로 활동했다.
음악미학과 음악적 제스처론, 연주분석과 음악적 동조 연구, 음악적 박·리듬·타이밍의 지각과 표현에 관한 연구, 예술 영재의 특성과 음악교육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음악적 동조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 동향〉(음악과문화, 2019), 〈표현적 타이밍과 신체의 움직임〉(음악과민족, 2021), 〈연주 과정에서 나타나는 마음의 시계와 몸의 시계〉(음악학, 2022) 등이 있고, 《음악의 아름다움에 대하여》(2004)를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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