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필로소퍼 Vol 27.무엇을 위한 부인가
2024년 07월 0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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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16 _ Intro _ 존재 이유로서의 돈 _ 잔 보그
18 _ Wealth _ 부유함은 소유의 의미가 아니다 _ 톰 챗필드
24 _ Family _ 가족 사이에 경제적 격차란 _ 마리나 벤저민
30 _ Money _ 부자에게 더 이상 숫자는 필요 없다 _ 패트릭 스톡스
38 _ Worth _ 물질이 미덕과 결합할 때 _ 마리아나 알레산드리
44 _ Photo _ 피사체가 된 슈퍼 리치 _ 더기 월리스
56 _ Economy _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세계의 부 _ 앙드레 다오
64 _ Interview _ 돈, 결코 신화가 아니다 _ 새뮤얼 체임버스
80 _ Comic _ 그리스 홀덤 _ 코리 몰러
82 _ Philosophy _ 비트겐슈타인이 돈을 쓰는 법 _ 나이젤 워버튼
90 _ Artist _ 캔버스에 공존하는 빈곤과 특권 _ 크리스토퍼 스펜서
102 _ Culture _ 배타적 구별 짓기의 문화 _ 티파니 젠킨스
110 _ Society _ 당신은 사람이라는 재산을 두었는가 _ 마이샤 체리
118 _ Interview _ 조건 없는 기본소득이 주는 자유 _ 필리프 판 파레이스
130 _ Classics _ 돈 _ 에밀 졸라
140 _ Photo _ 황무지 _ 조니 브릭스
150 _ Thinking in pictures _ “미안해요, 할머니” _ 박보나
156 _ 공간이랑 _ 중간을 허락하지 않는 세상 _ 임이랑
164 _ 시인이 읽는 소설 _ 뉴욕, 그 아무 데도 아닌 곳에서 _ 허연
174 _ our library
목적은 돈이 아니라,
돈으로 실현하는 경험이다
“What is wealth for?” 이번 호 《뉴필로소퍼》의 주제이다. 무엇을 위한 부인가? 다시 말해, ‘무엇을 하기 위해서 당신은 부를 꿈꾸는가’로 한 번 더 풀어서 생각해볼 수 있겠다. 무작정 무소유적 삶을 찬양하는 것도 아니고, 다가오는 미래에 현명하게 부를 쌓을 수 있는 지름길을 조언해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누구나 원하고 동경하지만 쉽게 가닿을 수 없는 충만한 ‘부富’의 삶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부를 이루는 법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 부를 추구하는지 다시 한 번 반추해보자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부유함은 소유가 아니라 사용에 달려 있다”고 했다. 돈을 모으고 쌓아두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며, 그 돈을 이용하여 어떤 소망을 실현할 것인지, 세상에 어떤 공의를 이루기 위해 이 돈을 사용할 것인지에 목적을 두라는 이야기다. 부를 추구하는 목적이 달라지면 필요 이상의 부를 축적하기 위한 욕심도, 내것이 아닌 몫까지 차지하려는 어두운 욕망도 다스려질 수 있으며, 더불어 부의 불평등으로 인한 세계 곳곳의 신음을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는 물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즉 ‘부의 목적은 돈이 아니라, 돈으로 실현하는 경험이다’라는 커다란 대의 아래, 《뉴필로소퍼》의 필자들은 한 가정에서 목격되는 각 개인들의 소비 유형, 경제적 격차로 인한 형제 사이의 깊은 갈등, 물질에 초월하거나 혹은 초월할 수 없었던 옛 철학자들의 행보, 그리고 골고루 순환되지 못하고 한 방향으로만 부의 흐름이 이루어지는 세계의 불평등 구조 등 다양한 부의 속성과 단면들을 보여준다. 그들은 인간이 각자 기본적 삶을 꾸려가기 위한 물질에의 추구는 너무나 당연한 과정이자 자연스런 욕망이지만, 그럼에도 더불어 사는 세상 가운데 부의 분배와 영위가 골고루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제도적, 정책적 지휘가 꼭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아리스토텔레스)는 물건을 사는 일과 물건을 사는 목적을 혼동하는 범주 오류를 비판했다. 과자로 지속적인 만족을 얻는다는 것은 온 집을 꽉 채울 만큼 과자를 많이 사는 것이 아니라 과자의 맛을 즐기고 나누는 법을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순간의 한계를 뛰어넘어서 훌륭한 목적에 재산을 쓸 수 있다면, 무언가를 많이 가지는 데에는 본래 잘못된 것이 없다. (본문 21쪽)
“재산을 소유한 부자는 드물다.
대부분 재산이 그들을 소유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세 명의 인터뷰를 만날 수 있다. 정치학자와 철학자, 그리고 콜라주 미술가가 인터뷰의 주인공이다. 각자의 분야에서 연구하고 고민하고 작업한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이들의 생각과 주장은 한 목소리로 귀결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자본과 돈은 한 곳에 고여 있는 축적물이 아니라, 수많은 세상 사람들이 함께 누리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부자가 가난한 자를 위해 지원하는 봉사와 선행의 실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의 구조 자체가 함께 나눠 가질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정착하길 바라는 것이다.
