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발견
2024년 07월 19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6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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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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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린 슐츠는 사랑하는 아버지를 떠나보내기 얼마 전, 결혼하게 될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 누구나 언젠가 한 번은 하게 되는 경험, 사별과 만남이라는 경험을 거의 동시에 겪은 것이다. 그러면서 슐츠는 우리의 삶이 온통 상실과 발견으로 빚어져 있다는 걸 깨닫는다. 우리는 지갑을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죽음으로 잃기도 하고,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하기도 하지만 평생의 반려자를 발견하기도 한다. 『상실과 발견』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또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안내서이자, 아주 평범한 경험 속의 빛나는 경이를 발견하는 섬세하고 따뜻한 에세이다.
매체, 문학상, 책을 추천한 유수의 필자들과 독자들이 공통으로 언급하는 표현이 있다. 다정함, 그리고 예리함. 슐츠는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세밀한 관찰력으로, 그 스스로 애도의 파도를 헤쳐나가고 새로운 기쁨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만난 삶의 진실들을 들려준다. 한국어판은 소설가 한유주 작가가 번역해, 이 책의 깊이 있고 아름다운 글쓰기, “매 페이지 경이가 펼쳐지는 독서의 경험”(앨리슨 벡델)을 유감없이 옮겨냈다.
2 발견
3 그리고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제가 지난주에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전과는 다르게 이 표현의 생경함에 붙들렸던 까닭은 그때까지도 상을 치르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기에 익히 알던 세계의 많은 부분이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는, 왜곡된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어서였으리라. 아버지는 분명 소풍을 간 아이처럼 멀어진 것도, 난장판인 사무실에서 사라진 중요한 서류처럼 찾을 수 없게 된 것도 아니었다. 한데 이 표현은 죽음을 에둘러 말하는 여느 말들과는 달리 면피한다거나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슬픔 그 자체처럼 단순하고, 애달프고, 쓸쓸하게 들렸다.(14~15)
잃어버린 결혼반지 하나 때문에 동네 공원의 소박한 지형도가 로키산맥으로 바뀔 수도 있다. 하이킹을 하다가 아이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평화로운 개울과 숲이 무시무시한 황무지로 돌변하기도 한다. (상실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경외와 비탄처럼, 상실은 주변 환경과 우리의 크기를 단번에 변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무언가 중요한 것이 사라질 때,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작아지고 이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광활해진다.(34)
발견은 본질적으로 여섯 살 난 아이의 마음 그대로 땅에서 동전 한 닢을 찾아내던 순간을 꼭 닮았다. 우리는 이 세상이 그렇게 밝게 빛날 때, 그러니까 중고품 가게의 잡동사니 장식품이나 눈부신 아이디어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빛날 때, 장차 결혼하게 될 여자가 눈을 사로잡을 때, 그것을 바라보며 서 있는 사람이다.(114)
그녀는 정오에 출발했다. 한데 내 책장에서 시집 한 권을 슬쩍 꺼내 내 눈길이 반드시 닿을 만한 곳에 보란 듯이 고른 페이지를 펼쳐놓고 간 거였다. 얼마 후 나는 시집을 보게 되었고, 그러자 갓 불을 붙인 촛불처럼 내 안에서 무언가가 불길처럼 솟아올랐다. 그때까지 모르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 순간 나는 알게 되었던 것이다.(151)
아버지가 더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의 죽음을 애도해야 한다는 삶의 새로운 조건이 그저 나를 좌절케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게 너무 짜증 나.” 어느 날에는 이렇게 큰 소리로 말했다. 전적으로 사실이었지만 실은 이렇게 말하려던 거였다. “핸드폰이 꺼져서 너무 짜증 나.”(89~90)
