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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춤을

오수정 지음
하모니북

2024년 07월 06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1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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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8.98MB)
ISBN 9791167471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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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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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엄마처럼은 안 살 거야.’

헌신을 거듭해 자기 삶이라고는 없어진 엄마. 넘칠 만큼 고맙지만 슬프다. 엄마처럼은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엄마, 가장, 선생님, 살림꾼, 조언자, 운전기사였다.
어느 날 엄마 얼굴을 보다, 팍 패여 돌아오지 않는 미간 주름과 팔자주름이 눈에 들어왔다. 툴툴거리며 손을 잡아보니, 손톱 옆 살은 딱딱하게 굳어져 갈라져 있었다.
‘내 손은 이렇게 보드라운데…….’
‘나는 세상 어디도 다 다녀왔는데…….’

그날 갑작스레 엄마에게 제안하고 말았다. 종종 생각만 하던 그 여행을.

“엄마, 나랑 여행 갈래?”
“어디로?”
“엄마 가고 싶은 나라 있어?”
“파리도 가고 싶고, 이탈리아도 가고 싶고~”
“다른 데는 없어?”
“…….”
엄마가 들어 본 여행지라곤 그 두 이름이 전부.

엄마가 비행기 타고 바다를 건너본 건 '제주도 신혼여행' 때가 마지막이랬다. 그 후로 30년 동안 딸은 항공권에 Frequent flyer가 찍혀 나올 때까지, 온 세상을 돌아다녔는데. 그때마다 엄마는 내가 카카오톡으로 건네는 사진을 집에서 열어보고 또 열어봤겠지.

세계 여행자 딸과 30년 전 제주도 신혼여행이 마지막이었던 엄마가 함께 여행했다. 딸은 세상을 여행하며 체득한 방식으로 엄마를 잘 모셔보고 싶었지만, 엄마 마음은 가끔 다르기도 했다. 부모님과 함께할 시간은 한정되어있고, 같이 여행할 기회는 더 적다. 본인과 같은 많은 ‘불효자식’이 함께하는 여행으로 손톱만큼이라도 마음의 짐을 덜기를 바라며. 세계여행으로 얻은 ‘해외-여행 노하우’와 엄마와 여행하며 얻은 ‘함께-여행 노하우’를 켜켜이 담았다.

효도 여행의 근본이라는 태국 · 베트남 · 중국 운남성에서 겪은 즐겁고 기막힌 ‘여행기’와 여행 준비, 숙소 선정, 식당 찾기, 일정짜기, 이동 방법, 체력 관리 등의 ‘여행 꿀팁’이 담겼다. 계획대로 안 되는 날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에서 잊지 말아야 할 마음의 각오는 무엇일지도 담아, 부모님과 자식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여행을 돕고자 했다.

혼자 하는 여행에만 익숙했던 딸이 점점 함께하는 여행에 적응해 1인 럭셔리 가이드로 거듭나는 과정, 뭐든 ‘다음에’ 혹은 ‘무섭다’를 외치던 엄마가 점점 적극적으로 여행자로 거듭나는 과정은 웃픈 공감을 자아낸다. 여행이 길어지며 다투는 일도 있었지만. 말도 통하지 않는 중국 고산 지대에서 결국 의지할 곳은 서로뿐임을 깨닫고 다시 관계는 단단해졌다.

여행 곳곳에서, 넘칠 만큼 잘 알고 있다고 여겼던 엄마의 처음 보는 모습을 만날 수 있어. 엄마가 아닌 그녀의 본 모습을 조금씩 상상해볼 수 있어 행복했다.