새뮤얼 체임버스는 경제학자처럼 합리적 이윤 구조를 말하는 자본론으로서의 돈이 아니라, 오롯이 정치학자의 눈으로 정리한 돈의 개념, 그리고 인간의 기본적 평등에 전념하는 정치철학 아래 돈이 움직이는 바람직한 구조에 대해 일갈한다. 급진주의적 민주주의라는 비판을 감안하더라도 기본적인 공공 정책의 출발점은 100퍼센트의 상속세와 유산세여야 함을 주장한 것이다. 그의 주장은 책의 후반부에 게재된 또 다른 인터뷰이인 철학자 필리프 판 파레이스의 ‘조건 없는 기본소득’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파레이스에 의하면, 보편적 기본소득제의 목적은 기존 일자리가 사라져도 그 사람들이 생존할 수 있게 적정 수준의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평생 학습 기회를 제공해서, 잃은 일자리만큼 의미 있는 다른 일을 찾도록 현실적인 희망을 주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의 두 사상가가 부의 평등적 분배를 위해 진보적 정책을 강하게 주장했다면, 포토 콜라주 아티스트인 크리스토퍼 스펜서는 회화와 실존인물을 결합한 몽타주 기술을 사용하여 부조리한 부의 독식과 빈곤의 현실을 보여준다. 히에로니무스 보스와 같은 위대한 풍자화를 참고하여, 도널드 트럼프, 보리스 존슨, 브렉시트, 푸틴이 등장하는 21세기의 참혹한 현실을 그대로 결합한다. 계층 구조와 끔찍한 사회 현상에 대한 냉혹한 한 편의 우화가 탄생한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돈을 재산권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본다. 그래서 축적할 수 있는 돈의 양을 제한하면 마치 집을 빼앗기는 것처럼 생각한다. 이는 돈을 안정적인 가치로 여기는 신화에 근거한 잘못된 비유다. (본문 78쪽)
“양극단의 세상,
중간이라는 선택지는 세상에서 점점 흐릿해진다”
전세계 1퍼센트의 부자가 세상의 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어느 조사 결과는 단순히 부의 불평등에 불만을 쏟는 것 이상으로 갖가지 질문을 하게 만든다. 절대 빈곤과 천문학적인 부유함이 공존하는 세상. 그 사이에 이도저도 아닌 수많은 사람들은 ‘부’라는 실존과 관념 사이의 무언가를 평생 갈망하고 쫓아가기 위해 애를 쓴다.
책의 뒷부분은 항상 국내 필자들의 연재글이 게재되는데, ‘임이랑의 공간이랑’이라는 타이틀로 매호마다 ‘공간 에세이’를 선보이는 임이랑 작가의 글은 이번 호 주제와 맞물려 깊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부의 양극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회 곳곳의 장면은 비단 뉴스나 매체를 통해서만 보게 되는 것은 아니다. 수영강습을 신청하기 위해 가까운 수영장 두 곳을 찾은 필자는 ‘불편함과 저렴함’ 그리고 ‘안락함과 몇 배 비싼 비용’ 사이에서 한동안 배회한다. 선택지는 딱 두 개이며, 무조건 그 둘 중에 하나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 무언의 강요가 필자의 뒷머리를 조여온다.
우리는 자주 이 끝, 아니면 저 끝 중 한 곳을 선택하도록 강요받는다.
정작 우리 중 대부분은 양극의 어느 쪽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 존재하지만
‘중간’이라는 선택지는 세상에서 점점 더 흐릿해진다. (본문 160쪽)
‘시인이 자신이 읽은 소설을 소개해준다면 어떤 시선과 감정을 관통하면서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이런 취지로 시작한 허연 시인의 소설 이야기와, 현대미술을 통해 인생과 사회의 아픔을 반추해보는 미술작가 박보나의 글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얼마 전 타계한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을 리뷰하며 뉴욕의 허름한 골목길에서 창백한 얼굴로 서 있는 주인공도 만나보고, 필자가 여느 미술작품보다 더 충격적인 예술로서 다가왔다는 어느 고령의 할머니의 외로운 투쟁의 현장도 만나볼 수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뉴필로소퍼 편집부
《뉴필로소퍼》는 인류가 축적한 웅숭깊은 철학적 사상을 탐구하여 “보다 충실한 삶”의 원형을 찾고자 2013년 호주에서 처음 창간된 계간지다. 《뉴필로소퍼》의 창간 목표는 독자들로 하여금 “보다 행복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것”으로, 소비주의와 기술만능주의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뉴필로소퍼》가 천착하는 주제는 ‘지금, 여기’의 삶이다. 인간의 삶과 그 삶을 지지하는 정체성은 물론 문학, 철학, 역사, 예술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인문적 관점을 선보인다. 인문학과 철학적 관점을 삶으로 살아내기 위한 방법론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2013년 창간 당시부터 광고 없는 잡지로 발간되고 있다. 《뉴필로소퍼》 한국판 역시 이러한 정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일체의 광고 없이 잡지를 발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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