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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는 미술관

박민경 지음
그래도봄

2024년 07월 12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8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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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58.71MB)
ISBN 9791192410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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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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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서 조사관 및 행정 외에 인권교육 운영업무를 15년 넘게 해온 박민경이 오랜 경험을 살려 펴낸 첫 인권 교양서. 인권위에서 보고, 듣고, 현장에서 느껴왔던 ‘인간의 기본 권리’를 ‘그림’이라는 매개로 쉽고 흥미롭게 풀어냈다. 대중에게 친숙한 피카소, 들라크루아, 고흐의 작품을 비롯해 국내외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의 작품에서 인권의 주요 주제들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인권의 역사, 개념, 연관 사건들을 읽어냄으로써 우리가 이 사회에서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할 기본 권리들을 세심하게 짚어주고 있다.

《사람이 사는 미술관》은 인권의 주요 개념을 ‘여성’ ‘노동’ ‘차별과 혐오’ ‘국가’ ‘존엄’ 등 크게 다섯 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설명한다. 아직도 유리 천장이 건재한 세상에서 여성이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는지, 먹고살기 위한 노동의 현장은 어째서 목숨을 앗아가는 장소가 되어버렸는지, 차별은 어떻게 혐오로 발전하며 그 혐오가 어떠한 비극을 일으키는지, 국가가 얼마나 많은 인권유린을 자행했는지, 마지막으로 왜 인간의 존엄함은 존중받아야 하는지 등을 명화와 함께 재미있게 들려준다. 더불어 원고 말미에 ‘궁금해요’ 코너를 마련해 본문에서 언급한 인권의 개념과 연관 사건들을 자세하게 설명함으로써 역사, 사회, 정치 등 인문학적 사고를 돕는다.
책을 펴내며

제1부 여성
1 그녀는 정말 희대의 살인마였을까?
[궁금해요] 마녀사냥 | 성차별
2 누구를 위한 코르셋인가
[궁금해요] 전족 | 여성 폭력 | 사회적 약자
3 죽을 때도 아름다워야 하는
[궁금해요] 항공사 승무원 복장 규정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사건 | 여성의 권리에 대한 선언
4 다시 그리는 소설 《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
[궁금해요] 여성 참정권의 역사 | 참정권(정치적 권리)
5 성냥팔이 소녀의 죽음
[궁금해요] 아동의 권리 | 살색 크레파스 진정 사건
6 유리 천장을 깨뜨려라
[궁금해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 유리 천장

제2부 노동
1 그는 휴가 중이야
[궁금해요] 〈동아일보〉 백지 사태 | 휴식권
2 인권의 역사, 투쟁의 역사
[궁금해요] 전태일과 〈근로기준법〉 | 노동3권
3 라면 같은 젊음은 그만
[궁금해요]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와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 비정규직
4 마석에서 만나는 대한민국
[궁금해요] 독일 파견 광부와 간호사 | 산업재해
5 여성 노동을 생각하다
[궁금해요] 세계 여성의 날 | 국제노동기구
6 소중하지 않은 노동은 없다
[궁금해요] 노동권

제3부 차별과 혐오
1 장애 혐오 표현에 담긴 차별적 인식
[궁금해요]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과 올바른 표현 | 차별의 예외 | 장애인 차별
2 혐오와 차별 그리고 난민
[궁금해요] 시리아 내전 | 홀로코스트 | 제국주의
3 예수님도 난민이었습니다
[궁금해요] 유엔난민기구 | 난민
4 차별이 사라지는 시간
[궁금해요] 흑인 저항 운동 주요 사건 | 인종차별
5 다름이 서로 인사하고 마주하는 세상
[궁금해요] 로힝야족 학살 | 관동 대학살 | 평양 화교 학살 | 성소수자 | 소수민족 보호
6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의 선
[궁금해요] 프랑스 대혁명 | 갑오개혁 | 인간의 존엄과 가치