이제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세상을 알려준 부모님께, 조금은 성장한 우리가 세상의 다른 면을 보여드릴 때다. 계획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함께하는 동안 종종 다투게 될지도 모른다. 이 모든 일 역시 ‘자유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하기를. 하루라도 우리가 젊은 날, 함께 여행하고 돌아온다면 후회보다는 만족이 더 클 거라고 확신한다. 전국의 임시 가이드, 그리고 임시 가이드와 함께하며 고생하고 즐거울 모든 부모님의 행복한 여행을 기원한다.
들어가며

제1장
그동안 고생 많았잖아요
엄마 우리 여행갈까?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어?
여행 팁 1 : 여행지 선정과 코스 짜기
첫 여행의 설렘
여행 팁 2 : 여행 준비와 체크리스트
30년 만의 비행기
여행 팁 3 : 숙소 정하기

제2장
엄마 친구들은 다 한 번씩 가 봤다는, 태국
한여름, 사원보단 카페가 좋단 걸
여행 팁 4 : 부모님의 의중 파악하기
걱정 마! 외국 애들은 다 이렇게 다녀
망고를 반찬으로 먹는다고?
여행 팁 5 : 계획대로 안 되는 날
청춘을 돌려다오
당신도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여행 팁 6 : 취향을 발견하는 시간
태국까지 와서 밥하긴 싫다고
엄마도 볼 터치 좀 해주라
여행 팁 7 : 면세로 선물하기
언제 엄마가 이런 거 해보겠니?

제3장
비슷한 듯 다른, 베트남
아이고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려
오바마고 분짜고 뭐시기고
여행 팁 8 : 여행에서의 식사
엄마도 헌팅을 좋아해
남들이 너랑 자매 같단다!
여행 팁 9 : 사진으로 하는 효도
모로 가도 서울로 가기
여행 팁 10 : 현지 패키지 투어
경숙 씨 인생 최초 재즈바 입성
나도 마냥 좋았던 것만은 아니라고!
여행 팁 11 : 같지만 다른 우리

제4장
효도 여행의 근본, 중국
두 번째 여행, 이번엔 좀 더 잘할 수 있을까?
여행 팁 12 : 역할 나누기
중국어를 배우자(X) 외우자(O)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 운남성 구경
여행 팁 13 : 이동은 이렇게
여행신이 보우하사 스마트폰 만세
근본이냐 김밥천국이냐
여행 팁 14 : 일정은 이렇게
호랑이가 뛰어넘는 계곡, 지팡이로 얻어맞을 뻔하다
엄마 어디 아파?
여행 팁 15 : 체력 관리는 이렇게
나파하이와 말타기
여행 팁 16 : 고산 지대에 간다면
엄마의 기도
없어 봐야 소중함을 아는
여행 팁 17 : 마음의 각오

제5장
매일 떠날 순 없잖아, 일상에서 떠나는 효도 여행
카페 나들이
입맛 지평선 넓히기
우리 엄마 가꾸기
얼마만의 전시회일까
딸, 언제 또 올 건데?

마치며

아직 가 보지 않은 여행지에 대해 부모님께 어떨 것 같냐고 묻는다면 ‘다 좋다!’는 답변이 돌아올 확률이 높다. 그래서 거기서 뭘 하고 싶냐고 물으면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평소 부모님의 취향과 성격을 눈치껏 섞어 여행지를 우선 정하고 코스를 한번 짜 보자. 이를 바탕으로 조금 더 상세한 브리핑을 한다면 솔직한 의견이 흘러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자연파 VS 도시파
바다 VS 산
미술관 VS 시장
여행은 자유지! 여유로운 일정 VS 여행은 경험이지! 빡빡하지만 알찬 일정
숙소가 그래도 제일 중요하지 VS 잠만 자면 되지, 아껴서 맛난 거 먹자
유명한 액티비티도 다 해볼 거야 VS 활동보다는 편안한 관광이 좋아
식사는 현지인 맛집에 도전하겠어 VS 한국인에게 유명한 맛집이 안전하지
그래서 한식은 언제 먹을 거니 VS 여행에서 한식은 사치야
걸으면서 구경하는 재미 VS 차로 편안하게 돌아보는 재미
여유로운 조식 VS 야식에 맥주 한 잔