우리는 삶의 모든 단계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상실하지만, 그 비율은 시간에 따라 고르게 나타나지 않고, 상실은 우리가 나이를 먹을수록 빈번하게, 더욱 파괴적인 내밀함으로 충격을 가한다. 그래서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서 직면하는 어려움의 유형이 달라진다. 사랑이 우리에게 처음 제기하는 문제는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이다. 한데 사랑이 꾸준히 제기하는 문제는, 삶이 꾸준히 제기하는 문제이기도 한데, 우리가 결국 그것을 잃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다루며 살 것인가이다.(290~291)
애도의 이야기 구조가 상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듯, 사랑 이야기는 모두 발견의 연대기이며 특별한 발견의 개인적 역사다. 그래서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큰 상실들과 작은 상실들의 관계에 대해 궁금해졌던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누군가에게 빠져들면서 사랑을 발견하는 일과 대상이 무엇이건 여하간 더 넓은 범위의 발견이라는 행위의 공통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112)
코스타리카에서 맞이한 그날, 우리의 허기와 고갈과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평범한 욕구는 선글라스가 나타나면서 신속히 사라져버렸고, 그 자리를 놀라움과 고마움, 경이로움, 경외감처럼 완전히 다른 감정들이 대체했다. 이런 감정들, 우연하고 놀라운 발견이 우리에게 야기하는 감정들은 전체로서의 우주가 야기하는 감정들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 역시 같다. 삶이 우리가 기대하지 않았고, 요구하지 않았고, 특별히 받아 마땅하지도 않은 어떤 근사한 것을 주었기 때문이다.(122)
말하자면 연애 상대를 찾아 나서는 모험은 메논의 첫 번째 질문과 더불어 두 번째 질문을 불러낸다. 상대를 어떻게 찾을까 하는 문제뿐 아니라, 찾았을 때 내가 찾던 그 사람인지를 어떻게 아느냐 하는 문제도 있다. 만약 두 사람이 서로를 이미 안다면 특별히 신비롭게 보이지는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둘은 서로를 더 잘 알게 되고, 서로에게 속한다고 느낀다. 이럴 때 사랑은 노출된 필름 사진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다른 경우, 더 이상한 경우라면 사랑은 섬광처럼 출현한다. 사랑에 관한 온갖 불가사의(그 기원, 목적, 사랑의 주체인 우리 스스로도 딱히 할 말이 없는 이상하고 독재적인 선별 과정) 중에서 아마도 이 점이 가장 곤혹스러울 것이다. 때로 우리는 찾았다, 하고 즉시 알아차리는 것 같다. 찾던 것과 하나도 닮지 않은 걸 알게 되었을 때조차도. 우리가 그간 찾고 있었다는 걸 전혀 알지 못했을 때조차도.(145)
사랑에 빠진다는 건 정보를 갈망하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단테처럼 자신의 감정을 상대가 모른다면 먼 거리에서 온갖 세세한 정보들을 어렵사리 구해야 한다. 운이 좋다면 사랑하는 이의 몸과 마음, 정신, 습관, 집을 포함한 전부에 대해 포괄적이고 사적인 탐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철저함과 탐욕 면에서, 상대를 알고 싶은 갈급함은 전형적으로 지식에 대한 갈망이다. 일반적으로 사랑에 대한 갈망은, 그것이 육체적이건 감정적이건 지적이건 실존적이건, 언제나 ‘더 많이’ 요구한다.(162)
대체로 나는 놀라움 쪽이 좋다. 나는 연못처럼 단순한 대상조차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놀라움을 느끼는 사람이다. 수목원에서의 그날, 나는 다음과 같은 점을 깨달았다. 가차 없는 상실에 직면했을 때 우리를 가장 잘 대접하는 건 슬픔이나 묵인이 아니라 주목이라는 사실을. 최소한 지금 우리가 주목하고 바꾸는 세계는 우리의 소유이고, 그걸로 됐다.(298)
우리의 삶은 찰나에 불과하고, 인생을 잘 산다는 건 보이는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것이다. 고귀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경의를 표하고, 돌봄을 필요로 하는 대상을 돌보고, 아직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은 것과 이미 사라진 것을 포함한 이 모든 것에 우리가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 우리는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켜보기 위해 여기 있다.(300~301)
어떤 유형이건, 애도하는 이는 나이가 들어버린다. 부분적으로는 탈진했기 때문이지만, 주된 이유는 필연적인 죽음과의 대립 때문이다. 늙어버렸다는 기분(실제로 나이 든 상태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울 수 있다는 것과는 확연히 구분되는)은 남아 있는 날들과 남아 있는 즐거움이 줄어들고 있다는 기분이다. 부모에 대한 애도 역시도 우리를 나이 들게 하는데, 생애주기 전체를 앞으로 몰아붙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버지를 상실하고 나서 우리 세대의 행진에서 한 단계 앞선 기분이었다.(76)
지나치게 오래 지속되는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애도 역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지루하다.(사람들이 애도의 이런 측면에 대해 더 자주 말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애도의 초반에는 그렇지 않다. 슬픔이 너무나 강렬하고, 일상을 전반적으로 대정비하는 일이 지루함 따위를 허락하기에는 너무 초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는 애도에 익숙해지면서 단조로움이 들어선다.(87)