제4부 국가
1 마약중독자가 생사여탈을 쥐고 있었다
[궁금해요] 제주 4·3 사건 | 사상 전향 제도
2 아름답고 찬란한 역사만 반복되는 것은 아니다
[궁금해요] 스페인 내전
3 국가가 구조해야 할 의무에 대하여
[궁금해요] 재난 참사와 안전권 | 생명권
4 나라가 힘이 없을 때 만들어진 슬픈 법
[궁금해요] 법치주의 | 인민혁명당 사건 | 국민방위군 사건 | 유신헌법
5 혁명의 또 다른 추악함
[궁금해요] 신체의 자유와 안전 | 제노사이드 | 인간 및 시민의 권리 선언
6 21세기에도 살아 숨 쉬는 ‘정조’
[궁금해요] 일본군 위안부 | 유엔인권이사회

제5부 존엄
1 폭염에서의 생존권
[궁금해요] 기후 위기와 인권 | 그레타 툰베라 | 환경권
2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다
[궁금해요] 아동·청소년의 생명·생존과 발달의 권리 |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 | 놀 권리
3 전쟁과 평화 그리고 인간
[궁금해요] 〈유엔헌장〉
4 존엄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궁금해요] 성매매 여성 지원 사업 | 유엔여성기구 | 여성 혐오
5 죄지은 사람에게도 인권은 있다
[궁금해요] 교정 시설 내 인권 | 건강권 | 죄형법정주의
6 누구나 노인이 된다
[궁금해요] 대한민국의 노인 빈곤과 자살 | 노인 인권

세계인권선언
출처와 참고문헌

그림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새로운 장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실신한 여성의 드레스가 풀어헤쳐진 모습입니다. 왼쪽 구석에는 즐기다 만 카드들이 흩어져 있고, 넘어진 탁자는 당시 현장의 긴박함을 말해줍니다. 벌어진 옷 사이로는 굉장히 단단하게 조여진 듯한 코르셋이 보입니다. 코르셋은 가는 허리를 만들기 위해 허리와 배에 둘러서 조이는 보정 속옷입니다. 그림 속 배경은 18세기경 유럽의 상류사회입니다. 여성은 코르셋으로 허리를 너무 졸라맨 나머지 카드놀이 중에 기절을 해버린 것이지요. 사람들로 가득 찬 연 회장에서 꽉 조이는 속옷을 입고 꼿꼿이 앉아 오랜 시간 카드놀이를 하거나 혹은 무도회장에서 춤을 춘다고 생각해보세요. 상상만 해도 답답해지는 것 같지 않은가요? _22-24쪽

다음에 나오는 그림은 네덜란드 화가 플로리스 아른트제니우스(Floris Arntzenius, 1864~1925)가 거리의 성냥팔이 소녀를 그린 것입니다. 소녀는 매우 지치고 힘들어 보입니다. 때 묻은 옷을 입고 목발을 짚은 소녀는 추위 때문인지 배고픔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잔뜩 찌푸린 채 턱을 몸 안으로 깊숙이 파묻었습니다. 목에는 몇 개 남지 않은 성냥통이 든 바구니를 걸고 있습니다. 우리가 동화 속에 서 보던 예쁘장하고 가녀린 성냥팔이 소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지요. 19세기 전후에 그려진 삽화들 중에는 성냥팔이 소녀를 소재로 한 것이 꽤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이 작품이 가장 사실적으로 성냥팔이 소녀를 그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_46쪽