취향과 주어진 시간과 예산을 잘 안배하여 이번 여행 베스트 여행지를 선정하길 바란다. 다만, 우리 부모님과 같이 해외여행 경험이 많지 않다면 ‘많이 들어 본 곳’을 우선 함께 다녀와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오래간만에 떠난 효도 여행, 다녀와서 부모님의 오랜 자랑거리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 ‘여행 팁 1 : 여행지 선정과 코스 짜기’ 중에서


서양인 눈에는 다 똑같아 보인다지만, 한국 중국 일본 사람은 서로를 구분할 수 있다. 먼발치부터 ‘한국인’임이 유력한 두 청년이 보였다. 투블럭 커트에 둘러맨 힙쌕, 티셔츠 목에 건 미러 선글라스까지. 가까이 갈수록 한국인이란 확신이 들었다. 한 번 얼굴에 철판을 깔고 생생한 정보를 얻어보리라 기대하며 바로 우리말로 말을 걸었다.
“한국인이세요?”
“네! 맞아요. 와 어떻게 아셨어요?”
“딱 한국인 같아 보여요! 죄송하지만 뭐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이 가게는 안주 어때요?”
“괜찮아요. 아 사실 저희도 오늘 처음 와본 거긴 한데…….”
간만에 나 아닌 한국어 화자와의 대화에 신이 난 엄마가 대번에 결정을 내렸다.
“그럼 그냥 이 집에 앉자!”

처음에는 분명 낯선 청년들과 테이블이 떨어져 있었던 것 같다. 상호 반가운 마음에 테이블을 넘나드는 대화가 끊이질 않았고 결국 테이블을 통째로 들어다 붙였다. 거슬릴 향이 없는 마가린 구이 해물 안주에 생맥주잔을 짠-짠- 부딪히다 보니 엄마도 몹시 흥이 나 보였다. 테이블에 500mL 맥주잔이 쌓여갈수록 처음 만난 청년들과의 이야기도 깊어졌다.

엄마로서는 아들뻘이라, 이들과의 대화를 어색해할 줄 알았건만. 의외로 낯선 장소에서 경숙 씨는 그저 한 명의 여행자가 되어 다른 여행자들과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저 하노이에서는 어디가 제일 좋았는지 묻고, 우리가 갔던 여행지 중에 별로인 곳을 알려줬다. 또 둘은 언제부터 친구였는지, 새로 취업한 그 회사 근무 강도는 어떤지 친구들에게 끝없이 질문했다.
- ‘엄마도 헌팅을 좋아해’ 중에서


구멍 숭숭 뚫린 민소매 티셔츠는 보기만 해도 시원했고 귀여운 프릴이 달린 빨간 체크 오프 숄더 원피스는 태국의 새파란 가로수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요 며칠 엄마도 더위 때문에 고생을 좀 했다. 여행 오기 전 ‘예쁜’ 옷은 여러 벌 샀지만 ‘시원한지’는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슬 달린 쉬폰 블라우스, 새로 산 일자 청바지. 예쁘지만 이곳 날씨 속에선 부담스러운 복장이었다.
“엄마, 이런 민소매 원피스 한번 입어볼래?”
“아이고 얘, 아줌마가 어떻게 이런 걸 입어!”
하긴, 엄마가 민소매 입는 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줌마가 어때서, 여기 사장 아줌마도 입고 있잖아.”
가게를 지키는 아줌마 역시 민소매 티셔츠 차림이었다. 엄마 또래로 추정되나 짧은 반바지도 입었다.
“그래도……. 좀 그렇잖아.”
“저기 태국 아줌마도 반바지 입고 다니는데? 여기서는 다 이렇게 입고 다녀.”
“아줌마가 이런 거 입으면 욕해.”
“여기서 안 입으면 어디 가서 입어볼래? 여기 아는 사람 누구 있다고! 시원하게 입고 다니면 좋지.”
성화에 못 이긴 엄마가 손으로 옷감을 한번 훑었다. 부드럽게 몸에 감기지만 달라붙지는 않을 찰랑한 재질이다.
“시원하긴 하겠어.”
그래봤자 한 벌에 만 원 남짓. 엄마가 안 입으면 내가 입는다는 심정으로 남색 바탕에 노란 꽃이 그려진 민소매 원피스를 샀다.