애도는 마치 내 영향을 벗어난 힘, 순전히 야생적인 힘, 퓨마나 폭풍처럼 내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힘처럼 나를 통과해 지나가는 것 같았다. 이는 압도적이었고, 가끔은 두려울 정도로 가깝게 느껴졌지만 이상하게도 약간 멀어지면 매혹적이었다. 단어가 지닌 오래된 의미처럼 강인하고 경이로웠다. 그리고 그것이 다시금 사라지면, 그 예측 불가한 등장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너무 길어지면, 나는 비뚤어진 사람처럼 애도가 돌아오기를 갈망하고는 했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적어도 조금은 애도를 그만두기를 두려워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랬다.(93)
그토록 슬픈 일이 정상적이고 필연적인 이치일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게는 충격적이었다. 상실의 여파에 남겨진 각자의 삶은 그토록 많은 상심을 담기에 너무 짧은 것처럼 보였다. 나는 역사를 좋아했는데, 내가 그 침묵과 신비조차 늘 사랑했던 역사가 돌연 서사적 스케일로 기록된 상실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특히 기록이 전혀 없을 수도 있다는 부분이 그러했다. 세계 자체가 덧없게만 보였고, 빙하며 생물 종이며 생태계가 마냥 사라지고 있는 것만 같았고, 변화의 보폭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영원이라는 고통스러운 관점으로만 지켜보도록 허락된 것처럼, 저속 촬영한 것처럼 급속도로 느껴졌다. 하나같이 전부 위태롭고 유약하게만 보였다.(18)
그녀 옆에는 커피 한 잔이, 앞에는 리갈패드가 놓여 있었다. 그녀는 내게 등을 돌리고 앉아 있었고, 나는 아주 오랫동안 선 채로 창밖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전날 밤 주방에서 그녀와 함께한 세상은 마법에 걸린 것 같았고, 그 빛나는 한밤중의 즐거움은 거의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날 아침 내가 눈을 뗄 수 없었던 건 그 장면의 생생한 평범함이었다. 그녀가 바로 여기서, 내 집에서 일상을 이어가려고, 내 삶에서 자신의 삶을 이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다음 날 그녀가 일이 있어 맨해튼에 갔을 때, 나는 언니에게 전화해서 결혼할 여자를 만났다고 말했다.(169)
나는 그녀의 진중한 갈색 눈동자가 눈부신 햇빛을 받으면 녹색으로 변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그녀가 녹갈색이라고 말해주었지만 나는 ‘마법이다.’라고 생각했고, 그때부터 그녀를 마법의 눈을 지닌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집에서 커피를 끓이기보다 시내로 나가 마시기로 하고 같이 집을 나섰다. 그리고 집 앞 낮은 언덕을 올라가는 길에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전날 밤 서로를 만지던 손과는 전율이 일 정도로 다르게 다가오는, 더 순수하지만 훨씬 결정적인 손이었다. 밤새 나는 아침 식사를 하러 가면서 상대의 손을 잡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150~151)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 촛불의 크기가 반으로 줄어들었다가 다시 활활 타올랐다. 이 세계는 우리의 웃음과 숨, 그리고 슬픔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많이는 아니지만. 난로가 발하는 불빛을 받은 C는 플랑드르 회화 속 인물처럼 보였다. 어둠과 대비되는 그녀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대조적이었다. 내 주머니에는 여섯 달 전까지 아버지 손에 끼워졌던 결혼반지가 들어 있었다. 나 역시 죽고 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C에게 사랑한다고, 언제까지나 사랑하겠다고, 결혼하자고 말하기 전에는 죽고 싶지 않았다. 그녀와 49년, 77년, 아니, 바라건대 1099년간 결혼 생활을 해보기 전에는 죽고 싶지 않았다.(256~257)
★전미도서상 파이널리스트
★람다문학상 수상작
★피플, 타임, NPR, 퍼블리셔스위클리 선정 올해의 책
★앤드루 솔로몬, 앨리슨 벡델, 레슬리 제이미슨 추천
우리의 유한하고도 무한히 복잡한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한 안내서
죽음에 관해 말하는 책은 많다. 사랑에 관해 말하는 책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상실과 발견』이 그토록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이유는, 너무나도 익숙한 경험을 “이리저리 돌려보아 우주적이고 경이로운 것이 되도록”(지아 톨렌티노) 하는 슐츠의 세심한 관찰력과 남다른 관점 때문이다. 슐츠는 모두가 하는 보편적인 경험을 낯설고 새롭게 들여다보기 위해 독자들을 이끌고 여러 곳을 방문한다. 사별을 이야기할 때 우리가 쓰는 상투적이거나 비유적인 표현들, 소설 속에서 다루어져 온 ‘잃어버린 물건들의 계곡’, 메논의 역설, 베아트리체와 마주치는 순간 사랑에 빠졌던 단테. 호기심과 다정함, 지성과 재치를 지닌 이 안내자의 친절한 손길을 따라가노라면 우리 자신의 삶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또 경험하는 데까지 나아가게 된다.