아동 노동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20세기를 전후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대부분의 국가가 아동 노동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만 13세 미만 어린이의 노동, 어린이의 안전을 위협하는 노동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2조는 ‘모든 아동은 경제적으로 착취당해서는 안 되며, 건강과 발달을 위협하고 교육에 지장을 주는 유해한 노동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는 강제 노동의 현장으로 내몰린 아동들이 존재합니다. 파키스탄의 카펫 공장, 방글라데시의 축구공 공장 등에서는 여전히 아동 노동으로 제품이 생산됩니다. 코트디부아르에서는 1만 5,000명의 어린이들이 카카오 농장에 노예로 팔려 가 하루 10시간 이상 일합니다. 이라크에서는 아동들이 지뢰가 깔린 지대에서 고철을 주워 생계를 유지해나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_52-53쪽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권 향상과 참정권 확보를 위한 시위를 시작하며 이렇게 외쳤습니다.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 여기서 빵은 남성과 동등한 수준의 적정 임금을 의미하며, 장미는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의미합니다. 이제는 고인이 된 한 진보 정치인은 매년 3월 8일 여성의 날이 되면, 여성 노동자들에게 장미꽃을 선물했다고 합니다. 100년도 훨씬 전, 여성들이 목이 터지도록 외치며 쟁취하고자 했던 ‘빵과 장미’가 지금 대한민국의 여성들에게 주어졌는지 의문입니다. 여전히 반도체 공장에서, 콜센터에서, 마트에서 수많은 여성이 부족한 빵과 시든 장미꽃을 끌어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_108쪽

미술관에 가면 화려한 왕과 귀족 혹은 찬란하고 엄숙한 신들을 그린 작품이 즐비합니다. 그 가운데에서 익살스러우면서도 뭔가 불편한 기색이 느껴지는 이 그림은 단연 눈에 띕니다. 16세기 플랑드르 출신의 풍속화가 피터르 브뤼헐(Pieter Brueghel, 1525~1569)의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다〉라는 작품입니다. 지팡이를 짚은 여섯 명의 인물이 줄을 서서 가는 중인데 맨 앞에서 그들을 이끄는 듯한 남성이 넘어져버리자 줄줄이 넘어지기 직전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요. 인권과 관계된 일을 오래하다 보니 이 그림을 보자마자 딱 봐도 장애인을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작품명에 시각장애인을 의미하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는 것을 알고 나서 이 작품 뒤에 숨은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마태복음〉의 한 구절을 제목으로 삼고 그 내용을 그대로 그린 작품이었습니다. _120-121쪽

지금으로부터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시절, 대한민국에서도 키오스 섬의 학살 같은 일이 자행되었습니다. 제주 4·3 사건입니다. 제주 4·3 사건의 잔혹함은 키오스 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습니다. 제주 4·3 사건은 일제가 패망하고, 미군정이 한반도에 들어온 후 1947년부터 1954년까지 무려 7년 7개월 동안 벌어진 학살 사건입니다. 해방 직후였던 1947년,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고립된 제주에서 삼일절 행사 때 기마병의 말에 의해 어린아이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경찰들은 아이의 죽음을 사과하지 않고, 오히려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발포합니다. 이를 계기로 시민들의 분노가 제주를 뒤덮고 이후 총파업으로까지 이어집니다. _182-184쪽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을 확인하고 보장해야 하는 명백한 의무가 있습니다. 재난 피해자들은 권리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40년 전 불타는 집을 망연자실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소방 호스를 얼어붙게 만든 날씨 탓도, 하필 주인이 못된 사람이었던 집에 세 들어 산 아버지 때문도 아닙니다. 일차적으로는 참사의 주범인 집주인의 잘못이 가장 큽니다. 하지만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당하는 일이 벌어졌을 때 이를 국가가 수습해주지 못해 더 큰 사고로 이어졌다면 국가의 책임도 분명합니다. 즉, 소방 호스가 얼어붙도록 방치한 소방서의 잘못이 명백한 것이지요. 200년 전 이름도 거창한 메두사호에 승선했던 사람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었습니다. 잘못을 한 것은 그들을 버리고 도망간 선장, 부패와 혼란으로 마땅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던 프랑스 정부이지요. _201쪽

〈세계인권선언〉 제23조에서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합니다. 그러나 〈세계인권선언〉의 첫 번째 조항에서는 그에 앞서 ‘모든 사람의 존엄함’을 강조합니다. 직업 선택의 권리와 존엄권 모두 중요한 권리입니다. 하지만 〈세계인권선언〉 제30조에 따르면 여기에 나열된 권리를 파괴하는 활동에 가담하는 경우, 그것은 권리가 아니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어떠한 환경에서든 인간의 존엄은 가장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국가의 역할 중 하나는 각 개인의 존엄을 지켜주는 것임을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모두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장애를 가진 로트레크와 그가 그림으로 그려낸 성매매 여성들이 인간의 존엄을 확보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았다면 그렇게 슬픈 표정을 짓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_262쪽