의외로 뱃살을 가려주는 통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다음 날, 엄마가 새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가겠다고 나섰다. 거기에 어제 산 흰 깃털 귀걸이까지 더하니 한층 더 태국 부인 같이 보였다. 팔뚝이 굵어서 민소매는 싫다던 엄마, 날씨에 어울리는 차림새로 꾸미고 나오니 훨씬 자유롭고 편안해 보였다.
“민소매가 이렇게 시원하네. 아휴, 진작에 이런 것만 사 올걸. 내일은 네 것 입을까~?”
- ‘걱정 마! 외국 애들은 다 이렇게 다녀’ 중에서


“딸, 엄마 너무 행복했어. 태국이랑 베트남 둘 다 재미있었어. 네 얼굴 보기도 힘든데, 보름이나 같이 있어서 너무 좋았고 네가 외국까지 데리고 와 줘서 더더욱 좋았어. 엄마가 가끔 성질내서 미안해. 다음에 또 엄마랑 여행 갈 거지?”
“나도 짜증 내서 미안해. 우리는 둘 다 성깔도 똑같나 봐.”
“그건 그래. 둘 다 양보가 없잖아.”
“엄마 닮아서 그래.”
“아니야 네 아빠 닮은 거야. 엄마는 성격이 온화하잖니.”
“…….”
“그래도 다음에도 같이 여행 가자. 다음에는 좀 덜 싸워보자.”
더 잘해보려다가 서로에게 성질부린 줄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안다. 우리가 그 정도 사이는 되니까.

세상에 엄마 닮은 아줌마가 많고 많지만, 우리 경숙 씨는 지구에서 내 말을 제일 관심 깊게 들어주는 사람이다. 나랑 입맛이 제일 비슷할 친구다. 몸의 길이와 둘레는 다르지만, 실루엣은 거의 일치하는 유일한 생명체다. 급전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통장에 든 돈을 다 부쳐 줄 세상 유일한 아줌마다. 경숙 씨는 이제 제 남편보다도 어쩌면 제 엄마, 아빠보다도 나를 더 사랑하는 것 같다. 나도 엄마를 좋아하지만, 언제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것만큼 그녀를 사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건 아마 평생 불가능한 크기의 사랑일 것이다. 경숙 씨 손 마디가 단소만큼 굵어지게 한, 경숙 씨 다리에 하지 정맥이 생기게 한 사랑의 무게다. 아, 언제쯤 나는 엄마를 엄마만큼 사랑할 수 있을까.
- ‘나도 마냥 좋았던 것만은 아니라고!’ 중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오수정

<연애보다, 여행> <그렇다고 회사를 때려치울 순 없잖아>를 쓴, 여행자 중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회사원 중에서 가장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저 혼자 8년간 세계를 떠돌며 엄마는 안중에도 없었다. 제 밥벌이를 시작하고서야 엄마의 굵어진 손마디가 눈에 들어와, 이번엔 함께 가자는 제안을 했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딸이 마음을 바꿀까 봐 그날 당장 티켓을 사라는 엄마의 추진력에 놀랐고, 같이 여행하며 보이는 엄마의 또 다른 면에 감탄했다. 여행을 좋아하고 엄마를 사랑하지만, 지금은 여행도 못 가고 엄마와도 따로 산다. 가끔은 한 발 떨어져 바라봐야, 좋아했다는 사실을 안다. 나와 같은 많은 불효자식이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떠나고 마음의 짐을 손톱만큼이라도 떨쳐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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