그렇기에 『상실과 발견』은 단순히 회고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더 생생하게, 충만하게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안내서이자 동반자가 된다. 익숙한 경험을 새로이 바라보는 눈을 열어주는 것이다. 이 책은 말한다. 우리의 평범한 삶은 경이로 가득 차 있다고. 평범한 비극과 슬픔이 우리를 무너뜨린다 해도, 평범한 발견이 가져다주는 기쁨과 경이를 알아챌 수 있다면 삶은 또 다른 데로 이어질 거라고.
앤디 보로위츠는 이 책을 두고 “가장 대담한 종류의 책, 바로 ‘행복한 사람의 회고록’”이라고 평했다. 회고록이라는 장르는 대개 고통과 아픔을 다루는 장르로 여겨진다. 희망과 회복은 책의 끝에 가서야 결말처럼 등장한다. 우리는 다른 이가 겪은 역경에서는 무언가를 느끼고 배울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행복의 이야기에는 좀처럼 그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상실과 발견』은 이런 회고록의 전형을 깨부수는 책이다. 슐츠가 묘사하는 아주 일상적인 행복과 기쁨 속에서, 독자들은 자기 자신만의 행복과 기쁨을 찾아낼 실마리를 얻을 것이다. “넘쳐나는 냉소주의와 절망의 바다에서 이 책만 한 선택은 없다.”(《뉴욕타임스》) 언제고 상실을 경험해본 모든 이에게는 함께 애도해나가는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책, 어두운 현재에 절망하는 이들에게는 희망과 변화를 안겨줄 책이다.
상실과 슬픔을 마주하고도 경이와 기쁨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법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것을 잃어버리며 산다. 핸드폰, 충전기, 우산, 귀걸이, 여권, 환불할 물건 영수증…… 우리가 60세가 될 즈음이면 평균 20만 개의 물건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한다. 잃어버린 우산은 다시 사면 된다. 핸드폰을 잃어버리는 건 상당히 성가시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일 것이다. 그래도 이런 상실들은 우리를 송두리째 흔들어놓지는 않는다. 사랑하는 가족을 영영 잃어버리는 일처럼 말이다.
캐스린 슐츠는 아버지의 죽음이 비극적이어서가 아니라 그 반대, “정상적이고 필연적인 이치”였기에, 세상이 갑자기 상실로 가득 찬 곳으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잃어버린 지갑, 잃어버린 아버지, 잃어버린 빙하며 생물 종이며 생태계처럼 전혀 다른 대상들이 갑자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이다. “사라져버린 모든 것들이 여기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급히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18쪽) 상실이라는 경험을 탐색하는 이 책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한다.
중환자실에서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가는 동안, 슐츠의 아버지는 기억과 자기 자신의 몇몇 부분을 서서히 잃어간다.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겪는 애도의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짜증, 탈진, 지루함으로 경험되는 애도, 그리고 애도를 그만두기를 두려워하는 마음까지, 슐츠는 담담하고 의연하게 슬픔을 들여다보고 또 써낸다. 그 속에서 독자들은 저자의 감정에 깊이 몰입하는 동시에 저마다 자신이 겪은 상실이나 애도를 들여다보게 된다.
“상실의 근본적인 역설”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이 책은 그처럼 상실을 안은 채로도 삶이 계속될 뿐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크고 작은 만남들로 가득 차 있음을 보여준다. 책의 2부 「발견」은 들판에서 우연히 떨어진 운석을 발견한 한 아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슐츠는 상실에 관해 그러했듯, 발견이라는 경험의 이모저모를 찬찬히 돌려가며 들여다본다. 발견이 어째서 우리에게 기쁨과 놀라움을 가져다주는지를, 또 어떤 발견은 상실이 그렇듯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지를, 우리에게 얼마나 광대한 세상을 열어주는지를.
여러 발견 중에서도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가장 큰 경험은 사랑을 만나는 일이다. 이 책의 두 번째 파트는 너무나도 평범하고 일상적이지만 너무나도 비범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다. 슐츠는 어느 봄날 C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서로의 차이와 닮은 점을 알아가고 천천히 가족이 되어가는 여정을 들려준다.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이 세상이 더할 나위 없이 커다래지는 감각, “생생한 평범함”과 일상 속에서 느끼는 감격을 털어놓는 저자를 따라가면서, 독자들 역시 나도 모르는 사이 나 자신을 바꾸어놓은 만남과 발견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책의 마지막 파트는 「그리고」다. 슐츠는 이 단순한 접속사가 가진 놀라운 힘을 이야기한다. 한 단어가 다른 단어와, 한 개념이 다른 개념과,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과, 우리가 세계와 연결될 때 빚어지는 풍요로운 세상. 책은 살아가면서 어떤 상실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의 삶은 찰나이기에 “인생을 잘 산다는 건 보이는 모든 것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것임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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