18세기 여성 화가 안나 도로테아 테르부슈(Anna Dorothea Therbusch, 1721~1782)가 그린 본인의 자화상입니다. 5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모습입니다. 여성에 대한 강력한 차별과 제약이 존재했던 18세기에 여성 화가 스스로 자신의 나이 든 모습을 우아하고 당당하게 그려냈다는 사실이 매우 대단합니다. 실제로 그는 여성 최초로 아카데미에 입학한 선진적인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그림을 가만히 살펴보면 몇 가지 특이한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림 속 여성은 안경을 쓰고 한쪽 다리를 꼰 채 손에는 책을 들고 있습니다. 당시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했던 모습, 가령 아름답게 꾸민 모습이라든지 자애로운 모성애가 넘치는 모습이 아닌, 지성미가 넘치는 자세로 정면을 당당히 응시하고 있는 중입니다. 보기만 해도 ‘쿨내 나는’ 멋진 할머니 같습니다. _277쪽

“인권의 주요 주제와 명화를 아름답게 엮어낸 본격적인 인권 교양서다.” _조효제 교수
“명화와 공명하다 보면 혐오와 분노와 차별 같은 사나운 마음이 사라진다.” _은유 작가
“인권의 개념이 내 머리뿐 아니라 마음에도 들어와 박히는 것 같다.” _김태권 작가

“인권위 조사관의 시선으로
세계 명화를 보다, 읽다, 생각하다”

피카소, 들라크루아, 고흐의 작품을 비롯해
국내외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의 작품에서 인권의 주요 주제들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인권의 역사, 개념, 연관 사건들을 읽어냄으로써,
우리가 존중받아야 할 기본 권리들을 세심하게 짚은 본격 인권 교양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서 조사관 및 행정 외에 인권교육 운영업무를 15년 넘게 해온 박민경이 인권의 주요 주제들을 씨줄로, 세계 명화들을 날줄로 엮은 인권 교양서 《사람이 사는 미술관》을 펴냈다. 이 책은 그동안 저자가 인권위에서 보고, 듣고, 현장에서 느껴왔던 ‘인간의 기본 권리’를 ‘그림’이라는 매개로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 새로운 시각의 인권 설명서라 하겠다. 대중에게 친숙한 피카소, 들라크루아, 고흐의 작품을 비롯해 국내외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의 작품에서 인권의 주요 주제들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인권의 역사, 개념, 연관 사건들을 읽어냄으로써 우리가 이 사회에서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할 기본 권리들을 세심하게 짚어주고 있다. 이 책은 전 세계가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문서 〈세계인권선언〉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사람이 사는 미술관》은 인권의 주요 개념을 ‘여성’ ‘노동’ ‘차별과 혐오’ ‘국가’ ‘존엄’ 등 크게 다섯 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설명한다. 이 안에는 아동, 장애인, 난민, 인종, 집단 학살, 체벌, 기후 위기, 전쟁과 평화, 수감자, 노인 등 인권에서 놓쳐서는 안 될 주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아직도 유리 천장이 건재한 세상에서 여성이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는지, 먹고살기 위한 노동의 현장은 어째서 목숨을 앗아가는 장소가 되어버렸는지, 차별은 어떻게 혐오로 발전하며 그 혐오가 어떠한 비극을 일으키는지, 국가가 얼마나 많은 인권유린을 자행했는지, 마지막으로 왜 인간의 존엄함은 존중받아야 하는지 등을 명화와 함께 재미있게 들려준다. 여기서 소개한 명화들은 미적 가치라기보다 인권의 눈으로 바라본 장면들이며 시대적인 배경, 사건, 인물에 얽힌 다이내믹한 스토리를 통해 입체적으로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저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각각의 원고 말미에 ‘궁금해요’ 코너를 마련해 본문에서 언급한 인권의 개념과 연관 사건들을 자세하게 설명함으로써 역사, 사회, 정치 등 인문학적 사고를 돕는다.

