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남자아이에게 가족이 생기다.(장애인 접근성 강화 도서)

연장아 입양과 위탁 이야기

고진예 지음

뜬구름 2024년 07월 08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한국에서 10프로도 되지 않는 연장아 입양과 위탁, 그 중, 2년 안에 50프로의 아이들이 위탁 해제를 경험하고 시설로 떠나는 현실. 이 글은 6살에 입양 되어 현재 13살인 희재와의 만남부터 7살에 가정 위탁이 되어 현재 9살인 종민이와 함께 살아온 1년여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아이들은 새롭고 낯선 가정에 적응하며 행복하고 때로는 힘들었던 순간들을 견뎠다. 아이들은 자신을 낳아 주신 엄마와 아빠를 만나게 해달라고 조르고, 자신을 버릴 것인지를 묻고, 끊임없이 자신이 귀여운지를 확인한다. 두 형제는 끊임없이 싸우고, 때로는 너무나 어른스러운 말투로 부모를 당황하게 만든다. 불완전애착과 분리불안, 그 동안의 환경으로 인한 인지부족과 ADHD로 인한 반항과 불안 등으로 아이들의 마음은 하루도 편한 날이 없다. 그러나 어느 샌가 아이들은 가정에 적응하고 가족을 배우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몸으로 배운다. 아이들의 변화를 지켜보고 함께 울고 웃는 부모 역시 아이들로 인해 내적 성장을 키운다.

목차

들어가며

희재 이야기.
생부모를 만나고 싶어요.
엄마는 아빠랑 어떻게 만났어요?
희재 오고 열흘
희재 오고 열이레
보육원 다녀온 날
혹시 엄마가 진짜 엄마?
사랑하면 혼 내지 좀 마요.
어버이날
희재와 한 해를 보내고
희재와 두 해를 보내고
뚜렛 증후군.

종민 이야기
종민이를 아세요.
남도 한 바퀴를 돌다.
손가락을 빨아요.
종민이 귀여워요?
대 혼 란 .
종민아, 종민아.
수영이 누나
완두콩 까기 놀이
축 구
담임선생님의 전화
종민이와 데이트
잘 할 수 있어요.
친구가 좋아요.
희재의 걱정
반항적 성향
캠 핑
올 해 나의 다짐
대가족의 여행
친구와 싸웠어요.
아빠 침대를 차지한 희재
형아가 없는 날.
비
자전거 사고
밖에서 노는 게 좋아요.
나도 바라봐주세요.
생부모는 나를 버렸어.
빈첸시안이 될 거야.
아기 놀이
아빠와 씨름
겨울 방학 계획
입맛이 없어요.
가족사진
엄마가 부끄러워.
희재의 세상 밖으로
마치며

책 속으로

생부모는 나를 버렸어.

종민이는 오늘 따라 무슨 생각이 났는지 거실에 뒹굴뒹굴 누워 있다가 말을 툭 던진다.
“생부모는 나를 버렸어.”
“종민아, 종민이는 버려진 게 아냐. 아기를 버리면 아기는 혼자서 음식을 먹을 수가 없어. 아기를 버리면 아기는 죽어.”
“아냐, 나를 버려서 이모들이 주운 거야.”
“이모들이 어떻게 알고 주웠지?”
종민이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종민아, 종민이의 생모는 종민이를 해성에 맡긴 거야.”
나는 종민이의 생모 역할극을 했다.
“저기요, 저희 사랑하는 아들 종민이를 맡아 주세요. 저는 종민이를 키울 수가 없어요. 저 대신 훌륭한 아이로 키워 주세요.”
“종민아, 생모는 가난했기 때문에 종민이를 키울 수가 없었어.”
“가난한데 왜 못 키워?”
“가난하면 돈이 없는 거야. 돈이 없으면 집도 음식도 없어. 아기에게 먹을 것을 줄 수 없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맡긴 거야.”

종민이는 얼마 전에 해성 이모들의 편지를 다시 꺼내 읽더니 자신이 두 달째에 해성에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난 한 살도 안 되서 해성에 왔어.”
“맞아, 2개월 되서 해성에 왔대.”
종민이는 내게 다가와 나에게 기대어 눕는다.
“엄마도 날 버릴 거야?”
“종민아, 버린 게 아니라 맡긴 거야. 그리고 엄마는 종민이랑 평생 같이 살 거야. 종민이가 커도 같이 살 거야. 알겠지?”
“응, 나는 엄마랑 같이 살 거야. 나는 건축가가 될 거니까. 호텔에서 엄마랑 같이 살 거야. 엄마는 몇 층에서 살 거야?”
종민이는 올해 여름 휴가지에서 묵었던 호텔의 기억이 무척이나 좋았었는지 자신이 크면 호텔에 살 거라고 말하곤 한다. 한 동안 잠잠하더니 요즘 들어 다시 옛날 생각이 나는 듯하다.

종민이가 등교하고 집안일을 하며 문득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종민이가 학교에서 장기 자랑하는 날이다. 그래서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아닐까. 아이에게 부모가 가난해서 시설에 맡긴 거라고 말하는 것이 최선이었을까. 그러면 종민이는 가난이라는 것에 민감해지지 않을까. 가난해도 자식과 함께 살아가는 부모들이 세상에는 많은데, 그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다른 이유는 없을까. 나중에 종민이가 스무 살이 되어도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이야기는 없는 것일까.

종민아, 종민이의 생모가 그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엄마는 잘 모른다. 아마도 사랑하는 종민이를 다른 곳에 맡길 수밖에 없는 마음 아픈 이유가 있었을 거야. 그 당시에는 생모도 많이 힘들어서 그랬겠지. 아기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싶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셨을 거야. 나중에 종민이가 스무 살이 되어 생모를 만나면 그때 물어보면 어떨까. 그러려면 그때까지 멋지고 건강하게 잘 자라자. 지금의 종민이는 누구보다 밝고 사랑스러운 아이이고 엄마에겐 귀한 아들이니까. 종민아, 엄마 아들이 되어 주어서 고마워.

작가정보

저자(글) 고진예

입양과 위탁이라는 절차를 통해 씩씩한 두 아들과 행복하게 지내는 엄마입니다. 디지털 디자인, 예술 공학, 미술 이론 등을 전공했고 직업훈련교사와 미술작가를 오가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게임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박사 논문으로 '디지털 게임의 미학적 탐구'를 썼습니다. 현재는 1인 출판사를 운영하며 글을 쓰고 소소한 활동을 즐기며 삶을 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