저자 박민경은 “예전에는 미학의 측면에서 그림을 좋아했다면 인권위에서 일한 이후로는 그 안에 담긴 인간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인간의 권리를 생각하게 만든 세계의 명화들을 소개하고 싶었고, 인권을 어렵지 않게 그림을 통해 설명하고 싶었다고 강조한다. 그림에 조예가 깊은 것도, 인권을 학문적으로 연구한 건 아니지만 인권위의 일원으로 오랫동안 일하고 교육 현장에서 살아 있는 목소리를 들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국가와 사회로부터 우리가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하는 존엄과 자유,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 권리 등을 세계적인 명화와 실례를 통해 강의하듯 들려준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쉽고 흥미롭고 읽는 재미가 있다. 《사람이 사는 미술관》은 아직 인권이라는 개념이 낯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이나 성인 독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올바로 인식하고 균형감을 키우는 데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이다. 또한 학생들에게 인권 감수성을 키워주고 싶은 교육 현장의 선생님에게도 최적의 교육 자료가 되어줄 것이다.

〈세계인권선언〉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아름다운 명화 속 사람이 사는 이야기

“타인에게 공감할 줄 알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인권 감수성 넘치는 사회가 될 때,
‘사람 사는 세상’이 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사람이 성별과 피부색, 신념, 종교 등의 특징과 관계없이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것을 문서로 명시하는 데 전 세계가 처음으로 합의한 것이다. 총 30개의 조항으로 되어 있으며 인권과 자유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데 기초가 된다. 여기 명시한 글은 모든 사람의 권리를 최대한 인정하기 위해 다듬은 문장들이기에 포괄적인 면이 없지 않다. 그래서인지 글 행간에서 실제 우리의 ‘삶’을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저자 박민경은 평소 좋아하는 미술을 매개로 하여 우리 삶에 더욱 밀접하고 긴밀한 언어로 쉽고 재미있게 인권을 끌어내 설명해준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여성’에서는 이슈트반 초크의 〈고문하는 바토리 백작 부인〉을 통해 여성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왔는지 이야기한다. 피에트로 롱기의 〈실신〉이라는 그림에서 여성의 아름다움을 강요하던 폭력의 상징 ‘코르셋’에 대해 살펴보고, 죽을 때도 아름다워야 했던 폴 들라로슈의 〈레이디 제인 그레이의 처형〉을 보며 대한민국 항공사 일가의 인권침해 및 차별의 민낯을 가감 없이 이야기한다. 반대로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표현한 존 싱어 사전트의 〈레이디 맥베스를 연기하는 엘렌 테리〉와 연결지어 여성 참정권의 역사를 되짚어보는가 하면, 플로리스 아른트제니우스의 〈성냥팔이 소녀〉에서 아동의 권리를, 오노레 도미에의 〈블루스타킹〉과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에서 자기만의 삶을 펼쳐낸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제2부 ‘노동’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의 〈정오의 휴식〉을 보며 노동자의 휴식권이 보장되어야 함을 꼬집고, 오노레 도미에의 〈봉기〉와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1830년 7월 28일〉을 보며 가난한 여성이 노동투쟁 현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살펴본다. 러시아 화가 일리야 레핀의 〈볼가 강의 노동자들〉과 헨리 윌리스의 〈돌 깨는 사람〉을 보며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사망한 한 청년의 불안정했던 노동환경을 비판하고, 르네상스 시기에 그린 동양인의 초상화를 보며 외국인일지라도 노동하는 데 있어 차별받지 않아야 함과 적절한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어야 함을 지적한다. 1911년 트라이앵글 셔츠웨이스트 공장 화재로 촉발된 ‘세계 여성의 날’ 제정과 무려 천 년에 걸쳐 지은 아름다운 ‘몽생미셸’ 뒤에 평범한 사람들의 혹독한 노동이 가려져 있었음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한다.

제3부 ‘차별과 혐오’에서는 16세기 풍속화가 피터르 브뤼헐의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다〉를 보며 우리 일상에서 비일비재한 장애 혐오 표현을 살펴보고, 서민의 삶을 가장 사실적으로 그려낸 화가 오노레 도미에의 〈구출〉을 보며 시리아 난민 쿠르디를 떠올린다. 영국 화가 포드 매덕스 브라운의 〈영국의 최후〉를 보며 대한민국 국민 역시 난민이었던 역사를 거슬러 살피고 인간의 존엄을 보호하는 일에 국경이 없어야 함을 강조한다. 클뢰커 에렌스트랄의 〈흑인과 앵무새와 원숭이〉와 윌리엄 터너의 〈노예선〉에서 흑인의 인권과 주요 사건을, 유영호 작가의 〈그리팅맨〉에서 민족과 인종, 성소수자에 대한 ‘다름’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행위를, 귀스타브 쿠르베의 〈안녕하세요, 쿠르베 씨〉에서 신분이라는 선을 과감히 넘어서는 모습을 인권의 시각에서 바라본다.

제4부 ‘국가’에서는 외젠 들라크루아의 〈키오스 섬의 학살〉를 보며 제주 4ㆍ3사건을 떠올리고 폭력의 역사는 분명 기록되고 기억해서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파블로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프랑코 독재가 자행한 끔찍한 국가 폭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두사의 뗏목〉은 메두사호가 난파한 사건을 그림으로 남긴 것인데, 공교롭게도 세월호 사건과 겹쳐 보인다. 스위스 루체른에서 가장 유명한 조각상 〈빈사의 사자상〉을 보며 우리나라 용병의 역사를 엿보는가 하면, 프랑스 방데 마을의 교회 벽면 스테인드글라스와 장 소리욀의 〈르망 전투〉에서는 프랑스 혁명 이후에 자행된 추악한 민간인 학살을, 니콜라 푸생의 〈사비니 여인들의 납치〉와 찰스 크리스티안 날의 〈사비니 여인의 강간〉을 보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가 겪었던 편견과 혐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이어 나간다.

제5부 ‘존엄’에서는 카를 슈피츠베크의 〈가난한 시인〉을 보며 모든 사람이 건강과 행복, 적합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가 있음을, 단원 김홍도의 〈서당〉을 보며 아동과 청소년이 폭력과 학대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음을, 케터 콜비츠의 〈어머니들〉을 보며 전쟁이 아닌 평화의 지속이야말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인권임을 이야기한다.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스의 〈질병 검사〉를 보며 직업 선택의 자유에 앞서 개인의 ‘존엄’이 가장 우선되어야 함을 이야기하고, 빈센트 반 고흐의 〈죄수들의 산책〉을 통해 교정 시절의 궁극적인 목적과 존재의 이유를 다시금 되새겨본다. 마지막으로 퀸텐 매시스의 〈추한 공작 부인〉에서 노년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읽고, 안나 도로테아 테르부슈의 〈안경을 쓴 자화상〉을 보며 멋지고 당당한 늙음도 가능함을 발견한다. 무엇보다 노인을 단순히 ‘시혜의 대상’이 아닌 ‘권리 주체의 당사자’라는 시선으로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박민경

대학에서 법학을,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서른 즈음 국가인권위원회에 입사하여 15년간 근무하면서 조사관 및 행정 외에 인권교육 운영업무를 오랫동안 해왔다. 대구 KBS 라디오 최초로 ‘인권’을 주제로 3년 가까이 진행했으며, 대구 〈매일신문〉에 인권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그 밖에 〈뉴스민〉 칼럼니스트로 활동했으며, 경북대 인권센터 인권위원,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인권경영위원 등을 두루 거치면서 인권이라는 개념을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데 노력해왔다. 2020년에는 헌법을 공부하는 청년들과 함께 《내생에 첫 헌법》을 출간했다. 지금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학교, 공무원, 공공기관, 기업 등을 대상으로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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